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는 군에서 탈취한 저격총을 시험해 보고 있었다. 그는 버섯뇌에 가족을 잃은 수많은 비감염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안티-버섯뇌 민병대의 일원이었다.
거스 프랫. 그는 헌병이었다. 전투병을 지원했는데 키가 너무 컸던 까닭에 헌병으로 빠졌다. 그는 큰 총을 다루고 싶었지만 헌병에게 그런 총은 주어지지 않았다. 손바닥만한 권총만 차고 다녀야 했다. 거스는 훈련을 나갈 때마다 장교에게 이야기해서 따로 사격 연습을 했다. 소총부터 대물 저격총까지, 군에서 제공되는 모든 총을 다 쏘아 보았다. 거스의 완벽에 가까운 사격 실력을 아는 사람은 그에게 사격 시간을 할애해준 사격장 장교 밖에 없었다.
역병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군대였다. 하루에 수십건씩 대형 사고가 터졌다. 폭격기를 무단 이륙 시켜 곡예 비행을 하다 추락한 사고는 예고편이었다. 탱크를 도심으로 몰고 가 쇼핑몰에 포를 쏜 일도 있었고, 전함이 민가에 5분 동안 포격을 한 일도 있었다. 국방부는 뒤늦게 부랴부랴 이끼 피부를 색출해 격리소에 보냈지만 이끼 피부는 자고 일어나면 발생했고 틈만 나면 버섯뇌가 사고를 쳐 사람들을 죽였다.
국방부는 사람들에게 “파괴부 ministry of de-struction” 혹은 “재앙부 ministry of de-saster”로 불렸다. 핵무기가 발사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핵무기를 버섯뇌가 조작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사람들 덕에 지금 모두가 살아 있는 것이다.
군 당국의 공지는 매번 바뀌었다. 자기들도 잘 모르는 정보를 무작정 공지만 하다 보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거스가 기억하는 공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백인종의 75%가 이끼 피부를 갖게 됨.
- 인도 아랍계의 50%가 이끼 피부를 갖게 됨.
- 흑인과 동양인의 이끼 피부 발생률은 알려진 바 없음.
- 이끼 피부의 75%가 1년 내 반사회적 공격성을 보임.
- 이끼 피부의 75%가 살인 등 극단적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성향을 보임.
- 군 내 이끼 피부 목격 시 반드시 신고.
- 이끼 피부가 아니라도 이상 행동, 말투, 표정, 자세를 보면 반드시 신고.
거스는 국방부가 75%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냥 “대부분”이라고 하면 될 것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75%라는 숫자를 쓰면 정확해 보일 줄 아는 것 같다.
게다가 도움 되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버섯뇌가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 도움되는 정보는 버섯뇌를 목숨 걸고 제압해야 하는 헌병들에게만 제공되었다. 거스는 버섯뇌가 어떤 동물들인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인간과 어떻게 다른지, 영화 속 좀비와 어떻게 다른지 알았다. 거스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동료들이 먼저 죽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미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거스는 동료들이 먼저 죽었던 까닭에, 동료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고 들었던 까닭에 대처법을 익힐 수 있었다.
헌병대에 공유된 버섯뇌에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 버섯뇌는 겉보기 구분이 쉽지 않음. 말을 시켜 보거나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한 정상인과 동일함.
- 버섯뇌는 욕구에 반응함. 버섯뇌는 욕구의 자극을 받을 시 폭주함.
- 버섯뇌는 기계에 가까운 목적지향성을 보임. 행동, 소리, 표정을 과장하지 않고 조용히 목적을 향해 돌격하는 것이 특징.
- 버섯뇌는 의도를 드러내지 않음. 예비 신호가 없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 사전 대처 불가능.
- 버섯뇌는 즉흥적임. A를 향해 돌진하다 갑자기 B, C, D 다수의 목적으로 전환되기도 함. 목적을 향해 우회하는 경우도 많으며 장애물 회피에도 능숙함.
