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44
죠슈아 헐리는 영국의 정당 대표였다. 유서 깊은 정치 가문의 자손이었지만 원래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장래 희망이 시인이었다. 개관 시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국민들 앞에서 자신의 시를 낭송한다, 시집이 출판되고, 격찬을 받고, 언론 인터뷰를 한다, 자신의 시적 영감이 가문의 드넓은 영지에서 비롯됐다고, 인간의 조경과 자연의 덤불이 뒤섞인 정원에서, 오후 4시의 햇살을 받으며, 피고지는 영국의 들꽃 향을 맡을 때, 인간이 얼마나 시적 감수성으로 충만하게 되는지 이야기한다, 조슈아가 그리던 자신의 미래였다. 

하지만 그는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의 시를 지인들에게 보여줄 때마다 보이던 억지 칭찬과 어색한 미소, 조슈아는 자신의 시가 대중적 인기를 끌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을 직감했다. 그는 상처 받았다. 그래서 꿈이 아닌 현실을 쫓았다. 애초에 주어진 길을 걸었다. 그는 법학을 전공했고 정치인이 되었다. 그는 틈틈이 시를 썼지만 사적인 취미에 머물렀다. 대신 그는 좋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정치계 수십년을 몸 담아 오면서 단 한번의 비리도 스캔들도 없는 완전무결 청렴결백한 정치인으로 살았다. 

죠슈아 헐리는 신사였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언제나 공정하고 상식적이었다. 자신에 대한 날조 기사를 쓴 기자를 만나서도 그의 무지함을 탓하지 않았으며, 자신을 원색적인 언어로 모욕한 정적들 앞에서도 원만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가정에도 충실했으며, 사생활에도 흠결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완전무결한 선량함에 신뢰감을 표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의 이런 모습을 사회적 가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조슈아 헐리의 완전무결함은 타인을 위한 선량함이 아니라 제 자신을 빛내기 위한 가식 행위였다. 

사실이 그랬다. 조슈아의 완전무결한 이미지는 변형된 이기주의의 산물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발전시키고,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그의 삶과 관계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더욱 특별해지는 것, 자신의 평판이 더럽혀지지 않는 것, 그게 그의 인생 목표였다. 그는 예술가였다. 자신의 이름을 갈고 닦고 영구히 빛내기 위해 불철주야 매진하는 예술가. 

많은 예술가가 그러하듯, 조슈아 역시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정신과 약이 아니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정신적으로 나약했기에 사람들 앞에서 당당할 수 없었고, 별 것 아닌 비난에도 쉽게 마음이 무너졌다. 허약한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가면을 두텁게 썼지만, 이 때문에 정신은 더욱 허약해졌다. 그의 사회적 가면은 정신의 병을 불치의 병으로 만든 최악의 요식 행위였다. 

하지만 그는 성공한 정치인이었다. 당 대표로 있을 때도, 현직에서 물러났을 때도 여전히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대를 이어 영국 정치계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력 정치 가문이었으며, 그의 무해함과 공정함, 불편부당함을 신뢰하는 사람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는 당대표에서 물러난 후 몇 달 동안 거의 매일 방문객을 맞았는데 오늘 예약된 이는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었다. 로리 맥닐리. 

로리는 조슈아가 지역구 의원이었을 때 도움을 준 인물이다. 아일랜드 사업가인 로리는 영국에 무역 회사를 설립해 영국 시장을 개척하고 있었다. 당시 조슈아는 지역구 의원이었고, 로리 측으로부터 긴급한 연락을 받았다. 당신의 지역구에 폭탄 테러가 있을 것이란 첩보였다. 이때의 첩보는 조슈아가 정치인으로 성공 가도를 달린 중요한 계기였다. 첩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조슈아에 의해 테러 목표였던 건물이 봉쇄되고 테러범들은 일망타진됐다. 이때 일로 조슈아는 “사람 좋은 미소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는 식물인간 국회의원”에서 “국민 목숨을 살린 영웅”이 되었다. 이때 사건을 계기로 조슈아는 중앙 정계로 진출했고, 이후 승승장구했다. 조슈아는 로리 맥닐리에 부채 의식을 느꼈다. 그는 로리가 분명 어떤 대가를 바라고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가 중요한 법이다. 조슈아는 로리에게 마땅한 보답을 해야 했다. 그때 빚을 지고 거의 20년만이다. 

