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18
대런 월시는 총구 앞에 섰던 때를 기억했다. 총구로부터 5m 정도 거리에서 상대방의 눈을 주시하고 있었다. 상대는 대런을 죽일 생각이었고 언제든 방아쇠를 당길 생각이었다. 

대런은 무섭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의 공격을 상대하며 느낀 기분과 다르지 않았다. 주먹, 발길질, 칼질을 피하며 대런이 느낀 감정은 옅은 흥분이었다. 두려움이 아닌 기대감이었다. 

대런은 어릴 때 고아원에서 본 TV쇼를 기억했다. 시속 200km로 달려오는 차를 뛰어 넘는 남자였다. 그는 유도 도복을 입고, 스타워즈 제다이 마스터처럼, 고속 질주하는 차를 연거푸 뛰어 넘었다. 그는 자신만만했고, 즐거웠다. 그는 두어번 차에 부딪쳐 병원에 입원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신의 또라이 짓을 즐겼다. 

대런은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죽음을 뛰어넘을 때 느끼는 쾌감이 더 컸던 거였다. 잘 보고 피하면 죽지 않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상대에 대한 우월감. 죽음보다 강해진 느낌. 

대런은 유도 도복 사나이의 최후를 TV 뉴스에서 보았다. 그는 마지막 시도에서 불안해 보였다. 몇번이고 중도 포기했다. 그는 그때 그걸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촬영을 위해 억지로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죽었다. 그는, 결국 모두가 예상했던대로, 200km로 달려오는 차에 치어 죽었다. 

마음이 무거우면 몸도 무겁다. 마음이 가벼워야 몸도 가볍다. 

대런이 터득한 생존법은 행동을 일으키는 “예비 신호”가 아니라 결정적 순간 마음을 가볍게 하는 법이었다. 죽음 앞에 마음이 가벼우면 죽지 않았다. “일”이 아니라 “재미”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웠다. 

대런은 45구경 권총으로 무장한 마약 팔이범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대런은 그의 눈을 보고 알았다. 두려운 건 내가 아니라 저 사람이란 사실을. 

총성이 울렸고 총알은 빗나갔다. 그는 분명 총을 쏴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죽여 봤을까? 그건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거였다.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 거였다. 눈을 떼는 순간, 긴장감이 끊어지는 순간, 총알은 몸 속 깊이 파고 든다. 탄창에 총알이 모두 비워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10초 정도. 총알은 하나도 맞지 않았다. 그는 칼을 빼들었지만 칼은 총보다 피하기 쉬웠다. 

어려운 건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거였다. 한 명일 때는 어찌저찌 처리가 가능했지만 두 명 이상일 경우 몹시 까다로웠다. 그때 그 두 명을 무리해서 죽이는 바람에 브로디에게 잡힌 거였다. 한 명이었다면 잡히지 않았을지 모른다. 

대런 월시는 브로디가 자기를 왜 고용한 것인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브로디는 분명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그것도 여러 번 죽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텐데 왜 그랬을까? 

대런은 언젠가부터 자신이 굉장한 운을 타고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태어나긴 최악의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몇번의 죽을 위기를 넘기다 보니 사실 운이 나쁜 게 아니라 억세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난하고 힘든 인생이라도, 어쨌든 죽는 것보다는 나은 운 아닌가? 

대런은 쿡스타운에서 한눈을 팔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브로디 3m 뒤에서 걷고 있었다. 몇 년 전과 세상 달라진 도시 풍경에 정신이 필려 있었지만 후드 티를 입은 남자가 앞으로 끼어드는 걸 놓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못 봤을 수도, 무시했을 수도 있었지만, 대런의 몸은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후드 티의 다리를 걸어 넘어 뜨리고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볼펜을 빼앗았다. 그는 볼펜으로 브로디를 찌르려 했다. 볼펜은 송곳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한쪽 팔이 부러졌지만 칼을 꺼내 들고 거칠게 저항했다. 대런은 후드 티를 쫓으려 했지만 브로디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볼펜만 갖고 가자고 했다. 브로디는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놈이 어디서 왔는지,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무슨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는지. 

대런은 경호나 호신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 회사로부터 뭘 하라고 지시 받은 적도 없었다. 대런은 자기가 어떤 과정도 없이 자연스럽게 브로디의 경호원이 된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이 일에 적성이 맞는 것이 이상했다. 

자신이 지금껏 죽지 않고 살아온 운이 과도했기 때문 아닐까 생각했다. 그 운이 흘러 넘쳐 브로디도 돕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브로디는 처음부터 그걸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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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운손입니다. 오늘 헤드라인은 아일랜드에서 시작돼 전유럽에 도입 중인 농업 혁명에 대한 소식입니다. 이른바 라나-아이먼 농법이라 불리는,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천연 유기농법인데요, 기존 유기농법은 농약과 비료를 제한적으로나마 사용하고 수확량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라나-아이먼 농법은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더 많은 양의, 더 뛰어난, 더 맛좋은 작물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제2의 농업 혁명이라 불리는 라나-아이먼 농법, 산업부 기자 제이미 클락이 자세한 소식 전합니다. 

