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 #1
브로디는 냄새로 사람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냄새로 사람의 DNA와 분자화학 구조를 파악하고 냄새에 묻은 최근의 행적과 행동 패턴을 감지한다면 그 사람의 앞날을 끊어진 실타래처럼 이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는 정성주의 말이 전부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성주가 남긴 기록에 거짓말은 처음부터 없었을 지도 몰랐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찰들이 조급해졌다.

물은 냄새의 가장 큰 적이자 동지다. 냄새는 물에 의해 씻겨 내려 가지만 증폭되기도 한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폭포처럼 퍼붓지 않는 한, 평소 맡지 못했을 냄새를 아주 멀리서 감지할 수 있다.

캘러핸 경감의 차가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세인트 스티븐 호수. 사망자는 10대 여자 아이. 죽은 지 이틀째 돼 가고 있었다.

사람의 냄새를 가장 정확히 맡을 수 있는 때는 그 사람이 죽어 썩기 시작할 때다. 몸이 썩을 때 풍기는 냄새가 다 같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다르다. 살아 있는 동안 비슷한 공간에서 비슷한 음식을 먹고 비슷한 옷을 입어 균일해진 냄새는 죽어서 썩기 시작할 때부터 천차만별 달라진다. 피부의 질, 혈액 성분, 근육량, 간과 신장의 상태, 소화 기관의 구성 등이, 세균 활동으로 세포 벽이 허물어지고 내용물이 흘러 나옴에 따라, 배를 가르고 토막을 낸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그에게 죽음은 사람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보여주는 가장 적나라한 보고서다. 그는 지금 눈 앞에 죽어 있는 여자 아이가 살아 생전 무척 건강했음을 알았다. 여자 아이는 간염, 홍역, 수두 같은 질환에 걸린 적도 없었고, 담배나 술, 약에 손 댄 적도 없었으며, 패스트푸드 위주 식습관으로 영양 불균형 상태에 있지도 않았다.

그는 여자 아이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크랜베리 잼을 바른 토스트를 먹었으며, 오래된 자동차를 - 아마도 승합차를 - 타고 이곳까지 왔으며, 이곳에서 4-5명의 10대 아이들에게 - 대단히 오랜 시간 동안 - 강간 당한 뒤 살해됐음을 알았다.

사람이 죽으면 유전자 단위로 분해되기 시작한다. 자신을 구성하는 가장 원초적인 단위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구분된다. 아버지가 물려준 냄새와 어머니가 물려준 냄새가 강바닥에 퇴적층처럼 나뉘어 흐른다. 아이는 죽으면서 부모를 떠올렸을테고, 죽은 뒤 시체가 되어서도 부모를 그리고 있다.

신분은 확인됐나요?

아직요. 실종 신고를 조회해 보는 중입니다.

무슨 힌트라도 얻었나?

그는 대답 대신 호수 주변을 둘러 보았다. 캘러핸 경감이 말했다.

에반! 핀! 브로디하고 호수 주변을 돌아봐!

과학 수사대 직원 둘이 브로디를 앞세우고 걸었다. 그 중 한 명이 브로디에게 우산을 씌워 주려 했지만 브로디는 거절했다. 브로디는 인류가 발명한 것 중에 제일 바보 같은 것이 우산이라고 생각했다. 브로디는 우산을 자발적으로 써본 적이 없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밭에서 맨 몸으로 비를 맞는 것에 익숙했다. 그는 도시에선 밖에서 비를 맞고 실내에 들어오는 것이 결례라는 사실을 배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학 수사대 직원들은 원래 K9(경찰견)이 있어야 할 자리에 사람이 있는 것이 어색했다. 상황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브로디가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였다.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말했다.

여기, 이 주변.

수사대원들이 비에 젖은 정액으로 보이는 액체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뒤따라 온 캘러핸 경감이 물었다.

어떤 놈들인지 알겠나?

17살쯤 된 애들인 것 같은데요. 많아야 19살? 전부 5명쯤 되는 것 같고요.

그리고 또?

밴을 타고 왔어요. 아마 쉐보레에서 생산된 밴일 거에요. 쉐보레 시트 냄새 나네.