오늘 조슈아의 사무실을 찾은 사람은 로리 맥닐리의 대리인이었다. 로리는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 공개적 만남을 가질 수 없었다. 로리의 2명의 대리인, 한 명은 변호사, 다른 한 명은 비서였다. 로리의 변호사는 전에도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같이 온 비서는 처음 본 사람이다. 양복을 입지 않았다. 온 몸에 보자기 같은 알록달록 한 천을 두르고 있었다. 로리의 비서는 특이한 패션 감각을 지닌 사람인 것 같다. 패션 감각만 그런 게 아니라 행태도 그러했다. 비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미소 없는 무표정으로 조슈아를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지만 자신이 무례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맥닐리 씨는 오늘 바쁘셔서 직접 오시지 못했습니다. 대신 인사차 이걸 보내셨습니다. 

로리의 변호사가 갖고 온 것은 금불상이었다. 받침대에 아주 조그맣게 중국어가 적혀 있었다. 조슈아는 중국어를 몰랐다. 하지만 이 금불상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값비싼 물건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현역이었다면 돌려 보냈겠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에 만나 뵙고자 한 건 지난 1997년 시립 병원 테러 시도와 비슷한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입니다. 

조슈아는 가슴이 뛰었다. 로리 맥닐리는 귀인인가? 하늘의 은총인가? 과도한 행운은 불운의 전조라는 격언을 조슈아는 되새겼다. 하지만 격언은 격언일 뿐이다. 조슈아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무의식적 자만을 떨치기 힘들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특권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변호사의 설명은 이러했다. 로리 맥닐리는 수개월 전 영국 정보부를 만난 적이 있었다. 정보부에는 중국이 개발 중인 생물학 무기에 관한 첩보가 있었다. 이에 따르면 이 생물학 무기는 백인에게만 감염되는 것으로, 감염된 이는 인간성을 잃고, 감염된 미생물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이 미생물을 개발할 연구 자료가 아일랜드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로리 맥닐리는 아일랜드에서 이 연구 자료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고, 이를 알리기 위해 영국을 방문한 것이란 말이었다. 

버크 오거닉스라고요? 거긴 농산물 기업이지 않습니까? 

버크 오거닉스의 설립자가 중국에서 생물학 무기를 개발한 사람의 아들입니다. 아버지로부터 연구 자료를 넘겨 받아 불온한 목적으로 사용 중입니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농산물 기업 대표가 생물학 무기를 만들어 문명을 파괴하겠다고요? 

저희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입수한 증거를 전달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변호사는 가방에서 작은 철제 박스를 꺼냈다. 

여기 들어 있는 USB를 보시면 버크 오거닉스와 생물학 무기의 실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암호가 걸려 있으니 보시기 전 저에게 문자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로리 맥닐리는 지난 수십년간 영국 정보부의 중요 자산이었다. 아일랜드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 영국 정보부가 로리 맥닐리에게 정보를 요청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왜 이걸 정보부에 전달하지 않고 자신에게 준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굳이 묻진 않았다. 이유는 뻔했다. 로리 맥닐리는 자신에게 원하는 게 있는 것이다. 정보부가 해줄 수 없는 것. 아마 법적인 문제일 것이다. 그를 잡기 위해 조만간 인터폴 수배령이 떨어질 것이다. 그때 본국으로 송환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거나, 영국 내 사면권을 얻게 해달라는 것이겠지. 로리 맥닐리는 범죄자다. 하지만 영국 정부 입장에선 대체 불가능한 정보원이다. 지금 USB에 담긴 정보는 진실일까? 아니면 위조일까? 대체 버크 오거닉스와 생물학 무기가 무슨 관련이란 말인가?

저희가 제공해 드린 증거는 실제 샘플들입니다. 전해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저희가 직접 본 샘플들입니다. 

맥닐리 측에서 주장하는 “샘플”은 사람이었다. 생물학 무기를 제조하기 위한 실험체였다. 변호사는 3명의 프로필이 담긴 서류를 조슈아에게 건냈다. 

수년 간 실종됐다 발견된 사람들입니다. 가정 주부 노라, 은퇴 공무원 클락, 중고차 영업 사원 케빈, 모두 2-3년 동안 종적을 감췄다 최근 발견됐습니다. 공통적으로 언어 소통이 불가능한, 지적 능력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고문이나 학대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다만 곰팡이에 감염돼 있었죠. 곰팡이 감염에 의해 인지력을 잃은 것인데, 모두 어떤 지령에 의해 움직였다는 게 특이점입니다. 

지령이요? 

노라 같은 경우 수 차례 방화를 시도하다 체포됐고, 클락은 기물 파손, 케빈은 공공 장소… 음란 행위로 체포됐습니다. 일시적인 행동이 아니라 모두 2-3차례 이상 반복된 행위였습니다. 

