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마담 별이 3

 

9

 

그날의 첫 초이스였기 때문에 아가씨들의 수가 많았다.

우리는 조를 나눠 들어갔다. 나는 끄트머리 4조였다.

쪼르르 따라 들어가서 손님들 앞에 나란히 섰다.

 

남자 3명이 앉아 있었다. 4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였고 서로 친한 친구들 인 것 같았다.

상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스티브잡스를 닮았고, 양 옆의 두 친구들은 전형적인 찐따상이었다.

 

손님들이 우리 앞에서 초이스를 하기 민망해하자, 달이언니는 우리를 밖으로 내보냈다.

 

- 아니 왜이렇게 오래걸려?

 

아가씨 한명이 짜증반 농담반 투정을 던졌다.

 

- 그러게, 다른 방도 초이스 가야하는데 그냥 빨리 고르지 존나 선택장애네.

 

 

열명도 넘는 여자들을 한꺼번에 본 다음, 그 중 제일 맘에 드는 여자를 몇초만에 고르기가 쉽지 않겠지.

 

 

안그래도 안에서 손님들의 난감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 , 나는 못 고르겠는데?

- 너무 여러명이 들어와서 기억도 잘 안난다 야

 

그리고 이어지는 달이언니의 웅얼거리는 목소리. 아마도 몇명을 추려서 추천하는 듯 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 수록, 아가씨들의 투정도 늘어났다.

 

 

 

벌컥

 

문이 열리며 달이언니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 은혜랑 다솜이 들어와!

 

 

 

다솜이?

나잖아?

 

 

 

이게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건가?

20명 가까이 되는 아가씨들 중 내가 선택되다니!

 

나는 얼굴에 퍼지는 웃음을 감출 길이 없어, 함박웃음을 지으며 들어갔다.

달이 언니가 자리를 배정해 주었다.

 

- 은혜는 상석에 앉고, 다솜이는 이쪽 오빠 옆에 앉자~!

 

스티브잡스는 은혜씨의 차지였다. 은혜씨는 키가 크고 성숙해 보이는 아가씨였는데 스티브잡스는 조그맣고 귀엽게 생긴 나보다는 은혜씨가 더 좋았나보다.

나는 찐따 중 한명 옆에 앉았다.

 

- 안녕하세요~

 

찐따는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 안녕~ 반가워^^ 이름이 뭐라고?

- 다솜이요~

 

 

나는 박전무에게 배운대로 술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별거 아닌 일인데도, 손이 달달 떨렸다.

 

달이언니는 아직 짝이 없는 맞은 편 찐따아저씨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달이언니는 손님 3인방의 스트레이트잔에 술을 한잔씩 모두 따라준 뒤, 본인의 잔도 채우고 원샷을 외치며 잔을 비우더니 일어섰다.

 

- 재밌게 노세요 오라버니들! 다른 애들 또 보여드릴게요.

 

맞은 편 찐따아저씨는 처음 초이스에서 마음에 든 아가씨가 없었던 모양이다.

 

까다로운 양반...

 

 

15분 정도의 대화를 통해, 그 자리는 스티브잡스가 쏘는 자리이며, 스티브잡스는 사업을 하고, 내 옆자리 찐따는 회사를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맞은편 찐따는 교수였다. 또한 스티브잡스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을 때마다 감겨주는 직원에게 만원씩을 팁으로 주는데, 그래서 본인이 미용실을 가면 다들 자기가 머리를 감기겠다고 나선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내 맞은편의 짝이 없는 찐따아저씨는 원래부터 아가씨 선정에 좀 까다롭다고 했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고, 웨이터 한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은혜씨~ 잠깐.

 

그러자 은혜씨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옆자리 찐따와 나를 힘겹게 거쳐 밖으로 나갔다.

 

- 오빠, 좀이따 올게요! 재밌게 놀고 있어요~~!

 

 

아니, 왜 거의 동시에 들어왔는데 저 여자를 먼저 빼주는거야?

신입인 내가 참아야지

 

 

은혜씨가 나가자 나는 졸지에 남자 3명과 홀로 남겨졌다.

그 상황이 조금 당황스러웠던 나와는 달리, 3인방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5분여가 흘렀을까?

 

똑똑

 

 

이번에는 달이언니가 아가씨 한 무리를 이끌고 들어왔다.

 

- 오빠들, 잘 보세요. 오른쪽부터 1, 2, 3번 입니다. 보셨죠? 잘 기억해 놓으셔야 해요.

1, 2, 3번이요. 자 나가있자~!

 

앉아서 초이스를 보니, 내가 서서 초이스를 받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이미 선택이 된 여자.

