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58
식당에 제일 늦게 도착한 사람은 조안이었다. 조안은 다른 모임에 참석했다 뒤늦게 가족 모임에 왔다. 이렇게 같은 날 같은 시간 2개의 약속이 잡히는 일은 조안에겐 드물지 않았다. 겹치기 약속, 얼굴만 비치고 빠지기, 그런 걸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안에겐 자주 있는 일이었다. 

오늘은 중요한 모임, 신경 써야 할 모임에 갔다 오느라 조안은 옷을 잔뜩 차려 입었다. 얼굴만 비치더라도 예의는 지키기 위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조안은 옷차림에 정성을 쏟았다. 식당 앞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던 가족들은 조안의 옷차림에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역시 우리 할머니 몸짱 매력녀”라며 호들갑 떠는 트리시와 반대로 모리스와 제임스의 표정이 어둡다. 이들은 애써 조안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둘은 분명 조안의 옷차림에 불만이 있었다. 

주은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트리시가 얘기한 대로다. 조안 할머니는 저러고 꾸미고 나갈 때마다 스토커를 달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조안 할머니가 달고 오는 스토커들은, 자신과 비슷한 나이 대 남자들이 아닌, 30-40대 남자들이었다. 언젠가는 20대 남자도 있었다. 모리스와 제임스가 정말 힘든 건 이들이 진심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조안의 “뒷모습을 잘못 보고” 쫓아 온 게 아니라 실제 나이를 알고 쫓아 온 것이었다. “이제 나이가 70이시다, 장성한 손자가 있다, 요양원을 알아 보는 중이다” 이렇게 말해도 조안에 한번 꽂힌 남자들은 좀처럼 포기하지 않았다. “같은 남자로서 이런 심정 이해하지 않느냐”고, 이 말을 들었을 때 모리스는 상대방의 입을 찢어 버리고 싶은 욕구를 참아야 했다. 남의 엄마에 발정이 나서 집까지 따라온 주제에 친아들을 눈 앞에 두고 그런 말을 지껄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모리스는 자기가 집에 없을 동안 제임스도 같은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죽어도 하기 싫었던 말을 해야 했다. 어머니 앞으론 옷을 좀 보수적으로 입고 다니시라고, 꾸미고 다니는 거 자제하시라고. 모리스는 평생 어머니에게 뭐 해달라는 말을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이 상황이 거북했다. 소름 끼치게 싫었다. 

그런데 또 그런 옷을 입은 거였다. 그런 옷 입지 마시라고 했는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입은 거야. 오늘 아니면 또 언제 이런 옷 입겠어?” 조안은 당당했다. 미안해 하는 법이 없었다. 트리시는 남자 가족들의 표정을 보고 깔깔대며 웃는다. 우리가 남자들한테 인기 많은 거 다 할머니 유전자 덕이라고 치켜 세운다. 

오늘은 특별한 날. 트리시가 성인이 된 날이었다. 트리시는 대학에 진학했고, 취업도 했다. 일반적인 취업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트리시는 대학 진학과 동시에 돈을 벌기 시작했다. 앰버 회사에 모델이 된 거였다. 엠버의 빌딩 1층에서 장사를 하던 의류 회사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엠버는 당초 계획을 바꿔 자신이 그 자리에 직접 사업을 하기로 했다. 고급 미용 용품을 파는 사업이었다. 원래 친구가 하던 사업을 자기 빌딩에 입점시키면서 지분을 가져왔다고 했다. 거기 자기가 팔고 싶은 물건도 팔기로 했는데 그 중 하나가 트리시가 광고 모델을 한 스킨 토너였다. 트리시는 계약서도 쓰고 계약금도 받았다. 18살 초보 모델에게 계약금이라니. 광고주는 트리시가 마음에 든 게 틀림없었다. 주은이 물었다. 

광고는 언제 나와? 

이미 걸려 있어 매장에. 

궁금해하는 가족들을 위해 트리시는 자신이 찍어 온 광고 사진을 보여주었다. 다들 신기하다고 감탄하는데 제임스만 멀찍이 서서 팔짱을 끼고 있다. 트리시가 제임스에게 물었다. 

너도 볼래? 

아니 됐어. 

제임스는 트리시에게 관심이 없었다. 여자 물건에도 관심이 없었고, 트리시가 어디서 뭘 하는지도 전혀 관심 없었다. 그는 트리시가 광고 모델이 됐다는 사실이 조안 할머니가 스토커를 달고 들어왔다는 사실만큼이나 알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트리시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너도 같이 봐 이 새끼야 라며 억지로 자기 광고 사진을 제임스 눈 앞에 들이 밀었다. 제임스가 도망가자 수십장의 광고 사진을 스팸처럼 제임스에게 전송했다. 