- 버섯뇌는 정상인에 비해 근력이 50% 이상 강함. 시각 청각 후각이 극히 예민하며, 고공 낙하 같은 정상인에게 불가능한 특수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음.
- 버섯뇌는 고통을 느끼지 않으며, 총에 맞아도, 칼에 찔려도, 신체 일부가 파괴돼도 행동을 중단하지 않음.
- 버섯뇌는 머리 공격을 받을 시 폭주함. 더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 유발.
- 버섯뇌는 머리가 아닌 목을 노려야 함. 머리 공격 금지, 근접전 금지.
- 버섯뇌는 감정이 없으며 두려움을 느끼지 않음. 위협, 경고, 설득, 교화 등이 통하지 않음.
- 버섯뇌는 인간이 아닌 기계임. 물리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해야 함.
핸더슨 중대장이 그랬다. 완벽한 군인인데 마약에 취한 군인이라고. 스테로이드와 마약을 투여받은 특수 부대원 같은 놈들이라고. 핸더슨 중대장은 버섯뇌에게 팔을 잃었다. 팔을 물렸을 때 총으로 머리를 쏜 것이 화근이었다. 두개골이 파괴된 버섯뇌는 죽지 않고 폭주했다 - 중대장의 요골 radius을 완전히 물어 뜯어 파괴해 버렸다. 팔 접합이 불가능해진 중대장은 의병 제대(Medical Separation)를 해야 했다.
빠른데 예측이 어렵다 - 버섯뇌의 가장 무서운 특징이다. 거스는 총알을 피하는 놈들도 보았다. 머리에 총알 구멍이 난 상태에서 무기를 휘두르는 놈들도 있었다. 인간은 지금껏 제압하기 쉬운 대상이었다. 아무리 사나운 놈들도 굳이 총을 쏠 필요 없이 맨손으로 바닥에 눕히고 수갑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왠만한 맹수보다 제압하기 어려운 동물이 되었다.
군대 내 극소수 인종이었던 흑인과 동양인이 갑작스레 우대 받았다. 다수의 흑인이 지휘부로 발탁됐지만 거스는 군대에서 나왔다. 공식적으론 부모상 때문에 받은 휴가였지만 그는 다시 군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여기 계속 있다간 언제 비명횡사할 지 알 수 없었다. 사병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국방부에서는 사고 소식은 물론 군인 사망자 수도 숨기고 있었다. 세상이 어떤 지옥으로 바뀌었는지 손바닥으로 가리는데 급급했다.
정부에서는 버섯뇌가 사람이냐 아니냐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버섯뇌에게 살해 당하면 살인으로 수사해야 하는지, 해수 피해 혹은 자연 재해로 조사해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반대로 버섯뇌를 죽이면 살인인지, 동물 학대인지, 아니면 정당 방어인지 힌트조차 주지 않았다. 자력갱생, 자력생존의 시대였다.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고, 누구도 생존을 지켜주지 않았다.
거스는 무기고에서 고성능 저격총과 돌격 소총을 갖고 나왔다. 거스는 무기고의 프레드와 친분이 있었다. 친분이 있다고 총을 무단으로 갖고 나가게 하진 않는다. 프레드는 버섯뇌였다. 하지만 그는 얌전했다. 그는 이끼가 보이지 않았고 원래 말도 없었다. 그에게 실어증 같은 장애가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은 친한 사람들끼리만 알았다. 프레드는 분명 목구멍 같은 보이지 않는 곳에 이끼가 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 의미없다. 백인이면 99% 이끼 피부나 다름 없다. 일일이 그 해괴한 광선을 쬐어 가며 이끼 피부 여부를 구분할 필요 없다. 백인들의 세상은 끝났다. 백인들은 더 이상 사람 구실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백인들이 다 뒈졌으니 이제 우리들 세상”이라고 누가 지껄이는 걸 들었다. 한심한 말이다. 지배 계층이 사라지면 유토피아가 오는 게 아니라 혼란이 온다. 이건 평화적 정권 이양이 아니다. 다 같이 죽자는 것이다.
