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72
모리스는 준에게 말했다.

…시각으로 비유하면 우리 후각은 14인치 흑백 TV고, 네 후각은 200인치 울트라 고해상도 TV겠구나. 

…그런 후각을 갖고 있다면 세계적인 명의가 되겠지. 하지만 너는 의사가 되지 않을 거야. 그건 너한테 너무 시시하고 하찮은 직업일 거야. 

…19세기 비엔나 산부인과 병원에서 일했던 의사가 있었어. 산모 사먕률이 너무 높아서 이 의사가 연구를 한 거야. 어떻게 하면 산모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을까 - 의사들이 손을 씻으면 된다는 거였어. 의사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이 왜 병에 걸리는지 몰랐어. 다른 환자들 수술한 피묻은 손 그대로 산모들을 본 거야. 감염이라는 개념을 몰랐던 거지. 집에 있었으면 괜찮았을 사람들이 병원 의사들 때문에 죽은 거야. 그 당시 의사들은 손을 씻으라는 의사를 정신병자로 몰고 갔어. 셀 수 없이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그 의사는 정신병원에서 죽었어. 

…인간의 후각이 발달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19세기 말까지 아무도 미생물의 존재를 믿지 않았어. 미생물이 발견된 건 17세기 일이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없다고 믿은 거야. 눈에 보여야만 믿는 인간의 습성 때문에 의학은 천년 동안 제자리였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죽었지. 인간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면 현미경이 필요했을까? 굳이 현미경으로 보지 않고, 현미경으로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병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면, 현미경은 의학이 아닌 호기심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나는 준 아버지가 왜 그런 삶을 살았는지 이해 되기도 해. 병의 원인, 생명의 기원, 개체의 미래, 세상 모든 걸 알 수 있는 사람이 평범한 의사로 살 가능성은 많지 않았을 거야. 준 너에겐 불행이었을지 몰라도 그 사람에겐 당연한 선택이었겠지. 나는 준 너도 같은 길을 가게 될 거라고 생각해. 사람의 운명은, 어떤 경우엔, 정해져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오래 전 모리스와 드라이브를 갔을 때였다. 온통 새하얀 돌로 가득한 잉글랜드 북부 시골길엔 햇살이 가득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데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물과 바람과 햇빛만으로 이런 풍경이 만들어진다니. 준은 모리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모리스의 옆에서 모리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모리스가 엄마 같다고 생각했다. 오래 전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 엄마가 읽어 주는 동화책을 듣는 것 같았다. 준은 모리스와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와 비슷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모리스는 아직 증상이 없었다. 제임스도, 맥기 아저씨도 이끼 피부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안 할머니와 헬렌 아줌마는 증상이 있었다. 주디스와 잉게 아줌마는 일을 그만 두었다. 공교롭게도 이 집에 여자들만 증상을 보이고 남자들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트리시의 주장처럼 이 집은 남녀 구분이 자연발생적일까. 

트리시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예전처럼 사업에 매달렸다. 사람들을 만나고 물건을 팔았다. 세상은 멸망하고 있었지만 트리시의 사업은 망하지 않았다. 국가적 재앙이 닥쳤지만 경제가 활성화 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다 쓰고 죽자”는 심리 때문이었다. 전보다 더 잘 되는 사업들이 속출했다. 트리시의 사업도 그랬다. 이끼 피부가 주류가 되면서 이끼 피부가 일종의 생체 패션이 되었다. 이끼 피부와 궁합을 맞추기 위한 색조 화장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트리시는 진상 손님과 싸우고 있었다. 자기가 단골 고객이라고 주장하는 손님은 색조 화장품 색깔이 자기가 원한 색깔이 아니었다며, 자신에게 잘못된 제품을 팔아 먹었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색조 화장품은 공장 생산이기 때문에 색이든 성분이든 전과 바뀔 가능성이 없었다. 그 손님이 색맹이거나, 알코올 중독자거나, 정신병자라는 것이 트리시의 설명이었다. 

…안 쓰고 환불해 달라고 했으면 해줬을 거야. 근데 다 쓰고 환불을 해달라는 거야. 그것도 2통이나. 작정하고 진상 짓 하는 거잖아. 내 말은 하나도 안 듣고 너무 미친듯이 혼잣말만 하길래 이상 없는 제품을 환불해줄 순 없다 본인 권익이 침해당한 것 같으면 가까운 경찰서나 변호사 사무실 가시라고 그랬어. 

