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언니가 댓글로 물어봤더라.
탈반은 왜 했냐.
프롤로그에도 적었지만 일반인의 연애와 다르게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패턴이 지긋지긋해서 였음.
나의 저 대답에 너만 그런 것이다. 아니야,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겪은 레즈비언판은 그랬음.
정말 운 좋은 케이스를 제외하면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가 안되니까, 주로 온라인이나 어플을 통해 만나게 됨.
레즈생활 연차가 꽤 되는 애들은 어플남이랑 정신상태가 비슷함.
그럼 어떻겠어? 뻔하지,,
하지만 저건 표면적인 이유이고 핵심은 따로있다.
언니들은 낯선 사람을 가장 처음 만났을 때, 무엇을 보고 판단해?
외모와 스펙 아니겠어? ㅋㅋㅋ 대부분의 레즈들은 외모와 스펙에 대한 기준이 정말 까다로워.
외모, 학벌 지상주의가 심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처음 만났을 때, 파악할 수 있는 상대방의 정보는 아주 한정되어있으니 자연스럽게 모든 판단의 지표는 외모와 눈에 보이는 것들이 됨.
이렇다보니 레즈들은 일반에 비해 눈이 높다, 고 느껴져.
하지만,,,, 이상하게도 레즈들은 내 주변의 일반들에 비해 덜떨어진 경우가 많다.
눈 높고 까다로운 레즈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와. 양심은 있냐. 너나 잘해라, 튀어나옴.
내 스펙이 전국 상위 5% 이런 것도 아님.
그냥 인서울 4년제 졸업, 서울의 학군 지독한 동네에서 학원좀비로 자라 19살까지만해도 좋은 대학 못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 회사다니고 엄마 작은 사업하시고 주변 친구들도 고만고만한 중산층들.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도 대부분 그랬어.
내가 우물 안 개구리여서일까? 지독한 개눈박이여서일까?
내 인생에서 만난 극단적인 케이스들은 모두 레즈비언 클럽, 번개, 온라인+어플 만남을 통해 알게 된 여자들이야.
1) 가정환경이 인생극장에 나오는 것 처럼 드라마틱하거나,
(자고 일어나니 부모 중 한명이 야반도주, 온 집에 빨간 딱지가 붙었다거나 심각한 가정폭력을 당했다거나 하,, 그리스 비극이냐고,,,
나는 이들 덕분에 불행에 대한 항체가 생겼다.)
2) 외모가 주변에서 정말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로 괴상하거나,
(약 15년 전의 세상에서 귀화한 것 같은 스타일 혹은 같이 다니기 창피한,, 사회부적응자 스타일)
3)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거나 ㅠ
나는 소수자이다. 나는 피해받기 쉬운 위치에 있다, 이 생각에 함몰되서 괜히 나까지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들 많았음. 우울증, 피해망상 환자는 왜 이렇게 많아?
여자 싸이코는 티가 잘 안난다며. 사회화를 잘해서.
난 이거 레즈들한테도 해당된다고 봐. 자기 정체성 숨기는 걸 수년간 해서 그런지 또라이티도 잘 안나.
-> 사실 3번의 이유가 가장 크다.
1번은 개눈박이의 파워오브럽으로 극복가능하고
2번은 그냥 씹으면 되는데 3번은 모르고 사겼다가 뒤늦게 알게되어 앗 뜨거, 한 적 많음.
섹스하러 갔는데 콘돔 없어서 (레즈들도 섹스할때 콘돔 쓴다) 편의점에 콘돔사러 가게 됐는데
알바가 우리 레즈로 의심하면 어떡하냐고 내가 콘돔 계산하는 동안 숨어있던 병신 만난 적도 있음 ㅠ
에휴,, 그 꼴을 당하고도 섹스한 내가 가장 큰 죄인입니다,,,
왜,, 소장도 그랬잖아? 썩은 사과랑 같이 있으면 다른 사과도 썩는다고,,
진짜 3번이랑 오래 지내면 나도 같이 이상해짐.
3번 애들은 자기 결핍을 타인에게 투사함.
외모 컴플렉스가 있으면 멀쩡한 내 외모가지고 트집잡고
학벌, 부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으면 멀쩡한 내 학벌, 경제적 능력, 집안 폄하함
하,,,,,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자기 결핍을 강요하고 지적하는데 그걸 숨쉬듯 당해봐 ㅠ
진짜 돌아버림 ㅠㅠ 나도 같이 미쳐가는 게 느껴지더라,,,
진짜 왜 그래???
레즈인게 자신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서 힘들어서 그래?
남들과 다른 사랑을 하는 내가 특별하고 고귀하게 느껴져서 그래?
그럼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랑 만나질 말았어야지!! 진짜 왜 그래!!!!!!!!!
레즈 사이트 가입하지 말고 어플도 하지말고 레즈 클럽, 번개 오지 말았어야지!!!!!!!1씨발!!!!
