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22
다웨이는 1시간째 알지 못하는 길을 헤매고 있었다. 그의 96년식 세단 연료 게이지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작년엔 기름이 이렇게 빨리 떨어진 적이 없었다. 차 어딘가에 문제가 있음이 분명했다.

다웨이는 목적지를 찾으려는 생각이 없었다. 그는 지금의 엿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었다.

그의 택시 뒷좌석엔 2명의 손님이 있었다. 한명은 얼굴이 새파랗게 부어 오른 병든 여자 아이, 다른 한명은 배에서 피를 흘리는 30대 여자였다. 둘 다 의식이 없었다. 어쩌면 이미 죽은지도 몰랐다.

다웨이의 손은 아직도 여자의 피로 끈적거리고 있었다. 애당초 태우지 말아야 했다. 여자는 다웨이에게 아이가 아프다며 빨리 병원에 데려 가야 한다고 울부짖었다. 다웨이는 아이가 아픈 건 보지 못했다. 여자의 배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급한 마음에 차에 태우긴 했지만 여자가 건내준 약도의 병원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왜 반드시 이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는지 다웨이는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차를 돌려 자기가 아는 다른 병원으로 달릴까 생각했다. 하지만 다웨이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계속 같은 길을 뱅뱅 도는 것 같았다.

다웨이는 목적지를 찾을 생각도, 택시비도 챙길 생각도 없었다. 뒷좌석의 송장 모녀를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저들이 저대로 죽어 병원에 도착하면 공안 조사를 받아 며칠 영업을 공 칠 것이 분명했다.

다웨이는 아직도 병원에서 모진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자신의 할머니를 생각했다. 할머니는 80살에 치매가 온 뒤로 다웨이를 볼 때마다 욕을 했다. 할머니의 욕은 그냥 두면 1시간 넘도록 이어졌다. 욕은 무섭도록 맹렬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그저 똥오줌 못 가리는 정신 나간 치매 환자일 뿐인데 왜 다웨이만 보면 그렇게 흉폭해지는지 알 수 없었다.

할머니는 작년에 골반이 부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의사들은 몇달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으나 거뜬히 해를 넘겼다. 할머니는 병상에 누워 친자식도 못알아 보고 개처럼 울다가 다웨이가 오는 날에는 맹수처럼 으르렁거렸다.

다웨이는 할머니를 보며 불필요한 생명들은 빨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뒷좌석의 모녀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다웨이는 이들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없었다. 어서 빨리 지금의 추한 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다.

재수 없는 새끼. 개좆같은 새끼. 개가 낳은 새끼.

다웨이는 할머니의 욕을 떠올렸다.

미친년.

다웨이는 할머니가 미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할머니는 치매가 오기 전에도 다웨이에게 욕을 한 것 같았다.

백미러에 여자의 눈이 보였다. 여자가 눈을 뜨고 있었다. 여자는 죽은 것이 분명했다. 여자의 눈은 백미러 속 다웨이를 노려 보고 있었다. 왜 저런 눈을 뜨고 죽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재수 없는 년.

약도 속의 이정표가 나타났다. 마침내 목적지를 찾은 것 같았다. 이런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병원에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어차피 지금 병원에 데려가 봐야 늦었다. 다웨이는 모녀를 길가에 버리고 도망가버리고 싶은 욕구를 지금까지 수도 없이 여러번 참아 눌렀다. 병원 앞에서 시체를 버리고 도망가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일단 병원에 들어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기로 했다. 그리고 여자 지갑에서 택시비를 꺼내 가기로 했다. 병원비보다 택시비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당히 요금을 말하고 꺼내 갈 것이다. 자신은 그럴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저주받은 산 속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개고생 한 걸 생각하면 택시비가 아니라 피해 보상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파랗게 부은 여자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몸에서 뜨겁게 열이 나고 있으니 아직 죽은 건 아니었다. 병원 문을 발로 차자 한참 뒤에 여자가 나왔다.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혼혈이었다. 파란색 눈동자였다. 자세히 보니 양쪽 눈 색깔이 달랐다. 한 쪽은 파란색, 다른 한 쪽은 파란색보다 갈색에 가까웠다.