일식집에서는 병원장님 가족이 오셨다고 축하주를 무료 제공해 주었다. 트리시는 술을 난생 처음 먹어 보는 척한다. 어머 일본주가 이런 맛이었네요 혀에 닿자마자 취하네 아이고 기절할 거 같애. 트리시는 모를 것이다. 지금껏 자기가 어디서 술을 먹고 왔는지 주은이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트리시는 자유 영혼이었다. 단지 선을 넘지 않을 뿐이었다. 엄마는 선을 넘었지만 트리시는 그렇지 않았다. 그 정도로 대범하지 못하달까, 무모하지 않을 뿐이었다. 

음식이 나오고 주은은 젓가락질을 시작한다. 배가 고팠던 주은은 쉴새없이 밥을 먹는다. 다른 가족들이 차를 마시고 술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은 혼자 잠자코 꼿꼿이 앉아 밥 먹는데 집중한다. 혼자서 3인분은 먹는 것 같다. 트리시가 주은에게 코멘트를 한다. 

언니 핫도그 먹기 대회 나가볼 생각 없어? 

핫도그 먹기 대회가 뭔지 몰랐던 주은은 트리시의 설명을 듣고 자지러지게 웃는다. 세상에 그런 무식한 짓을 하는 사람들도 있느냐며, 그거 하다 죽은 사람은 없냐고 묻는다. 죽은 사람도 많다는 말에 주은은 말한다. 젓가락으로 먹으면 그럴 일 없다고. 

주은은 트리시에게 젓가락 질을 가르쳐 준다. 오래 살고 싶으면 젓가락으로 밥을 먹어야 한다고 열심히 가르쳐 준다. 트리시는 왜 이렇게 어렵냐며 때려 치우려고 했지만 주은의 능숙한 젓가락질 묘기를 보자 마음이 바뀐다. 주은은 완두콩을 젓가락으로 던져 올렸다 다시 젓가락으로 받는다. 젓가락으로 완두콩 2개를 저글링 하는 서커스 묘기도 보여준다. 트리시가 감탄한다. 

언니 젓가락만 있으면 어디 가도 안 굶겠네. 

테이블 건너편에서 제임스가 열심히 젓가락질을 따라 하려는 걸 본 주은은 제임스 옆으로 가서 가르쳐 준다. 주은의 손과 머리가 제임스 몸에 가까이 닿는다. 제임스가 긴장하며 몸이 움츠러든다. 트리시가 손가락질 하며 비웃는다. 

제임스 쟤 얼굴 빨개졌어. 사촌끼리 그래도 되냐? 

제임스가 당혹해서 그만 두려고 하자 주은이 괜찮다며 다독인다. 다시 자상하게, 마치 아들을 대하듯, 제임스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쳐준다. 의외로 잘 따라 하자 주은은 제임스의 어깨를 다독이며 칭찬해준다. 제임스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트리시가 다시 비웃으며 혀를 끌끌 찬다. 

제임스는 일년 전 명문대에 진학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주은과 같은 학교로 갈 수 있었지만 제임스는 다른 학교를 선택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모리스가 성인식을 하자며 이곳에 데려 오려고 했지만 제임스는 내년에 트리시 할 때 같이 하자며 사양했다. 제임스는 트리시와 정반대의 인간이다. 제 자신을 내세우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자신보다 남이 먼저였다. 충동 대신 인내, 욕구 대신 절제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제임스는 키우기 쉬운 아이였다. 부모가 전생에 부처의 업을 쌓아야 낳을 수 있다는 그런 아이였다. 

각자 학교 생활 이야기를 했다. 공통점은 모두 재미가 없다는 점이었다. 트리시는 처음부터 학문에 관심 있어서 대학을 간 것이 아니었으니 그렇다 치고, 제임스는 원래 예상보다 더 재미가 없는 모양이었다. 다행인 것은 제임스 본인도 재미없는 인간이라는 점이었다. 원래 재미없는 인간이라 재미없는 공부에 대한 역치도 높았다. 제임스는 재미가 있어도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재미가 없어도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리스는 제임스가 사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가끔 불안할 때가 있었다. 이러다 언젠가 갑자기 “제가 여자를 임신시켰어요” 라든가, “이슬람 무장 단체에 가입했어요”, 이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하지 않을까 걱정할 때가 있었다. 왜냐하면 실제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남자 자식은 아무리 얌전하고 착실해도, 오히려 그럴수록, 뜻밖의 사고를 친다. 우리 애는 그럴 리가 없어, 그런 건 절대 불가능한 아이야. 부모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다. 얼마 전 집단 강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보스워스의 아들도 그랬다. 술 담배는커녕 평생 한번 부모 속을 썩인 적이 없는 모범 학생이었다. 남자는 크면 어디서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그게 남자 자식을 둔 부모의 숙명이다. 