트리시의 진상 고객은 증가 추세였다. 트리시는 이틀에 한번 꼴로 전화를 붙들고 진상 고객과 티격태격 입씨름을 해야 했다. 장사가 잘 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직원이었다. 뭐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세상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지원자들은 대부분 유색 인종들이었다. 대부분 트리시 SNS 구독자였다. 인플레에 직원 품귀 현상까지 겹쳐 돈도 많이 줘야 했다. 직원 귀한 줄 알아야 했다. 하나하나 소중히 다뤄야 했다. 그래서 진상 고객을 트리시가 응대하는 거였다. 혹시나 직원들 비위 상하는 일 당하고 근로 의욕 잃을까봐 어쩔 수 없이 사주가 직접 궂은 일을 도맡아야 했다. 

…백인 놈들이 이렇게 세상 싸가지 없는 놈들인 줄 몰랐어. 나 지금까지 인종차별주의자였는데 이제는 백인을 차별하고 유색 인종을 존중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됐어. 

트리시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상이 뒤집어지거나 말거나, 트리시는 하던 일에 계속 매달렸고, 그의 일상은 숨 고를 틈 없이 바빴다. 트리시는 자신의 증세가 어떻게 될 지 관심 없었다. 지금 당장의 인생이 급하니 트리시는 미래 운명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조안 할머니도 그랬다. 밖에 나가면 위험하다는 경고에도 조안은 예전과 똑같이 사람들을 만나고 쇼핑을 했다. 모리스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부주의하게 돌아다니다 산 채로 잡아 먹힌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조안 할머니는 그래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잡아 먹힐 때 아프면 전기 충격기 쓰지 뭐. 

조안 할머니는 자신에게 증상이 나타나는 것에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치매 오는 거랑 다른 건가? 이렇게 물었다. 내가 이상해지면 우리 애들이 알아서 하겠지 집에 의사가 두 명이나 있는데 뭐 이렇게 말했다. 

조안 할머니만 특이한 건 아니었다. 리즈 가족이 사는 동네 전체가 그랬다. 이곳 주민들 대부분이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단지 조심할 뿐이었다. 증상발현자를 격리 조치하는 서비스가 중단되자 자체적으로 집집마다 격리 시설을 만들어 자가 격리 조치에 돌입했다. 집 문 앞마다 증상발현자가 있는지 없는지, 증상발현자가 몇 명 있는지, 얼마나 됐는지 등의 정보가 공유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적대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것, 일상을 유지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이끼 피부는 모든 백인들에게 공평하게 감염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공동체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어떤 곳은 빠르게 무너졌지만 어떤 곳은 예전과 다름없이 일상이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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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올리의 어머니를 보고 왔다. 올리는 준에게 어머니의 상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야기했다. 올리의 어머니는 변이 상태였다. 올리는 준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어머니는 이제 정상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가족의 변이된 상태를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준은 가야 했다. 냄새를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올리 어머니는 준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준이 가까이 다가가자 냄새를 맡았다. 몸이 움찔 움직이며 반응을 보였다. 뇌는 사라졌지만, 과거의 경험은 몸에 남아 있었다. 올리의 어머니는 준과 만났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시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을 후각으로 인지하는 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안면인식장애가 생기는 원인은 뇌 손상이다. 그렇다면 후각은 뇌가 손상돼도, 뇌가 아예 사라져도,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걸까. 인간의 뇌는 감각 기능을 어디까지 관할하는 걸까. 혹시, 사실은, 상관 없는 것 아닐까. 뇌가 없어도 인간은 여전히 세상에 대한 인지력을 유지하는 게 아닐까. 

올리 어머니는 운동 신경이 회복돼 있었다.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근육 퇴화로 기능이 저하돼 있을 뿐이었다. 등가교환이었다. 곰팡이는 뇌를 가져가고 운동 신경을 재생시켰다. 놀랍게도 곰팡이는 죽은 신경 세포도 되살릴 수 있었다. 곰팡이는 뇌를 희생시킨 대신 몸을 회생시키고 있었다. 올리 어머니는 건강했다. 몸의 모든 기능이 정상이었다. 불과 두 달 전까지 해도 죽어 가던 신체가 완전히 회춘했다. 

올리의 어머니는 주사로 영양을 공급받고 있었다. 영양제에는 신경 안정제도 포함돼 있었다. 올리는 어머니가 폭력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외부인이 왔을 때는 모르는 일이다. 뇌가 사라진 인간의 행동은 예상하기 어렵다. 

물소리가 들렸다. 주르륵 물이 새는 소리. 올리의 어머니가 기저귀에 소변을 본 것이다. 옆에 있던 올리가 안절부절 못한다. 준은 괜찮다고 올리는 안심시켰다. 소변은 혈액의 그림자다. 혈액이라는 햇빛으로 재생된 신체는 소변이라는 그림자를 남긴다. 소변은 신체 상태를 말해주는 중요한 단서다. 곰팡이가 창궐한 신체는 최고 등급 면역 경보가 발령돼 있었다. 이 면역 경보는 곰팡이를 퇴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곰팡이 외 다른 침입을 방어하기 위함이었다. 올리 어머니의 혈액은 외부 미생물, 유해 물질, 위험 조직을 솎아 내고, 병든 세포, 죽은 세포를 재생시키고 있었다. 60대 노인의 신체 기능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올리 어머니의 몸은 곰팡이의 힘을 빌어, 마치 직조 공장에서 옷감을 짜듯, 새로운 몸을 만들고 있었다. 