다웨이는 어릴 때 동네에 살던 양쪽 눈깔 색이 다른 고양이를 떠올렸다. 그의 누이들이 귀여워 하던 하얀색 고양이였다. 파랗고 노란 눈깔을 깜박이며 사람들에게 먹이를 구걸했다. 고양이는 어느날인가 벽돌에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으깨져 죽었다. 사고로 죽은 것인지 죽임을 당한 것인지 확실히 기억 나지 않았다.

누구시죠?

짝눈 여자가 물었다.

다웨이는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몇 시간이나 이유 없이 생고생을 한 것에 대한 울분이 격하게 쏟아져 나왔다.

짝눈 여자는 잠자코 듣더니 병실로 안내했다. 병원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병원 밖에는 사람은커녕 짐승 한 마리도 안 지나가던데 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었다.

병상 위에 여자 아이를 눕히자 의사 가운을 입은 남자가 들어 왔다. 짝눈 여자와 남자는 처음 듣는 외국어로 이야기 했다. 영어인가? 일본어? 다웨이는 학교에서 외국어를 공부한 적이 없었다. 다웨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그냥 모두 외국어였다.

환자 한 명 더 있죠?

짝눈 여자가 물었다.

다웨이는 움찔했다. 하지만 자기는 정말 숨길 생각이 없었다.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차피 여자 시체를 택시에서 끌어내야 했다. 시체를 끌어내 지갑을 꺼내야 했다. 택시비만 챙기면 이 악몽은 이제 끝나는 거였다.

죽었어. 죽었다고.

다웨이는 혼잣말 하듯 말하며 택시로 향했다. 택시 안의 여자는 눈을 감고 있었다. 이걸 이제 어쩌지. 다웨이가 중얼거렸다.

아직 안 죽었어요.

짝눈 여자가 말했다. 다웨이는 짝눈 여자를 바라 보았다. 이 아이도 의사인가? 순간 그는 아까 본 남자 의사와 짝눈 여자 아이가 묘하게 닮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둘은 부녀 관계임이 틀림없었다.

그럼 어쩌지?

차에서 꺼내세요.

다웨이는 짝눈 여자가 시키는대로 했다. 여자를 꺼내 병실로 옮겼다. 짝눈 여자는 간호사로 보이는 남자와 응급 조치를 취했다. 수혈 팩을 여자 팔에 꽂으며 말했다.

이제 가셔도 돼요.

다웨이는 용기를 내서 말했다.

택시비를 받아야 가지.

짝눈 여자가 다웨이를 빤히 바라 봤다.

이 아줌마 돈 없는데요.

다웨이는 당황했다. 그리고 화가 났다.

도, 돈이 없다니? 뒤져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저리 비켜 봐!

다웨이는 의식불명 상태인 여자의 몸을 거칠게 뒤졌다. 사실이었다. 여자에겐 지갑이 없었다. 주머니에도 동전 한푼 없었다. 

다웨이는 허탈했다. 다 때려치고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분통이 터졌다. 그냥 이대로 집에 가면 평생 분한 마음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택시비를 받기 전까진 못 가!

짝눈 여자는 마음대로 하시라는 표정이었다. 다웨이는 더 화가 났다. 개새끼들. 쌍년들. 입에서 마구 욕이 나왔다. 휴지통을, 벽을, 침대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

누군가 어깨를 두드렸다. 아까 본 남자 의사였다. 자기를 따라 오라고 했다.

택시비를 챙겨주려나 보다. 다웨이는 기분이 누그러졌다.

다웨이가 따라 간 곳은 사무실이었다. 의사는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뭐가를 꺼냈다. 받으라고 했다. 수갑이었다.

