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 #3
버크 씨, Financial Times에서 기자 분 오셨습니다.

예.

들어오시라고 할까요.

그러세요.

브로디의 집무실 환기구에 오고 가는 공기를 통해 직원이 아닌 사람의 출입을 경비원보다 먼저 알 수 있었다. Financial Times 기자는 동료를 데리고 왔다. 아마도 사진 기자일 것이다. 

안녕하세요, Financial Times에 데렉 존스 기자입니다.

사진은 안 찍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게... 혹시 그동안 마음 바뀌셨을까봐.

바뀌지 않았습니다.

예, 그럼... 

사진 기자 분은 나가서 일 보세요.

버크 오거닉스는 아직 PR 부서가 없나요?

예. 언론과 연락할 일이 있으면 밖에 파멜라 양이 처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렇게 공식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으신 걸로 아는데요.

제가 Financial Times 구독자라서.

아 그렇군요. 그럼 제 기사도 전에 읽어 보셨겠군요?

예.

미리 말씀드리지만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여기서 나눈 말은 모두 기사화 될 수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첫번째 질문부터... 팜플러스와 관계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지요?

팜플러스는 저희가 인수 제의를 거절한 순간 적으로 돌아섰습니다. 이미 팜플러스가 소유한, 혹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유통망에선 저희 제품이 모두 빠졌고요.

그럼 지금 유통은 어떻게 하고 계시죠? 아일랜드랑 영국에서?

저희와 관계하고 있는 운송 업체가 몇 있는데 물론 턱없이 부족하고요.

농산물은 지금 당장 유통 되지 않으면 버리게 되잖아요.

현재 재고를 팜플러스 유통망이 없는 북미나 극동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인수를 거절하신 이유는 뭔가요?

팜플러스는 원래... 고리대금업을 하던 회사입니다. 지금은 유통업으로 바뀌었는데, 사업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자가 빚을 지게 만든 후에 자신들 비즈니스에 종속되게 만드는 거죠.

팜플러스는 공식적으로 아일랜드 최대 농축산물 생산 기업 아닌가요?

직접 생산하는 건 아니죠. 채무 관계를 통해 생산자들을 통제하고 있는 거죠. 생산자들은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회사로 옮기지 못하는게 팜플러스가 유통망까지 장악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인수를 거절하신 이유는...

두 회사는 설립 이유 자체가 달라요. 우리는 땅에서 뭔가 기르는게 좋아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팜플러스는 자본을 증식시키기 위해 땅을 이용하는 거죠. 그 사람들 요즘 사업 벌리는 거 보면 알잖아요?

버크 씨 본인은 자본 증식을 위해서 사업을 하는게 아니란 말씀인가요?

저희 회사 소유주가 팜플러스로 바뀌면 저희는 더 이상 농사를 못 짓게 됩니다. 저희가 생산한 제품을 팔아주겠다는게 아니라, 저희 경작지를 자기들 마음대로 이용하겠다는게 인수의 주목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제품 만족도는 버크 오거닉스 쪽이 높은데 말이죠?

팜플러스는 땅에서 풀을 기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더군요.

무슨 뜻이죠?

땅에는 소를 기르거나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부가가치가 높다나?

그러고 보니 버크 오거닉스는 그 반대였잖아요, 기존 목축업 용지를 전부 농업 용지로....

지금 아일랜드의 목축업 농토는 노르만인들의 잔재입니다. 아일랜드는 원래, 그게 벌써 5천년 훨씬 전의 일이지만, 수백가지 식용 식물이 자라던 땅입니다. 약 1500년 전에 노르만 인들이 들어온 뒤에 가축를 키우기 위해 목초지로 바꿔 버린 거죠. 인간 입장에선 그게 부가가치가 더 높을지 몰라도 땅의 입장에선 그렇지 않죠.

어째서 그렇죠?

숲에 가보셨어요?

예?

영국은 숲이 차지하는 면적이 얼마나 되죠? 전체의 10% 되나요?

10%가 조금 안 됩니다.

숲에 가면 좋은 냄새 나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왜 그런 냄새가 나는지 모르시죠.

예, 그거야...

