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생일임
집에 돌아와보니 커다란 벌레가 들어와 있었다.
처음엔 바퀴벌레인줄 알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는데
바퀴벌레보다 길고, 검다
내 방은 계단으로 화장실과 연결 돼 있는데
그는 계단 벽에 붙어 나의 배변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집에서 담배를 피면 벌레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은 순 구라였다.
에프킬라를 뿌렸다. 꽤나 여러번 뿌렸다.
그는 굴하지 않았다. 벽에 꼭 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더 뿌리자 약에 취했는지, 목을 꺾으며 딱딱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 너였구나

어릴 적 살던 동네는 시골도, 도시도 아닌 그저 그런 주택가였다.
나는 인형놀이보단, 남자애들과 게임이나 불장난을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날은 내 여섯번째 생일이었다. 엄마와 마트에 갔다가 게임기를 사달라 하였다.
어릴 땐 왜인지 목이 말라 깨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날 밤 엄마는 울고 있었다.
좀 더 크고 나서 알게 된 얘기이지만, 엄마의 일기에, 또래 여자애들 처럼 인형이나 가지고 이쁘게 놀면 좋을텐데,
게임기를 사 달라 해서 충격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릴 적, 그저 그런 주택가에서
길바닥에 조금 큰 돌을 뒤집어 공벌레를 굴리며 놀았다.
그 날도 남자애들 무리와 함께였다. 우린 공벌레와 민달팽이, 매미 껍질을 주우며 히히덕 거리고 있었다.
한 성인 남자가 다가왔다. 공벌레보다 재밌는게 있다고 하였다.
우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그게 뭔데요 아저씨,
하고 아저씨를 따라 골목 밖으로 나가니 봉고차가 있었다.
남자애는 안 돼, 라며 아저씨는 내 팔을 잡아 끌었다.
나는 저항할 틈도 없이 봉고차에 실어졌다.
그 안에는 내 또래의 여자애들이 서넛 더 있었다.

아저씨는 동료와 차를 얼마나 운전했을까, 공벌레가 백마리쯤은 있어 보이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우는 여자애는 입을 테이프로 틀어막았고, 한명은 머리를 세게 맞아 죽었는지 살았는지 차 바닥에서 구르고 있었다.
아저씨는 우리들을 내리고 일렬로 세웠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애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운전을 하던 아저씨의 동료는 어딘가에 전화 중이었고, 아저씨는 소리를 지르는 여자애 입을 막기에 바빴다.

나는 조용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늘진 골목길 밖까지.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주변이 밝아지자 냅다 튀기 시작했다.
큰 길로 나오자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아무 집 벨이나 눌렀다.
목이 너무 마른데 물 좀 달라고 하였다.
정원이 있는 그 집에선, 빠마머리를 한 할머니가 나왔다.
아이구 우리 강아지, 어서 와
나는 할머니 집에 들어가서 물을 마시고 정원에 나와 공벌레를 찾아다녔다. 
할머니도 집에서 나와 내 옆에 앉았다.
공벌레보다 재밌는 벌레가 있어. 
두번은 안 속아 라는 눈빛으로 할머니를 보자, 할머니는 손에서 벌레를 하나 계단에 내려놓았다.
벌레는 딱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나는 벌레가 도망갈까 얼른 집어, 할머니를 흉내 내 계단에 벌레를 뒤집어 놓았다.
벌레는 다시 딱 소리를 내며 내 앉은 키보다 높게 뛰어 올랐다.

저녁이 되어 아빠가 엄마와 차를 끌고 달려왔다.
공교롭게도, 당시 아빠 차는 봉고차였다.
나는 오늘 있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 봉고차에 타서, 억지로 키스를 당했던 내 입이 더러워서
차 안에서 울며 계속 침을 뱉을 뿐이었다.

그냥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내 생일 전날이었다.

나는 다음날 엄마에게 유행하는 디지몬 게임기를 사달라고 하였다.
최신형 게임기를 손에 가졌음에도, 나와 같이 놀아주던 남자애들은 더 이상 나와 함께 어울려주지 않았다.
나는 게임기에 싫증이 나, 혼자 딱딱거리는 벌레를 찾으러 다녔다.
다정했던 그 할머니를 생각하며

에프킬라를 더 뿌리자, 벌레는 드디어 벽에서 계단으로 떨어졌다.


벌레가 튀어올라 한계단 올라왔다
아니 멍충아, 올라오면 죽는다고, 내려가라고


벌레는 다시 튀어올랐다.
이러다 계단 옆에 둔 내 가방에 들어갈라 나는 잽싸게 가방을 낚아 채 벌레와 먼 곳에 가져다두었다.
나는 또 에프킬라를 뿌렸다



죽어갈수록, 뛰는 횟수는 잦아지고 뛰는 높이는 점점 줄어들었다.
딱딱 거리는 소리가 없어졌다. 그는 바둥거리다 이윽고 움직임을 멈췄다.

내 생일날 이었다. 
작품 등록일 :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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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쓴다
요즘은 뭐해?
글 올려줘
treasure   
씨이.. 눈물나 미역국 끓여주고 싶다 잘 먹고 배 든든히해서 잘 살아가는 나날이 되길
대충산다   
개섀키들
hyojey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내 댓을 보는 날은 행복하길!
wkdrh   
후루룩 읽히는데 마음엔 무언가 남는 의대생 일기
쿵짝쿵짝   
의대생 일기 보고 글 너무 좋아서 작가다른글보기 해서 정주행했다 늦었지만 생일축하해
미끄럼방지패드   
헐... 벌레 진짜 무섭다. 나도 어릴때 놀이터에 울동네 애들은 아닌것 같았고 카메라들고 다니는 중학생인가 아니면 초등 고학년쯤 되보이는 첨 보는 남자애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들고있던 카메라를 신기해했더니 주면서 만져보라하더라구. 그래서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확 잡아끌더니 뽀뽀를 했다. 진짜 기분 드럽고 너무 쪽빨렸음. 그래서 같이 있던 친구한테 이 일은 비밀로 하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
me*******   
살아 돌아왔구나
오탄죠우비오메데또
로동자   
기다렸다 일기 탄죠비오메데또
과메기   
문학이다
어릴때 놀이터서 못생긴 아저씨가 뽀뽀해서 도망갔던거 생각나네
안녕이제안녕   
언니 코로나 걸렸다고 하지 않았어?
이제 괜찮니
생일 축하해
뚜비   
생일 축하한다 의대생 똑똑하고 글도 잘쓰는 언니!
우주인   
생일 축하해
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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