그게 어떻게…

지금 말씀드리는 생물학 무기라는 것이, 대량 살상 무기가 아닌 겁니다. 사람을 죽이거나, 아프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만드는 겁니다. 곰팡이에 감염된 곤충처럼, 곰팡이의 지령에 따라 일탈 행동을 하는 겁니다. 지금 보신 샘플처럼 한두 명만 그런 게 아니라 국민 전체가 감염되는 겁니다. 대량 살상 무기의 경우, 아무리 많이 죽어도, 금방 복원됩니다. 더 많이 죽으면 더 많이 낳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복원이 불가능합니다. 인간이 인간 구실을 못하면 문명은 중단됩니다. 

조슈아는 3명의 샘플 서류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위조된 내용이 아니었다. 모두 실존 인물이고, 실제 있었던 일이다. 서류에는 접수된 사건 번호와 담당 수사관 연락처, 심지어 사건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 기자 연락처도 있었다. 

지금 받으신 USB에 보다 자세한 정보들이 있습니다. 그걸 마저 보시고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가 협조하겠습니다. 

조슈아는 적잖이 충격 받은 표정으로 변호사를 바라 봤다. 변호사는 조슈아의 반응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조슈아에게서 기대하는 게 없어 보였다. 그는 거짓말 하는 것 같지 않았고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어 보였다. 그는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비서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조슈아를 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저러는 걸까. 저 사람은 정말 비서가 맞는 걸까. 로리 맥닐리는 무슨 목적으로 저런 사람을 고용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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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는 사무실에서 해가 뜨는 걸 보고 있었다. 조슈아는 퇴근하지 않았다. 로리 맥닐리의 사람들을 보내고 USB를 열어 보았다. 그리고 밤새도록 생체 실험의 증거를 돌려 보았다. 

CCTV 영상이 있었다. 총 6명의 사람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방에 갇혀 있다. 처음엔 정상으로 보인다. 이유없이 납치 감금된 것에 분노-절망한다. 식사가 나온다. 5명이 식사를 거부한다. 하지만 삼일째 되자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밥을 먹는다. 그리고 증상이 시작된다. 일주일 동안 이들의 감정 상태가 눈에 띄게 안정적으로 변한다. 분노와 불안이 사라지고 안정과 평온.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각자 다른 행동 패턴이 나타난다. 반복적으로 고함을 지르는 사람, 하루종일 벽에 붙어 있는 사람, 제자리를 뱅글뱅글 도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자신의 뺨을 때리는 사람, 바닥에 주저앉아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퇴행이었다. 정상적이었던 사람들이 정상적이지 않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행동 패턴이 사라졌다. 몇 달이 지나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일시적 정신 착란이 아닌 영구적 정신 파괴였다. 중요한 사실은 실험체가 특정 자극을 받을 경우 특정 행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 실험체 1,3,4번은 유의미한/일관된 반응 없음. 어떤 종류의 자극에도 일시적인 발작적 움직임만 보임. 
- 실험체 2번은 냄새에 반응: 특정 성분이 포함된 가스가 투입되면 바닥에 납작 엎드림. 
- 실험체 5번은 진동에 반응: 특정 주파수의 진동을 느끼면 격투 자세를 취하고 사방을 경계. 
- 실험체 6번은 불빛에 반응: 번쩍이는 섬광을 인지하는 순간 방문을 열고 나가려 함. 문고리를 격렬하게 잡아 당기며 방 밖으로 나가려는 반응.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부러졌음에도 통증 느끼지 못함 

맥닐리 측은 이 증거 자료를 어느 독립 언론사의 잠입 취재로 얻었다고 한다. 실험이 진행된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잠입 취재라고 하는데 실제 생체 실험 현장에 잠입한 게 아니다. 이 동영상은 생체 실험를 한 자들이 실험 결과를 “거래처”에 제공하기 위해 갖고 나온 것이다. 로리 맥닐리는 이 “거래처”가 버크 오거닉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리 맥닐리는 이런 실험이 가능한 지구상 유일한 사람은 브로디 버크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로리 맥닐리 측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주장하고 있다. 

- 버크 오거닉스는 미생물을 이용한 유기농법 특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 
- 버크 오거닉스의 대표 브로디 버크는 중국에 있던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 정성주와 연락. 그로부터 미생물 연구에 관한 자료를 입수. 
- 식물과 미생물의 공생을 연구하던 버크 오거닉스는 인간과 미생물의 공생 연구로 전환. 
- 정성주의 주연구 과제였던 정신 지배를 현실화 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비밀 실험실을 운영. 
-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다른 나라 업체에 외주 형식으로 실험을 맡긴 것. 

USB 파일에는 브로디 버크와 정성주가 주고 받은 연락과 문자 메시지, 그 밖에 여러 정황 증거들이 정리돼 있었다. 허황된 증거는 아니었다.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정황들이었다. 하지만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그런 게 있었다면 로리 맥닐리는 경찰을 찾았을 것이지 굳이 바다 건너 외국인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지금 이 정황 증거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찾은 것이다. 