땅이 잃는 게 없어서 그렇거든요.

예?

숲은 땅이 가장 안정화 된 상태입니다. 땅의 자원이 줄어들지도 늘어나지도 않는데 그러면서 생산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죠.

하지만 숲에선 사람이 먹고 살 수 없으니까....

예 그래서 사람들이 숲을 밀어 버리고 그 자리에 작물을 심었죠. 그래서 땅은 마이너스가 된 거에요.

하지만 그것 말고는 그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가...

없다고 생각을 했지요. 저희도 최근까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지금 키우는 농산물들 중에 농약이나 비료 없이 키울 수 있는 게 있나요? 유기농이라고 주장하는 농산물들의 99%는 농약과 비료를 주고 키운 겁니다. 왜냐면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밀 한톨도 거둘 수 없으니까. 어떤 형태로든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으면 기존 농산물들은 대부분이 죽습니다. 왜냐면 땅이 키운대로 크지 않았으니까요.

예, 말씀드린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많은 인구를...

19세기 아일랜드 대기근이 같은 이유로 발생한 거에요. 생산력은 높지만 땅에 적응하지 못하는 작물을 키웠기 때문이죠.

그런 일이 지금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깁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기근 얘기가 나오면 아직도 영국을 저주합니다. 대기근의 원인이 식민지 탄압 때문이라는 거죠.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단일화된 외래종입니다. 당시 병해로 전멸한 감자가 럼퍼 종이었는데 땅에 적응 기간이 얼마 안 된 생산력만 좋은 놈이었죠. 당시 수백만의 아일랜드 사람들이 이 외래종에 생명을 의지했어요. 아직도 우리 농부들은 토착종이 아닌 외래종을, 것도 단일화된 외래종을 키우고 있습니다. 감자든, 양배추든, 밀이든, 백 년 전만 해도 지역에 따라 모양도 맛도 면역력도 다른 수백 가지 종이 자라고 있었는데 이젠 전세계 어딜 가도 똑같은 종류만 키웁니다. 저는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우린 아직도 서너가지 외래종을 주식으로 먹어요. 더 강한 농약과 비료가 있으니까 괜찮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럼 대안이 있으신 건가요?

대기근의 교훈은 땅에 맞는 작물을 길러야 한다는 겁니다. 그 땅에서 오래 살아남은 다양한 토착종을 키워야 한 가지 병에 모두가 죽는 재앙을 막을 수 있어요. 수백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일랜드 땅에는 Pignut Myrica라는 토종 식물이 있었는데 뿌리와 열매를 먹을 수 있어요. 이 식물은 아일랜드에서 발견되는 거의 모든 병충해에 저항력이 있는데다 질소 성분이 없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요. 그랬던 작물이 상업용으로 들여온 외래 작물들 때문에 멸종까지 갔죠. 농약이 없으면 몇 달도 생존하지 못하는 그런 작물들한테.

그렇게 우수한 작물인데 키우지 않게 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다년생 식물은 수확량이 일년생에 비해 떨어지죠. 수확하기도 어렵고. 그게 이유입니다. 기계로 한번에 왕창 수확할 수 있는 그런 식물만 키우는 거에요. 다년생 종으로 수확량을 늘릴 생각을 해야 하는데.

버크 오거닉스에서는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건가요?

더블린에 에린 연구소가 그런 용도입니다. 그곳에서 재배되는 종은 모두 상업적 목적으로 재배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식량들이죠.

그 중에 성공한 것이 있나요?

저희가 마리 게일이라고 부르는 Myrica류 돌연변이 작물이 있습니다. 농약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률 80% 이상을 기록하지요.

어떤 맛이죠?

무화과랑 감자를 섞은 맛 정도 될 거 같은데요.

다른 작물이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경제성 면에서?

저희는 무게가 아니라 칼로리로 비교를 하는데 유콘 골드 감자랑 비교하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115% 정도입니다.

그럼 맛도 영양도 경제성도 갖춘 건데 조만간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건가요?

그건 어려울 거 같은데요.

왜요?

독이 있어요.

독이요?

시안화류 독인데 어른이 먹으면 구토 설사나 하겠지만 어린이가 먹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원래는 어른이 먹어도 죽었는데...

