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6
브로디는 요일에도 냄새가 있다고 생각했다. 땅에 의해 만들어진 대기는 도시에서 인간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다. 인간들에 의해 소모된 공기가 배출돼 요일마다 다른 냄새를 만든다.

월요일 아침 냄새가 일요일 아침과 다른 이유다. 일요일은 나무 냄새가 난다. 월요일 아침은 타지 않는 나무에 불을 붙인 냄새가 난다. 브로디는 도시의 월요일이 싫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월요일은 더 그랬다. 

발로더리 이스트의 어느 정형외과였다. 20대 여자가 죽어 있었다. 교살된 것으로 보이는 시체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효과적인 살인이었다. 전문가의 솜씨 같았다. 사건은 토요일에 일어났을 것이다. 냄새가 낮게 깔려 있었다. 기화된 분자들이 먼지처럼 가라앉아 바닥에 흘러 다닌다.

바닥에 엎드려 냄새를 맡는 브로디 옆으로 목발을 짚은 중년 남자가 다가 왔다.

곤니찌와! 오하히오고자이마스!

브로디는 이 남자가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무시했다.

오겡끼데스까!

브로디는 수사 중인 살인 현장에 이런 병신을 출입시키는 경시청 직원들의 무심함이 믿기지 않았다. 이 멍청이는 분명 일본인 펜팔 친구가 있거나 일본 여행을 갔다 왔을 것이다. 그런 계기로 일본어 몇 줄 배우고 나니 세상 모든 동양인이 일본인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가만 뒀다간 시끄러워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브로디가 일어나 말했다.

여기 들어 오시면 안 됩니다. 

아, 일본인 아니십니까?

아일랜드 인입니다.

목발 남자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일랜드에는 동양계 시민권자가 많지 않았다. 수사대 직원이 목발 남자를 제지했다.

이젠 좀 나가 주세요.

목발 남자는 순순히 나가지 않았다.

아니, 내가 여기 신고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나 이 병원 단골이라니까?

목발 남자는 수사에 도움이 되고 싶은 것 같았다. 브로디가 물었다.

이 병원 의사를 잘 아십니까?

아 그럼! 오늘 아침에도 통화 했다니까?

살인 사건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

아니,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는 않더라고.

혹시 그분 취미가 낚시인가요?

목발 남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소?

브로디는 묻는 말을 무시하고 물었다.

죽은 여자에 대해선 아세요?

여기 간호사구먼, 사복을 입으니까 더 이쁘네. 죽었는데도.

둘이 어떤 관계였는지 아세요?

목발 남자는 당황했다.

그건 왜...

브로디는 간단히 설명했다.

의사 분이 용의자입니다.

목발 남자가 흥분했다.

아니, 그럴리가 없는데? 둘이 좋아했는데?

목발 남자는 흥분해서 의사에게 불리할 증언을 내뱉었다. 토요일 간호사가 병원에 들렀고, 누군가 뒤따라와 살해한 사건이었다. 모든 정황 증거가 병원 의사를 가리키고 있었다.

브로디는 그러나 석연치 않았다. 바닥에 가라앉은 냄새. 항상 있던 냄새가 아니었다. 

동물은 머무는 장소에 냄새를 남긴다. 영역 표시를 하지 않아도, 머무는 자리엔 머문 시간만큼 흔적을 남긴다. 원래 있던 사람과 잠시 방문한 사람은 쉽게 구분된다. 

의사가 범인이라면, 토요일 일요일 병원에 낯선 사람은 없어야 했다. 하지만 방문한 사람이 있었다. 방문객은 토요일에 병원에 왔고 땀을 흘렸다. 지금은 12월이다. 무엇 때문에 땀을 흘렸을까?  

경찰은 브로디에게 CCTV 감식 결과를 보여 주었다. 주말 동안 방문객은 한명이었다. 토요일 저녁 8시 등산복을 입고 색안경을 낀 남자였다. 경찰은 이 사람이 병원 의사라고 했다. 