저들은 선택을 기다리는 여자.

 

나는 이미 10만원을 번 여자.

저들은 아직 돈을 못 번 여자.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속은 우쭐함으로 가득차 있었고, 나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맞은 편 찐따는 이번에도 아가씨를 고르지 않았다.

 

지독한 양반일세...

 

맞은 편 찐따가 아가씨를 고르지 않자, 상석의 스티브잡스가 한명을 골랐다.

 

스티브잡스는 이제 나를 내보내야 한 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찐따 친구가 아가씨를 끝까지 고르지 않자, 방이 뜨는 걸 막기 위해 그냥 본인이 아무나 앉힌 것이었다.

(방이 뜬다는 것은 방에 손님들만 있고 아가씨가 아무도 없는 상황을 이야기 합니다.)

 

새 아가씨가 앉음과 동시에 나는 밖으로 불려나갔다.

나는 찐따와 이별의 악수를 나누었다.

찐따는 악수를 참 좋아했다.

 

- 오빠 금방 올게요~

 

 

 

 

 

 

 

 

 

 

 

 

 

 

 

 

 

 

 

 

10

 

밖은 전쟁터였다.

웨이터들과 마담들이 이리뛰고 저리뛰며 분주했다.

 

나를 챙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일단은 대기실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두리번거리며 대기실을 찾고 있는데

뜻밖에 소영언니가 나타났다.

 

- 너 오늘 새로 온 애지? 이름이 뭐니?

- ! ! 다솜이요!

- 언니 방에 초이스 한번 가자.

 

룸 앞에 다다르자 언니는 날 잠시 세워두었다.

 

-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애기야.

 

소영언니는 나를 애기라고 불렀다.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 나를 애기라고 부름으로써 본인과 나의 역할 차이를 명확히 한 셈이었다.

 

나는 방문 앞에서 기다렸다.

 

소영언니는 키 큰 아가씨 한명을 데려오더니 우리 둘을 한꺼번에 보여줬다.

 

나는 그 아가씨의 차림새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검정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옷이 굉장히 야했기 때문이다.

 

 

방 안에는 첫번째 3인방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 2명이 앉아있었다.

 

왼쪽의 남자는 몸집이 작고 인상이 좋은 아저씨였는데, 나를 보자마자 앉혔고 오른쪽의 아저씨도 키큰 아가씨를 바로 앉혔다.

 

 

이들은 아가씨를 신중히 고르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보였다.

 

 

소영언니는 한방에 끝난 초이스에 대만족을 하며 방을 나갔다.

 

 

나는 이번에도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을 읽은 내 옆의 손님은 이렇게 말했다.

 

- 바로 앉아서 좋은가보네, 아주 생글생글 웃네.

 

나는 왠지 애교가 절로 나와, 손님의 팔에 매달렸다.

 

- 좋아요~

 

 

옆자리 손님이 마음에 들었다. 이성적으로 끌렸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변호사였던 그는 소영언니의 단골 손님인데, 소영언니가 요즘 가게를 잘 안 나와서 계속 못 오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왔다고 한다.

 

 

내 맞은편의 아가씨는 프로였다.

그 자리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우리 3명을 모두 즐겁게 해주었다.

쩜오에 있다가 가게를 옮겼다고 한다.

( 쩜오는 텐카페와 비슷한 급의 하이업소인데, 텐카페보다 규모가 크고, 아가씨들의 마인드가 좋고 - 수위가 세다는 뜻 - 동시 6방을 볼 수 있다 )

 

손님들은 역시 쩜오에 있다 온 친구라 다르다며 그 아가씨를 칭찬했다.

 

 

15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똑똑 소리와 함께 웨이터가 문틈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나를 불러냈다.

 

이렇게 둘이 동시에 앉을 경우, 둘이 동시에 나가서 방이 뜨는 걸 방지하기 위해, 한 명은 조금 일찍 불러내는 것 같았다.

 

- 오빠~ 금방 올게요!

- 그래 다솜아, 돈 많이 벌고 와라!

 

 

 

그렇게 나는 또 돈을 벌러 나갔다.

 

이번에는 바로 초이스가 없었다.

 

 

 

대기실에 들어왔다.

 

대기실에는 아가씨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어딘가에는 들어가 있나보네. 오늘은 모두들 돈을 많이 벌겠는데?

 

내가 특축나서 초이스가 잘 된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시무룩해졌다.

 

 

 

핸드폰을 꺼내 민희언니에게서 온 카톡이 없는지 확인해 보았다.

 

- 나 이제 집에 간다.

 

왜 벌써 집에 가는거지? 그 가게는 생각보다 손님이 없는건가?

