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레야는 회사 건물 옥상 유리돔 안에 있었다. 그는 우주의 정기를 받고 있었다. 우주의 에너지 흐름을 통해 지구인들의 미래를 예견하는 중이었다. 전보 기계가 요란한 경고음으로 번쩍인다. 따닥따닥 소음과 함께 매트레야의 예언이 프린팅 된다.
오늘 2차 압수 수색 예정.
검찰이 원하는 것은 로리 맥닐리가 운영하는 암살 조직에 대한 정보였다. 1차 압수 수색에서 로리 맥닐리가 암살 조직을 운영했다는 증거를 잡았지만, 이 암살 조직이 어디에서 운영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로리 맥닐리의 암살 조직은, 특이하게도, 조직의 수괴는 찾아도 조직원은 찾기 어려운 형태였다. 1차 압수 수색 후 회사 조직이 바뀌었으니 그 사이 새로운 것이 나왔을 것이란 명분으로 2차 압수 수색 영장을 때린 것이었다. 검찰은 엉뚱한 변죽을 울리고 있는 셈이었다. 어쩌면 속셈은 따로 있을지 모른다. 로리 맥닐리와 그의 수행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심리 전략일 수 있었다.
메트레야의 미래 예견 능력은, 별들이 가르쳐 준 우주 정기가 아닌, 로리 맥닐리가 운영하는 “사적 정보망”에 의한 것이었다. 맥닐리의 사적 정보망은 그의 암살 조직만큼 역사가 깊었다. 원래는 로리 맥닐리의 증조부가 사업 방해 세력의 배후를 캐기 위해 운영했던 흥신소였다. 이걸 로리 맥닐리가 보다 효율적인 형태로 만든 것이었다. 유통업의 장점은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인연을 서로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맥닐리의 유통망에서는 물류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보도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매트레야가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처음엔 “정신 나간 무당 새끼”라고 비웃던 직원들은 매트레야가 일련의 사건들을 정확히 예견한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매트레야는 쇼의 달인이었다. 이렇게 회사 옥상 돔 안에서 우주의 섭리를 통찰하는 척 꾸며 놓고 전보 기계로 예언을 프린팅 하니까 자초지종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진짜처럼 보였다. 모든 것은 가짜였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혹시 진짜 아닐까 하고 믿었다.
전보 기계가 두번째 예언을 프린팅 한다.
그렉 웰런.
압수 수색 주동자가 그렉 웰런이라는 뜻이었다. 그렉 웰런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회사에 매트레야 한명 뿐이었다. 직원들은 그렉 웰런이 누군지, 왜 이 이름이 예언지에 인쇄됐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렉 웰런은 아일랜드 정보부 소속이기 때문에 이름이 노출되는 건 범법 행위였다. 하지만 매트레야는 상관 없었다. 누군인지 특정하지도 않았는데 위법 행위 어쩌고 운운할 순 없었다.
그렉 웰런은 맥닐리의 사조직 소탕 작전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렉 웰런은 로리 맥닐리에 사적인 감정이 있었다. 로리 맥닐리의 밀고에 희생된 사람들 중 한명이 그의 외삼촌이었다. 어린 그렉은 외사촌 형제들과 친했다. 외딴 시골 쇠락한 광산촌에 살았던 그렉에게 그의 외사촌 형제들은 유일한 삶의 낙이었다. 하지만 어느날 외삼촌이 감옥에 가고 그에게 거액의 소송이 걸린 뒤로 외사촌들은 종적을 감췄다. 그들의 집은 하루 아침에 풍비박산 났다. 그렉은 애국자가 아니었다. IRA에 관심도 없었고 반영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렉이 앙심을 품은 건 로리 맥닐리의 비열함이었다. 외삼촌과 그의 가족이 희생된 건 외삼촌이 나쁜 짓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로리 맥닐리가 영국에 더 많은 감자를 헐값에 팔기 위함이었다. 경쟁사들을 고사시키기 위해, 평범한 시골 촌부의 인생을 몰락시킨 것이었다.
그렉 웰런은 오랜 전부터 이 일을 준비해 왔다. “축구 선수”라고 불리는 로리 맥닐리의 청부 살인 업자들을 십년 넘게 추적해 로리 맥닐리와의 연결 고리를 발견했다. 로리 맥닐리의 자금줄이 건재한 이상, 청부 살인 업자들의 활동은 근절하기 어렵다. 청부 살인 업자들을 하나씩 잡는 것은 실익이 없다. 그들에게 돈을 주는 자금줄을 찾아야 한다. 그렉은 그들이 어디에서 돈을 받는지, 동물의 혈관과 신경 조직을 해부하듯, 하나하나 훑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 각자 따로인 것처럼 보였던 조직들을 하나의 몸뚱이로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매트레야는 그렉 웰런의 소탕 작전을 내심 지지하고 있었다. 매트레야의 진짜 목표는 로리 맥닐리를 대체하는 것이었다. 팜플러스의 머리를 자르고 자신이 머리가 될 생각이었다. 사명을 SN이데아로 바꾼 것도 그런 계획의 일환이었다. 맥닐리가 가진 무력이 무력화 되는 건 매트레야에게 이로운 일이다. 하지만 맥닐리의 진짜 힘은 돈이었다. 그의 사적 재산은 팜플러스의 보유 현금보다 많다. 맥닐리가 감옥에 가더라도, 그의 돈이 그대로인 한 그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맥닐리는 제거하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 몰랐다. 맥닐리를 제거할 수 없다면, 최선의 전략은, 지금 탄 배를 침몰시키고 새로운 배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그렉 웰런이 지금 배를 침몰시키면 매트레야는 새로운 배로 갈아 탈 것이다. 매트레야는 새로 탈 배를 정해 놓았다.
