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단으로 장학증서 받으러 갔다. 마포구였고 할머니 상사가 대만여행을 가는 바람에 대신 갔다. 중후하신 할머니들이 '시민 리더쉽 거버넌스'를 외쳤고 내 머릿속에는 문명사회에서 꽃피는 경쟁심리에서 발동한 아름다운 개소리처럼 들렸다. 어제는 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연수를 갔다왔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님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에 대해 열반하셨고 좌중에 속해있던 각 학교 학부모회장님들은 QR코드로 진지하게 자신과 아이와의 소통을 통해 인서울을 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나는 오전에는 '학교밖'청소년들이 진짜 '학교밖'에서 사는 꼬라지를 보았고 오후에는 '발달장애'청소년들이 진짜 '발달장애'가 있어서 작년도 오늘도 자기 이름 겨우 쓰는 걸 보고 왔다.
교육격차, 빈부격차란 말이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만 중요한 주제임이 분명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겠다.
마포구 한동네에 위치한 12층짜리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시민 리더쉽 거버넌스를 실행할 단체에게 장학증서로 주는 것을 감사히 받으며 해방촌으로 향했다.
평생 남이 시키는 일을 하고 싶진 않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거 같고, 내 일을 하고 싶은데 카페알바를 오래 해서 그런가 온라인 사업보다는 오프라인 업체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옛날에 녹사평 어쩌고저쩌고 이드페이퍼에서 봤던 게 기억나서 찾은 게 해방촌이다. 츙냄 당진도 생각했는데 아무도 안 찾아와줄 거 같음. 그래서 그 날 정주영 회장의 정신을 뒤이은 '시민 리더쉽 거버넌스'에 취해 바로 쟈철 타고 해방촌으로 갔다.
네이버 지도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활기차고 귀엽고 그렇더라, 거기에 요즘 유행한다는 독립서점이 있었는데 딱 내 취향이였다. 10,000원짜리-읽다가 지하철 쓰레기통에 갖다버려도 크게 부담없는 가격-로 귀여운 크기의 책이 있었다. 내가 이런걸 발간하거나 혹은 이런걸 판매할 수 있는 사람이 될려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대충대충 읽었다. 나는 내 그림도 이렇게 대충대충 봐줬음 좋겠다.
어느 순간 미술관에 가거나 전시회에 가면, 당최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고, 그냥 한 3,000원짜리 엽서 처럼 내 그림을 봐주게 하려면 나는 얼마큼 사람들을 이해하고 다가가야 하는거지?
라고 진지하게 생각하긴 개뿔, 나 해방촌 걷다가 뒤질 뻔함. 거의 90도로 암벽을 타는 염소가 되야 가능했다.
그때 느꼈던 가파름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렇게 뒤지게 힘들게 올라가서 내 그림을 보면 집에 가서도 생각나지 않을까???!!!!
나중에 지나보니 초행길이라서 편하게 가는 길을 몰랐다. 차도 다니는 길을 두고 븅따처럼 거기를 올라가다니, 역시 처음에는 시행착오 토핑을 오래사마로 뿌려줘야 제맛.
1년 반동안 어영부영 허겁지겁 운전하다보니 어느순간 길 눈이 늘었는 지 이리저리 네이버 지도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 내가 신기했다. 이게 노력으로 되나?
나처럼 공간능력이 하쓰레기 수준의 사람도 매일매일 운전하면서 이쪽저쪽 쏘다니면 이게 되는 구나 하고 신났다.
신나니까 신나는 그림 한 장 더. 그런고로 무사히 해방촌 탐험을 마치고 집에 갔다.
엄청 저렴한 커피숍들이 많았다. 공간도 대따 좁다. 그래서 좋은 것 같다. 오히려 독립적인 공간 같다고 해야되나.
옛날에 서울토백친구가 갬성 갬성 하면서 갬성짓할때 진심으로 강남 안가서 화났는데 맨날 단정하게 입은 옷에, 단정한 서류 속에서 있다 보니 길 거리에 흔한 카페는 가기 싫어졌다. 왜냐하면 거기도 점심이나 오후에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러 가는 곳이니까.
근데 해방촌에서 만난 커피숍은 진짜 '개인적인 공간'을 '커피값'으로 잠시나마 소유하고 있는 기분이였다. 여기서 미술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나는 말 뚜 안되는 나를 되게끔 만드는데 전력을 다 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해방촌에서 뭐뭐 해야지, 헤헤 하면서 망상질을 하면서 살았는데 단순히 열심히 해서 되는 문제도 아니고 여러가지 많이 알아봐야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 그때 그때 판단하면서 행동하는게 나처럼 골방그림쟁이들에게 쉽지 않은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상 절대 불가능인데, 시간을 갈아넣었더니 운전도 되는데 끝까지 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1%의 낙관성을 가지고 하고 있다. 매번 직장에서 일을 할 때마다, 순간의 선택 문제에서 골똘히 할 때 할머니 상사가 제시해주는 조언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우스갯 소리가 맞는 말 같기도 하다. 100타도 안되는 타자로 온갖 오타를 틀려가며 나를 당혹케 하지만 멀리 보는 문제에서는 잘 말씀해주신다. 근데 잘나가는 80년대 대학생 시절을 보냈던 가락으로 여전히 노는 거 너무 좋아해서 야무지게 일하는걸로는 택도 없는 사업은 싫어하시는 거 같다.
핼머니, 작년에는 그렇게 미웠는데 올해는 뭘 해도 좋게 봐주고 작년에 어설픈 내가 걱정되서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잔소리 했던거구나 하고 깨달을 만큼 시간 되면 도망가서 살도 쪘다. 대만갔다와서 더 쪘다.
살을 빼드릴려면 사고를 쳐야 될 거 같다.
안되는 걸 되게 하는 습관 중에 가장 1번으로 삼은 것은 정리다. 드럽게 정리가 안된다. 드럽게 산다. 특히 집
근데 어느 순간부터 모든게 밀린다고 느끼면 지친다.
가장 먼저 답답하다고 느끼는게 정리가 안된 방, 정리가 안된 폴더, 정리가 안된 머리 속 이더라.
이걸 정리하고 살아야하는 구나. 내 꿈이 목표가 되고 목표를 위해 살아가려면 정리를 매순간 해야하는 구나. 최소한 내가 나잇살 먹고 느낀 건 그거였다.
어른이 되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나 답게 사는 걸로 만족하면 안되겠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면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시민 리더쉽 거버넌스' 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촥촥촥 정리함에 츅츅츅 하는 나님은 존재하지 않음.
그냥 다 갖다버림. 나 진쨔 생각 많이 함. 청소연구소 앱도 생각함. 하지만 결론은 다 갖다버리기로 함.
할머니 상사가 이것저것 챙겨줬던 것들, 주변 유부녀 선생님들 흉내내서 사왔던거, 30%는 갖다버림. 조만간 더 갖다버리기로 함. 그랬더니 말 뚜 안되는 내가 조금 씩 말은 되는 거 같기도 아닌가 닝겐이 되는거 같다.
모로 가든 도로 가든 한양만 가면 된다고, 그렇게 가고 있다. 운전대를 잡은 내가 목적지를 향해 네비를 누르고 신호만 지키면 슝슝 가는 것처럼 되진 않지만, 길이 보이니 거기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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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깨비야 정말 오랫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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