학교에서 클럽은 가입했니? 

모리스의 질문에 제임스가 고개를 저었다. 제임스는 취미가 없었다. 클럽에 가입하면서까지 인생의 여유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친구들과 맥주집에 가거나, 축구 경기를 보거나, 게임을 같이 하는 것이 전부였다. 혼자 있을 땐 밖에서 달리기를 하고 집에서 팔굽혀 펴기를 하는 것이 유일한 여가 활동이었다. 

뭐가 가입한 클럽이 없어. 너 “여동생이 싫은 남자들” 클럽에 가입했잖아. 

트리시가 빈정댔다. 농담 같지만 실제로 제임스의 학교에 존재하는 클럽이었다. 정말로 여동생이 싫어서 독살하기 위한 모임인지, 아니면 여동생을 빨리 집에서 내보내기 위해 선을 주선하기 위한 모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무슨 꿍꿍이 속인지 알 수 없는, 소문만 무성한 클럽이었다. 제임스는 실제로 그 클럽에 가입할까 고민 했지만 실제 가입하진 않았다. 

트리시는 성가신 존재지만 가끔 웃길 때가 있다. 제임스는 트리시를 긍정적으로 여기기로 했다. 어쨌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지 않았는가? 평생 사람 구실 못할 줄 알았던 애가 저렇게 벌써 사회인 행세를 하다니 기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러고 또 투닥거린다. 트리시가 제임스 쟤는 얼굴이 저래 갖고 원래 여자가 없는데 성격도 이상해서 더 여자가 없는 거라고 하자 제임스도 지지 않고 받아친다. 너는 남자 보는 눈이 개똥만도 못해서 남친 없는 모쏠보다 못한 신세라고 한다. 이러고 투닥거리는 게 일상인지 모리스도 조안도 개입하지 않는다. 리즈 집안은 잔소리가 드문 편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주은은 제임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봤다. 제임스가 주은의 시선을 의식하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한다. 제임스는 확실히 모리스를 닮았다. 투박하게 생긴 얼굴이다. 두 사람 모두 머슴처럼 생겼다. 호숫가 통나무 집에서 장작 패고 물고기 잡는 거 시키면 잘 할 것 같다. 이상한 점은 모리스는 성적 매력이 있는데 제임스는 없다는 점이다. 제임스가 더 젊고 덩치도 좋은데 매력이 없다. 왜 그럴까? 냄새 때문일까? 주은의 사적인, 생물학적 취향 때문일까? 

술병이 3병째 비워졌다. 트리시가 의외로 술이 약하다. 벌써 취한 것처럼 보인다. 제임스가 공주님 술이 약하시네요 라며 비웃는다. 발끈한 트리시가 너 나랑 오늘 죽어 보자며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대작하자고 한다. 모리스는 트리시가 더 이상 술을 먹지 못하게 한다. 술잔에 녹차를 따라 먹인다. 제임스는 쟤가 술 대신 녹차를 먹어도 자기가 이길 거라며 트리시를 비웃는다. 

조안 할머니는 사케를 홍차처럼 가볍게 들이킨다. 할머니 술 마시는 모습이 주은 언니 밥 먹는 모습과 똑같다고 트리시가 신기해 한다. 

조안 할머니는 주변이 아무리 혼란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굴 편 들어 주지도 않고, 누구에게 잔소리 하지도 않는다. 한눈 팔지도 않고, 흐트러지지도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할머니는 언제나 고고하고 우아하다. “서면 모란, 앉으면 작약” 중국에서 쓰는 이 표현은 조안 할머니 같은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이었을까. 주은은 조안 할머니가 궁금했다. 지금껏 할머니를 따라 집까지 쫓아온 남자들의 심정이 이해될 것 같았다. 

할머니. 

응. 

소니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죠? 

조안 할머니가 웃음 지었다. 너무 할 말이 많아서 말 문이 막힌 표정이었다. “그 인간 진짜…” 하고 오래 묵힌 말이 쏟아져 나올 듯한 표정이었다. 

얼마 전 모임에 갔다가 소니 할아버지 얘기 들었어요. 전쟁 할 때 수류탄을 품었다고. 

조안 할머니는 소니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짤막하게 이야기했다. 다혈질에 극단적 충동성의 소유자.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만 골라 했던, 가족의 골치거리였던 사람. 

밖에서는 영웅이었는지 몰라도 집에서는 아니었다. 밖에서는 수류탄을 품었는지 몰라도 집에서는 수류탄을 던지고 다닌 사람이었어. 

모리스가 자세한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가 시집살이를 호되게 했어. 할아버지 때문이었지. 