버섯뇌가 된 백인들은 혼자 죽지 않는다. 이들이 얌전히 삶을 마감하는 경우는 없다. 반드시 누군가를 죽이거나, 뭔가를 파괴하고 간다. 거스의 집은 그 피해자였다. 한밤중에 누군가 그의 집에 방화를 했다. 불을 피해 빠져 나온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 살해했다. 범인은 동네 사람들에 의해 잡혔다. 그들은 거스에게 전화해서 물어 보았다. 이 새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거스는 범인이 버섯뇌라는 사실을 듣고 알아서 하시라고 했다. 그때 통화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 불에 태워 죽였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버섯뇌를 잡은 주민들은 운이 좋았다. 버섯뇌를 잡으려다 역습 당해 몰살 당한 경우가 더 많다. 버섯뇌는 결코 호락호락한 놈들이 아니다.
거스는 마을을 요새화 할 생각이었다. 버섯뇌를 사냥할 생각이었다. 저격총 2자루와 돌격 소총 1자루. 탄약은 혼자 들 수 있을만큼 최대한 많이 들고 나왔다. 마을에 몇 명 안 되는 백인들, 해리스와 페리 가족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직 무사할까. 혹시 죽임 당한 건 아닐까. 아무 짓도 하지 않은 백인들이 죽임 당하는 일이 늘고 있다. 백년 전 횡행했던 흡혈귀 마녀 사냥이 현실화 되고 있다. 백인들도 가만 앉아 당할 리 없다. 미국엔 “선점형 방어”라는 명분으로 타인종들을 죽이고 다니는 백인 집단도 있었다. 폭력은 폭력을 자극한다. 살육은 살육을 정당화 한다. 인종 갈등은 인종 살육으로 격화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4년 만에 돌아온 거스에게 환영과 위로를 건넸다. 전부 다 타 버린 줄 알았던 부모님 집은 의외로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집 안 기물들이 많이 타긴 했지만 거스 혼자 살기엔 불편이 없었다. 주민들 도움 덕이다. 이들은 부모님의 복수도 해주고 그들의 장례도 치러줬다. 이제는 거스가 이들을 도울 차례다.
거스는 설계 도면을 주민들에게 보여주었다. 마을 중앙에 탑을 2개 세운다. 탑은 서로 1 km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2개의 탑에는 사정거리 2km의 저격총이 탑재된다. 마을의 넓이는 반경 3.5km. 2개의 저격총으로 방어가 가능하다. 버섯뇌를 제압하는 최선의 방법은 멀리서 몰래 총을 쏘는 것이다. 목을 정확히 맞추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척추나 골반을 망가뜨릴 수는 있다.
해리스와 페리 가족들은 민폐 끼치기 싫다며 백인들 사는 곳으로 가 버렸다. 주민들 대부분이 말렸지만 이들은 몰래 떠나 버렸다. 백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건 다른 인종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이다. 다른 인종은 버섯뇌인지 아닌지 확인이라도 한다. 하지만 버섯뇌는 사람 죽이는데 이유도 기준도 없다. 그들이 제일 먼저 살해하는 대상은 가족과 애인, 그리고 동료들이다.
거스는 마을 사람들과 자경단을 조직했다. 3명씩 조를 짜서 마을 주변을 순찰하는 것이다. 돌격 소총 한자루와 권총 2자루. 3인조는 작전을 짜기도 좋고, 차를 타고 이동하기도, 걸어서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가만히 앉아서 방어를 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버섯뇌는 집단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둘 이상 모이면 공동의 목적을 위해 협동한다. 이들은 집단 생활을 하며 번식을 하고 먹이를 사냥한다. 근방에 버섯뇌의 거주지가 생길 경우 그들은 마을을 사냥터로 쓰게 될 것이다.
