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29
중국을 떠나기 전 주은은 량이 아저씨에게 아버지의 암호에 대해 알려 주려 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을 사람이 있다면 그건 자신이 아닌 량이 아저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량이 아저씨는 암호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버지의 유산은 주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량이 아저씨는 한의학자였다. 서양의학 면허도 있었지만 자신은 한의학자라고 했다. 사람 몸에 칼을 대는 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의 연구 중 음파와 맥박을 이용한 비파괴 치료법은 모두 량이 아저씨와 함께 한 것이다. 둘은 어느 한 쪽에 연구의 공을 돌리지 않았다. 아버지 병원에서의 연구 결과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남겼지만 어디에도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아버지의 병원에서, 아버지가 신이었다면, 량이 아저씨는 부처였다. 아버지에게 섭섭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량이 아저씨로부터 위로 받았다. 량이 아저씨는 아버지와도 달랐고 양밍 아저씨와도 달랐다. 그에겐 옳고 그름도 없었고, 선과 악도 없었다. 그에겐 오직 불교에서 말하는 고통과 평온만 있었다. 량이 아저씨는 신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을 이해했다. 

량이 아저씨는 주은에게 말했다. 고통의 원인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부처와 아버지는 동일한 사람이었다고. 부처는 고통의 원인을 인간 내면에서 찾았고, 아버지는 자연에서 찾았다는 점이 달랐을 뿐이라고 했다. 부처가 지금 살아 있다면, 그가 과학과 의술을 배웠다면, 그도 분명 자연에서 고통의 원인을 찾았을 것이라고 했다. 

너도 나이 들면 아버지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거야. 아무도 그런 이해 강요하지 않아. 하지만 그것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많은 방법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거야. 

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 남지 않길 바랐다. 아버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어야 했다. 아버지가 원한 것은 명예가 아니라 가설의 증명이었다. 아버지는 살인자였는지 몰라도 위선자는 아니었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극단적 방식의 실험을 했고, 그랬기에 세상의 인정 따위 기대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실험실은 대자연이었다. 그는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것이 아니라 대자연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아버지는 어쩌면 인간 세상을 위해 과학을 한 게 아니라 조물주의 심중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을 한 것일지 몰랐다. 

주은은 자신이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는 세상 경험을 직접 할 수 없는 미성년자들을 위한 배움터다. 주은은 세상에서 모든 걸 직접 배웠다. 누군가가 가르친 간접 경험이 아닌, 그 자리에서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실전 경험을 익혔다. 주은이 학교를 다닌다는 건 세계 순회 공연을 마친 연주자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음계부터 다시 배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주은은 학교를 다녀야 했다. 아버지의 연구 결과를 세상에 발표하려면 기득권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버지는 적법하지 않게 시작했지만 주은은 적법하게 시작해야 했다. 적법한 절차를 위해 학교에 입학해서 학위를 따고 기득권의 인정을 받아야 했다. 그래야 연구 결과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 

주은은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만약 자신이 학교를 다닌다면 말 타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런 걸 가르치는 학교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말을 키우고 길들이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정원 가꾸는 법과 요리하는 법도 배우고 싶었다. 주은은 땅을 사고 싶었다. 말을 키우고 정원을 가꾸고 책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해야 할 일을 하고 난 뒤에 생각할 일이다. 

아버지가 남긴 모든 건 주은이 정리하고 증명할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이름으로 세상에 발표할 것이다. 캐런 리즈. 엄마는 주은과 함께 살아 있을 것이고 과학의 역사와 함께 살아 있을 것이다. 

엄마의 방에는 엄마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딜런 토마스와 예이츠의 싯구들, 과학 기사들, 이름 모를 낯선 이들의 얼굴과 출처를 알 수 없는 풍경과 정물 사진들. 그중엔 유명한 중국인의 얼굴 사진도 있었다. 엄마는 체제저항적인 삶을 지향한 것 같았다. 

주은은 모리스의 냄새를 곰씹었다. 냄새는 본질이고 기억을 자극한다. 엄마의 혈육이 남아 있는 건 좋은 일이다. 모리스는 엄마와 달랐다. 둘은 서로 반대 형질이다. 모리스는 엄마와 달리 체제순응적일 것이다. 엄마와 달리 사람에 비판적이지도 않고, 세상에 저항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의 방에는 저런 “장식물”들은 붙어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둘은 형제였다. 주은은 모리스의 냄새가 익숙했다. 가족의 냄새. 고향의 느낌. 둘은 가까운 사이였을 것이다. 엄마는 모리스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가 가족들 중 제일 가까운 사람이 있었다면 그건 모리스였을 것이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모리스가 여자 아이를 데리고 왔다. 또 다른 지그소 퍼즐 조각. 주은의 여자 사촌이었다. 10대 소녀의 냄새. 10대가 되면 남자는 호르몬 냄새를, 여자는 취향의 냄새를 풍긴다. 스킨케어, 코즈메틱, 헤어/패션 용품… 여자는 냄새로 취향이 결정되고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이 된다. 