모리스는 어머니의 시집살이 고통에 대해 이야기 했다. 조안은 헨리와 결혼과 동시에 전쟁터에 끌려 간 인생을 살았다. 소니 리즈는 집을 군대처럼 운영했다. 최전선엔 언제나 며느리 조안이 있었다. 매일 새벽 정해진 시각에 일어나 차와 조식을 준비하는 건 당연한 일과, 시애비의 모든 옷, 양복, 셔츠, 바지, 바람막이는 물론 속옷과 양말까지, 칼 같이 다림질 해놓고 하루종일 시애비의 명령을 기다려야 했다. 집에 전화가 오면 무조건 벨이 3번 울리기 전에 받아야 했고, 조금이라도 정해진 타이밍에서 벗어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한밤중에 느닷없이 “전우”들을 집으로 데려와 밤새도록 술 시중 들게 하는 건 일상이었으며, “전우”들의 결혼 장례 기타 대소사에 며느리를 동원하는 일도 허다했다. 그 와중에 남편 헨리는, 제 애비의 가혹 행위를 말리긴커녕, 아내가 자신에게 소홀하다며 투정하기 일쑤였으며, 시어머니 애너벨 역시 본척 만척, 며느리를 동정하지도, 도와주지도 않았다. 

조안은 한번도 이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니 리즈는 자기 며느리가 적성에 맞는 업을 찾았다고 혼자 주장했다. 그는 밖에서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자기 며느리가 지금까지 자신이 고용한 부관들 중 최고라고. 지금 전쟁이 나면 자기는 자기 며느리를 부관으로 데리고 참전할 거라고. 

주은은 테오의 말이 생각났다. 소니 리즈는 “미친놈”이었다고. 그게 밖에선 최고의 칭찬이었지만 집에서는 단어 그대로의 의미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리스를 낳아서 다행이었지. 모리스처럼 착한 애를 낳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조안 할머니는 고통 받았던 과거 회상에 감정이 격해질 법도 한데 표정과 말투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마치 남 이야기를 하듯, 사케를 홍차처럼 홀짝이며 말했다. 

모리스한테 한번도 말 한 적 없었지만 나는 늘 모리스가 고마웠다. 힘들었던 인생이지만 그래도 모리스 덕에 보상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감정이 격해진 쪽은 모리스였다. 모리스는 어머니가 이런 얘기하는 걸 처음 듣는 것 같았다. 울컥하는 표정이었다.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들은 걸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우리 제임스도, 트리시도, 고생 끝에 행복이지. 어디서 이런 보석 같은 아이들을 얻겠어. 이렇게 건강하고 예쁜 애들로 해피엔딩을 맞는 늙은이 정말 드물어. 

조안은 주은을 바라보았다. 조안은 캐런을 언급하지 않았다. 주은 때문이었다. 소니, 애너벨, 헨리, 전부 지나간 이들이다. 그들에 대한 기억은 이제 아무 의미 없다. 하지만 캐런은, 지금도 여전히 사무치는 이름이다. 조안은 캐런에 대한 모든 기억을 주은에 묻었다. 캐런은 없지만, 대신 주은이 있었다. 조안은 이제 캐런은 잊기로 했다. 왜냐하면 주은이 있기 때문이었다. 

준이 외국에서 어떻게 살다 왔는지 몰라도, 나는 준을 볼 때마다 나를 보는 거 같아. 자세한 건 몰라도 아마 나 시집살이 했을 때랑 비슷하게 살았던 게 아닐까 싶어. 준이 어린 나이에 힘들게 살았어도 지금 이렇게 당당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게, 나는 그게 내 업적인 것 같아.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돼. 내가 예전 삶을 묻어버린 것처럼, 준도 그런 것 같아서. 그게 내가 준에게 물려준 능력인 것 같아서, 나는 그게 자랑스럽다. 

작품 등록일 : 2026-04-07

▶ Brody’s files #59

▶ Brody’s files #57

크흡흐륵구ㅜ르ㅡ그흑....찡하다
  
이건 여자의 잊음에 대한 에피소드구나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이렇게 살아야겠어
슬리피캣   
모든 에피소드가 다 아름답지만
이번 화는 정말 눈물이 막 쏟아진다

조안은 지금 이순간도 호들갑떨지 않겠지만
그 가슴 뻐근한 회한과 행복은 찬란할거임
진미오징어   
작약꽃 당신 조안,
착하고 어여쁜 자손들로 풍성해진 꽃밭에서
일분일초 매순간 뿌듯하소서

주님의 은총인 주은이
캐런대신 찾아왔으니
이제는 더 바랄게 없나이다
진미오징어   
노년의 매력녀 모닥불 활활 타는ing
슬리피캣   
조안 멋있다 퀸이시군요 진정
슬리피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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