지미와 제이콥은 총을 잘 쏘지 못했다. 지미는 말이 많았고, 제이콥은 겁이 많았다. 사격 훈련을 아무리 시켜도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았다. 차라리 칼을 쓰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위급 상황일 경우 자칫하면 아군을 쏠지도 모른다. 전쟁 중에 제일 무서운 건 아군의 총에 맞아 죽는 것이다.
지미는 미국 흑인 사투리를 쓴다. 미국에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영국 촌놈이 미국 흑인 사투리가 쿨하다고 미국 흑인 사투리를 쓴다. 미국 흑인 사투리로 하루종일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떠든다. 거스는 무던한 성격이라 쉽게 신경 꺼버리지만 제이콥은 화를 낸다. 하지만 그때 뿐이다. 지미의 랩 독주회는 쉽게 중단되지 않는다.
마을 주변에 동굴과 채석장이 많은 건 심각한 불안 요소다. 버섯뇌는 똥오줌을 아무데나 싼다. 동굴 채석장의 절반까지 들어가서 똥오줌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흉가, 건물, 오래된 성도 요주의 지역이다. 동굴은 일직선 통로라 적을 발견하기도 제압하기도 쉽지만 건물은 그렇지 않다. 절대 안에 무턱대고 들어갈 수 없다. 반드시 누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진입해야 한다. 많은 동료들이 건물에 숨어 있는 버섯뇌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근접전을 허용해선 안 된다. 반드시 원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거스의 자경단은 순찰 중 한 무리의 백인들을 만났다. 이들은 거스 일행을 보자마자 총을 쏘았다. 거스 일행을 자신들을 죽이러 온 사냥꾼들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거스는 한참 동안 “우리는 당신들을 해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그들은 끝내 안심하지 못했다. 그냥 서로 못 본 척 헤어지자고 합의했다. 그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아이도 있었고 노인도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아마 그들 사는 지역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다. 간신히 살아남은 가족끼리 고향을 떠났을 것이다.
거스는 여기 식량을 놓고 갈 테니 필요하면 가져 가시라고 했다. 이 근처 건물이 비어 있으니 그곳에 자리를 잡으라고 조언하려 했지만 그만 두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친절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스는 군인을 그만 두었지만 지금은 전시 상황이고 모두가 군인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징수관”이라는 사람들도 만났다. 인도계 사람들로 구성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위조된 공문을 보여주며 백인들이 남기고 간 것들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스가 아무 말없이 노려 보자 나중에 뵙겠다며 가 버렸다.
“평화사절단”이라는 사람들도 만났다. 다수의 히스패닉과 소수의 동양인으로 구성된 이들은 자신들의 “교회”에 들어오면 식량과 안식처가 무료로 제공된다고 했다. 백인들은 없으며, 이끼 피부에 감염되지 않는 사람만 입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지미가 입회 조건은 뭐냐고 물었다. 당신들 혹시 교인들을 착취하는 것 아니냐고, 여자들은 노동력을 착취하고 남자들은 성착취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평화사절단은 발끈해서 지미에게 삿대질 하며 마구 욕했다. 메시아의 저주로 사지가 찢겨 죽을 것이라는 둥 극단적인 험담을 퍼부었다.
지미는 자경단 활동이 재미있는 것 같았다. 실제 교전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죽을 것 같은 놈이 제일 적극적으로 참견을 한다. 지미는 작금의 상황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저런 놈들이 혹시 여자 버섯뇌를 잡아다가 성노예로 쓰지 않을까, 버섯뇌를 혹시 애완 동물이나 사냥개로 쓰는 놈들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그랬다.
너 그런 걸로 소설이나 쓰라고 여기서 말로 떠들지 말고. 아니, 노래로 만들 생각은 없냐? 너 힙합 나부랭이 지망생이니까 랩으로 만들어서 음반을 내라고. 아직 우리 깜둥이들 음반 사업으로 밥 벌이 잘 하지 않냐?
