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디의 초등학교 시절 교사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동물과 식물이 다른 점이 뭔가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교사는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 하는 브로디에게 물었다. 동물과 식물의 차이점은 뭐냐고. 브로디의 대답은 이랬다.
동물은 죽으면 냄새가 지독한데 식물은 죽으면 냄새가 좋아요.
브로디 입장에선 “까마귀는 검고 백로는 희다”는 말처럼 당연한 말이었지만, 교양 없는 집에서 자란 시골 초등학생들에겐 이상하고 웃기는 말이었다. 이들은 브로디의 대답에 책상을 두드리며 원숭이처럼 시끄럽게 웃었고 그 뒤로 브로디를 “Body-Rot(시체썩)”이라고 불렀다.
브로디의 어릴 적 가장 큰 궁금점이었다. 왜 동물에게선 나쁜 냄새가 나고, 식물에게선 좋은 냄새가 나는지. 식물은 죽을 때도, 몸뚱이가 썩을 때도 좋은 냄새가 나는데, 동물은 아무리 건강해도, 아무리 몸을 청결히 해도, 온갖 역한 냄새를 풍긴다. 과학은 동물의 몸이 단백질로 돼 있고, 단백질은 아미노산과 암모니아로 분해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왜 동물의 몸이 아미노산과 암모니아로 만들어진 것인지, 왜 암모니아에서 그런 냄새가 나도록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브로디는 일가족의 사체를 보고 있었다. 가족은 계곡에서 캠핑 중이었다. 30대 가장과 그의 아내, 그리고 어린 딸. 비가 많이 내렸던 이틀 전 살해됐을 것이다. 덥고 습한 날씨에 부패가 빠르게 진행된 사체에서 맹렬한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수사관들은 냄새 때문에 범행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브로디는 냄새 역치가 높았다. 냄새를 잘 맡으니 냄새에 예민할 것이고 불쾌한 냄새에 거부감도 심할 것이라 사람들은 생각했지만, 많이 알면 수용의 범위도 넓어지는 법. 브로디는 일반인들은 1초도 참기 힘든 시체 썩은 냄새도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브로디는 이곳에 낯선 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족의 냄새는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가족이 아닌 개체의 냄새는 쉽게 구분 가능하다. 문제는 낯선 이의 흔적이 끊겼단 점이었다. 물이 많이 흐르고 있었다. 물은 냄새의 적이다. 물에 의해 흘러 내려간 냄새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껏 늘 그랬듯, 브로디는 냄새 프로파일링을 해야 했다. 빗물에 쓸려 가지 않은, 텐트 안에 남은 낯선 이의 냄새를 분석해야 했다. 브로디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했다. Wild guess game. 다른 이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자신의 주특기라고 생각했다.
일가족 살인 사건엔 생존자가 있었다. 4살짜리 막내 아들이었다. 수영복 차림으로 계곡 물가에서 울고 있는 걸 동네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데려갔다.
아이의 진술에 따르면, 산에 사는 괴물이, 한밤중에, 텐트에 침입해 가족들을 죽였다고 했다. 붉은 털로 뒤덮인, 날카로운 발톱과, 새빨간 눈을 가진, 입에서 피를 흘리는 괴수였다고 했다. 다른 나라였다면 야생 동물의 소행이라고 했겠지만, 아일랜드에는 곰도 늑대도 없다. 인간을 그렇게 죽일 수 있는 동물은, 아일랜드에는, 오직 인간 뿐이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탐지견을 데려 오려 했으나 “개는 말을 못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뼈저린 문제인지 그동안 여러 번 절감했다. 수사관들은 이번에도 하는 수 없이 브로디를 불러야 했다.
브로디가 그동안 절감한 것은 인간의 말은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멀쩡한 사람의 아무리 구체적인 진술도 많은 경우 거짓이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한다. 말의 태생적 본질이다. 인간은 거짓을 의도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다. 하물며 4살짜리 아이의 말은 어떨까.
사건 현장에는 동물도 괴물도 없었다. 사건 현장에 나타나 일가족을 살해한 건 사람이었다. 괴수도 아니고 빅풋도 아니었다. 백인 성인 남자였다. 브로디는 이 남자가 정상적인 인간의 환경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비바람을 막아주는, 상하수도가 설치된 공간에 살고 있지 않았다. 그는 분명, 문명이 아닌, 야생의 환경에 살고 있었다.