언니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 순간

 

처음 보는 사람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11

 

속눈썹 연장을 길게 한 뽀죡한 얼굴의 마담이었다. 30대초반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소영언니만큼 세련되지는 않았고, 달이언니만큼 촌스럽지도 않았다.

달이언니처럼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몸이 날씬해서 그런지 잘 어울렸다.

 

마담언니들에게 잘보여야 한다던 김사장의 말이 떠올라 나는 일부러 활짝 웃으며 붙임성 있는 척을 했다.

 

- 마담 언니세요?

- . 달이언니가 말한 애가 너구나. 다솜이?

- 네 안녕하세요~! 언니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나는 써니야.

 

 

써니....?

, 해와 달이구나. 그래서 써니랑 달이. 둘이 한 세트인가?

 

 

- 좀 있다 애들 좀 나오면 초이스 한번 가자. 언니 방에.

- 네 언니!

 

대기실에 아가씨가 3명 정도 모이자, 우리는 써니언니를 따라 초이스를 갔다.

 

 

방이 컸다.

손님은 4명이 앉아있었는데 다들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첫번째와 두번째방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하하호호 하는 분위기였다면

이 방은 다들 정신을 놓고 왁자지껄 노는 분위기의 방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활기찬 에너지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네 명 중 제일 바깥쪽에 앉아있던 손님이 날 가리키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 쟤는 들어오자마자 배시시 웃는데?

- 우리가 웃긴가봐!!! 하하. 쟤 앉히자.

- 그래! 써니야, 우리 쟤 앉힐게!

 

 

왜 나의 초이스 사전에 실패란 없는걸까?

또다시 어깨가 잔뜩 올라간 나는 신나게 바깥쪽 손님 옆자리에 앉았다.

 

나와 함께 들어간 나머지 두명은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 젊은 손님들은 초이스가 왜이렇게 없냐며 단체로 써니언니에게 아우성을 해댔다.

 

- 아니 무슨소리야 오빠. 내가 오늘 몇 명을 보여줬고, 지금까지 이 방에 몇 명이 앉았는데!

- 우리 오늘 꽉 채워서 앉힐거라고!!! 오늘 아가씨 많다며!! 이게 다야??

( 꽉 채운다는 뜻은, 손님 1명당 아가씨 3명을 앉혀서 한순간도 아가씨가 뜨지 않게 하겠다는 말입니다. 이 방의 경우 손님이 4명이니 아가씨를 총 12명 앉히겠다는 뜻입니다.)

- 에이 더 있지. 지금 출근하고 있는 애들도 있으니까 쫌만 기다려봐.

- 이런식이면 술 값 못 내!!

- 에이 낼꺼잖아 왜그래. 맨날 이러더라? 내 맘 알면서 오빠~~ 그럼 그냥 내가 앉을까? 나는 어때 오빠? 내가 오빠 재밌게 해줄 수 있는데~

 

의미 없는 투정이었고, 의미 없는 방어였다.

그냥 그렇게 서로 농담따먹기를 하며 노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었다.

 

- 그건 좀 아닌 것 같애. 써니야. 이제 우리 놀꺼니까 나가고, 빨리 초이스나 더 데려와!

 

 

 

 

써니 언니가 문을 닫고 나가자 관심은 새로 앉은 나에게로 쏠렸다.

 

그제서야 4명 손님의 얼굴을 면면히 뜯어보았다.

 

내가 옆에 앉게 된 손님은 그나마 멀쩡하게 생긴 비교적 점잖은 사람이었다.

다른 한 명은 산적처럼 생겨서는 목소리도 제일 시끄러웠다.

다른 한 명은 몸집이 매우 작았고 장난끼가 많은 개구쟁이처럼 보였다.

제일 어려보이는 한명은 사회자를 자처했다.

 

사회자가 나에게 그 방의 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우리방은 룰이 있어. 니가 여기 1(내 옆의 남자를 가리킴)이랑 놀다가 다른 방 갈거 아냐.

갔다가 돌아오면, 2번 옆에 앉아야 돼. 그렇게 해서 총 4명 옆에 돌아가면서 다 앉아보는거야. 그리고나서 우리가 연장을 할거거든?

(1타임이 3시간 입니다. 연장을 하게 되면 3시간을 추가로 더 놀 수 있습니다. 술을 필수로 한 병 더 시켜야 하며 아가씨 TC도 다시 추가로 계산됩니다.)

그럼 두번째 타임에는, 너희가 우리를 초이스 하는거야. 누구 옆에 앉을지 니가 선택하는거야.

- 초이스 안된 오빠들은 그럼 어떡해요?

