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 #0
안녕하세요. “괴작을 찾아서” 포드캐스트 케이트 도슨입니다. 오늘은, 예고해 드린 바와 같이, 지금껏 이 자리에 모신 작가 분들 중, 가장 이름값이 높은, 아마도 여러분들이 가장 기대했을, 바로 그분입니다. 웬디 트렘블리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웬디 트렘블리입니다. 

여기 나와 달라는 요청을 잠시도 주저없이 수락하셨어요. 이 방송 평소 듣고 계셨어요? 

예 자주 듣는 방송입니다. 

아니, 근데, 본인이 평소 쓰셨던 작품들이랑 너무 다른… 뭐랄까, 비주류 작품들만 소개하는 곳이잖아요 여기는. 

사실… 작가들이 그래요, 경쟁 심리 같은 게 있어요. 저처럼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들은 이제… 작품이 얼마나 팔릴 지보다는 누가 더 좋은 작품을 쓰느냐 그런 것에 신경 쓰게 되거든요. 

아, 그러니까 이제 벌만큼 버셨다… 

예, 이제 돈에는 관심 없어요 출판사는 생각이 다르겠지만. (웃음) 

하지만 다른 작가 분들도 다 그런 건 아닐 거 아니에요. 

예? 

그래도 여전히 돈에… 우선 순위를 두는 작가 분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렇죠. 하지만 더 하든 덜 하든 누구나 조금씩은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어요. 흥행 여부를 떠나서, 누가 나보다 더 잘 쓰느냐, 누가 나보다 더 창의적이냐, 그게 창작하는 사람들 보편적인 심리에요. 

그게 지금 이 방송을 평소… 

예 그래요,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제 주변에 작가들이 대부분 이 방송 들어요. 누가 더 기가 막힌 걸 썼나, 누가 나보다 더 기발한 생각을 하는가… 경계하는 거죠. 

그런데, 제가 처음 언급한 것처럼 작가님은 원래 이런 부류가 아니셨잖아요. “그리움의 반감기”, “행운의 언덕에서”, “떠나지 못한 불청객”… 로맨스 픽션의 여왕이시잖아요. 

그게 사실은 제 전공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잘 됐는데? 쓰는 것마다 전부 다?

어릴 때부터 스릴러를 쓰고 싶었어요. 범죄, 재난, 자연재해… 그런 배경의 책을 쓰고 싶었죠. 근데 처음부터 쓰고 싶은 걸 쓰면 왠지 실패할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쉬운 것부터 하자… 

방금 그건 농담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웃음) 

실제로 쓰다 보니 로맨스가 더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떠나지 못한 불청객”은 그런 원래 의도에 제일 가까웠던 작품이었던 같아요. 

그렇죠. 죽은 사람 미스터리니까. 

그리고 이번에 나온 “역병”은 본격적인 본인 취향, 본인이 정말로 쓰고 싶었던 책이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충격 받았어요. 책을 읽고 거의 이틀 정신을 못 차렸거든요. 이 책 내용이… 비극인가요? 아니면… 교훈인가요? 

무슨 의도를 갖고 쓴 건 아니에요. 그냥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죠. 

제목에서 보듯, 병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들에게 병은 세례였다. 선택 받은 자만이 병에 걸릴 수 있었고, 역시 선택 받은 자만이 병에서 나을 수 있었다. 병에서 나은 자는 ‘신의 마음’을 얻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 신의 마음을 얻은 자는 자신의 어떤 선택에도 면죄부를 얻었다.” 고대 인도에 어느 도시의 기록에 남아 있는 병이에요. 헷갈리실 독자 분들도 있을텐데, 가짜 사실주의입니다. 허구의 병인데 꼭 진짜 있는 병처럼 묘사돼요. 무서운 병이에요. 치사율이 50%에 육박하는? 2주 동안 고열에 시달리다 나으면 예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거죠? 

예, 사고 능력을 잃은. 

병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 병에서 나은 뒤의 상황이 무서운 거죠. 싸이코패스가 되니까? 

싸이코패스라는 표현은 부적절 한 것 같습니다. 

인간성을 상실한다는 표현도 있고, 야생으로 돌아간다는 표현도 있어요. 근데 본질적으로는 뇌가 기능을 못하는 거잖아요.

정확히는 사고 능력을 담당하는 대뇌 기능이 사라지는 거죠. 

예 그러니까 ‘뇌가 사라진 사람들’ 이야기잖아요. 뇌의 기능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일단… 생각하는 게 뇌의 원래 기능이라고 생각하니까. 