혹시 식물의 공생 같은 것일까? 곰팡이에 의존해 양분을 얻고 병원체를 퇴치하는 식물과 같은 관계를 맺는 것일까? 준은 올리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올리 어머니는 준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준은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렸다. 침은 준의 손등에 맞았다. 올리가 놀라서 물수건을 들고 달려 온다. 준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 거즈 갖다 줘. 이거 갖고 가야 해. 

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올리를 다시 한번 안심시켰다. 

미안한데, 어머니 소변 보신 기저귀도 플라스틱 봉투에 넣어주지 않을래? 연구에 필요해. 

이제 가야 할 것 같았다. 올리의 어머니는 방에서 나가는 준을 노려 보고 있었다. 준은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왔다. 준은 증상발현자들이 사람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본능적으로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증상발현자는 죽은 것도 아니고, 생명의 기능을 다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생존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올리는 어머니를 침대에 뉘이고 안정제를 투약했다. 앞으로 2-3시간은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올리는 어머니의 차로 준을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의 허리엔 테이저 건이 장착돼 있었다. 구청에서 시민들에게 제한적으로 지급되는 안티-버섯뇌 호신 도구였다. 아마도 장애인이 있는 가정에 우선 지급됐을 것이다. 

어머니가 평소엔 저렇지 않아. 대체로 기분이 좋으셔. 폭력성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야. 

준은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질투였을 것이다. 올리의 어머니에겐 올리 뿐이다. 올리가 가면 어머니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준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준은 올리에게 말했다. 

올리 넌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내가 어머니였으면 지금을 선택했을 거야. 뇌의 기능을 유지한 채 죽어 가는 것보다는 뇌가 없는 상태로 행복하게 사는 걸 택했을 거야.

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의 말은 그에게 불필요한 인사치레였다. 올리는 어머니에게 증상이 나타났을 시점부터 백만번은 되뇌였을 것이다 - 지금이 어머니에겐 최선의 결과라고. 지금의 병은, 최소한, 어머니에겐 축복일 수 있다고. 

하지만 준은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정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정말 뇌를 포기할 수 있을까? 자발적으로 짐승이 될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나 나일까? 나라는 존재는 뇌에 의해 존재하는 것일까? 뇌가 없으면 나도 없는 걸까? 하지만 저렇게 건강한데, 저렇게 행복할 수 있는데, 뇌는 뭘 위해 존재하는 걸까? 우린 무엇 때문에 뇌에 집착하는 걸까? 

준은 올리 역시 감염 상태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의 몸 어딘가 이끼가 나 있을 것이다. 올리는 변이 되면 어떻게 될까. 올리처럼 이성적인 사람도 짐승이 되는 걸까. 남달리 안정적인 삶을 살았다면 그 행동 패턴도 유지될 수 있을까. 올리는 어머니를 보호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 늦게 증상이 나타나야 했다. 

올리는 준을 이대로 보내는 것이 무서웠다. 이렇게 불쾌한 기분만 잔뜩 안겨 주고 헤어지는 것이 싫었다. 올리는 어쩌면 이것이 준과의 마지막일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올리는 준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었다. 올리는 일부러 즐거운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 그동안 들었던 웃기는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준은 자신을 위해 애쓰는 올리를 보며 미안함을 느꼈다. 나는 올리에게 어떤 여자 친구였을까? 아직 일년도 되지 않은 관계였다. 다른 커플들은, 결혼은 아니라도, 섹스는 한다. 올리는 아직 여자 경험이 없었다. 올리는 준과 몹시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딱 한번만 물어 보고 다시 묻지 않았다. 올리는 준의 구닥다리 노트북을 고쳐 주었다. 노트북이 느려서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올리는 아무 말없이 노트북을 더 빠르게 개조해 주었다. 올리는 준의 노트북이 중국에서 만든 시스템 덕에 보안에 더 유리하다고 했다. 준의 아버지 파일을 일반적인 문서처럼 보이게 암호화 해준 것도 올리였다. 올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준에게 뭐가 필요한 지 굳이 여러 번 캐묻지 않았다. 그냥 다 알아서 해주었다. 올리는 분명 모리스, 제임스와 같은 부류였다. 유능한 남자. 사려 깊은 남자. 좋은 남편감. 

