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일기




엄마는 세대주입니다. 지난주에, 한국에 있는 엄마는 재난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머리당 얼마드라요, 20이었나. 내 몫까지 받은 줄 알았는데, 나는 출국자라고 보조금이 안 나왔더랍니다. 그거 얼마나 준다고. 나라는 사실 이런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돈을 모아두는데요, 한국이 버린 나는 일본 정부에서 10만엔, 자취하는 학생이라고 추가로 20만엔,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하니까 장비 사라고 10만엔, 합쳐 40만엔을 받습니다. 물가가 2배라 2배로 잘 사는 줄 알았는데 20배로 잘 삽니다. 이래서 내 나라가 못 살면 억울한 겁니다. 좋아해야 하는 상황인데, 슬픕니다.

 코로쨩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맥도날드에 모여듭니다. 맥도날드와 편의점은 항상 사람이 부족하니까요. 뉴스를 보며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 중 하나가 나였습니다.

 매일 아침, 맥모닝을 먹으러 오는 벙어리 손님이 있습니다. 깡마르고, 하얗고, 머리도 하얍니다. 그게 학교의 약리학 교수 니후지상이랑 닮아서. 혼자 속으로 니후지상, 오늘은 언제 오려나 하며 그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나도 처음엔 레지의 버튼이 어디에 뭐가 있는 지 모르니까. 니후지상에게 펜과 버거 봉투를 건네 주문을 받았습니다. 니후지상은 글을 쓸 때 세로로 씁니다.

1,
피.

 나는 세로로 쓰인 글이 어렵습니다. 내가 떠듬떠듬 읽으니 니후지상이 빙그레 웃습니다. 같이 레지 뒤의 전광판을 봅니다. 모니터에 메가 머핀이 뜹니다.
저거 저거! 라며 손가락으로 가르키니, 니후지상은 박수를 치며 함박웃음을 지어 줍니다. 그 웃음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다시 웃어 줬으면 좋겠어서

그의 주문에 커피를 넣지 않았습니다. 나는 헐레벌떡 가게 밖으로 뛰어가,
커피 넣는 걸 깜빡했어요. 해쉬포테토도 하나 넣었어요. 또 오세요. 라고 건네줬습니다.
그는 웃으며 뭐라 말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괜찮다는 말이겠지요.

 그리고, 이 매장은 전국 매출 1위를 찍게 됩니다. 두 달이나 애들이 학교를 안 가니, 밥 하기 지칠 만도 하지요. 나도 지쳤습니다. 이 폭풍같은 손님들과 매장 사이에서, 니후지상은 자기 차례가 오길 기다립니다. 뻔한 커피 작전이 통하여, 니후지상은 항상 나에게 와서 주문합니다. 우리는 모니터에 니후지상의 주문한 버거가 나오기까지 기다렸다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저거야, 저거! 라고 박수를 칩니다. 

그의 웃음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야, 음료수 만들어!」 주방에서 매니저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씨발 만들고 있다고! 라고 소리치고 싶은데, 아직 짬밥이 없어서 하-이, 하고 맙니다.
 전국 매출 1위는 대단합니다. 저녁 5시밖에 안 됐는데, 20종의 버거 중 7종이 품절입니다. 설명하기 귀찮은데, 니후지상이 왔습니다.
 「미안해요. 지금 빅맥도, 클럽하우스도, 이것저것 다 품절이에요.」 
그럼 이걸로 할까, 아니 이거. 아니야, 난 그럼 그냥 햄버거.
이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입니다. 주문을 두 번이나 변경하니, 째려보던 매니저가 와서
「오더 미스야. 여기에 이름 적어.」
아니, 저는 제대로 주문 받았어요. 매니저는 영수증을 하나 더 뽑아 멋대로 내 이름 석자를 적어갑니다. 니후지상도 멋대로 세로로 적어가기 시작합니다.