준, 얘는 내 딸이야. 제임스의 동생, 너의 사촌. 이름은 트리시. 

제임스와 확연히 다른 냄새다. 친가 쪽 유전자를 더 물려 받았다. 제임스는 안정적이고 차분한 성품이지만, 트리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충동적이고 감정적일 것이다. 트리시는 유전적으로 자신의 고모, 캐런을 닮았다. 

주은은 냄새를 맡느라 트리시가 자신에게 적대적 표정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트리시는 주은에게 노골적으로 “나는 너를 만나서 불쾌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트리시, 준한테 인사 안 하니? 

저 학교에서 가져온 페이퍼 써야 해요, 실례할게요. 

모리스는 난처했다. 왜 저러지 저럴 리 없는데 표정을 짓는다. 

주은은 이 집 가족들이 자신의 가족들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아버지도 표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상대에게 표정을 드러내는 건 약점을 잡힐 수 있는 행동이다. “나는 아쉬운 것이 있다, 두려운 것이 있다, 너보다 약하다”는 신호다. 

온실 속 화초. 아버지가 자주 쓰던 표현이다. 온실 속 화초는 온실 밖을 벗어나면 죽는다. 사람은 온실 속 화초로 자라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주은은 모리스의 가족들이 온실 속 화초 같다고 생각했다. 주은은 모리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으니 신경 쓰시지 말라고. 

그래. 조금 이따 저녁 식사 때 보자. 식사 준비가 끝나면 부를게. 

주은은 트리시의 입장을 이해했다. 내가 그 애였어도 낯선 사람이, 그것도 다른 인종이, 가족이랍시고 갑자기 집에 쳐들어 온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준은 트리시의 반응이 사춘기 소녀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제임스는 주은에게 호기심을 보였고, 트리시는 주은에게 적대감을 보였다. 같은 환경, 같은 유전자를 공유한 개체라도 행동 패턴과 삶의 방식은 극명하게 다르다. 같은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주은은 아버지의 실험을 떠올렸다. 비둘기 바이러스. 아버지는 비둘기를 바이러스 배양체로 썼다. 12월에 증식한 비둘기 바이러스는 닭에 전염 됐지만, 6월에 증식한 바이러스는 전염되지 않았다. 같은 비둘기, 같은 닭이었고, 폐쇄된 실험 공간이었기 때문에 기후의 영향은 받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동일한 환경에서 분열 증식했음에도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행태를 보였다. 실험실의 연구원들은 바이러스에도 사주팔자가 있다며 웃었고, 혹시 서양의 별자리 운세와 관련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아버지의 가설은 유희였다. 생명에 의도되지 않은, 불필요해 보이는, 목적성 없는 변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생명의 유희 추구 성향 때문이라는 가설이었다. 진화는 필요와 목적에 의해 촉진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유희에 의해 촉진된다는 생각이었다. 

.............생명에는 2가지 본질이 있다. 하나는 번식이고, 다른 하나는 유희다. 번식은 동일 패턴을 반복해야 효율성이 극대화 되지만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동일 패턴을 반복하지 않는다. 동일 패턴이 반복되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변수를 만들고 다양성을 추구한다. 일란성 쌍둥이가 서로 다른 성향을 보이는 것도, 자가 분열된 바이러스가 서로 다른 패턴을 보이는 것도, 암 발생을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정신병이 발생하는 것도, 동일 패턴을 반복하지 못하는 생명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작새의 깃털과 인간의 예술 창작은 동일한 진화의 결과다. 번식 경쟁이 아닌 생명의 유희 추구의 결과다. 나뭇가지에 뿔이 걸려 죽은 숫사슴, 두개골을 파고 드는 뿔을 가진 산양, 동족 살해, 시체 강간, 수간욕, 예측불가 질환과 치료불가 고통. 생명체의 복잡성에 기인한 “오류”가 아닌 생명의 태고적 “본질”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진화의 예외적 사례들은 동일 패턴을 반복하지 못하는 유희 가설에 의해 설명된다. 

.............쾌락과 고통이 한 몸이듯, 아름다움과 비극도 한 몸이다. 생명의 서로 다른 양극단은 유희라는 목적에 의해 한 몸이 된다. 유희는 동일 패턴을 반복하지 않는 생명 본질의 또 다른 표현이다. 

