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2
도우 캘러핸 경감은 더블린 경시청에서 일하는 카톨릭 신자였다. 그는 주말마다 온 가족이 함께 성당에 가는 독실한 신자였으나 신의 용서를 믿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의 신념으로 고백 성사를 보지 않았다.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 하고 전과 기록을 남겨 낙인을 찍어야지 아무리 신이라도 죄인을 마음대로 용서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캘러핸은 작년 래쓰다운에서 있었던 여고생 살인 사건을 어제 일처럼 기억했다. 툴리 고등학교에 다니던 17살 피오나는 일요일 아침 놀이 공원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근처 공사중인 건물로 끌려가 맞아 죽었다. 범인은 피오나를 강간하려다 반항이 거세자 코뼈가 함몰되고 턱뼈가 부서질 때까지 때렸고, 숨진 피오나를 시간(屍姦)한 뒤 시체를 태우려다 동네 주민에게 발견돼 도망갔다.

그는 신이 분명 세상을, 아주 천천히, 더 나아지게 한다고 믿었다. 언젠가 신은 그런 인간이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 믿었다. 그는 미해결 사건을 자신이 평생 짊어지고 갈 업보로 여겼다. 그는 범인 검거를 신의 뜻을 수행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캘러핸은 올해 초 브로디의 아버지를 만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믿었다. 식당에서 곤란을 겪던 브로디의 아버지 윌리엄 버크를 발견한 것도, 그를 돕게 된 것도, 모두 신의 뜻이라 믿었다.

캘러핸은 그러나 아직도 브로디가 자진해서 경찰을 돕겠다고 나선 것은 이해되지 않았다. 처음엔 도시 물정 어두운 아버지를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 생각했지만, 그보다 더 절실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브로디 버크는 버크 오거닉스 인터내셔널Burke's Organics International의 실질적 소유주이자 경영자였다. 회사의 법적 대표는 아버지 윌리엄 버크이지만, 버크 오거닉스는 순전히 브로디 버크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회사였다.

"농업계의 모차르트", "대지의 마법사", 유럽 언론이 브로디 버크에게 붙여준 수식어였다. 브로디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돈이 많은 30대 사업가였으며, 아일랜드 정부가 뽑은 가장 촉망받는 기업가였다.

브로디는 경시처에 제출한 신상 명세에 자신의 직업을 농부라 적었다. 그는 냄새를 잘 맡는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범죄 현장에서 범인 잡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경찰들은 처음엔 회의적이었다. 냄새 맡을 일은 경찰견에 맡기면 되기 때문이었다. 범죄 현장에는 이미 경찰견들이 있다고 하자 브로디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개는… 말을 못하지 않습니까? 

그 후로 몇 주 동안, 캘러핸 경감은 인간의 두뇌와 개의 코가 결합되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 목격했다. 범죄 현장에 들어선 브로디는 이곳에 누가 있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공기 중 떠도는 극소량의 분자 알갱이로, 다 알아낼 수 있었다. 브로디의 코는 세상만물의 잔상을 볼 수 있었다. 범행 현장의 나이프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뒤, 어떤 궤적을 그리며 현재 위치에 놓이게 됐는지, 나이프를 손에 쥐었던 사람의 DNA와, 그 사람의 과거 행적을 리와인드 영상을 보듯 파악할 수 있었다. 

브로디는 냄새를 과거를 보는 감각이라고 했다. 시각과 청각이 현재를 인지하는 감각이라면 후각은 과거를 인지하는 감각이라고 했다. 냄새만 맡으면 그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뭘 했는지, 무얼 먹었는지, 누구와 있었는지, 어떤 부모로부터 태어나 어떻게 길러졌는지, 그리고 가끔은, 어떤 병에 걸려 죽을 지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캘러핸 경감은 신의 기적을 믿었다. 자기 눈 앞에 브로디가 그 증거였다. 하지만 브로디가 일부러 이 불쾌하고 위험한 일을 맡은 의도를 아직도 알 수 없었다. 자신과 브로디의 만남은 분명 신의 뜻이겠지만, 브로디에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

브로디는 소년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부엌 싱크대 밑에 죽어 있는 10살 남짓 남자 아이의 시체였다. 얼굴이 부서져 있었다. 관자놀이에 깊은 상처가 있었고 치아가 여럿 부러져 있었다. 목이 부러져 죽은 것 같지만 그건 브로디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그건 검시관이 판단할 일이다. 

소년의 입에 피가 고여 있었다. 소년의 입에 고인 피에는 다른 사람의 피가 섞여 있었다. 피는 동물의 전과 기록이다.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떤 환경에서, 어떤 공기를 호흡하고, 어떤 음식을 섭취하고,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 적나라 하게 알려준다. 

소년의 입에 섞인 피는 소년의 아버지의 피였다. 소년은 자신의 친아버지에게 살해됐다.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과 함께 살지 않았다. 그는 불결한 환경에 혼자 살고 있었으며, 최근 타이어 공장에서 일했다. 그는 이날 아침 정체를 알 수 없는 유사 알코올 성분을, 아마도, 아침식사 대용으로 섭취한 후, 소년이 사는 집에 침입해 두 사람을 죽였다. 

거실에 시체 한구가 더 있었다. 거실에서 죽은 중년 여자는 이 집의 주인이다. 여자는 소년과 유전적 연관성이 없었다. 둘이 함께 산 기간은 일년이 넘었을 것이며, 아마도, 여자가 소년을 입양했을 것이다. 