  그
제 애
가 는
변 잘
경 못
한 이
겁 없
니 어
다 요

「햄버거 하나, 콜라 하나 맞으시죠?」 영수증을 건네는 매니저. 버거를 받은 그가 돌아가자, 그가 적은 종이는 버리고, 내 이름을 가져갑니다.

그는 오늘 웃지 않았습니다.

열이 납니다. 삼일 넘게 38도를 웃돕니다. 쓴 가루약도 이젠 익숙합니다. 혹시 코로쨩일지 모르니, 이번주는 쉴게요. 맥도날드에 연락을 넣었습니다. 아픈 김에 구직활동이나 하자 싶습니다. 원래 이력서는 아프고 빡칠 때 써야 제일 잘 써집니다. 현재 의료계 대학 재학중,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 지원합니다. 대충의 이력서를 병원 두 개에 넣었습니다. 외국인이라고 뽑아줄까, 긴장하며 간 면접인데 두 병원 다, 우리 병원 맘에 들면, 제발 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래 내가 일 할 곳은 맥도날드 따위가 아니지. 이래서 일본에서 일을 하면 다들 시바루쨩이 되는 겁니다.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있어야 행복합니다. 좋아해야 하는 상황인데, 왜 슬플까요.


작품 등록일 : 2020-05-24

▶ 나 생일임

▶ 지랄병

오늘 언니 글은 처음 봤는데 궁금한게 생겼어
어쩌다가 일본에서 유학할 생각을 한거야?
wkdrh   
ㅎ..
  
글도 니후지상도 좋으네..
같이 웃어주는 쓰니도..
꽉꽉   
언니 글 왜 눈물이 나노..
로동자   
넘 좋노
을을엉   
이언니 왤케 글 잘쓰냐? 질투난다
ss****   
과일뿌셔   
어머 소름 돋는다 ㅜㅜ
난 좋은거 보거나 들으면 소름이 돋...
아침 잠이 많은 K   
시바루짱
하이
그 손님은 이제 주문 전광판에 뜰 때
같이 기뻐해주는 직원 없는거네..흐규
crushon   
언니 잘읽었어.
나도 약간 슬퍼졌다.
가지   
슬프긴 왜 슬퍼
H2*******   
아프지마. 타지에서 아픈게 제일 서럽더라.
화난피카츄   
시같아. 산문인데 운율,이미지가 있다. 좋다ㅎ
qw******   
ㅋㅋㅋㅋㅋㅋ역시 살마은 끼리끼리 있어야 행복합니다 ㅋㅋㅋ
ku키   
ㅋㅋㅋ일본에서 의대다니능겨? 능력자 글도 잘쓰고
토토*   
언젠간 꼭 책을 냈으면 좋겠어 중간중간 꼬추 삽화 넣어서ㅋㅋㅋㅋㅋ
R2**   
시바루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o****   
와 이거 어케 된거야 너무 좋다...
582   
앞으로도 틈틈히 써줘
빚과부   
좋다...ㅠ
ms********   
잘 읽었어
cl********   
따뜻하네ㅠㅠ
ka******   
ㅠㅠ 감동적이다..
보패님 댓글에 묻어가여.. 2
Jen   
글 너무 좋다.
너무 잘 쓰네...
문학관의 이름에 걸맞는 문학이다.
픽션일까 팩션일까 팩트일까 아리까리한 느낌과 건조한 문체 그 속의 휴머니즘이 좋다.
또 써줘.
쾌차를 빈다.
보패   
잼따
참새   
소소하니 좋네용 일본에 살아서 그런가 말투가 일본 번역한 것 같아요 ~ㅎㅎ
Gye   
일본인이 쓴 수필 같다
벌꿀오소리   
언니 글 좋아
se******   
뭔가 되게 재밌어 언니
tigre   
언니 글 귀엽다
de*******   
귀여워...
기린   
하트
쿵짝쿵짝   
좋아 정말
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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