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3
버크 사장님, 기자 분 오셨습니다.

예.

들어오시라고 할까요.

그러세요.

브로디는 집무실 환기구에 오고 가는 공기를 통해 직원이 아닌 사람의 출입을 경비원보다 먼저 알 수 있었다. 기자는 동료를 데리고 왔다. 아마도 사진 기자일 것이다. 

안녕하세요, 데렉 존스 기자입니다.

사진은 안 찍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게... 혹시 마음 바뀌셨을까봐.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럼... 저만 혼자 인터뷰 진행하기로 하겠습니다.

예.

아무튼...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공식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으신 걸로 아는데요.

제가 그 언론사 구독자라서…

아 그렇군요. 그럼 제 기사도 전에 읽어 보셨겠군요?

예.

미리 말씀드리지만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여기서 나눈 말은 모두 기사화 될 수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첫번째 질문부터... 팜플러스와 관계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지요?

인수 제의를 거절한 뒤… 저희 제품이 팜플러스의 유통망에서 모두 제외됐습니다. 

그럼 지금 유통은 어떻게 하고 계시죠? 아일랜드랑 영국에서?

저희와 직접 계약한 운송 업체가 몇 있는데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농산물은 지금 당장 유통 되지 않으면 버리게 되잖아요.

현재 재고를… 북미나 극동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인수를 거절하신 이유는 뭔가요?

팜플러스는 원래… 고리대금업을 하던 회사입니다. 지금은 유통업인데… 사업 본질은 그대로입니다. 생산자가 빚을 지게 만들고 자신들에게… 종속되게 만드는 거죠.

데렉 존스 기자는 브로디가 뭔가를 길게 설명하는데 불편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았다. 말이 조금만 길어지면 과부하 걸린 기계처럼 작동을 멈추고 돌부처처럼 한참 말이 없었다. 기다리던 상대가 다른 말을 꺼내려고 하면 그제서야 다시 말을 시작했다. 존스 기자는 브로디가 왜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극구 사양해 왔는지 알았다. 성격 때문이 아니라 남에게 뭘 설명하는게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브로디는 분명 검정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를 휘어잡으며 주주들을 감복시키는 타입의 사업가는 아니었다. 

팜플러스는 아일랜드 최대 농축산물 생산 기업 아닌가요?

팜플러스는 채무 관계로 생산자들을 통제합니다. 생산자들은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팜플러스가 유통망까지 장악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인수를 거절하신 이유는...

간략히 설명을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브로디 입장에선 간략한 설명이 어려운 이야기였다. 냄새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과 언어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다. 굳이 말이 필요없는 사람과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소통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존스 기자는 브로디의 두서없는 이야기를 정리했다.

그러니까… 두 회사의 설립 이유가 다르다는 거지요. 버크 오거닉스는 땅에서 뭔가를 생산하는, 제조업인 셈이고, 팜플러스는 자본을 증식시키기 위해 땅을 이용하는 금융 투자에 가깝다는 말씀이시죠.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버크 오거닉스 소유주가 팜플러스로 바뀌면 버크 오거닉스의 방식대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는 거고요. 팜플러스는 버크 오거닉스의 제품을 팔아주는게 아니라, 버크 오거닉스의 경작지를 자기들 마음대로 이용하는게 인수 목적이라는 얘기고요.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품 만족도는 버크 오거닉스 쪽이 높은데 말이죠?

땅에는 소를 기르거나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부가가치가 높다고. 

하지만 모든 땅을 그렇게 만들 수는 없잖아요. 어디선가는 식량을 생산해야 하니까. 

고층 건물을 올린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고층 건물이요? 

밀과 보리를 양식하는 고층 건물. 

아하. 

그거 저희도 해봤어요. 밀 보리 감자 같은 고열량 작물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건… 

거짓말이에요. 

그럼 무슨 의도일까요? 왜 그렇게 인수에 집착하는 걸까요? 

존스 기자는 팜플러스가 인수에 집착하는 이유를 물었지만 브로디는 확답을 피했다. 본인도 잘 모르는 거나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 

혹시 특허나 재배 기술 때문은 아닐까요? 제가 알기론 버크 오거닉스에서 출원한 특허가 꽤 많은데 이 중 절반이 승인 나지 않았는지요? 

