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네 최고의 료칸 고라 카단

고라 카단은 한 때 예약이 불가능에 가까웠던 하코네 최고 유명 고급 료칸이었는데 

 

최근 신식 고급 료칸들이 우후준숙으로 생겨나 경쟁력을 잃고 곰팡내 나는 구식 료칸으로 전락한 곳이다. 

 

사실 우리도 여기 그냥 취소하려고 했거든. 리뷰가 죄다 별로이거나 아예 없어서. 근데 다른 일정 잡기 귀찮아서 그냥 꾸역꾸역 우격다짐으로 갔는데 




일단 방은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 후지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후지다. 이거 야외 개인 욕탕 때문에 오는 곳인데 당연히 ㅋ 개인 욕탕도 후짐. 지금 이건 센신(senshin) 독채실로 여기서 두번째로 큰 방이다. 본관에서 ㅋ 걸어서 버스 정거장 하나 정도 내려 와야 하는 완전히 동떨어진 시골 오지 별관임. 밤에 가면 진짜로 무서워서 중간에 길 잃어먹고 오줌 지림. 



어떤 각도에서 봐도 이거 시발 영 별루다. 고라 카단 방에서 풍경 따위 기대해선 안 된다. 이곳은 고지대 명당 자리에 위치한 료칸이 아니라 거의 골짜기에 위치한 료칸임. 



야외 응접실로 가는 복도임. 이게 이집의 유일한 인스타그래머블 스팟이다. 



중간에 라이브러리에 오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존나 모던해진다. 객실이 너무 개후져서 기분 우울했는데 여기 들어오는 순간 상콤해진다. 




잡지도 엄청 많지만 특히 미술 화보집들이 장난 아니다. 어느 하나 그냥 구색 갖추기로 갖다 놓은 책이 없다. 펼쳐 보면 그냥 한 30분 정신없이 빠져 드는 그런 엄청난 책들이다. 여기 특히 일본 미술사 책은 지금껏 본 어떤 미술사 책보다도 훌륭했다. 여기 와보고서야 깨달았지. 여기 료칸의 주인은 역대급 안목의 교양인이라는 사실을. 



복도 끝에 이런 공간이 나온다. 대나무 숲이다. 밑으론 계곡 물이 흐르고 반대편엔 일본식 자갈 정원이 있다. 참으로 일본스러운 예쁜 곳이다. 

 


 

대나무 숲 밑으로 이렇게 계곡물이 흐르는데 계곡은 존나 구리다. 대나무가 예쁘다. 



 

날씨 좋을 때 오면 이렇다. 아이폰SE로 찍어서 족같이 나왔지만 실제로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게 예쁘다. 

 


 

밤에도 예쁘다. 날씨가 추워서 오래 못 있었는데, 따뜻했으면 여기 술 갖고 와서 밤새도록 처먹었을 듯. 여기 바로 옆에 24시간 오픈 대중탕이 있어서 거기 왔다 여기 왔다 밤새도록 수명을 축낼 수 있다. 

 

 

여기가 대중탕인데, 야외탕도 이거만큼 넓다. 존나 구리구리 구식인데 사람 하나도 없어서 좋다. 이 넓은데를 혼자 전세 내고 밤새도록 퍼질러 있을 수 있다. 

 

 

여기는 가족탕이다. 야외탕 옆에 있는데 10시까지 밖에 안 하고 예약제다. 하나 밖에 없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밤에 오지 말고 아침에 와라. 아침 7시에 오면 아무도 없고 존나 좋다. 그러니까 아침엔 가족탕. 밤에는 대중탕. 

 



이 료칸의 하일라이트 수영장과 야외 자쿠지다. 굉장히 예쁜 곳이다. 역시 사진이 시발이라 감흥이 없겠지만 이때 비가 오고 있었는데 비가 와도 좋고 맑아도 좋은 일년 내내 좋은 곳이다. 

 

우리가 갔을 때가 금요일 저녁이라 4대 가족이 한꺼번에 몰려와 존나 시끄러웠다. 여기 좀처럼 없는 일이긴 하지만 평화롭게 즐기고 싶으면 평일에 오거나 오전에 오면 된다. 그러면 아무도 없다. 여기 다 너 거다. 

 




우리는 저녁에 한번 왔다가 너무 좋아서 다음날 오전에 왔는데 오전 내내 예약이 하나도 없어서 오전 내내 우리가 전세 내고 썼다. 직원이 그냥 가더라고 ㅋ 예약이 우리 밖에 없으니까 ㅋ 진짜로 이 넓은 데 우리가 전세 내고 씀. 


 

처음엔 잘 모르겠지만 돌아다닐수록 료칸 구석구석 어느 한구석도 허투로 해놓은 데가 없다. 다 이렇게 가장 일본스럽게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고라 카단의 진정한 하일라이트는 저녁 식사다.  

 

그동안 맛있는 료칸 저녁 참 많이 먹어봤는데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타선도 거르지 않고 사람 울게 만드는 료칸 저녁은 처음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디저트라고 나온 ㅋ 크림 팥소 과자 먹고 마구 울었음. 디저트 그냥 거를라고 했거든. 너무 미친듯이 많이 먹어서. 근데 디저트도 미친 것처럼 맛있는 거야. 그래서 배 찌저지는데 또 다 처먹음. 방에 와서 소화제 먹을라고 했는데 그동안 배가 다 꺼졌음. 너무 맛있어서.