뇌의 원래 기능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먹고 싸고 자고… 멀쩡히 움직이는데, 사람은 아닌 거잖아요. 

그 부분이 제 소설의 진짜 이야기에요. 뇌가 없으면 사람이 아닌가? 사람이라는 존재는 뇌가 전부인 것인가? 

이 소설엔 4명의 주인공이 나와요. 과묵한 루크, 생각 많은 개리, 부적응자 해리, 다정한 조디. 뇌가 사라지면 당연히 사람 구실을 못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2명의 주인공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예, 예전의 행동 패턴이 계속 이어지죠. 뇌가 없어도. 

이런… 실험이 있었나요? 뇌 기능이 없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대부분은 선천적 지능 장애인들에 관한 논문이고요, 사고나 병으로 뇌 기능이 손상된 뒤에 범죄적 행동을 하게 된 사람들 이야기거나. 대부분 그런 경우에요. 뇌가 손상을 입고, 이성이 사라지니, 자제력을 잃은 경우. 

하지만 작가님 이야기는… 

이성만 사라진 게 아니라 감정도 사라진 거죠. 분노 두려움 애착 동정심… 기계적 기능만 남은 거에요. 말씀하신대로 뇌가 사라진 사람들이죠. 식물인간인데, 살아 움직이는 식물인간이랄까? 

저희가 궁금한 건… 진짜로 그럴까? 하는 거죠. 정말로 사람의 뇌가 사라져도, 어떤 사람은, 뇌가 있을 때와 비슷하게 작동할까? 

그 실험을 실제 사람한테 해볼 수는 없으니까 제가 한 거에요. 

(웃음) 

과학적 상상력이죠. 그동안 살면서 그런 경우 많이 봤어요. 머리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냥 움직이는 경우. 그러니까 굳이 뇌에 기대지 않고 사는 경우. 그래서 구체적으로 관찰해 보기로 했죠. 뭐가 뇌의 기능이고 뭐가 뇌의 기능이 아닌지. 하나하나 따져 보니까, 어떤 사람들은 뇌가 없어도…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다른 인터뷰에서 보니까 이 소설의 영감을 어떤 충격적인 사건에서 얻으셨다고… 

예. 몇 년 전 친구에게서 들은 얘기였죠. 그 친구 아버지가 방직 공장을 하세요. 공장에 생산된 천을 절단하는 대형 절단기가 있는데, 평소엔 천만 지나가도록 반 뼘 정도만 벌어지거든요. 근데 하루는 공장 실태 점검 때문에 공무원하고 변호사가 와서 기계를 들여다 본 거죠. 점검을 위해 절단기가 끝까지 벌어진 상태에서… 변호사가 그 안을 들여다 본 거에요.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 안에 머리를 들이 밀어서 안을 보고 있었대요. 그때 절단기가 닫힌 거죠. 

으윽. 

방직 절단기가 순식간에 단두대가 된 거죠. 그런데, 이때, 머리를 잃은 변호사의 몸이 뒤돌아 뛰더란 거에요. 머리가 없는 몸이 문을 열고 뛰쳐나간 거에요. 문을 2개나 열고 뛰다 쓰러진 거에요. 

허… 

그 몸은 어딜 가려고 했을까요? 저는 그 생각을 했어요. 왜 머리를 잃은 몸은 가만히 쓰러져 죽음을 맞지 못하고 그렇게, 급박하게 움직인 걸까? 


아마도 자동 반사적인 행동이었겠죠. 너무 갑작스럽게 강렬한 충격을 당하니까 몸이 반사적으로 살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뛰었던 거겠죠. 근데 그렇더라도 문까지 열진 않거든요. 대부분 반사적으로 거기까지 움직이다 말거든요. 저는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혹시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 몸에 새겨진, 다른 더 간절한 사연이 있었던 건 아닐까. 

