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65
량이 아저씨는 준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준의 가슴 속엔 불이 있다” 량이 아저씨가 한 말이었다. 량이 아저씨는 준의 아버지가 그 점을 걱정했다고 했다. 가슴 속 불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부른다고. 

량이 아저씨는 양밍 아저씨에게 배운 방어법이 결국 사람을 해치는데 쓰일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량이 아저씨는 운명을 믿지 않았지만, 인간 본성의 항상성은 믿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 그는 어떤 가치 평가도 하지 않았다. 

…네 아버지는 그것이 너의 운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했지.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불은 스스로를 태우기도 하지만 병의 원인을 섬멸하기도 하지. 

량이 아저씨는 신도 운명도 믿지 않았지만 신과 운명을 믿는 사람들을 이해했다. 량이 아저씨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신과 운명을 믿지 않는다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했다. 

준이 량이 아저씨의 불가지론을 받아들인 건 순전히 자신의 편의였다. 그게 제일 마음 편하니까.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도 되니까. 어떻게 보면 량이 아저씨는 가장 급진적 형태의 운명론자였을까.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한 건 결국 모든 건 정해진 운명을 따라 갈 것이란 뜻이었을까. 

준은 꽃가루와, 피부 지의류와, 일련의 사건들의 연관성을 알고 있었다. 언론에선 최근에야 이 모든 이벤트들이 서로 관련있을 것이라 보도했지만 준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꽃가루에는 곰팡이 포자가 있었고, 이 포자가 인간 몸에서 번식한 것이었다. 피부 지의류는 표식이었다. 인간의 면역 체계가 곰팡이에 장악됐다는 표식. 

준은 올리의 어머니 상태가 최근 호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침대에 종일 누워 있던 어머니가 이제는 의자에 앉아 말고 하고 스스로 식사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준은 이 의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현상에 꽃가루 곰팡이 외엔 다른 변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준은 감염의 결과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준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야 했다. 감염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지, 감염의 기원과 영향을 확인해야 했다. 준은 표본이 필요했다. 꽃가루 곰팡이 감염 표본을 가까이 봐야 했다. 

올리는 준이 올리의 어머니를 보러 가겠다는 말을 듣고 애써 기쁨을 감췄다. 괜찮겠느냐고 거듭 물어봤지만 올리는 준이 자신과 함께 어머니를 보러 가는 걸 애타게 바라고 있었다. 

1년 넘게 병상에 누워 있던 준의 어머니는 올리의 여자 친구가 온다는 말을 듣고 곱게 차려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준은 올리의 어머니 손을 잡고 상태를 살폈다. 분명한 곰팡이 감염이었다. 올리의 어머니 몸 어딘가에 지의류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준은 이 곰팡이가 대체 어째서, 어떻게, 인체의 고통을 중단시키고 회복을 도모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올리의 어머니는 시선으로 알파벳을 선택해 모니터에 대화창을 띄우고 있었다. 올리가 직접 짠 시선 인식 프로그램은 성능이 우수했다. 목소리도 많이 나아졌다지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어눌한 발음으로 의사 소통하기 거북했을 것이다. 숫기 없는 못난 아들 놈과 사귀어 줘서 고맙다는 올리의 어머니에게 준은 아드님은 못난 사람이 아니며 마음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여자를 사귈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올리 어머니는 기품 있는 여성이었다. 아마도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힘들고 가난한 삶을 살아온 흔적이 느껴졌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냄새는 과거를 알려줄 뿐 과거의 원인은 알려주지 않는다. 올리 어머니의 유일한 기쁨은 그의 유일한 아들이었을 것이다. 올리는 효자여야 했다. 실제 그런 지는 알 수 없지만. 

준은 올리의 어머니에게서 상반된 냄새를 맡았다. 회복과 재생, 그리고 퇴행과 파멸. 준이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이 곰팡이가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란 점이었다. 근거는 없었지만 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곰팡이는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진화했으며,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사람들에게 감염됐다는 사실을. 

준은 극심한 불안을 느꼈다. 이 곰팡이는 어떤 병원체와도 다르다. 면역 체계의 허점을 파고 든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면역 체계를 무력화 시킨 것이다. 가장 무서운 건 면역 체계가 이 곰팡이에 반응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몸은 곰팡이를 몸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인간의 면역 체계는 이 곰팡이와 공생 관계를 맺고 있었다. 다른 병원체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곰팡이와 “협업”을 하고 있었다. 면역 체계는 이 곰팡이가 인간의 몸을 장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준은 알고 있었다. 이런 병원체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아버지 뿐이란 사실을. 준은 아버지의 연구가 누군가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의 연구를 전달 받은 사람은 아버지와 동일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일반인은 아버지의 연구를 해독할 수 없다. 해독을 하더라도 그걸 실전에 활용하긴 더더욱 불가능하다. 아버지의 유언이 기억났다. 