대부분 종자 특허인데 그 정도 특허는 팜플러스도 갖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시장 판도가 바뀌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른… 시장 판도를 뒤바꿀 기술이 있는지요? 


존스 기자는 브로디가 왜 안 하던 인터뷰를 하자고 했는지 알고 있었다. 적대적 인수를 방어하기 위함이었다. 팜플러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퍼뜨리고, 자기 회사를 보호해줄 흑기사 기업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러려면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자신들 입장을 호소해야 했다. 하지만 브로디는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인터뷰를 하기로 한 의도와 실제 행동이 다른 것이다. 어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존스 기자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시시한 남의 회사 인수 이야기 듣자고 인터뷰를 한 게 아니었다 존스 기자의 인터뷰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럼 질문을 바꿔서… 지금 버크 오거닉스가 다른 농산물 기업과 다른 점은 뭔지요? 무슨 차별점이 있을지요? 

수백년 전 아일랜드 땅에는 Pignut Myrica라는 토종 식물이 있었습니다. 뿌리와 열매를 먹을 수 있어요. 이 식물은 아일랜드에서 발견되는 거의 모든 병충해에 저항력이 있는데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요. 그랬던 작물이 상업용으로 들여온 외래 작물들 때문에 멸종까지 갔죠. 농약이 없으면 몇 달도 생존하지 못하는 그런 작물들한테. 

그렇게 우수한 작물인데 키우지 않게 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다년생 식물은 수확량이 일년생에 비해 떨어지죠. 수확하기도 어렵고… 기계로 한번에 수확할 수 있는 그런 편한 식물만 키우는 거에요. 다년생 종으로 수확량을 늘릴 생각을 해야 하는데…

버크 오거닉스에서는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건가요?

저희가 마리 게일이라고 부르는 Myrica류 돌연변이 작물이 있습니다. 농약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률 80% 이상을 기록하지요.

어떤 맛이죠?

무화과랑 감자를 섞은 맛 정도...

다른 작물이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경제성 면에서?

무게가 아니라 칼로리로 비교하는데 유콘 골드 감자랑 비교하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115% 정도입니다.

그럼 맛도 영양도 경제성도 갖춘 건데 조만간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건가요?

그건 어려울 거 같은데요.

왜요?

독이 있어요.

독이요?

시안화류 독인데 어른이 먹으면 구토 설사를 하지만 어린이가 먹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원래는 어른이 먹어도 죽었는데...

그럼 점점 좋아지고 있는 거네요?

그렇긴 한데 독성이 약해지면 병충해 저항력도 약해지는 경향이 있죠.

참 쉽지 않군요.

쉽지 않습니다. 

지금 드릴 질문은 제가 영국인이라서 드리는 질문인데요, 곤란하시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아일랜드 민족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 질문은… 인종적인 질문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일랜드 민족주의에 소속감을 느끼시는지요? 

저는 인종적으로 차별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아일랜드 인과 다르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영국 언론사와는 아예 인터뷰를 하지 않는 아일랜드 사람들도 있습니다. 버크 씨도 영국에 적개심을 가진 적이 있는지요?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면 아무래도… 누구나 영국에 적개심을 갖게 되겠죠. 

혹시 그게 영국 기업과 협업하지 않는 이유일지요? 

(웃음) 저는 민족주의자가 아닙니다. 사업하는 사람이 이념에 물들면 그 사업은 망할 사업입니다. 영국 기업과 협업하지 않는 이유는 팜플러스와 다르지 않습니다. 투자나 공생이 목적이 아니니까… 

그럼 민족주의에 대한 견해는 없으신 걸로 해석해도 될지요? 

몰라서 의견이 없을 수도 있지만, 알고도 의견이 없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아일랜드 인구가 아직도… 19세기 때보다 적습니다. 21세기 국가 인구가 19세기 인구보다 적은 나라는 전세계에 아일랜드가 유일하다더군요. 

그럼 대기근에 대한 입장을 물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본인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니까. 대기근에 대해선 의견이 있으신지요? 

저는… 그때… 감자 말고 다른 작물을 심을 생각은 안 해봤을까… 그런 입장입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감자는 남미에서 들여온 지 얼마되지 않은 외래종이었고… 언제든 병충해에 의해 전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농업인으로서 입장은… 감자만 먹으면 질린다는 거거든요. 지금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바빴다지만, 사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질리는 건 사실이거든요. 다른 걸 심을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있었나요? 그 시절에? 