응? 얼떨떨해 하는 사이 다웨이의 양 손은 순식간에 수갑이 채워져 라지에이터에 묶였다.

이거 풀지 못해!!!

다웨이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지만 움쭉달싹 할 수 없었다. 의사는 의자를 꺼내 다웨이 앞에 앉았다. 그리고 물었다.

당신 어디서 왔지? 

억양이 이상했다. 북경어도 아니고 남부 지방 사투리도 아닌 이상한 말씨였다. 의사는 계속 말했다.

여자를 찌른 걸 기억 못하는 건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여자를? 다웨이는 남을 해친 적이 없었다. 평생 남한테 맞은 기억만 있지 누굴 찌르긴커녕 건드려 본 기억은 없었다.

당신 납치된 적 있지. 오래 동안 갇혀 있었잖아. 기억 안 나나? 

다웨이는 의사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정신병원임이 틀림 없었다. 애당초 이런 산속에 병원이 있는 것이 수상했다. 여기 이대로 있다간 자신도 미쳐 버릴 것이 틀림없었다. 다웨이는 수갑에서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썼다.

여기서 우리와 함께 일했던 놈이야. 장원보. 몰라? 너를 이렇게 만들었어. 너는 무슨 조건에서 발동되지? 냄새? 소음? 

의사는 다웨이 귀에 대고 손가락을 딱딱 튕겼다. 수갑에서 손이 빠졌다고 생각한 순간 다웨이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택시 안이었다. 택시는 공사장의 지반 위에 추락해 있었다. 시멘트가 아직 덜 굳어 있었기 망정이지 아니면 죽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목에서 피가 많이 나고 있었다. 손에서도 피가 나고 있었다. 엄지손가락이 탈골돼 있었다. 다웨이는 기억하려 애썼다. 짝눈 여자애가 칼을 휘두른 것이 생각났다. 위협을 하려고 휘두른게 아니었다. 분명 자기를 죽이려고 했다. 손으로 막지 않았으면 목이 잘렸을 것이다. 그래도 도망치기 전 의사 손에 연필을 박아 넣은 게 기억 났다. 다웨이는 미소 지었다. 택시비 대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병원에 가야 했다. 병원에 갔다가 죽을 뻔 해서 다시 병원에 가야 하다니. 그는 병원에 가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병원 가는 게 무서웠다. 앞으론 흰색 가운만 봐도 무서울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릴 때 짝눈 고양이는 자기가 죽인 것 같았다. 그는 원래 흰색을 싫어했다. 고양이가 발에 머리를 문대자 화가 났던 것 같았다.

그는 더 많은 것이 기억 났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의사는 다웨이가 감금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의사는 다웨이가 먹은 이상한 쌀밥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의사는 분명 많은 걸 알고 있었다.

그 병원을 찾아간 건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택시 안에 두 여자는 모녀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둘은 따로 택시에 탔다. 아니 따로 태웠다. 후퉁(胡同)에서 여자아이를, 아성(鵝城)에서 여자를 태웠으니 둘은 모녀일 리가 없었다. 약도는 택시 기사가 그려준 것이었다. 다웨이는 원래 택시 기사가 아니었다. 다웨이는 조선소 노동자였다. 원래는 택시 기사를 태우고 가려고 했는데 죽어 버리는 바람에 여자를 한 명 더 태운 것 같았다.

그는 소문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 의사가 정말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지, 자신의 "상태"에 대해도 진단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애가 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모든 게 엉망이 됐다.

그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애당초 다웨이는 너무 열성 인자가 많았다. 이런 열악한 몸으론 여자애 한 명조차 당해내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작품 등록일 : 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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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당
You   
내가 다 정신 착란을 일으킨 거 같앜ㅋㅋ
  
공포영화 한편 뚝딱 본거 같음
너무 좋아
진미오징어   
소름 또 돋았어
복숭아   
와.
진미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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