그럼 점점 좋아지고 있는 거네요?

그렇긴 한데 독성이 약해지면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도 약해지는 경향이 있죠.

참 쉽지 않군요.

이 많은 인구 먹여 살리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근데 아까 말씀하실 때 보니까 "우리나라"라는 표현을 많이 쓰시던데 원래 태생은 한국이시잖아요?

저는 아일랜드 인입니다.

입양하신... 그러니까 버크 씨 부모님이 아들 칭찬이 대단하시던데, 부모님과의 관계는 항상 좋았나요?

저희 부모님은 훌륭한 분들이세요. 전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제가 한번도 입양됐다거나 인종적으로 차별 받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운 탓을 해본 적이 없는데 부모님을 만난 건 천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부당한 일을 당한 적은 없습니까? 피부색 때문에?

시골 학교 다닐 때 자주 그랬죠.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하루는 반에서 제일 멍청한 놈이 닭장 청소를 하게 됐다고 나한테 열쇠를 넘기더군요. 네가 청소하고 가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학교에서 제일 큰 쓰레기통을 가져다가 닭장 안에 거꾸로 엎어 버렸죠.

하하하하하하하

그 다음날 교사가 분기탱천 해서 그 놈 아버지를 학교로 소환했죠. 그 놈은 내가 그런 거라고 꽥꽥거리고.

결국 어떻게 됐나요?

그 놈 아버지가, 그때 저도 교무실에 같이 불려 왔는데, 저랑 교사들 보는 앞에서 그 놈을 죽도록 패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고 나서 내가 그 놈한테 아이스크림을 사줬어요. 다음부터 자기 일은 자기가 하자면서.

싸운 적도 많았겠습니다.

원래 그런 아이들 특징이 한번 얕보이면 죽을 때까지 물어 뜯는 거라.

학교 다니실 때 공부도 잘 하셨다는데 왜 하필 농업을 택하셨죠?

농업이 어때서요?

솔직히 힘들잖아요? 그리고 그 성적의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해서 금융이나 의학, 법학 쪽으로 빠지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농업이 없으면 금융도 의학도 법학도 없습니다.

예... 당연한 사실인데...

제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국립콘서트홀에 U2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요,

예...

연주 도중에 기타리스트가 발 밑에 디스토션이라고 하나? 그걸 조절하더라고요, 기타 음이 파도 소리처럼 출렁출렁... 쏴아악 하고 쏟아져요. 그러다 천둥 치는 것처럼 보컬이 노래를 불러요. 그러니까 앞에 앉아 있던 여자애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울더라고요 어깨가 들썩이면서.

예...

콘서트홀에 관객들이 그렇게 막 울고 미친듯이 열광하고... 그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죠. 이런 것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먹고 살아야 가능한 거라고.

예...

지금까지 인류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게 뭐냐면 굶주림입니다. 중국은 20세기 전까지 거의 매년 1억에 가까운 인구가 굶주림으로 죽었어요. 영양결핍으로 인한 질병까지 합치면 것보다 훨씬 많은 수겠죠. 그러니까 지금까지 죽은 인류 인구의 절반 이상은 먹을 것이 없어서 죽은 거에요. 생각해 보면 웃기죠.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농업인데 세상에서 제일 비루한 사람들이 택하는 직업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버크 씨 입장에선 여기가 블루 오션이겠군요.

먹고 살만해진 것이 고작 100년도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벌써 농업이 우습죠. 땅을 파괴하고 식물을 착취하면서 앞으로 천년만년 이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볼 땐 핵전쟁보다 농업 붕괴가  먼저일 거 같은데.

예...

1500년 전에 바이킹이 여기 숲에 와서 땅의 균형을 깨달았다면 숲을 밀어 버린 대신 숲을 닮은 농지를 개발했을 거에요. 숲에서는 아무 것도 낭비되지도 과잉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생산성을 유지하는 거에요 영구적인 세월 동안.

버크 씨는 땅의 균형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으신가요.

에린 연구소는 숲의 경작 방식을 구현하는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터크 버글이라고 부르는 작물 같은 경우....