예 있었습니다. 영국인들이 안 먹는… 토마토와 무를 심었던 사람들이 있었죠. 카사바라고 뿌리 채소 일종인데 그걸 심었던 사람들이 있었죠. 

그 사람들은 죽지 않았겠군요? 

확실한 건 네집 걸러 한집만 그런 작물들을 심었더라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살아 남았을 거란 사실입니다. 

예…

대기근을 일으킨 감자병은 남미에서 유래한 병입니다. 남미 지역에도 같은 병이 창궐했지만 거기선… 같은 참극이 일어나지 않았죠. 왜냐하면 거기 사람들은 감자 말고 다른 것도 먹었거든요. 저는… 어쩔 수 없는 비극이었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어떻게 피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 그런 생각 안 하는 거 같더라고요. 영국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굶겨 죽인 건 사실이지만… 그런 일 또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잖아요. 감자 말고 다른 것도 심어야 한다는 생각해야 하잖아요. 근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감자든, 양배추든, 오래 전엔 지역 따라 모양도 맛도 다른 수백 가지 종이 자라고 있었는데… 이젠 어딜 가도 똑같은 종류만 키웁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우린 아직도 서너가지 외래종을 주식으로 먹어요. 더 강한 농약과 비료가 있으니까 괜찮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아일랜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병충해에 취약한 땅에서 농사를 지어요. 땅을 망친 원인이 그때는 화전과 과다 경작이었지만, 지금은 농약 비료거든요. 지금 키우는 농산물 중 농약 비료 없이 키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유기농이라고 주장하는 농산물 대부분이 농약과 비료로 키운 겁니다.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으면 대기근 때처럼 전멸하니까. 


부모가 죽어도, 자식이 죽어도, 우린 다시 배가 고파집니다. 죽으려 결심해도 배고파서 밥을 찾는 게 사람입니다. 아무리 분하고 억울해도… 먹고 사는 문제보다 중요할 순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직도 땅을 이런 식으로 버려 둔 건 무엇 때문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존스 기자는 브로디의 말이 시적이라고 생각했다. 말 하기 싫어하니까, 말을 잘 못하는 대신, 이런 반대급부가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뷰 대상이 말을 이렇게 해주면 기자는 좋다. 쓸거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더 많이 클릭해보기 때문이다. 

입양하신... 그러니까 버크 씨 부모님과의 관계는 항상 좋았나요?

부모님 밑에서 저는 입양됐다는 걸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차별 받았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고요. 한번도 운 탓을 한 적이 없는데… 부모님을 만난 건 천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부당한 일을 당한 적은 없습니까? 피부색 때문에?

학교 다닐 때 자주 그랬죠.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하루는 반에서 제일 덩치 큰 애가… 닭장 청소를 하게 됐다고 나한테 열쇠를 넘기더군요. 네가 청소하고 가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학교에서 제일 큰 쓰레기통을 가져가 닭장 안에 거꾸로 엎었죠.

하하하하하하하

그 다음날 교사가 걔 아버지를 학교로 불렀죠. 걔는 자기가 그런 게 아니라고 펄펄 뛰고...

어떻게 됐나요?

걔 아버지가, 그때 저도 교무실에 같이 불려 왔는데, 저랑 교사 보는 앞에서 애를 죽도록 패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그 놈한테 아이스크림 사줬어요. 다음부터 자기 일은 자기가 하자면서.

싸운 적도 많았겠습니다.

한번 얕보이면 물어 뜯기는 게 자연 생리입니다. 만만히 보이지 않는 법을 궁리했죠. 

그게 말을 적게 하는 거였나요? 

…어떻게 아셨죠? 

왠지 그럴 거 같았습니다. 

흠. 

학교 다니실 때 공부도 잘 하셨는데 왜 하필 농업을 택하셨죠?

농업이 어때서요?

힘들잖아요? 그리고 그 성적의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해서 금융이나 의학, 법학 쪽으로 빠지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농업이 없으면 의학도 법학도 없습니다.

예... 그건 그런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록밴드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요,

예...

