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78
인간은 뇌를 달고 더 멍청해졌어. 

지미는 혼캐슬에 갔다 온 뒤 철학자가 되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혼캐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답을 회피했다. 지미가 마을 사람들에게 보고한 내용은 다음이 전부였다. 

- 제이콥은 버섯뇌의 불시 습격을 받고 죽었다
- 제이콥을 죽인 버섯뇌는 거스가 쏘아 죽였다
- 혼캐슬에는 아직 다수의 버섯뇌가 있다
- 그 중 한 명은 임신한 여자이며 정상인일 수 있다.

혼캐슬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미는 제이콥의 떨어져 나간 턱을 끼워 맞췄다. 지미는 제이콥의 부모님에게 이런 꼴을 보일 수 없다며 제이콥의 얼굴을 찢어진 봉제 인형 접합하듯 정성 들여 복구했다. 거스가 그런 건 장의사가 더 잘 한다고 그냥 두라고 하니 거스 너는 사이코패스보다 더 지독한 놈이라며 화를 냈다. 

지미가 혼캐슬에서 깨달은 것은 자신들이 버섯뇌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에게 뇌가 있으니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완전한 착각이라고 말했다. 

뇌 달린 놈들이 안 되는 이유가 있어. 무섭거든. 나도, 거스도, 그리고… 다 무서울 수 밖에 없어. 근데 걔들은 안 무서운 거야. 뇌가 없거든. 

지미는 버섯뇌의 코 앞에 총칼을 들이댔을 때, 버섯뇌가 어떤 표정이었는지 이야기했다. 

인자한 얼굴이었어. 네가 내게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표정. 내가 어떻게 돼도 궤념치 않는다는 표정. 그건 동양인들이 사당에 모시는 부처상의 얼굴이었어. 

그래서 더 무서웠다고 했다. 그런 표정으로 사람을 찢어 죽이니까. 마을 사람들은 지미가 왜 이런 이해 불가능한 “감상평”을 늘어 놓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알고 싶은 건 생존 가능성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여기서 계속 목숨을 부지하고 살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게 문제였다. 버섯뇌가 어떤 표정으로 사람을 죽이는지는 그들이 알고 싶은 정보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거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거스는 할 말이 없었다. 가용 병력이 이제 2명 뿐이다. 총을 들 수 있는 남자가 2명 뿐이다. 이것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혼캐슬에 다시 가야 할까. 가서 폭탄을 설치할까. 아무 소용 없는 짓이란 걸 알지만 그냥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죽기 전에 뭐라도 해봐야 한다. 

거스는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제이콥이 죽는 순간이 머리 속에 생생했다. 왜 하필 제이콥이었을까. 제이콥이 총을 쏘았기 때문이겠지. 총을 쏘지 않았다면, 아무도 총을 쏘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을까. 

버섯뇌는 집요했다.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죽일 수 있을까. 어떻게 총에 맞아도 계속 사람을 해칠 수 있을까.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온 몸에 가시가 꽂힌 채 밤을 까먹는 너구리를 본 적 있다. 굶어 죽지 않으려는 너구리 같은 마음이었을까. 총에 맞은 버섯뇌는 지금쯤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우리의 존재를 인지했을 것이다. 총에 맞은 버섯뇌가 죽었다면 그들은 우리를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뒤를 밟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처럼 감정적 보복을 하는 놈들이 아니다. 위협을 피하려 하진 않을까? 다른 짐승들처럼, 자신들을 죽이는 천적을 발견하면 피하려 하지 않을까? 버섯뇌의 행태를 연구한 사람들은 다 어디 간 걸까? 테레사 콜먼의 일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과학자였지 전략가는 아니었다. 버섯뇌가 집단을 이룬다는 점은 잘 알겠다. 하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한단 말인가? 그의 일기를 읽을수록 저들이 얼마나 대처하기 어려운 존재인지 깨달을 뿐이다. 누군가 그들에 대해 알려주면 좋겠다.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제발 힌트라도 줬으면 좋겠다. 

거스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러다 잠이 깼다. 밖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소리였다. 저건 헌병 차량 사이렌 소리다. 군인들이 마을에 온 것이다. 구호 목적일까? 버섯뇌로부터 마을을 구해주려고? 

거스는 잠옷 바람으로 밖으로 뛰쳐 나왔다. 헌병 차량에서 스피커로 안내 방송을 하고 있었다. 

거스 프랫, 거스 프랫, 이 앞으로 나오세요! 

거스는 그제서야 이들의 목적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잡으러 온 것이었다. 무기고에서 무기를 들고 나온 것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 그 정도로 한가하단 말인가? 세상이 멸망하고 있는데, 총 2자루를 들고 나온 사병을 찾으러 1개 소대를 보낼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란 말인가? 