아버지의 말은, 지금 생각해보니, 실험실에서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었다. 모든 세상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였다.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된다. 세상에, 사람에, 불필요한 적의를 품지 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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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주은은 이 집의 가정부가 1명이 아닌 3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가정부가 3명이고 마당인지 목장인지 밖에서 말 키우는 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이 집 가족이 4명인데 고용인도 4명. 2명은 상주 인원이었고, 다른 2명은 출퇴근 하는 인원이었다. 원래 가족이 6명이었을 것이고, 그 중 2명이 줄었지만 고용인은 줄이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이곳에서 꽤 오래 전부터 일한 사람들이다. 

아버지 병원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절반은 병원에서 숙식하는 상주 인원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 중 그만 두는 사람은 죽거나 감옥에 간 사람들 뿐이었다. 계약이 아닌 신의로 맺어진 관계. 아버지가 계약서라는 걸 쓴 것은 제약사들과 거래를 할 때가 처음이었다. 주은은 이 집 가정부들이 계약서를 썼을지 궁금했다. 

새로운 가족을 환영하는 저녁 식사였다. 가정부 3명이 달라 붙어야 할 정도로 많은 음식이 차려졌다. 수프와 생선 튀김,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짐승의 내장을 반죽해 넣은 밀가루 음식… 영국인들은 고기를 많이 먹는구나, 이 집만 이런 걸까? 주은은 테이블 위에 놓인 칼과 수저와 포크를 보았다. 칼은 알겠는데 포크는 뭘까? 포크를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중국인들은, 최소한 주은이 살았던 중국에서는, 밥 먹을 때 포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젓가락만 있으면 됐다. 수저는 가끔 썼지만 칼을 써본 기억은 없었다. 영국인들은 무기를 식기로 쓰게 된 걸까? 육류를 주식으로 삼은 결과일까? 

주은은 포크가 이상하고 신기했다. 포크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 보다 앞에 놓인 양고기를 찍어 먹었다. 모리스는 아차 싶었다. 이 집에선 식사 전에 감사 기도를 한다는 사실을 주은에게 미리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이 불찰이었다. 

중국에도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이 젓가락을 먼저 드는 식사 예절은 있다. 하지만 아버지 병원에서는 그런 격식 차리지 않았다. 허례허식 부조리를 철저하게 지양하는 곳이었다. 식당엔 언제나 먼저 온 순서대로 먼저 먹고 나갔다. 목적지향적 합리주의. 그게 암묵적 규칙이었다. 

주은은 자기가 먼저 음식을 집어 먹은 것이 결례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제임스가 주은을 신기하다는 눈으로 쳐다 보고 있었다. 제임스는 거의 웃기 직전이었다. 그는 주은이 귀엽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주은이 포크를 신기해하는 것도, 양고기를 제일 먼저 찍어 먹은 것도 미소 지으며 홀린 듯 바라 보고 있었다. 제임스는 주은이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트리시는 얼굴에 혐오감이 가득했다. 멸시와 증오, 경멸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짐승, 벌레, 야만인, 너무 싫어. 

주은은 트리시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트리시는 저런 표정이 어울리는 것 같았다. 저런 진심 가득 경멸하는 표정을 지을 때 제일 예쁜 것 같았다. 처음 봤을 때도 느꼈지만 지금 보니 정말 엄마를 닮았다. 엄마도 어렸을 때 저렇게 예뻤을까? 

주은은 사람들 표정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표정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니. 중국에선 거의 한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다. 원래 중국인들은 표정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버지 병원에서는 그나마 있던 표정마저 찾기 힘들었다. 전쟁터에서 무슨 표정이 필요할까. 표정을 짓는 것은 아버지 병원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사치였다. 

모리스는 저녁 식사 기도보다는 새로 온 가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머니 조안에게 오늘 저녁 식사 기도는 생략하자고 조용히 말을 건넸다. 조안도, 모리스도, 어차피 격식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조안은 대신 뭔가 이야기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꺼낸 이야기가 리즈 집안 소개였다. 원래는 주은에게 자기 소개도 하고 영국에 온 소감도 이야기 하고 중국에서의 생활은 어땠는지 등등 이야기 시킬 생각이었으나 주은이 또 중국어를 할까 봐 무서워서 굳이 말 시키지 않기로 했다. 

조안은 리즈 집안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명문가가 되었는지 할머니 전래 동화 이야기하듯 이야기했다. 주은은 조안이 이야기하는 동안 고개를 바짝 처들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경청했다. 이미 한번 결례를 범했으니 또 그럴 순 없었다. 또 제멋대로 굴면 엄마가 욕 먹을지 몰라. 