연주 도중에 기타리스트가 발 밑에… 디스토션이라고 하나요? 그걸 조절하더라고요, 기타 음이 파도 소리처럼 출렁출렁... 쏴아악 쏟아져요. 그러다 천둥 치는 것처럼 보컬이 노래를 불러요. 그러니까 앞에 앉아 있던 여자애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울어요 어깨를 들썩이면서.

예...

콘서트홀 관객들이 모두 같이 울고 열광하고... 그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죠. 이런 것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먹고 살아야 가능한 거라고.


인류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게 굶주림입니다. 중국은 20세기 전까지 매년 1억 가까운 인구가 굶주림으로 죽었어요. 지금까지 죽은 인류의 80%는 먹을 것이 없어서 죽었어요. 생각해 보세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농업인데 세상에서 제일 비루한 사람들이 택하는 직업이라니. 

먹고 살아야 가능하다… 

먹고 살만해진 게 고작 100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농업이 우스운 게 이상합니다. 땅을 파괴하고 착취하면서 앞으로 천년만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버크 오거닉스에서는 어떤 계획이 있는지요? 


버크 씨? 

숲에 가보셨나요? 

예?

숲에 가면 좋은 냄새 나죠. 

예…

숲에서는 좋은 냄새가 나는데 왜 밭에선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숲은 균형이 유지돼서 그렇거든요. 밭은 균형을 잃어서 그렇고. 

아… 

저희는 “땅의 균형”이라고 합니다. 숲은 땅의 균형이 유지되는데, 농지는 그렇지 않아요. 그게 냄새로 남는 거죠. 일반인도 쉽게 맡을 수 있는 냄새로. 

“땅의 균형”이 버크 오거닉스의 계획인가요? 

숲의 경작 방식을… 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터크 버글이라고 부르는 작물 같은 경우....

잠깐만요, 지금 신종 작물 이름에 다 사람 이름이 들어간 거 같은데 혹시 직원들 이름인가요?

예.

브로디도 있나요?

예.

아항.

제가 붙인 이름은 아닙니다.

브로디는 무슨 식물이죠?

비밀입니다.

아까 터크 버글은 그래서...

특정 균류가 번식하는 땅에 키우면 비료 없이 높은 칼로리 열매를 맺습니다.

독이 있나요?

없어요.

그럼 뭐가 문제죠?

가려움증을 유발합니다.

저런.

알러지 반응과 결합되면 쇼크 사에 이르기도 하죠.

버크 오거닉스 연구소는 위험한 곳이군요.

요지는… 다른 생물종을 이용하면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거에요. 과잉을 최소화해서. 

근데 인간의 개체수 자체가 과잉이잖아요. 숲의 균형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젠가요?

그렇다고 보고 있습니다. 

음… 

자연의 한계를 뛰어 넘는데 반드시 농약과 비료가 필요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에 가능한 일인가요? 그러니까... “숲”이 도시를 먹여 살리는 일이? 더 이상 농약과 비료와 단일화된 외래종에 의존하지 않고?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버크 씨는 후각이 발달됐다고 들었는데...

예.

그것 때문인가요.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일을 성공시키려면 재능보다 끈기가 중요하죠.

포기하지 않는…

포기하지 않는.

저한테는 무슨 냄새가 나나요?

저는 사람 냄새는 분석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뭔가 느낌이 있을 거 아닙니까.

꼭 확인하셔야겠습니까.

예.

결벽증에 가까운 아내, 딸 둘. 딸 하나가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있고… 최근 바꾼 차가…

우와... 무서운데요... 다른 건 없습니까?

직장 동료신가요?

예?

최근 만나는 여성 분.

음...

제가 분석하지 않겠다고 했죠.

어쨌든 감사합니다. 다른 건 없나요?

가족 중에 암 내력이 있는 것 같은데… 본인에겐 없습니다.

의사가 될 생각은 해보시지 않았습니까?

안 해 봤는데요.

왜요?

의사는 기껏 수천명을 살리지만 농부는 수천만명을 살릴 수 있죠.

제약업을 할 경우 그만큼의 목숨을 더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약업도 땅에서 생산된 자원에 기반합니다. 

제약업을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없는데요.

영국 제약회사 직원들이 연구소에 상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해독제 개발팀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저희 신종 작물 중에 시안화칼륨을 중화시키는 성분을 가진 것이 있어요.

그럼 상업적인 계약은 아닌 건가요?