조슈아는 정보부의 러셀에게 연락했다. 밤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직업 특성상 밤 늦은 연락에 익숙하다. 조슈아는 러셀과 개인적 친분이 있었다. 둘은 검사 시절 같은 부서에서 일했다. 조슈아는 정보부의 입장을 알고 싶었다. 실제 그런 생물학 무기의 위협이 있는 것인지, 얼마나 현실적인 것인지, 그리고 로리 맥닐리와 브로디 버크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다. 

러셀과의 긴 시간 통화를 마치고 조슈아는 생각에 잠겼다. 생물학 무기는 실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인들에게만 감염된다는 점도 허황된 주장이 아닌, 정보부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정성주의 파일이 브로디 버크에게 넘어갔다는 주장도 근거없는 주장이 아니었고, 정신 지배 생체 실험이 모처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문제는 이 실험을 브로디 버크가 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점이다. 로리 맥닐리는 브로디 버크와 적대적 관계였다. 로리 맥닐리는 브로디 버크에 의해 사업이 위기에 빠졌으며, 브로디 버크의 정치적 옹호자들에 의해 검찰에 기소됐다. 상대가 죽어야 자신이 사는 적대적 관계. 로리 맥닐리는 브로디 버크를 몰락시켜야만 하는 절박한 입장이었다.  

조슈아는 문학적 영감이 떠올랐다. 국가 안보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 앞에서 끓어 오르는 창작열. 검사 시절 추리 소설 작가가 되려고 했던 기억이 났다. 자신이 맡았던 사건 십여가지를 추려 단편집을 낼 생각을 했다. 비록 생각 뿐이었지만, 은퇴 뒤에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로리 맥닐리는 신사가 아니다. 그는 범죄적 수단을 활용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그는 정부 기관도 우습게 여길 수준의 폭넓은 정보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적인 폭력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일랜드 동포들을 팔아 승승장구 해왔으며, 지금 다시 또 아일랜드 인을 팔아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다. 그는 그 아일랜드 인이 우리와 다른 인종이라는 점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로리 맥닐리가 꾸민 일일지 모른다. 원래 정성주와 접촉을 한 것도 맥닐리였고, 그의 연구를 입수해 생체 실험을 한 사람도 맥닐리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 와서, 불리한 지경에 몰리니까, 모든 걸 자신의 경쟁자에게 덮어 씌운 것일지 모른다. 

문학 감수성의 문제는 정신의 고통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조슈아는 다시 불안증을 느꼈다. 턱에 떨림 증상이 심해졌다. 그는 약을 복용했다. 불안증이 가시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리 맥닐리를 감옥에 보낸다고 생물학 무기의 위협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로리 맥닐리가 범죄자라는 이유로 지금의 제보를 무시한다면, 그냥 모른 척 넘어가 버린다면, 향후 진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처음 제보를 받은 사람은 무사할 것인가? 공직에 있었던 사람이, 지금도 공직이나 마찬가지인 유명인이, 처음 제보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로리 맥닐리는 분명 생물학 무기의 실체를 알고 있다. 조슈아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남의 문제가 아니다. 나 자신, 국가 전체에 닥친 문제다. 조슈아는 1997년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때 그랬던 것처럼 로리 맥닐리와 함께 잠재적 테러 위협을 일망타진 해야 한다. 이걸 다른 나라 사람 손에 맡길 순 없다. 아일랜드 정부는 믿을 수 없다. 그보다는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손에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다. 비록 그 사람이 범죄자라고 해도. 

어쩌면 이것도 운명일지 모른다. 역사는 반복되는 법이고 행운은 20년 주기로 되풀이 되는 법이다. 그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더 높은 곳으로, 어쩌면 총리 자리로 가기 위한 계기일지 모른다. 운이 아닌 필연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조슈아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이 60이 넘었음에도 그는 아직도 자신이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턱의 떨림이 진정됐다. 조슈아는 로리 맥닐리가 주고 간 금불상을 들어 보았다. 볼수록 정교하게 만들어진 공예품이다. 로리 맥닐리는 이걸 중국에서 사온 걸까? 중국에 무슨 볼 일이 있었던 걸까? 받침대에 새겨진 중국어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그는 휴대폰을 열어 중국어 번역기를 켜 보았다. 좋은 세상이다. 원하는 걸 원할 때 얻을 수 있으니. 

“君子不跟命爭”
“현자는 운명에 저항하지 않는다”

작품 등록일 : 2026-03-30

▶ Brody’s files #45

▶ Brody’s files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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