.............브로디 버크. 너의 배다른 형제다. 그에게 파일이 넘어가선 절대로 안 된다. 

해가 지고 있었다. 준은 올리의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만 가보겠다고,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인사 하고 일어났다. 순간 격심한 불길함을 느꼈다. 머리로 인지하지 못했던, 직감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던 부정하고 싶었던 진실 - 준은 트리시가 감염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곰팡이는 잠복하고 있으면 아무 특이점이 없다. 면역 체계가 반응하지 않는 한 냄새로 이상을 감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트리시에게 감지된 냄새는, 그저 밖에서 묻어온 흔한 곰팡이인 줄 알았던 냄새는, 올리의 어머니에게서 나는 냄새와 동일한 패턴을 갖고 있었다. 둘은 같은 곰팡이에 감염돼 있었다. 

준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올리가 준에게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대신 택시를 불러 달라고 했다. 

준 

응. 

오늘 와줘서 고마워. 

… 

근데 괜찮아? 

올리. 

응. 

어머니 조금이라도 안 좋아지면 얘기해. 

응. 

내가 꼭 확인해 볼 게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어디 퇴행 증세가 나타나면 반드시 이야기 해야 해. 

응 알았어. 

준은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생각했다. 아버지는 준이 과학자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했다. 그게 운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준은 아버지 말과 달리 평범한 여자의 인생을 살았다. 아버지의 연구를 멀리 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했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과 관련해 준이 한 일은 올리를 불러다 이중 암호화 한 것 뿐이었다. 아버지의 연구 결과를 평범한 논문인 것처럼 위장하고 그대로 묻어 버린 것이었다. 아버지의 유산을 연구한 사람은 브로디 버크였다. 아버지의 운명을 이어 받았어야 할 이는 그 운명을 거부했고, 그래선 안 되었을 사람이 금지된 운명을 이어 받았던 것이다. 

브로디 버크의 이야기는 며칠 전 커피샵에서 뉴스로 본 것이 전부였다. 가족을 잃고, 사업체를 잃고, 그리고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기업가의 이야기. 준은 처음엔 브로디 버크라는 이름을 몰랐다. 하지만 그의 무의식은 그때 그 뉴스에 나온 사람이 자신의 배다른 형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자력에 이끌리듯, 자기도 모르게, 뉴스를 끝까지 봤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봐야 할까. 하지만 인터넷 정보는 대부분 거짓이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자기들끼리 지어낸 이야기들 뿐이다. 어떻게 해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준은 모리스와 이야기 하기로 했다. 이런 일은 혼자 앓고 있을 것이 아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어떤 대책이 있을까. 어쩌면 모리스도 제임스도 이미 감염됐을지 모른다. 곰팡이는 대체 어떤 패턴, 어떤 원리로 감염되는 걸까? 정말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백인만 감염되는 걸까? 

준은 모리스가 보고 싶었다. 모리스는 최근 병원 일이 바빠져 며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준은 올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준은 모리스와 연인 관계였다. 준이 사랑하는 사람은 올리가 아닌 모리스였다. 

작품 등록일 : 2026-04-13
최종 수정일 :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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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매 둘이
하나는 이성은 제정신이 아닌데 본능은 멀쩡하고
다른 하나는 본능은 제정신인데 이성은 제정신 아닌 게 개웃기네ㅋㅋㅋㅋ
e   
어쩐지 어쩐지!!지난번에 그렇게 끊어버려서 설마 했는데 주은이 모리스랑....

트리시 어떡해ㅠㅠㅠ
  
가슴이 저릿함

사람들마다 감동을 받는 포인트는 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번화에서 뭉클하다 못해 가슴이 터질거 같았음

그리고ㅠㅠ 말이 씨가 되니까 그런 말은 정말 하기 싫었지만
트리시가 웬지ㅠㅠ걱정이 되었었어ㅠㅠ

그래도 그분의 사랑스런 딸 주은이 있으니
하이브리드 주은이 해결해줄거야!
진미오징어   
전에 있지 20살경에 어떤 중국 남자애를 알았는데 걔 이름이 왕평범이었어 진짜 이름이 평범이었지 ㅋ 그때 내가 그랬거든 야 너네 부모님은 왕우수라고 안지어주고 왜 왕평범이라고 지었어? 그랬더니 걔가 허허 웃고 지나갔는데... 걔네 부모님 마음을 알게된때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인것 같아 왕핑판이 걔는 잘 지낼까
슬리피캣   
브로디가 어쩌다ㅠㅠ.
버터   
준이 사랑하는 사람은 모리스...? 헐
슬리피캣   
헐 근데 준도 백인의 피....?
슬리피캣   
예???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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