내가 거스 프랫이요! 무슨 일 때문이요? 

거스 프랫. 군 장비 무단 탈취 혐의로 체포합니다. 

거스는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아니, 요새 바쁘지 않습니까?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요? 

마을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집 밖으로 뛰쳐 나왔다. 지미가 제일 먼저 달려 나왔다. 지미는 거스를 보고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거스의 파자마가 다람쥐 무늬였기 때문이었다. 지미는 웃음을 참았다. 웃을 때가 아니었다. 문제에 집중해야 했다. 지금의 이 어처구니 없는 부조리에 대처해야 했다. 

이것 봐, 당신들 우리를 지켜주러 온 줄 알았는데 우리를 잡으러 온 거였어? 

군인들이 지미를 바라 보았다. 지미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지미의 머리 속에 거스의 파자마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미의 목소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당신들 대체 뭐하는 놈들이야? 버섯뇌가 마을을 습격해서 7명이 죽었어! 반격하러 갔다가 또 한 명이 죽었어! 그동안 당신들은 어디서 뭐하고 있었지? 무기고에서 총알 세고 있었던 거야? 어? 총알이 한다스 모자르네? 총알 한다스 찾아와! 이랬던 거야?

마을 사람들이 동조한다. 군인들에게 분노 가득찬 고함을 지른다. 우리가 죽어 나갈 때 당신들은 뭐했지? 국방부 아니었나? 국방부가 아니라 재난부였어? 지켜 주진 못할 망정 지켜주는 사람을 잡아간다고? 

거스는 냉정하게 생각했다. 내가 잡혀 가면 마을은 버섯뇌 공격에 속수무책 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군인들을 상대로 싸울 수 없다. 이 사람들을 물리친다면 다음엔 전투기와 탱크를 몰고 올 것이다. 거스는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 아무리 부당해도 버섯뇌보다는 군인이 안전하다. 아무리 부당해도 일단은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순리다. 그게 희생을 최소화 하는 길이다. 

군인들 중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오마르였다. 거스의 후임이었다. 그의 부모는 팔레스타인 이주민이었다. 영어를 할 줄 몰랐다. 그의 부모가 면회 왔을 때 거스가 대기실에 모시고 커피를 대접했던 게 생각했다. 거스는 오마르에게 아는 척을 했다. 

어이, 오마르. 

오마르는 거스와 눈을 마주쳤다 곧바로 피했다. 그는 자신이 수행 중인 임무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프레드는 어떻게 됐지? 

오마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무기고 프레드는 오래 전 증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는 분명 무기고에서 심각한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군에서 나오고 얼마 뒤 HQ에서 일하는 에드의 연락을 받았다. 프레드가 폭발물을 만지는 걸 발견했다고. 말을 잘 못 알아 듣는 것 같다고. 프레드가 언제부터 그랬던 것인지 알기 위해 거스에게 전화한 것이었다. 

지금 군대는 동정의 여지가 없는 무능한 가장이다. 집에 불이 나서 가족들이 죽었는데, 집에 포크가 하나 없어졌다고 몽둥이 들고 쫓아 나온 정신 나간 가장이다. 이대로 망해서 거리에 나 앉아야 정신 차리려나. 

거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별 일 아니니 들어가 주무시라고 했다. 큰 소리로 빨리 들어가시라고 했다. 거스의 중저음 목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렸다. 거스의 목소리에 나뭇가지가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거스는 순순히 헌병이 채운 수갑을 찼다. 몇 달 전 거스가 했던 일을 동료들이 수행하고 있었다. 몇 달 전까지 범죄자를 잡던 거스가 이번엔 범죄자 취급 받아 잡혀 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을 고함 소리가 커졌다. 군인들을 향해 욕을 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야이 미친놈들아 당장 풀어주지 못해!!! 이 썩어 죽을 놈들아!!! 

나무가지가 다시 크게 흔들렸다. 

거스가 호송차에 올라타는 순간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뭔가 헌병 위에 올라타 있었다.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피가 튀었다. 

마을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총소리가 울렸다. 버섯뇌들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군인들 머리 위에 정확히 떨어지고 있었다. 마을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원을 요청해!

소대장은 겁에 질려 있었다. 방금 전 거스에게 명령하던 위풍당당하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다급하게 숨을 곳을 찾고 있었다. 