잠깐만요, 지금 신종 작물 이름에 다 사람 이름이 들어간 거 같은데 혹시 직원들 이름인가요?

예.

브로디도 있나요?

예.

아항.

제가 붙인 이름은 아닙니다.

브로디는 무슨 식물이죠?

비밀입니다.

아까 터크 버글은 그래서...

특정 미생물이 번식하는 땅에 키우면 비료와 농약 없이 높은 칼로리의 열매를 맺습니다.

독이 있나요?

없어요.

그럼 뭐가 문제죠?

가려움증을 유발합니다.

저런.

알러지 반응과 결합되면 쇼크 死에 이르기도 하지요.

에린 연구소는 위험한 곳이군요!

요는 그런 식이라는 거에요. 미생물이나 곤충 같은 다른 생물들을 이용하면 숲에 조성됐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거에요. 낭비나 과잉을 최소화 하면서.

근데 인간의 개체수 자체가 과잉이잖아요. 숲의 균형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젠가요?

저희 연구소라면 해결할 수도 있지요.

우리 세대에 가능한 일인가요? 그러니까... 숲이 도시를 먹여 살리는 일이? 더 이상 농약과 비료와 단일화된 외래종에 의존하지 않고?

저희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버크 씨는 후각이 발달됐다고 들었는데...

예.

그것 때문인가요.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기여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일을 성공시키려면 재능보다 끈기가 중요하죠.

포기하지 않는.

포기하지 않는.

저한테는 무슨 냄새가 나나요?

저는 동물 냄새는 분석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뭔가 느낌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걸 꼭 확인하셔야겠습니까.

예.

가난한 집에서 모범적으로 자랐고, 결벽증에 가까운 아내, 딸 둘, 딸 하나가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있고, 최근에 바꾼 차가 폭스바겐 골프.

우와... 무서운데요... 다른 건 없습니까?

직장 동료신가요?

예?

최근에 만나는 여성 분.

음...

제가 분석하지 않겠다고 했죠.

어쨌든 감사합니다. 다른 건 없나요?

집안에 암 내력이 있는데 본인한테는 현재 없습니다.

의사가 될 생각은 해보시지 않았습니까?

안 해 봤는데요.

왜요?

의사는 평생 기껏 수천명의 목숨이나 살리겠지만 농부는 수천만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죠.

제약업을 할 경우 그만큼의 목숨을 더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약업도 땅에서 생산된 자원에 기반한 거죠.

제약업을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없는데요.

저희가 영국 제약회사 직원들이 에린 연구소에 상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해독제 개발팀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신종 작물 중에 시안화칼륨을 중화시키는 성분을 가진 것이 있어요.

그럼 상업적인 계약은 아닌 건가요?

그쪽에서 저희 작물을 이용하게 될 경우 상업적인 계약을 맺는 거죠.

그럼 이미 제약업에 발을 담그신 건데...

저희는 자재만 공급할 뿐입니다. 그게 제약이든 대량살상무기든.

대량살상도 가능한가요?

인간이 합성한 독은 자연이 만든 독에 비하면 정말 웃기는 수준이죠.

자연이 만든 독은 인간이 만든 독과 어떻게 다른 건가요? 단순히 독성이 더 강한 건가요?

식물의 독이 무서운 이유는... 주변 환경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식물의 독은 대부분 동물의 독과 달라서 바로 죽음에 이르게 하지 않아요. 식물계에 가장 강한 독을 가진 피마자 씨도 먹으면 바로 죽는게 아니라 2-3일 뒤에 효과가 나타나죠. 독으로 주변 생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소철을 예로 들면 소철 몸통이나 잎을 먹는 동물은 체내 독성 물질이 축적돼 수년 안에 암이나 다발성 경화증으로 사망합니다. 즉, 소철을 주식으로 먹는 동물들은 원인도 모른 채 멸종 위기에 몰리는 거죠. 반면 소철의 꽃가루를 먹고 사는, 그러니까 소철의 번식에 도움되는 풍뎅이와 박쥐의 경우 독성에 대한 내성 때문에 되려 번성하고요.

그렇군요.