희생자의 신분이 확인됐다. 20시간 전 실종 신고가 들어온 이오나 켈리. 발로더리 웨스트, 게리스타운 고등학교에 다니는 17살 학생이었다. 이틀 전 학교에서 돌아온 뒤 오후 4시 반쯤 칼리지 그린 교정에 꽃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가 실종됐다고 했다.

브로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죽은 아이랑 강간범들이랑 동갑인 것 같은데요. 아마도 학교 친구거나 동네 친구였겠죠?

이틀 뒤 경찰서에 잡혀 온 용의자들은 17세 남자 5명이었다. 경찰은 서로 입을 맞추지 못하도록 따로 검거해 따로 심문을 했고, 이들 중 2명으로부터 공통된 자백을 받아냈다.

용의자들은 같은 초등학교 출신 친구들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이중 한 명이 사건 당일 삼촌으로부터 밴을 몰래 가져와 놀러 가던 중 초등학교 동창 이오나를 발견했고, 유흥비를 갈취할 목적으로 차에 태웠다가 호수로 끌고 가 강간하고 살해했던 것.

이들은 4시간이 넘도록 - 밤새도록 - 이오나를 강간한 뒤 손과 발을 묶어 호수에 던져 넣었는데, 이오나가 간신히 헤엄을 쳐 살아 나오자 이번엔 목을 졸라 살해하고 다시 호수에 던져 넣었다.

용의자를 검거한 발로더리 웨스트 경찰서는 브로디에게 전화를 했다. 용의자들을 보러 오시지 않겠느냐고. 브로디가 경찰들에게 범인을 잡으면 연락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사건 해결에 결정적 기여를 한 브로디에 대한 예우이기도 했다.

경찰서를 찾은 브로디는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제라드 번에 관심이 있었다. 제라드 번은 알파 독이었다. 친구에게 밴을 가져 오라 시킨 것도, 이오나를 납치하자도 한 것도, 강간하자고 한 것도, 죽이자고 한 것도 모두 제라드였다. 그에게선 전형적인 반사회적 냄새가 났다. 과감하고 공격적이고, 그리고 독특했다. 경찰은 범죄자에게 얼굴이 알려져 봐야 좋을 것 없다고 만류했으나 브로디는 고집을 부려 제라드 번의 심문실에 따라 들어갔다.

제라드는 유전자 감식 결과를 들이 밀어도 범행을 부인했으며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공원에서 놀다 온 건데 왜 지랄이냐고 했다. 그 계집애(이오나)는 섹스 중독자라고 했다. 계집애가 먼저 호숫가에서 그룹 섹스를 하자고 했으며, 5명과 각종 변태 행위를 하면서 뽕 맞은 것처럼 좋아했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가 그랬다고 했다. 다음엔 너네 엄마도 데려 오라고.

브로디가 제라드의 말을 끊고 물었다.

자네 엄마는 죽지 않았나? 지랄병으로.

신나게 무용담을 지어내던 제라드는 브로디를 향해 눈을 크게 뜨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닥쳐! 씨발새끼야, 더러운 원숭이 새끼가!

제라드는 말을 더듬었다. 브로디가 말을 이었다.

그거 유전병이야. 우성 유전이라 너한테도 있어. 대개 30대에 발병하지. 뇌가 썩어가면서 지랄 춤 추는 병. 헌팅턴 병이라고 하던데. 너도 들어봤을 거야.

제라드가 일어나 소리지르고 욕을 퍼붓자 경찰이 팔을 비틀어 제압했다. 브로디는 말을 이었다.

너네 아빠는 암으로 죽었거나 병원에 있을 거야. 간암인가? 불우한 유전자는 다 물려 받았네.

브로디는 일어났다. 심문실을 나가면서 경찰 팔꿈치에 짓눌려 숨을 몰아쉬는 제라드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은 치질을 조심해야지. 관상을 보니 교도소에서 인기 좋겠어.

작품 등록일 : 2023-04-19

▶ Brody’s file #2

▶ Brody’s file #0

끌잼
my*********   
캬.....................
진미오징어   
꺄~~ 드디어 다시 연재하네~~
se****   
ㅋㅋㅋㅋㅋㅋㅋ진짜 재밌다 완전 취향저격
Asher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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