예를 들면… 

부모님이라든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든가… 아니면 집에 밥을 줘야 할 고양이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허어… 

사람 몸이란 게 항상 뇌의 지시를 따르는 건 아니잖아요. 심장이 뛰고 숨을 쉬는 건 뇌의 지시를 따르는 게 아니잖아요. 뇌가 없어도 하는 행동이잖아요. 공이 날아 오면 피한다든가, 욕을 내뱉는다든가, 물에 빠진 자식을 구하러 뛰어든다든가… 그런 것도 뇌의 지시 없이 자기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잖아요. 그래서, 그 변호사의 몸도 뇌의 지시 없이 그런 행동을 한 거라고 생각한 거에요. 뇌의 명령없이 몸에 새겨진 자동반사적인 행동... 누군가에게 위험을 알리고 싶었거나,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거나, 죽기 전 누군가 보고 싶었거나, 그랬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아… 

오래 전 자연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아프리카에 사는 도마뱀인데 기생충에 걸려요. 이 기생충 벌레가 도마뱀 척추에 기생하는데, 도마뱀의 뇌를 대체하는 거에요. 도마뱀은 원래의 뇌 기능을 잃고 철저하게 기생충의 의도대로 움직여요. 껍질이 벗겨지고 눈이 하얗게 멀어요. 더 이상 친구들과 교류가 불가능해지죠. 외톨이가 되고, 번식이 불가능해지고, 기생충의 다음 숙주의 먹이감이 돼요. 

으… 

전 기생충에 감염된 그 도마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우린 그 도마뱀을 보고 끔찍하다 불쌍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도마뱀도 그럴까? 도마뱀도 자기 처지가 비참하다고 느낄까? 

아… 

기생충에 감염되기 전과 지금이 그렇게 다를까? 그래도 그냥 살잖아요. 똑같이 먹이를 찾아 먹고 추운 곳을 피해 다니고… 여전히 살기 위해 몸부림 치잖아요. 뭔가 달라진 도마뱀이지만… 여전히 도마뱀이잖아요.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았더라도, 결국 천적에게 잡아 먹히거나, 병들어 죽거나, 굶어 죽거나… 같은 결말이잖아요. 

새로운 관점이네요. 

산다는 게, 생각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생각하는 건 사는 것과 전혀 별개의 이야기에요. 뇌는 살기 위한 보조 장치이지 본질은 아닌 거에요. 

작가님 작품에 조디의 결말도 그렇잖아요. 모파상 “여자의 일생”을 연상시키는 캐릭터였는데… 조디는 뇌를 잃고 더 행복해지잖아요. 물론 본인은 그걸 못 느끼지만, 우리들 기준에서 더 나은 삶을 살잖아요. 

사는 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그건 사는 거랑 생각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사는 건 뇌의 작용이 아니에요. 사는 건 우리 몸이 움직이는 거에요. 그게 삶의 본질이에요. 

세계관이 달라진 느낌이네요. 인간의 관점에서 자연의 관점으로?

자연은 왜 우리에게 지능을 부여한 걸까요? 조디의 결말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갖고 있는 지능은 대부분 실제 삶에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가진 지능과 감정 대부분은 삶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방해가 돼요. 불행, 우울, 좌절, 갈등, 중독, 정신병, 범죄, 잔학 행위, 전쟁… 너무 많은 비극이 인간의 과도한 지능 때문에 발생해요. 이것도 진화의 산물일까요? 그렇기엔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진화가 이런 식으로 과도하게 촉진됐다면 거기에 어떤 의도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혹시 대자연의 어머니는 인간을 유희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뇌를 이렇게 진화시킨 게 아닐까 생각을 했어요. 인간의 뇌가 가진 모든 속성이 사실은 대자연 어머니의 유희를 위한 장치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제가 앞으로 계속 작품을 쓴다면 그런 관점에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시청자의 관점, 대자연의 어머니의 관점, 인간은 동식물과 동일하다는 관점, 인간 역시 대자연의 수많은 유희의 대상 중 하나일 것이란 관점. 

작품 등록일 : 2023-04-19

▶ Brody’s file #1

잘 읽었습니다!
np*****   
이거 불교? 쪽에서 말하는 관점이랑 비슷한거같아.
대자연의 어머니 = 깨달은 수행자들이 말하는 궁극적인 관찰자
유희 = 인간의 여러 감정을 느끼고 관찰하고 승화시키는 과정

아무튼 너무흥미로운 소설.
정주행 스타트
my*********   
재밌다 나 주의력결핍장앤데 안 끊고 쭉 읽음
rm*******   
재밌다
안녕뇽   
소장 사랑해ㅋ
bl******   
헐 대박 드디어 연재하는구나ㅠㅠㅠㅠ소장님 사랑해여ㅠㅠㅠ
그저   
기다렸어요ㅠㅠ
Av**   
ㅠㅠ 브로디스파일 0편은 췀 읽은 것 같은데 좋다
꺼삐딴 리언년   
너무 잘썼다
Sunnnny   
너무 재밌읍니다ㅠㅠㅠㅠ❤️
흥미진진해서 머리가 시원해짐 다음 편두 앙망함니다!!!
Asher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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