- 파트너 없이 노는거지.

 

 

그리고서는 자기네들끼리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이 방이 좋아졌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때 산적이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 그런데.. 우리 방은 좀 수위가 높은데, 괜찮겠어? 못하겠으면 나가!!

- .... ?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

내 옆의 파트너가 내 가슴에 손을 쑥 집어 넣는 시도를 했고, 나는 순간 본능적으로 몸을 홱 피했다.

 

산적이 다시 껄껄 웃으며 이야기 했다.

 

- 야 우리는 가슴은 기본이야. 봐바.

 

산적은 보란듯이 자기 파트너의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 아가씨는 한숨을 쉬더니 나와 눈을 마주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 여기 오빠들 진상이예요. 진짜 더럽게 논다니까!! 오빠들! 순진한 애한테 그러지 마! 오늘 처음 온 것 같은데.

 

나는 갑자기 그 아가씨에게 미안해졌다.

 

사회자가 말을 이어갔다.

 

- 니가 그러면 얘는 뭐가 되니? 얘는 가슴 다 줬는데, 너는 가슴 가리고 그렇게 있으면 얘가 뭐가 돼?

 

 

나는 내가 뭔가 실수를 한 것만 같아 민망해졌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내 파트너가 불쑥 끼어들었다.

 

- !! 내 파트너한테 왜 너희가 이래라 저래라야. 나는 싫다면 안만질거야. 다솜아. 괜찮아 괜찮아. 쟤네들은 다 쓰레기야.

 

그러면서 그는 나를 폭 안았다.

 

 

산적이 다시 끼어들었다.

 

- 저새끼는 갑자기 착한척이야? . 근데 니가 알아야 할 게 있어. 너는 내 옆에 언젠가는 온다는거야. 하하하하. 나는 저새끼처럼 착한척 안한다. 하하하하.

 

개구쟁이가 2번이었고

산적은 3번이었고, 사회자는 4번이었다.

 

나는 계속 1번 옆에 있고 싶었다. 산적은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나를 보며 크게 웃었다.

 

 

 

 

 

 

똑똑

 

다시 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나가는 나를 향해, 개구쟁이가 다음번은 자기 차례라며 윙크를 찡긋 했다.

 

 

 

 

 

 

 

 

 

 

 

 

 

 

 

 

 

 

 

 

 

 

 

 

 

 

 

 

12

 

스티브잡스가 있던 첫번째 방에 들어갔다.

내 파트너 찐따 아저씨가 날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새 술이 조금 취해 계셨다.

 

- 다솜아!! 왜이렇게 안왔어... 니가 너무 안오길래 어쩔 수 없이 한 명 더 앉혔어.

 

.. 착한 아저씨.

 

맞은편 까다로운 찐따 옆에는 두명의 아가씨가 앉아 있었고 그 두명은 매우 닮아 있었다.

 

취향이 정말 확고하시구나.

 

어쩌다보니 조판이 꼬여 그 찐따 옆에 한꺼번에 2명이 들어와 버린 것이었다.

(조판은 아가씨들 로테이션을 돌리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조판을 잡고 있는 사람이 한명 있는데 그 사람이 시간을 재가며 몇번 방에서 누구를 빼 몇번방으로 넣으라는 식의 지시를 내립니다.)

찐따 아저씨는 양쪽으로 아가씨들의 허리를 감싸고 아주 기분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웃는 찐따 아저씨는 부처님을 닮아 보였다.

 

 

 

 

 

 

변호사가 있던 두번째 방에 들어갔다.

 

- ! 고추장 왔다!!

 

변호사 아저씨 옆에서는 알 수 없는 안정감이 느껴져서 나는 아저씨 옆에 찰싹 달라 붙어 애교를 피웠다.

 

 

 

 

 

 

 

세번째 방에 들어갔다.

 

밴드가 들어와서 4인방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난리부르스를 피우고 있었다.

(일반업소와 하이업소를 구분하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 밴드입니다. 하이업소에는 노래방 기계가 없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시간당 10만원을 지불하고 밴드를 들여야 합니다. 밴드를 부르면 아주 커다란 스피커를 포함한 이동식 노래방 기계와 전자기타 연주자 한명이 들어옵니다. 밴드도 물론 가게 소속입니다.)

 

1번 옆에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이들이 만들어 놓은 룰에 따라, 2번 개구쟁이 옆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개구쟁이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타자인 3번 산적 옆에 앉게 되었다.

 

 

산적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맞이했다.

 

- 너 나 싫지?

- 하하 아녜요 오빠

- 너 나 무섭지?