준은 문득 자신이 올리를 모리스의 대타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순전히 자신의 편의를 위해 올리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이야기 웃기지 않느냐며 혼자 실실 웃는 올리를 보며 준은 회한을 느꼈다. 엄마가 죽고 난 뒤에, 양밍 아저씨가 죽고 난 뒤에 느꼈던 뼈저린 후회들. 준은 다시 그런 기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올리. 

응? 

우리 키스한 적 없지. 

그런가? 잘 모르겠네. 

하고 싶지 않아? 나는 하고 싶은데. 

음… 그럴까… 

올리는 반응이 미적지근 했다. 찍기 싫은 기념 사진을 억지로 찍으려는 학생 같았다. 그렇다. 이건 기념 사진이다. 앞으로 다시 보지 못할 학생의 얼굴을 영구 기념하기 위한 졸업 사진이다. 

여기 잠깐 차 세워봐. 

올리는 준이 하라는대로 했다. 올리는 준의 말을 잘 들었다. 데이트 장소를 고를 때마다 네 의견은 없냐는 준의 힐난에 올리는 지금껏 항상 준 너의 의견이 더 옳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올리는 줏대 없는 남자는 아니었다. 숫기 없는 남자일지 몰라도 바보 같은 남자는 아니었다. 

이리 와 봐. 

준은 올리의 손과 팔을 잡고 끌어 당겼다. 준은 어떻게 하면, 어떤 표정을 지으면 남자들이 흥분하는지 잘 알았다. 부끄러운 듯 준의 시선을 피하던 올리는 가까이 있는 준의 얼굴을 보고 웃는다. 올리는 준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말했다. 

너한테서 좋은 냄새 나. 

준은 트리시에게 키스하는 법을 배운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베풀 수 있는 최선의 친절이라고 생각했다. 준은 올리가 발기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자의 진한 정욕의 냄새. 준은 올리의 성기를 꺼냈다. 앗 잠깐 잠깐만! 올리가 비명을 지르듯 만류한다. 

학교에서 오랄 섹스는 죄악이라고 배웠다. 오랄 섹스가 절대다수 성병의 원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랄 섹스만 하지 않으면 안전한 것일까? 그런 구분법은 준에게 아무 의미 없었다. 성병은 병을 가진 상대와 접촉하기 때문에 생긴다. 인간에게 물고기만큼의 후각 능력만 있어도 쉽게 보균자 구분이 가능하다. 그랬다면 성병이 통제 불능 창궐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째서 인간은 생존을 위협할 지경으로 후각이 퇴화한 것일까? 뇌에 모든 자원을 몰아주기 위해 후각을 희생한 것일까? 그게 인간 진화의 방향이었을까? 

“하지만 그래서 콘돔을 발명했지 않은가?” 량이 아저씨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짐승이 보균자의 냄새를 맡는다고 과연 성관계를 자제할 것이냐고. 인간은 후각을 잃은 대신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뇌를 갖게 된 것이라고. 등가교환이라고. 량이 아저씨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미안! 미안해. 올리는 금방 사정했다. 급하게 물수건을 찾았다. 올리의 정액에는 병원체의 흔적이 없었다. 정상이었다. 감염자가 번식을 하는 경우 어떻게 될까? 정상적인 경우와 어떻게 다를까? 

올리는 준의 입에 묻은 걸 닦아 주었다. 올리의 몸이 뜨겁다. 그는 다시 발기했다. 준은 올리와 다시 입을 맞췄다. 올리는 이번엔 행복한 것 같았다. 정말 좋아서 하는 것 같았다. 준은 좋은 졸업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준도 올리도, 기억에 남을 기념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품 등록일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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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ㅜ
Kelly   
ㅠㅠ슬리피캣 노래 되게 찡하다





마지막 사진이 아니기를ㅠㅠ
진미오징어   
뭔가. 되게 자의류 감염된 사람들. 요정같지않음? 피부에 이끼난 모습도 비슷하고.

기이한 행동하는것도 그렇고. 특수한 힘 가진것도 그렇고.

백인만 감염되는 특성도 그렇고(영국,아일랜드 민담에서 거의 요정들은 백인외모)

내 생각엔 이번이 처음 아닐듯. 과거에 분명 있었을것겉아. 감염자들.
버터   
왜 뇌에 집착하는 걸까?
슬리피캣   
이 노래 생각난당 Shanyichun 单依纯-照片

https://youtu.be/c5fNo5LB2FA?si=Y4waN_5ZlDP6OuiV

우리가 찍었던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은
모두 제 기억속에 찍혀있어요
인생은 기니까요
천천히 정리하며 소중히 간직할게요

당신은 제가 사랑에 너무 집착한다고 말하죠
차가운 척 단호한 척 하는 당신,
집에가서 사진 지우며 울지는 말아요..
슬리피캣   
세상의 마지막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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