브로디는 이 남자가 동굴에 거주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의 몸에는 곰팡이가 있었다. 도시 주택에서 흔히 보는 곰팡이가 아닌 어둡고 습한, 야생에서 자라는 곰팡이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근거 없는 추론이었지만, 곰팡이 냄새에 익숙한 브로디 입장에선 유일한, 그리고 가장 확실한 추론이었다.
경찰은 일대 동굴을 전수 조사했다. 용의자는 하루만에 잡혔다.
조 힌들리. 여행 가이드이자 탐험가였다. 철인 3종 경기에도 출전한 스포츠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전 취식범이었다. 돈 버는데 소질이 없었던 그는 끼니를 무전 취식으로 해결했으며, 마트 식료품을 훔치기도 했다. 거주지가 일정치 않았던 그는 자신이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는 공소시효가 6개월 정도 남았다는 사실을 알고 6개월 동안 “동면” 하기로 했다. 그는 올드브리지 산 속으로 들어가 그곳의 동굴에서 6개월 동안 최소한의 생명 유지만 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1) 인간은 최소한의 생명 유지를 하는데도 엄청난 열량이 필요하다는 점, 2) 인간의 뇌는 어두운데 홀로 있으면 병적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오랜 시간 배고픔과 외로움, 그리고 두려움에 시달린 조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다. 아주 작은 소리와 불빛에도 발작 증세를 일으켰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환각과 환청에 시달렸다. 그의 정신병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건 아마도 “동면” 4개월쯤이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사건 당일 조는 토끼굴을 찾고 있었다. 배가 몹시 고파 토끼를 잡아 먹으려고 했다고. 그는 사냥에 성공했다. 뭔가를 먹었다. 그게 토끼였는지 아니면 죽은 동물의 사체였는지는 분명치 않았다. 분명한 건 그가 멀리서 본 일가족의 야영 불빛에 위협을 느꼈다는 거였다. 그는 불빛이 점점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했다. 자신이 죽을 힘을 다해 잡은 토끼를 빼앗기 위해 다가온 불빛이라고 했다. 겁이 난 그는, 식량을 사수하기 위해, 손에 든 무언가를, 불빛을 향해 휘둘렀다고 했다. 그게 전부였다. 조 힌들리의 이후 진술은 해독이 불가능했다.
조 힌들리 살인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로 조는 “올드브리지의 식인 괴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4살짜리 생존자의 증언 대로였다: 산에 사는 “붉은 털로 뒤덮인, 날카로운 발톱과, 새빨간 눈을 가진, 입에서 피를 흘리는 괴물’이 사람을 잡아 먹었다고. 그의 손과 발에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 있어서 사람을 정육점 고기처럼 갈갈이 찢는다고.
브로디는 알고 싶었다. 식물은 최소한의 자원으로 생명 유지가 가능한데 어째서 인간은 식물처럼 가만 숨만 쉬어도 밥을 먹어야 하는지. 식물은 햇빛으로 에너지를 얻는데 어째서 동물은 다른 생명을 잡아 먹어야 하는지. 나무, 기름, 석탄 같은 고열량 에너지원이 지천에 널려 있는데 왜 그걸 섭취하지 못하는지. 왜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거나, 공기 중 질소를 고정하거나, 흙 속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는지. 수렵 채집보다 쉽고 안전한, 한없이 인도적인 에너지원이 있음에도 왜 이런 살육적 방식을 취해야만 하는지.
브로디는 누가, 처음에, 왜, 이렇게 만든 것인지 알고 싶었다. 무슨 의도로, 다른 생명체를 잡아 먹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게 만든 것인지. 대체 무슨 의도로, 생존을 위해, 밥을 먹기 위해, 고통 받아야 하는 것인지. 당최 어떤 억하심정으로, 밥을 먹어도 고통 받고, 밥을 안 먹어도 고통 받고, 밖에서 부대껴도 고통 받고, 동굴 안에서 혼자 숨만 쉬어도 고통 받도록 만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