병원 의사는 이틀 뒤 리피 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CCTV에서 봤던 그 복장 그대로였다. 그때 브로디는 알았다. 범인이 완전 범죄를 계획했다는 사실을. 

1) 익사한 의사의 부검 결과 주사 바늘 자국이 발견, 그러나 사인은 여전히 익사. 
2) 범인은 의사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3) 의사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간호사도 같이 죽인 것. 
4) 범인은 의사를 먼저 주사 바늘로 마취시킨 뒤, 의사의 휴대폰으로 간호사를 불러 살해. 
5) 범인은 의사가 낚시 갈 때 입는 옷과 같은 옷을 입고 병원에서 대기하다 간호사를 살해한 후, 마취된 의사를 강에 던져 익사시킨 것. 
6) 범인은 단서를 남기지 않기 위해 비닐을 먼저 입었고, 그 때문에 땀을 흘린 것. 

용의자가 잡혔다. 휴 메이슨. 브로디는 그가 토요일 저녁의 방문객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 정형 외과 의사로 15년 전 같은 병원 동업자였다. 그는 병원 개업 후 2년 만에 다른 병원으로 옮겼으나 동업한 병원에 40%의 소유권을 갖고 있었다. 최근 이 병원 건물의 재개발 계획이 있었으나 희생자가 소유권을 팔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재개발 사업에 투자한 휴는 큰 손해를 보고 있었다. 

휴는 침착했다. 그에겐 당혹감도 죄책감도 없었다. 그는 범행을 부인했으며, 뭔가 오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차분히 자신의 알리바이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껏 브로디가 만난 범죄자들과 다른 유형이었다. 그에겐 외로움의 냄새도, 결핍의 냄새도 없었다. 그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 정상적인 가정을 꾸린, 개미처럼 성실하고 시계처럼 철두철미한 남자였다. 누가 봐도, 어떻게 봐도, 이런 짓을 저지를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브로디는 카브라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이 생각났다. 

기독교 신자는 독실한 교인이었다. 교회 목사 조언을 믿고 재개발 예정지에 땅을 샀다. 교회에 믿음이 돈독했기에 빚을 많이 졌다. 하지만 개발 예정지에 혼자 사는 노인이 이주를 거부. 공사일이 미뤄지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신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된 기독교 신자는, 매일 하던 기도를 그만 두고, 청부살해업자를 고용해 노인을 살해했다. 기독교 신자는 간절했기에 신을 믿었고, 그만큼 간절했기에 살인을 했다. 그에겐 죄책감도 뉘우침도 없었다. 그는 기도를 한 것이고, 어쩌다 보니, 기도가 이뤄진 것이었다. 

발로더리 이스트 정형외과 살인 사건엔 냄새만 남았다. 죽은 의사의 몸에는, 주사 바늘 자국 외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입증 가능한 증거물은 없었다. “3일전 사건 현장에 남은 냄새는 용의자의 냄새가 확실하다”는 브로디의 진술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없었다. 인간으로서 지나치게 예민한 브로디의 후각은 법적으로 납득 가능한 범위에 해당되지 않았다.

휴 메이슨은 기소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까지 침착했다. 자유의 몸으로 풀려 나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돈 때문에, 무고한 사람 2명을, 치밀한 계획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죽인 사람이었지만 브로디는 그에게 감정을 갖지 않았다. 

브로디는 한때 선량함의 냄새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선량한 사람과 범죄자 사이엔 분명한 유전적 차이가 있을 것이고, 이를 냄새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범죄자들을 만나면서 그런 믿음은 사라졌다. 더 많은 범죄자들의 냄새를 확인할수록, 선량한 사람과 범죄자 사이의 경계는 흐려졌다. 

브로디가 깨달은 것은 말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선량함은 말 뿐이었고 말에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언어는 거짓이고 냄새는 본질이다. 선량함의 냄새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작품 등록일 : 202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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