- ..... 하하

 

다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산적은 나를 마음껏 만질 수 있었는데

다행히도 내 가슴은 뽕과 브라 2중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산적은 불편했다.

결국 산적은 가슴을 포기하고 키스로 방향을 틀었다.

 

 

밴드 덕분에 방은 어두웠고 아무도 우리를 보고 있지 않았기에 나는 덜 부끄러웠다.

 

 

다만 1번이 종종 우리쪽을 쳐다보며 장난삼아 눈을 흘겼는데

나는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다시 1번 옆으로 피신을 하고 싶었다.

 

 

 

 

 

 

 

 

 

 

 

 

 

 

 

 

 

 

 

 

 

 

 

 

 

13

 

다시 한 바퀴 로테이션을 돌고 돌아왔을 때, 나는 4번 옆에 앉았다.

4번은 내가 앉자마자 나에게 물었다.

 

- 그냥 지금 선택 해. 우리 넷중에 누구야?

- 아직 다 안 돌았는데?

- 그래도 지금 선택 해. 왜냐면 니가 너무 오래있다 들어와서 이미 우리 연장할 때가 됐어.

 

나는 1번을 쳐다보았는데 1번 옆에는 새로운 아가씨가 앉아있었다.

 

나는 왠지 모를 배신감에 일부러 1번을 선택하지 않고 산적을 선택했다.

산적은 특유의 커다란 목소리로 껄껄 웃으며 나를 꽉 안았다.

 

 

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1번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적은 기분이 좋아졌다며 노래를 부르러 앞으로 나갔다.

 

나는 쿠션을 끌어 안고 잠깐 숨을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2번 개구쟁이가 불쑥 옆으로 왔다.

 

- 너 왜 내 옆에는 안 앉았어?

- 오빠가 노래 부르고 있었잖아요.

- 그렇다고 해서 나만 그렇게 쏙 빼놓기야? 삐졌어 나.

- 그게 아니라요 오빠~

- (산적)이야 나야?

- ??

- 지금 골라. 쟤야 나야?

 

나는 대충 대답을 얼버무리고

개구쟁이는 내 신상에 대한 이것저것을 자세하게 물어보았는데, 밴드가 들어와 있다보니, 시끄러워서 귓속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 순간 갑자기 개구쟁이는 되도 않는 사랑고백을 시작했다.

 

- 나는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찜했어.

- .. 정말 오빠? 하하

- 너 진짜 내 스타일이야. 그래서 기다렸어. 너 들어올때까지. 다른 애들은 아무도 눈에 안들어오고 너만 기다렸어.

- .... 하하하

- 빨간색이 너무 잘어울리는 것 같아.

- ,, 이거 사장님이 골라준거~ 하하

 

 

나는 당황했다.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 진짜 첫눈에 반했다니까.

- 아 진짜?

- 너는 나 어때?

- ???

 

 

어떠냐고? 니가 어떠냐고?

나는 지금 여기 일하러 온거지 나이트 부킹하러 온 게 아니잖아?

 

 

 

- 오빠랑 같이 나가자.

- ?????

- 100만원이면 돼?

- ??????????

- 100만원 가지고 안돼? 너 여기 언제 언제 출근해?

- 내일도 나올거긴 한데..

- 100만원에 내일 TC까지 쳐서 줄게. 내일 출근하지 마.

- ... 2차는... 안돼.

( 텐카페를 비롯한 하이업소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공식적인 2차가 없습니다. 아가씨와 손님의 개인적인 합의하에 무언가가 이뤄질 수는 있겠지만, 스폰을 해주거나 진짜로 사귀게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2차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나 텐카페 아가씨들은 몸을 더욱 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이업소 중에서는 술값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손님들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입니다. )

 

 

2차라니? 나를 뭘로 보고? 나는 순간 기분이 상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살짝 고민이 되었다.

100만원 플러스 알파라....

 

 

하지만, 절대 자빠지지 말라는 김사장의 당부가 떠오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 150?

- 아니... 그러지 마 오빠. 어차피 안 돼.

- 200? 다솜아. 진짜 니가 너무 맘에 들어서 그래.

- .......

- 내가 아무한테나 이러는 것 같아? 너만 2차 안하니? 나도 원래 2차 안해. 2차 하려면 여길 왜 와. 너랑 진짜 잘해보고 싶어서 그래.

- ........

 

 

 

나는 그때 100이던 200이던 최대한 높게 불러 받고 그와의 인연을 거기서 끝냈어야 했다.

 

 

 

내가 그날 끝까지 그를 거절하면서 그와의 지독한 악연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작품 등록일 : 2019-05-04

▶ 청담동 마담 별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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