러시아 툰드라 지대에 서식하는 미나리과 식물은 줄기와 잎을 섭취할 경우 불임이나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역시 자신을 먹는 동물 종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가는 거죠.

예....

특정 식물이 군락을 형성하는 곳에는 대부분 그런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먹이 피라미드를 구축하고, 특정 종을 살게 하고, 특정 종을 살지 못하고 하고.... 자신들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거죠.

재밌네요, 인간은 바로 눈 앞에서 죽거나 파괴돼야 직성이 풀리는데 식물은 그렇지 않군요.

그렇지 않지요.

다음 세대가 돼야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 효과가...

상전벽해 급이죠.

버크 오거닉스는 "자연이 만든 독"도 생산하는 건가요?

식물의 1차 생산물은 녹말이고 2차 생산물은 독입니다. 저희가 싫어도 독은 어떻게든 만들게 돼 있습니다.

그렇군요...

인터뷰 이제 다 됐나요? 시간이 많이 지났네.

한가지 질문만 더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으셨다는 말이 있습니다.

생물학적 "기증자"입니다.

의사라고...

저는 잘 모릅니다. 무슨 일을 하는지.

그분이 같은 후각 능력을 갖고 있다면 의학계에 혁명일텐데요.

아직 그런 소식이 없는 걸로 보니 바보거나 멍청이겠죠.

연락을 취하고 계시진 않습니까?

아니요.

아까 말씀드린 영국계 제약회사 말인데요...

예?

정성주 씨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 모르는 일입니다.

왜 숨어서 활동하시는지 아십니까? 정성주 씨가?

아니요.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던데요.

그래요?

밖으로 이름을 알리기가 어렵답니다.

흠...

이건 제 생각인데, 어디까지나 제 생각인데... 제가 만일 정성주라면, 그동안 뭔가 발견한게 있다면 버크 씨에게 남겨주고 싶을 겁니다.

왜요?

같은 후각 능력을 지녔으니까. 자기 연구 결과를 누구보다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테니까.

제가 거짓말을 했다는 뜻입니까?

그냥 제 생각을 말씀드린 겁니다.

정성주에 대한 기사도 쓸 생각인가요?

정성주에 관한 이야기는 기사를 쓸만한 것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전래동화나 도시괴담 수준의 이야기들 뿐이죠. 지금으로썬 전설 속 인물이에요. 물론 실존 인물이긴 하지만.

그런 인물이 어쩌다 제약 회사에 알려진 거죠?

정성주 씨는 중국에서 동료 의사와 결혼했습니다. 캐런 리즈. 영국인이죠. 그 사람 가족이 영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흠.

제가 처음 정성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땐 어떤 정신병자가 지어낸 얘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을수록 현실성이 있어 뵈더군요.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가 점점 아귀가 들어 맞아 갈 때, 그런 충격을 받아본 적 있습니까? 영국 제약업계는 지금 정성주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정성주에 대한 어떤 확증을 갖고 있는 거죠.

흠...

모르시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동안 버크 씨에 대해 조사 많이 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거의 두 권짜리 책으로 전기를 낼 정도로 많이 알게 됐죠. 그러다 보니 정성주에 대해서도 알게 된 거고요.

흠.......

인류 역사를 바꿀 능력을 가진 이가 두 명 태어났는데, 한 사람은 인간에게 갔고, 다른 한 사람은 땅으로 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버크 씨에게 더 관심이 있어요. 왜냐면 말씀하신대로 인간은 땅 위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말씀하신대로 땅을 아는 사람이 더 강한 지배력을 갖게 되겠죠. 더 오래 걸리더라도. 

작품 등록일 : 2023-04-24

▶ Brody’s file #4

▶ Brody’s file #2

ㅉㅉ자본주의가문제야

헉 브로디 남자엿어? 여자로상상하고 쭉읽음
my*********   
헉헉 너무 잼씀 땅에 대한 얘기 존잼 통찰도 얻어감
Ashera8   
헐 브로디가 남자였구나 이름보고 여자인줄
너무 재밌다 정성주가 완전 음지의 사람은 아니었구나
그저   
꺄아~ 이제 연재 계속해 주세요~~
se****   
정성주가 누굴까..
Sunn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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