그의 앞에 속옷 바지만 입은 남자가 있었다. 혼캐슬에서 본 그 놈이다. 검은 머리. 검은 눈. 그리고 검은 이끼. 소대장은 총을 쏘았다. 소대장은 총을 제대로 겨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겁을 먹고 있었다. 검은 이끼는 소대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 오고 있었다. 검은 이끼는 소대장도, 소대장이 든 총도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는 소대장에게 적의를 품고 있었다. 그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뒤에서 누군가 검은 이끼를 향해 총을 쏘았다. 총알은 빗나갔다. 뒤에서 날아온 총알을 피한 것이다. 검은 이끼는 자신을 향한 위협을 모든 각도에서 감지하고 있었다. 

소대장의 탄창이 전부 비워졌다. 한발도 맞지 않았다. 바로 앞에서 쏘는 총도 맞질 않다니. 소대장이 무능한 걸까 아니면 검은 이끼가 재빠른 걸까. 검은 이끼는 소대장의 코 앞에 섰다. 소대장이 나이프를 꺼내 드는 순간 소대장의 턱이 날아갔다. 칼을 든 소대장의 손이 허공을 허우적대다 땅으로 엎어진다. 그륵그륵르륵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 소대장은 뭐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다. 그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았다. 왜 즉사 시키지 않는걸까? 왜 저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걸까?

검은 이끼는 호송차 안의 거스를 바라 보았다. 그는 수갑이 채워진 거스의 손을 보았다. 거스는 손 쉬운 먹이감이었다. 하지만 검은 이끼는 거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는 뒤돌아 서서 피바다가 된 마을을 바라 보았다. 7명의 소대원이 전멸했다. 이들은 단 한 마리의 버섯뇌도 죽이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총알을 쏟아 부었는데 한발도 맞추지 못했다. 

거스는 검은 이끼가 새 같다고 생각했다. 검은 이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동작 하나하나 빠르고 간결했다. 걷는 것도, 시선을 마주하는 것도, 공격하는 것도, 회피하는 것도, 인간 같지 않게 빠르고 정확했다. 검은 이끼는 사냥을 마친 맹금류처럼, 볼일 다 봤다는 듯 여유롭게 마을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마을을 떠나자 다른 버섯뇌들도 무리의 리더를 따르듯 그를 따라 마을을 떠났다. 

마을 사람들이 가장 놀란 것은 버섯뇌가 자신들을 해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애당초 마을을 공격하러 온 것이 아니었던 것인가? 

지미가 뒤늦게 돌격 소총을 들고 나왔다. 지미는 온 몸을 떨고 있었다. 여차하면 총을 쏠 기세였다. 거스는 깨달았다. 왜 그들이 군인들만 공격했는지. 

그들은 총에 위협을 느낀 것이었다. 총 든 사람들을 위협으로 간주해서 죽인 것이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총을 든 사람들”을 찾아 죽이기 위해 이 마을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군인들이 왔던 것이다. 말하자면 군인들이 마을 사람들 대신 죽은 것이었다. 지미가 총을 더 빨리 갖고 나왔다면 그도 살해됐을 것이다. 이번엔 우리가 운이 좋았다. 

지미! 그 총 도로 갖다 놔! 그리고 이 수갑 좀 풀어줘! 

거스가 지미에게 명령했다. 롭이 죽은 군인에게서 열쇠를 찾아 거스를 수갑을 풀어 주었다. 거스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거스를 가장 충격으로 몰아 넣은 건 검은 이끼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점이었다. 검은 이끼의 눈은 분명 거스에게 말하고 있었다. 너 나 알지? 

냄새로든 다른 어떤 감각으로든 검은 이끼는 거스가 혼캐슬에 처들어온 일행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거스를 죽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어떤 상황이었을까? 거스는 자신이 혼캐슬에서 검은 이끼를 저격하지 않았던 것이 생각했다. 검은 이끼가 지금 당장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 생각났다. 같은 상황인 걸까? 

거스는 브렛의 민병대를 찾아야 했다. 지금 상황을 알려야 했다. 어쩌면 그들도 군대의 침입을 받았을지 모른다. 어쩌면 버섯뇌의 습격을 받았을지 모른다. 힘을 합쳐야 한다. 무작정 힘대힘으로는 위협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버섯뇌의 습성을 알아야 한다. 그들의 습성을 알고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전멸할 것이란 사실을 알려야 한다. 

작품 등록일 : 2026-04-22
최종 수정일 : 2026-04-22

▶ Brody’s files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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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ㅜㅜ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진미오징어   
공격만 하지 않으면, 총만 들지 않으면 공존할 수 있다는 힌트인건가
복숭아   
갈수록 개미군단처럼 행동하네. ㄷㄷ
버터   
재밌다 흥미진진
슬리피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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