소년의 아버지는, 아마도, 위스키를 살 돈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제 자식을 입양한 여자의 집을 찾아 돈을 뜯어낼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들을 살해할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삶을 살지 않기로 한 것이거나 사람을 죽여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건 브로디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냄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알려준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남자 아이는 양모와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집에는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있었다. 남자 아이는 몸집이 작았지만 양모를 지키려 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양모가 살해된 거실에서 아버지의 팔을 물고 부엌까지 끌려가 살해됐다. 

범인은 이틀만에 잡혔다. 티모시 크린. 그는 직업이 없었다. 며칠 전 해고된 타이어 공장에서 몇 달 일한 것이 직장 경력의 전부였다. 주로 건설 노동자 공동 숙소에 거주하며 날품팔이로 먹고 살았다. 평범한 남자였다. 알코올 중독이었지만 모든 신체 기능이 정상이었다. 술을 먹지 않았다면 건강했을 몸이었다. 

심문실에 잡혀온 티모시는 횡설수설 했다. 사람을 죽인 건 자신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의 친구가 죽인 것인데 그 친구는 지금 이태리로 여행을 갔으며 그 놈을 찾으면 자신의 결백이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관이 그 날 그 집엔 다른 방문자가 없었다는 사실과, 죽은 아이 입에서 발견된 혈액 증거를 보여주자 말이 달라졌다. 사실은 집주인 여자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그 애가 원래 깨무는 버릇이 있었다, 버릇을 고쳐주려고 한 것이다, 그는 생각나는대로 지껄였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는 한 시간 넘게 취조를 당한 뒤에야 빠져 나갈 구멍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자 자신에겐 정신병이 있으며, 그날 당일 자기도 모르는 정체 불명의 액체를 섭취해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티모시는 놀랍게도 자신이 저지른 짓을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질러 놓고, 자기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껏 착하게 살아왔으며,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어떤 음모와 조작의 결과라고 항변했다. 

브로디가 정말 놀란 것은 티모시가 정상이라는 점이었다. 브로디는 “반사회적 냄새”를 기대했다. 이런 짓을 저지르려면 반드시 “반사회적 유전자”가 존재할 것이고, 그 반사회적 유전자의 냄새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티모시의 냄새는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그는 흔한 알코올 중독자였다. 게으르고 나태하고 주의력이 결핍된, 어디서나 흔히 보는 무능력자, 사회 낙오자였다. 사람을 2명이나 죽였으니 충동성과 공격성이 남달랐을까?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브로디는 티모시보다 2배 더 강한 공격성 냄새를 풍기는 남자들도 보았다. 모두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업가, 샐러리맨, 자영업자들, 한번도 남에게 피해 줘 본 적 없는 모범 시민들이었다. 

브로디는 확신이 있었다. 범죄자들은 우리들과 다른 종자일 것이란 확신. 브로디는 평생 아버지 같은 선량한 사람들만 보고 자랐다. 뉴스에 등장하는 반사회적 범죄자들은 분명 자신들과 다른 세상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에겐 세상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유전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그 차이를 냄새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브로디가 티모시에게서 확인한 냄새는, 유전적 특이성이 아닌, 절박함이었다. 티모시는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를 무언가에 고통받고 있었다. 가난, 열등감, 수치심, 외로움, 두려움… 무엇인진 알 수 없었다. 그는 결핍 상태였다. 무언가에, 본인도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간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평생을 간절한 결핍 상태로 살았을 것이며 그게 아마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을 것이다. 

브로디는 죽은 아이의 냄새를 곰씹었다. 아이는 아비의 냄새와 많이 닮았다. 그 아이도, 만일 죽지 않았다면, 커서 자기 아버지 같은 인생을 살았을까? 결핍을 채우기 위해 매일 술을 마시며 요행을 바라는 절박한 삶을 살았을까? 아니면 양모의 보호 아래 다른 인생을 살았을까? 누구보다 정상적인 인생을, 누구보다 모범적이고 정의로운 인생을 살았을까? 

.............생명은 동일한 패턴을 반복하지 않는다.

정성주는 생명체는 설계 도면에 따라 조립된 제품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DNA로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브로디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지금껏 이해한 생명은 DNA라는 설계 도면에 따라 움직이는 생산품과 다르지 않았다. 예외 케이스가 있다 해도 그 수는 무시해버려도 좋을 정도로 적었다. 지금껏 그렇다고 믿었다. 

DNA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후천적 환경 적응력조차 타고난 DNA의 영향을 받는다. 유전자의 냄새는 사람의 본질이자 식별 코드였다. 이론적으로 그 사람의 운명이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뭐가 있을까? 나도 의사였다면 그가 아는 걸 알 수 있었을까? 내가 지금 모르는 건 직업이 농부이기 때문일까? 동물이 아닌 식물을 연구했기 때문일까? 

브로디에게 사람의 운명을 예측한다는 건 젊은 시절의 객기였다. 어릴 땐 모든 게 가능할 것 같았다. “이런 유전자에게선 이런 냄새가 나” 이런 얄팍한 느낌으로 사람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 보니 아니었다. 더 많은 걸 알수록 더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될 뿐이었다. 

브로디는 정성주가 뭘 알게 됐는지 궁금했다. 정성주의 기록을 보고 브로디가 안 것은 그가 브로디보다 월등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자가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과학을 위한 실험체로 활용했다면 어떤 데이터를 얻었을까. 그 데이터를 통해 어떤 결론에 도달했을까. 어떤 미지의 능력을 갖게 됐을까. 

작품 등록일 : 2026-03-05
최종 수정일 : 2026-03-07

▶ Brody’s files #3

▶ Brody’s files #1

아저씨 이제 문학 쓴다!!!!!!
00****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문의: idpaper.kr@gmail.com

도움말 페이지 | 개인정보취급방침 및 이용약관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