1920년대 도입된 하버-보슈 공법은 암모니아 대량 생산 기술로 공기 중 질소를 화학적으로 이용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버-보슈 공법은 밭에 무제한의 질소 양분 – 화학 비료를 공급해 농업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인구가 늘면 식량 부족으로 인구가 자연 감소한다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무너뜨리며 인류 역사를 뒤바꿔 놓은 것이죠. 하지만 이 화학 제조 기술에 의존한 농법은 토양 황폐화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더 많은 화학 물질을 사용할수록 더 강한 병충해가 발생하고, 아무리 많은 양의 비료와 농약을 퍼부어도 작물의 30% 이상이 병충해로 죽는 것이 하버-보슈 공법에 기반한 현대 농업의 현실입니다. 

이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화학 비료의 사용량은 700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작물 생산 증가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고농도의 비료를 쓸수록 땅은 무기질화. 무기질화 된 땅은 물과 바람에 쉽게 침식. 전세계적으로 1분마다 축구장 30대 면적의 표토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농림청 토지 정책 과장 롭 몰로이의 설명을 들어 보시겠습니다. 

…아일랜드 땅을 예로 들면, 대부분이 사막화 된 상황입니다. 이 차트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일랜드 농업 지대 땅 속 탄소, 유기질, 미생물 수치가 몽고 고비 사막과 크게 다르지 않죠? 우리는 사막 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겁니다. 끝없이 많은 화학 물질을 퍼부어서. 하버-보슈 공법은 농업을 자연 생태계로부터 격리시켰습니다. 농업은 자연 생태에 기반한 사업인데 자연 생태를 거부하고 우리 따로 살겠다고 한 것이죠. 모래 위에 집을 지어 놓고, 무너지지 않게 끊임없이 보수 공사를 하면서, 우리집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큰소리 치는 꼴입니다. 

아일랜드 토종 기업 버크 오거닉스는 3년 전 라나-아이먼이라고 불리는 곰팡이를 이용한 농법을 개발합니다. 자연 상태의 식물들은, 화학 비료가 아닌, 곰팡이를 통해 양분을 전달받고, 곰팡이를 이용해 병충해를 막는다는 사실에 착안, 비료나 농약 없이 작물이 예전과 다름없는 수확량을 유지하게 만드는 슈퍼 곰팡이를 개발합니다. 버크 오거닉스 연구원 릴리 가드너의 설명입니다. 

…기존 자연 상태에 식물 뿌리에 기생하는 곰팡이들은 현대 농법이 사용된 농지에서의 생존율이 낮습니다. 화학 비료, 농약, 밭갈이 등으로 곰팡이들은 농지에서 사실상 멸종 상태에 이르죠. 저희가 개발한 신종 곰팡이는 기존 현대 농법이 적용된 환경에서 생존이 가능하며, 새로운 환경 이식 후 2년 뒤 생존율이 80%에 달합니다. 오래 살아 남을수록 생존율은 더 높아지는 특징을 보이죠.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곰팡이로 인해 작물의 품질이 더 우수해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기존 농법으로 생산한 이 토마토와 라나-아이먼 농법으로 생산한 이 토마토를 비교해 보면, 후자가 더 크고 빛깔도 좋은데, 실제 맛도 더 좋습니다. 

…곰팡이가 작물에 정착하면 작물과 네트웍을 형성합니다. 작물이 필요로 하는, 결핍된 영양분을 곰팡이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거죠. 그 결과, 작물은 더 크고 강하게 자라고, 곰팡이에게 더 많은 양분을 공유하게 됩니다. 완벽한 공생 관계가 형성되는 거죠. 

라나-아이먼 농법은 유럽 연합의 법령 개정을 통해 유럽 전역에 순차적으로 도입되는 중입니다. 영국, 프랑스, 이태리, 독일, 폴란드 등 일부 지역에 시험적으로 도입된 상태인데, 그 결과가 놀랍습니다. 

…(영국, 요크셔험버)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죠. 아니 아무것도 안 줬는데 이렇게 잘 자랄 수 있는 거야? 

…(프랑스, 브레따뉴) 처음엔 사기인 줄 알았죠.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랬는데 진짜로 가능했다니 말이죠. 여기 밭을 보세요. 전년보다 수확 예상량이 비교도 안 되게 늘었어요. 

…(이태리, 알바) 저희는 고급 레스토랑들과 직접 거래를 해서 더 비싼 가격에 작물들을 판매 중입니다. 원래 비싼 종자를 썼는데, 이제는 일반 종자를 써도 그에 못지 않은 뛰어난 열매를 생산합니다. 

백년 전 인류는 굶주림에서 해방되기 위해 화학 비료를 개발했습니다. 이제는 화학 비료의 족쇄에서 해방될, 지속 가능한 농법이 간절한 상황입니다. 아일랜드의 라나-아이먼 농법은 농약과 비료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식량 생산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가히 제2의 농업 혁명이라고 불릴만 한데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런던 클리닉의 호흡기 전문의 토마스 퀸의 의견입니다. 

…어떤 미생물이든 자연 발생적이지 않은, 연구실 같은 폐쇄된 환경에서 개발된 경우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 측에선 충분한 임상 실험을 거쳤다고 하지만 자연 환경에서는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릅니다. 이 미생물이 가축과 인간에게 어떤 위협이 될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유럽 연합 측에선 해당 문제에 대해 수백명의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라나-아이먼 농법은 유전자 조작 작물 GMO보다 월등한 식량 생산 기술이며, 인체 혹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극히 적거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제이미 클락이었습니다. 

작품 등록일 : 2026-03-14

▶ Brody’s files #19

▶ Brody’s files #17

나는 대런이가 좋아
진미오징어   
전에 대런에 대한 묘사를 보고 생존을 운에 맞겨서 생존률이 희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 있었는데 흠 이제보니 대런은 매번 살아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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