그쪽에서 필요하면 계약을 맺는 거죠.

그럼 이미 제약업에 발을 담그신 건데...

저희는 자재만 공급합니다. 제약이든 대량살상무기든.

대량살상도 가능한가요?

이론적으로 가능하죠. 

자연이 만든 독은 인간이 만든 독과 어떻게 다른 건가요? 단순히 독성이 더 강한 건가요?

식물 독이 무서운 이유는... 환경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식물 독은 동물 독과 달라서… 바로 죽이지 않아요. 가장 강한 독인 피마자 씨도 먹으면 2-3일 뒤 효과가 나타나죠. 독으로…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소철 같은 경우… 소철 몸통이나 잎을 먹으면 독성 물질이 축적돼 수년 뒤 암이나 다발성 경화증으로 사망합니다. 소철을 주식으로 먹는 동물은 원인도 모른 채 멸종 위기에 몰리죠. 

그렇군요.

러시아 툰드라 지대 미나리과 식물은 줄기와 잎을 섭취할 경우 불임이나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아집니다. 자신을 먹는 동물 종 전체를 멸종 위기로 몰고 가죠.

예....

특정 식물이 군락을 형성할 경우 그런 결과가 발생합니다. 먹이 피라미드를 구축하고, 특정 종을 살게 하고, 특정 종을 살지 못하고 하고.... 자신들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거죠.

재밌네요, 인간은 바로 눈 앞에서 죽거나 파괴돼야 직성이 풀리는데 식물은 그렇지 않군요.

그렇지 않지요.

다음 세대가 돼야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 효과가...

상전벽해.

그렇군요...

인터뷰 이제 다 됐나요? 

한가지 질문만 하겠습니다.

예.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으셨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니라 기증자입니다. 

의사라고...

저는 잘 모릅니다. 무슨 일 하는지.

그분이 같은 후각 능력을 갖고 있다면 의학계에 혁명일텐데요.

그런 소식이 없는 걸로 보니 바보거나 무능력자 아닐까요? 

현재 연락을 취하고 있진 않습니까?

아니요.

아까 말씀드린 영국 제약회사 말인데요...

예?

정성주와 연락을 취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 모르는 일입니다.

이건 제 생각인데, 어디까지나 제 생각인데... 제가 만일 정성주라면, 그동안 발견한게 있다면 버크 씨에게 남겨주고 싶을 겁니다.

왜요?

같은 후각 능력을 지녔으니까. 자기 연구 결과를 누구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테니까.

제가 거짓말을 했다는 뜻입니까?

그냥 제 생각을 말씀드린 겁니다.

정성주에 대한 기사도 쓸 생각인가요?

정성주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대부분 전래동화나 도시괴담 수준의 이야기들 뿐이죠. 지금으로썬 전설 속 인물이에요. 물론 실존 인물이지만.

어쩌다 제약 회사에 알려진 거죠?

정성주는 중국에서 동료 의사와 결혼했습니다. 캐런 리즈. 영국인이죠. 그 사람 가족이 영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흠.

제가 처음 정성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땐 어떤 정신병자가 지어낸 얘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을수록 현실성이 있어 뵈더군요.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가 점점 아귀 맞아 갈 때, 그런 충격 받아본 적 있습니까? 영국 제약업계는 지금 정성주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습니다. 정성주에 대한 어떤 확증을 갖고 있는 거죠.

흠...

모르시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동안 버크 씨에 대해 조사 많이 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거의 두 권짜리 전기를 낼 정도로 많이 알게 됐죠. 그러다 보니 정성주에 대해서도 알게 된 거고요.

...

인류 역사를 바꿀 능력을 가진 이가 두 명 태어났는데, 한 사람은 인간에게 갔고, 다른 한 사람은 땅으로 갔습니다. 누가 더 큰 업적을 이룰까, 누가 세상에 더 큰 족적을 남길까… 땅을 지배하는 쪽이겠죠. 아무리 더 오래 걸리더라도. 말씀하신대로, 우리 모두 땅에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작품 등록일 : 2026-03-05
최종 수정일 : 2026-03-07

▶ Brody’s files #4

▶ Brody’s files #2

브로디 전에는 끊김없이 말 잘했던거같은데 이렇게 바꼈네여 정성주 이야기 너무너무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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