트리시는 주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트리시는 주은이 중국에서 입고 온 옷이 미치도록 싫었다. 저 거적대기 같은 옷은 대체 어디서 난 걸까. 일본 캐주얼 브랜드 중국 짝퉁인가? 혹시 공산당이 만든 군복은 아닐까? 신발은 쓰레기장에 버린 걸 주워 온 것 같은데 아무래도 군부대 쓰레기장이었을 것 같다. 이미 짧게 자른 단발 머리를 뒤로 묶은 것도 돌아 버릴 정도로 싫었다. 묶여진 머리가 염소똥 같다고 생각했다. 저건 너무 엄마 없이 자란 여자잖아. 저런 애가 우리 가족이라니. 고모는 대체 어떻게 저런 애를 낳은 거야? 아빠가 혹시 잘 못 알고 데려온 애는 아닐까? 혹시 중국에서 심은 스파이는 아닐까? 아빠를 가스라이팅 한 걸까? 중국 공산당이 우리집을 접수하려고 수 쓴 건 아닐까? 

트리시는 주은이 아까부터 계속 양고기만 주워 먹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늘은 생선 튀김이 맛있는데 생선 튀김은 쳐다보지도 않고 양고기만 축내고 있는 꼴이 우악스럽고 야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저런 옷을 입고 다니니 밥 처먹는 취향도 딱 그런 수준이겠지 미개한 중국인. 

제임스는 주은이 양고기를 잘 먹는 걸 보며 중국에서도 양고기를 먹는구나 양고기가 인기 메뉴인가 봐 생각했다. 오늘은 헬렌 아줌마가 소고기 요리를 특별히 공들여 한 것 같은데 주은이 손도 대지 않는 걸 보고 휴대폰으로 중국+소고기를 검색해 봤다. 중국인들의 소고기 소비량이 매우 적다는 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제임스는 주은의 패션이 오래 전 유행했던 유니섹스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기 또래 여자애가 저렇게 실용적인 복장을 하고 다니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중국인들은 원래 저렇게 남녀 차별 없이 옷을 입고 다니는 걸까? 주은에 대한 호기심은 중국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제임스는 주은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뒤에 우리집에서 하던 종마 사업을 대부분 팔고, 규모를 줄여서, 취미로 말을 키우게 된 거지. 그래서 지금 우리집 땅에 말 목장이 생기게 된 거야. 

조안의 말이 끝나자 제임스가 주은에게 물었다. 

말 타 봤어? 중국에서도 사람들 말 많이 타? 

(중국어로) 아니 한번도 안 타봤어. 타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 

주은은 아차 싶었다. 너무 듣는데 열중했다. 뭔가에 열중하면 지금 여기가 어딘지 자주 잊어 버린다. 양고기 때문이었을까, 여기가 영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착각한 것 같았다. 

주은에 대한 경멸과 혐오로 부들부들 떨던 트리시가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우리 증조 할아버지는 2차 대전 때 너 같은 공산주의자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어!!!

주은은 트리시의 말이 무슨 말인가 잠시 생각해야 했다. 2차 대전은 독일과 이태리를 적으로 싸운 전쟁이다. 영국은 나치 독일을 물리치기 위해 싸웠지 공산주의자를 물리치기 위해 싸운 건 아니었다. 그건 훨씬 나중 일이다. 트리시는 착각을 한 거였다. 트리시는 아무튼 중국도 공산당도 싫다는 거였다. 

트리시! 무슨 짓이야! 당장 네 방으로 가! 

모리스는 화가 났다. 나치 독일과 중국 공산당을 헷갈린 것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역만리 지구 반대편에서 온 새 가족을 최소한의 손님 대접도 해주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지금껏 자기 집에서만큼은 상식과 예의가 지켜져 왔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병원에서 무례하고 황당한 일이 일어나도 자기 집에서만큼은 그런 일이 없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트리시의 저런 행동은 모리스에게 큰 충격이었다. 모리스는 트리시를 어떻게 알아듣게 훈육을 해야 할까 머리가 복잡했다.

주은은 자기 때문에 소란이 일어난 거 같아서 민망했다. 상황을 정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영어로 제임스에게 말을 한번도 타보지 않았으며, 지금껏 한번도 기회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 집에서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말을 타보고 싶다고 조안에게,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공손히 이야기했다. 

작품 등록일 : 2026-03-21

▶ Brody’s files #30

▶ Brody’s files #28

책으로 발간해주세요
You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된다. 세상.사람에 불필요한 적으를 품지 않게 해준다
Kelly   
아 주은이 왤케 귀엽냨ㅋㅋㅋㅋㅋ
트리시도 생선튀김이 맛있는건데 왜 안먹는 거야 하는거 같아서 귀엽ㅋㅋㅋ
  
숨죽이고 단숨에 읽음

브로디 파일에는 이드의 모든 정수가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는데
그 자수 모양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봄
너무 예뻐서 자지러질거 같을때도 있음

꼭 책으로 발간해주세요
인생 최고의 고전으로 간직하고 싶음
진미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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