오리온 자리 베텔게우스 옆에는 쌍둥이 별이 있다. 베텔게우스 주변을 맴도는 그림자 별. 빛을 뿜지 않는, 초고성능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는 어둠의 별. 매트레야는 이 별의 움직임으로 운명을 예측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림자 별이 베텔게우스의 빛을 가리울 때, 그때가 운명이 바뀌는 때였다. 매트레야가 버크 오거닉스의 머리를 자르고 그곳의 주인이 되는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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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헐리는 경제에 무지했다. 그는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했다. 취업도 하고 세금도 내고 경제 활동도 했다. 하지만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다른 대다수의 납세자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려 하지 않았다.
조슈아는 자신의 지적 나태함을 직업적 성향이라고 정당화 했다. 정치인은 전문직이 아니다 - 정치인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천거하는 사람이지 스스로 해당 분야를 깊게 파고 들면 안 된다, 그게 조슈아의 지론이었다. 그는 학문적, 전문적 지식이 정치 역량에 방해 된다고 생각했다. 정치인은 자고로 넓게 알아야 하는 법이다 - 시야가 폭넓을수록 유능한 정치인이 되고 - 시야가 깊을수록 아집으로 가득한 정치인이 된다 - 적게 알수록 이해가 얕을수록 정치인의 “전문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그게 조슈아의 지론이었다.
조슈아는 검사 시절에도 그랬다. 미괄식이 아닌 두괄식 논리를 따랐다. 증거를 종합해 피의자가 무죄인지 유죄인지 따지는 게 아니라, 미리 결론 내려 놓고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찍어 놓고 증거를 짜맞추는 것이 더 적성에 맞았다. 조슈아는 나이 들어 현명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본성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라나-아이먼 농법이 인간에게 치명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음모론을 사실로 결론 내렸다. 과학적 논리는 굳이 따질 필요 없었다. 왜냐하면 대중들이 원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건 속시원한 결론이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회색지대가 아닌, 이거 하면 살고, 저거 하면 죽는다는 이분법적 논리다.
조슈아는 라나-아이먼 농법이 인체에 해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관심이 없었으며, 이 농법이 경제에 도움 된다는 사실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라나-아이먼 농법이 기존의 농축산업을 궤멸시켜 경제를 망하게 한다는 궤변에 집착했다. 라나-아이먼 농법은 더 강하고 맛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뿐 아니라, 농작물의 변이를 촉진해 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그래서 농축산업에 활력이 된다는 사실은 무시했다.
조슈아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본디 예술가란 디테일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다. 예술이란 세밀할수록, 정성이 과도할수록, 쾌감이 줄어드는 법이다.
그는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를 표방하며 제소자들의 식단 개선에 예산을 지원한 정치인이었다. 이 예산 확충에 직접 혜택을 본 범죄자 중 하나가 피쉬불이라는 연쇄 살인범이었다. 이 연쇄 살인범에 희생당한 희생자 부모들이 피쉬불의 부당한 인권 개선 요구를 막아 달라는 청원을 조슈아는 보기 좋게 걷어차 버렸다. 조슈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가 지지하는 대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정치적 골수 지지자들에 의해 더 열렬히 회자될 선정적 정치 포르노, 그게 그의 정치적 대의였다.
조슈아의 골수 지지자들 중에는 영국 농기업 로비스트들이 있었다. 이들은 라나-아이먼 농법이 영국에 도입되면 영국 농부들 다 죽는다며 공갈 협박과 다름 없는 읍소를 했다. 범죄 피해자와 빈민들의 생존형 고통에는 눈 감은 정치인은 발가락에 티눈이 박혔다고 시끄럽게 날뛰는 음모론자들을 달래기 위해, 보다 선정적인 정치 포르노를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
“라나-아이먼 농법에 대한 생태학적 역학 조사”라는 제목의 청문회 의제가 영국 국회에 발의되었다. 조사를 시행할 연구소는 조슈아 헐리가 지정한 곳이었다. 지금껏 늘 그랬던 것처럼, 두괄식 논법을 따를 것이다. 결론은 이미 내려져 있었고, 그에 따라 논리를 짜 맞추면 되는 것이다.
베이노스는 조만간 버크 오거닉스의 지분 과반을 차지할 것이다. 버크 오거닉스의 주식 상당량이 브로디 버크의 소유가 아닌 윌리엄 버크의 소유였다는 사실은 베이노스에 큰 이점이었다. 윌리엄 버크는 세상의 적대적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누군가에게 악의를 가져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자신이 가져 보지 못한 타인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란 본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 무지는 2가지였다. 조슈아 헐리처럼 경제의 학문적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그리고 윌리엄 버크처럼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는 경우. 조슈아는 자신이 경제적으로 무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경제적으로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학문적 이해나 통찰은 책벌레들을 위한 것이다. 세상을 직접 경영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런 데 관심을 두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 데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뒤쳐지는 것이다. 경제적 권리를 빼앗기고 적대적 의도에 희생되는 것이다.
조슈아는 자신이 그토록 오래 청렴한 이미지를 유지하고도 여전히 부자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조슈아는 자신의 정신병 증상이 예술 감수성 때문이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사적 이익 침해에, 신기에 가까운, 병적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문학적 영감에 예민한 것이 아니라 피해 의식에 예민한 것이었다. 조슈아는 자신의 그런 병적인 기질이, 뜻밖에도, 경제적 부유함과 정치적 경쟁력을 낳았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