 

아침 식사는 저녁에 비해 떨어지는데 그래도 여전히 훌륭한 편.

 

굳이 문제점을 꼽자면 

 

1. 생선 구이는 별로라는 거.

2. 의외로 차가 별로 맛이 없다는 거. (근데 이건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상대적인 것일수도.) 




방에만 있으면 우울한 료칸이다. 대부분의 료칸이 방에만 있어도 행복한 게 핵심인데 여기는 그 반대다. 료칸 구석구석 돌아다녀야 행복한 곳이다. 료칸 구석구석 이렇게 이끼와 대나무와 돌과 풀나무들로 가득하다. 전부 하나하나 세심하게 잘 꾸며 놓았다. 


 

가는 게 너무 아쉬워서 직원들에게 내년에 꼭 다시 오겠다고 그랬다. 직원들이 우리 나갈 때 사진 찍어줬는데 사진 시발 존나 잘 찍으심 ㅋ 사진 인쇄해서 액자에 넣어주셨는데 인생 기념 사진됨 ㅋ 

 

총평. 

 

고라 카단은 오래된 료칸이다. 리뉴얼이 된 부분은 복도랑 수영장 헬스장 이딴 데 뿐이고 방은 17세기에 지어진 그대로임.

 

그래서 17세기 닌자가 살던 집에 자고 싶은 병신 새끼들에겐 더없이 훌륭한 곳이지만

 

실용주의적 세련됨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최악의 호텔일 수 있다.

 

디자인이나 구조도 17세기 닌자 시대 그대로라 씨발 존나 칙칙하고 불편하고 야 요즘에 아직도 이런 호텔이 있냐 싶다.

 

하지만

 

1. 수영장과 야외 자쿠지 존나 예쁨.

2. 존나 예쁜데 존나 한적함. (특히 평일)

3. 수영장 물 그냥 막 퍼마셔도 아무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깨끗함.

4. 라이브러리 존나 예쁨.

5. 여기 책들은 내가 지금껏 호텔 라이브러리에서 봤던 모든 책들 중 가장 충격적으로 아름다웠음. 다른 호텔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미친 미술/사진 책들이 즐비함. (나 진짜로 여기 책들 너무 좋아서 훔쳐올 뻔함.)

6. 대나무 숲/정원 예쁨.

7. 가족탕 좋음.

8. 24시 대중탕 존나 자연 친화적인데 사람 아무도 없음. 한밤중에 가서 딸쳐도 무사할 듯.

9. 냉장고에 공짜로 넣어주는 후지산 물 존나 맛 신비함.

10. 이끼와 대나무의 료칸임. 정말로 17세기 일본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

11. 직원들 너무 진심으로 친절함.

 

고라 카단 바로 옆에 있는 카라쿠는 한국인들 존나 많이 가던데 거기 가면 손님 절반은 한국인임. 근데 ㅋ 여기 가려면 있잖아 ㅋ 부산 시그니엘 가세요 ㅋ 거기가 훨씬 한적하고 예쁘고 밥도 더 맛잇음. 카라쿠는 정말 료칸 매니아들에겐 참을 수 없는 양아치 호시노 스타일 료칸임. 나 료칸 가면 왠만하면 밥 다 먹는데 난생 처름 여기 밥은 거의 다 남겼음.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편의점 가서 사발면 사와서 먹었음.

 

개눈박이들이 찬양하는 양아치 료칸 카라쿠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쓸 예정.

작품 등록일 : 2023-03-03

▶ 하코네 최악의 료칸 고라 카라쿠

▶ 소장의 가고시마 (이부스키) 여행기

와 여기 최고급 료칸이고 비싼덴데. 좋은데갔네.
오래됬어도 진짜 유명하고 지금도 평점높음.
똥꾸몽   
앜ㅋㅋ 훈녀온니글인 줄 알앗는데
돈주기 하니까 관리자 !!
훈녀 ㅇㅈ
rj****   
탕좋아하는데 ❤️❤️최고
rj****   
야외 자쿠지 대박
밥도 맛있다니 1순위로 가볼게요
로레인   
고라 카단의 눈물나게 훌륭한 식사 먹어보고 싶다
모찌   
이게 바로 전통 료칸이지. 인스타에만 목메는 다른 료칸들 뿌수고싶었어
12*****   
넘 좋다 일본 료칸…
do********   
넘 좋다 일본 료칸…
서울쥐   
소장 의외로 덩치 크다 씹멸치일줄
상파뉴의 요정   
음침한 이끼 대나무 내 스탈
지헬(지옥헬창)   
워메 이거 소장 글이어써?
저 발구락 사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장 ㅋㅋㅋㅋ
좀 귀엽당
아침 잠이 많은 K   
진짜 예뿌넹... 분위기 무슨 일이여!!
사진 액자에 넣어주신거 쏘스윗 ❤️
동물유튜브덕후   
어뜨캐 일본 조만간 가야겠읍니다ㅠㅠ Aㅏ..❤️
돌이며 풀이며 이뿌
Ashera8   
가고싶다

소장 렌트카해서가는거야?
종달새   
소쟝은 왜 공쥬 옷 입은 사진밖에 없써?
아름다운 궁뎅이   
너무 좋다!
푸드덕   
와 이끼랑 대나무 조합 미쳐ㅠ 모리걸 갬성 좋아하는 새럼은 웁니다 미술 화보집 들고 계신 사모님 커요미!
꺼삐딴 리언년   
나 오래된 곳 좋아해
Sunn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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