제이콥이 기다렸다는 듯 지미에게 조언을 쏟아 낸다. 지미는 창작은커녕 영화 1시간 보는 것도 지겨워서 못 참는 놈이다. 자기 떠드는데 방해된다고 BGM도 틀어 놓지 않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제이콥의 조언은 지미에게 고민거리를 준 것 같다. 갑자기 수다를 멈추고 진지해졌다. 지미를 처음 본 이래 이렇게 조용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거스 일행은 “민병대”이라는 흑인 무리를 만났다. 전문적으로 조직된 4명의 남성들이었다. 이들의 장비는 거스의 자경단처럼 마구잡이로 수급된 것들이 아니었다. 저격총, 테이저건, 그물망, 전기톱 같은 버섯뇌에 최적화된 무기를 갖추고, 방검복에 팔다리 보호대까지 차고 있었다. 이들은 경찰서에서 직접 무기를 수급 받고 있었다. 민병대의 브렛은 경찰 출신이었다. 경찰 조직이 무너지고 치안 유지가 되지 않자 브렛 같은 경찰들은 지역 주민들과 연합해 자체 무장을 도왔다. 그리고 자신이 주민들을 직접 이끌고 무고한 이들의 생존을 방어하고 있었다.
브렛은 거스가 헌병 출신이라는 말을 듣고 굉장히 반가워 했다. 브렛이 몰고 다니는 차는 경찰이 무장 강도를 제압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방탄 SUV였다. 혹시나 도움이 필요한 다른 지역 주민들을 위한 여분의 무기들이 구비돼 있었다. 브렛은 거스의 무기를 점검해주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무기와 장비들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브렛은 거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엔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닙디다. 버섯뇌는 종류도 많고 예측도 어렵습니다. 뇌가 없으니 학습 능력이 없다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매번 만날 때마다 공격 패턴이 바뀝니다. 심지어 전에 없던 능력이 생기는 경우도 봤죠. 한번 우리 총에 맞았던 버섯뇌가 두번째 봤을 때는 총에 맞지 않으려고 바닥을 기어 다닙디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데, 보통 인간이 기어다니는 속도가 아니라, 왠만한 도마뱀이나 뱀처럼 빠르게 기어다녀요.
브렛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인간은 저들에 대항할 자원이 점점 줄어 가는데 저들은 우리에게 대응하는 기지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요. 우리는 무기와 도구가 없으면 속수무책인데 저들은 맨 몸으로 매일 새로운 진기명기 믿거나 말거나 쇼를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가 정말 힘든 건, 우리가 지금껏 버섯뇌보다 정상인을 더 많이 죽였다는 겁니다. 세상이 뒤집혔다고, 자기들 세상이 온 줄 아는 버섯뇌만도 못한 짐승들이 설치고 다닙니다. 정상이라고, 뇌가 붙어 있다고,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됩니다. 버섯뇌보다 더 악질적인 게 뇌가 달린 인간입디다.
브렛은 지도를 공유해 주었다. 지도에는 버섯뇌가 출몰하는 것으로 확인된 지역들이 표시돼 있었다. 브렛은 지도에 요주의 시설을 지목했다. 혼캐슬이었다.
이곳은 원래 병원이었는데, 버섯뇌가 다수 살고 있습니다. 감염자들이 많이 수용돼 있었던 것 같은데, 그들이 버섯뇌로 변이되면서 외부 사람들을 해치고 있습니다. 우리 쪽에 2명이 이곳 병원 버섯뇌에게 목숨을 잃었는데… 너무 위험하니 절대로 안에 들어가지 마세요. 굉장히 넓고 방이 많은 구조라서 절대 쉽지 않은 곳입니다.
혼캐슬은 거스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그곳에 그런 시설이 있는 걸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지금까지 그 근방을 수없이 돈 것 같은데 어째서 한번도 보지 못했을까. 아마 새로 생긴 시설이겠지. 아마 거스가 군대에 있는 동안 지어진 시설일 것이다. 그곳이 존재하는 한, 그곳에서 버섯뇌가 출몰하는 한, 마을은 안전할 수 없다. 거스는 그곳을 소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그냥 가만 두고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버섯뇌는 번식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