Brody’s files #5 (6)

에린의 몸엔 면역 체계가 결핍돼 있었다. 그는 정상적인 경우 이미 오래 전 죽었어야 했다.

에린 킨젤라는 울지 않는 아이였다. 출산 시에도 울음을 터뜨리지 않아 숨을 쉬지 않는 것으로 착각, 간호사로부터 한참 엉덩이를 맞아야 했다.에린의 부모는 자신들의 외동딸이 선천성 면역 질환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이가 울지도 않고 착해서 좋겠어요, 사

Brody’s files #21 (2)

브로디는 정성주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했다. 익숙한 냄새. 자신의 냄새. 평생 한번도 맡아 보지 못했던 “가족”의 냄새.

브로디는 죽어 가는 여자 옆에 서 있었다. 여자는 브로디를 바라보고 있었다.…엄마 없어도 잘 살아야 해.여자 옆에 낯선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남편도 아버지도 형제도 친척도 아니었다. 남자는 여자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자의 임종을 지키고

Brody’s files #20 (3)

나무가 되는 법을 생각했어요. 인간이 나무가 될 수 있을까. 사는 게 고통이면 나무처럼 언제든 사는 걸 그만 둘 수 있을까.

…꿈을 꿨어요. 겨울 밤이었는데 반소매 옷을 입고 있었죠. 여름이 갑자기 겨울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횡단보도가 있어요. 횡단보도가 너무 넓고 깜깜해서 건너편이 보이지 않아요. 그 앞에서 신호를 기다려요. 무이는 주차 방지 말뚝 위에 앉아 있어요. 파란불이 켜졌어요.

Brody’s files #18 (2)

대런은 권총으로 무장한 마약범의 눈을 응시했다. 대런은 그의 눈을 보고 알았다. 두려운 건 자신이 아닌 저 사람이란 사실을.

대런 월시는 총구 앞에 섰던 때를 기억했다. 총구로부터 5m 정도 거리에서 상대방의 눈을 주시하고 있었다. 상대는 대런을 죽일 생각이었고 언제든 방아쇠를 당길 생각이었다.대런은 무섭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의 공격을 상대하며 느낀 기분과 다르지 않았다

Brody’s files #19 (2)

곰팡이에겐 눈과 귀와 코가 없다. 눈과 귀와 코가 없는 건 혼돈을 의미한다. 그게 곰팡이를 적응의 대가로 만든다.

브로디는 쿡스타운에서 괴한이 떨어뜨린 볼펜을 다시 살펴봤다. 볼펜 촉은 길고 날카로웠다. 독을 주입하기 좋게 돼 있었지만 독이 없었다. 지문 감식 결과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단서가 될만한 냄새도 기억나지 않았다. 처음엔 로리 맥닐리가 고용한 축구 선수일 것이라고 생

Brody’s files #11 (5)

과묵함은 농부의 후천적 형질이었다. 땅은 계절의 순환에 저항하지 않으며 농부는 자연의 섭리에 토 달지 않는다.

브로디가 기억하는 최고의 날씨는 15살 때의 스코틀랜드였다. 가족이 처음 간 해외 여행이었다. 8월의 마지막 날이었고 바람이 몹시 불었다. 여행사 전세 버스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함께 타고 있던 머피 가족은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분다고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 브로디

Brody’s files #17 (1)

정성주는 자신을 과학자라고 했다. 사이비 아닌 진짜 과학자. 극과 극은 통하는 걸까. 과학자는 광신 집단의 교주가 되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던 대학에서 배운 건 거짓말과 엉터리 지식 뿐이었다. 대학은 자유롭지 못했고, 학생들은 졸업 후 돈에 얽매인 노예가 되었다. 나는 자유롭게 살기로 했다..............사자 우리 안에 사슴을 넣으

Brody’s files #16 (0)

아일랜드의 전략적 미래는 핵무기가 아니라 식량이라는 거죠. 식량이 없으면 모두가 아쉽죠. 왜냐하면 죽으니까.

오라일리 교수는 사회학자였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쳤다. 사회학자로 25년을 살아 왔지만 그는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다. 자신을 운명론자라고 했다. 인간과 사회의 운명을 결정 짓는 것은 사람의 생물학적 유산이라고 했다.그는 고등학교 교사 시절 지도했던 남학생 하나를 알

Brody’s files #15 (1)

브로디는 나무가 되는 법을 생각했다. 나무는 동물 진화의 무모한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1억 2천만년을 살았다.

외국어에 대한 조예가 깊어지면 차이점이 아닌 공통점에 눈 뜨게 된다. 특히 유럽인들이 이웃나라 언어를 배울 때는 더욱 그러한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모든 유럽 언어가 인도유럽어라는 조상을 공유하기 때문이다.외국어와 모국어의 공통점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언어에 대한 이

Brody’s files #14 (3)

사람이 나이 들어 겁이 많아지는 까닭은 아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예상못할 변수가 많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버크 오거닉스 연구소의 에드나 가프니는 원래 의사였다. 연구소에 의사 출신 연구원이 드문 것은 아니나, 에드나는 육종species development 부서였기 때문에 의사 경력은 쓸 데가 없었다.에드나의 아버지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멘스 아일랜드 지사장까지

Brody’s files #13 (3)

아까 호기심 얘기하셨죠. 호기심이 절박한 지경에 도달하는 건 인간이 짐승과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고.

데렉 존스 기자와의 인터뷰는 런던의 호텔 미팅룸에서 진행됐다. 첫 인터뷰 후 1년만이었다. 존스 기자는 미팅룸에 한시간 먼저 와 있었다. 그는 전날 있었던 컨퍼런스 녹화 영상을 돌려 보고 있었다.…이 금고의 문을 연 사람이 프리츠 하버였습니다. 독일인이었고,

Brody’s files #12 (5)

생명은 고립될수록, 다른 생명들과 격리될수록, 약해지는 거에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거에요.

에린 킨젤라에겐 독특한 화법이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이미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다. 아직 꽃봉오리만 달린 아이리스를 보고 지금 활짝 폈다고 말하거나, 다음주에 배송될 화분이 이미 집 문 앞에 와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단지 시간을 건너 뛰는 거였

수다 #2 (5)

세 남자의 미친 이야기

민식: 여친 있음.형식: 여친 없음.춘식: 경험 없음.셋 모두 현재 직장인.==========================================형식: 야 그래서 오늘 어디 갈 건데.민식: 좋은데.형식: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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