4) 알고보니 화류계였던 적도 두 번 있음ㅅㅂ
내가 레즈가 아니었으면 과연 이런 사람들을 인생에서 마주칠 일이나 있었을까? 싶은 생각 여러번했다.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만남의 경로가 잘못된 것일수도 있겠다.
난 장기적인 루틴을 안좋아해서 취미모임, 직업모임 이런건 안해봄.
그리고 고지식한 사람하고는 대화하다 재미없으면 재빨리 차단하는데,
사실 고지식하고 지루한 사람 대부분이 성실하고 좋은 아내감(?)인듯 ㅠ
물론 다 저렇게 극단적인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님.
10명 가운데 6.5명이 그렇다는 것이지. 정말 괜찮은 사람들도 있었음.
드물어서 그렇지 ㅠ
내가 심각한 개눈박이여서 괴상한 사람들만 컨텍해 만남을 가지는 걸지도 몰라.
아니면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 난다고,,, 결국 내 수준도 그 정도여서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들도 나를 보며 와. 양심은 있냐. 너나 잘해라,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런 이유로 탈반을 하게 됨.
어차피 연애는 지겹게해서 남은 인생동안 안해도 ㄱㅊ
아님 그냥 주변의 괜찮은 남자랑 스킨쉽 자제하면서 사귀는 게 나을 수도 있겠어.
적어도 조건, 살아온 환경은 나와 비슷하니 폭탄맞은 것 같은 기분은 안느끼겠지.
이런 구린 사정은 사실 안물안궁 일 수도 있는데 쓰다보니 넘 길어짐.
#2
그리고 열심히 눈팅을 하던 어느 날,
카페에 내가 아는 얼굴이 올라왔다.
띠용.
매일 얼굴만 봐도 귀가 뜨거워져 몰래 피해다니는 소희였다.
찢어진 눈과 작은 얼굴, 시무룩한 표정이 걔였다.
당장 쪽지를 보냈다.
그리고 몇 번의 대화를 주고받은 끝에 소희가 아닌 것을 확인했다.
그럼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 나이에 운칠기삼은 사자성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애는 나보다 한 살 많았고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에 살았다.
나처럼 레즈에 대한 호기심만 가득했지 연애는 한 번도 안해본 아다모쏠이길 바랐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매주 수요일,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마다 버스를 타고 두 시간 걸려 신촌공원에 출근한다고 함.
대단한 열정,,
그 공원 후졌고 좁고 벌레도 많은데 뭐가 좋냐고 물으니 그곳에 있으면 소속감이 느껴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괜히 멋있어보였다.
사실 그렇게 개무시하는 칼머리도 비슷한 이유로 그곳에 출퇴근하는 것일텐데 예쁜 애가 그러니 있어보였다.
소희를 닮았지만 소희는 아니므로 얘의 이름은 진희라고 하자. (백진희에서 땄음)
생각해보면 나의 연애 습관 가운데 나쁜 점 하나.
이전 애인과 닮은 사람에게 끌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손톱 만큼만 닮아도 닮았으면 어쨌든 좋게 보게 된다.
실제로 최악 중의 최악과 사귄 적이 있는데
처음부터 그 애의 모든 것이 별로라 생각했었으면서 얼굴의 한 부분이 전애인과 닮아 사귄 적도 있다.
아무튼 이런 개눈박이의 습성이 이때부터 발현된 건지
나는 그저 진희가 소희와 닮았단 이유 하나만으로
실제로 만나지도 않고 좋아하게 됐다.
사이버 러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자와 통화만으로 감정이 커질 수 있다는 걸 알게됐다.
사실 그건 감정을 사랑하는 거였는데. 사랑에 빠진 나, 를 사랑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었는데.
개눈박이는 그딴 걸 몰랐다.
게다가 중2병도 폭발해,
남들과 다른 '나'는 특별한 소울메이트를 만났다고 여겨 매일 감성에 젖어있었다.
병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가 이제 무슨 일을 당할 줄 모르고,,
우리는 보름 간 연락을 주고 받다가
곧 시험기간이니 기말고사 끝나면 신촌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나는 진희에게 잘보이기 위해 동네에서 제일 비싼 미용실에 가, 머리를 잘랐다 ^^,,
칼머리가 가오잡으며 운동장 뛰는 거 보고
니가 남자냐? 여자 좋아하면 남자흉내 내야하냐? 고추도 없는 주제에, 이러면서 존나 씹어댈땐 언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좀 까리해져야겠다는 생각에 머리부터 잘랐다.
ㅅㅂ,,,
안경도 새로했다. 무테 안경에 옅은 하늘색으로 색을 넣었다.
칼머리가 나를 조용히 의식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너 따위랑은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그리고 기말고사가 끝나고 매미가 울기 시작하고 더워지고
약속의 그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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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류계 ㄷㄷ
콘돔필수 맞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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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머리에 무테 하늘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억이다 학교에 이런애들 하나씩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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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B 버는 여자 | ||
아 넘 사실적이다. 레즈는 아니지만 주변 친한 친구들이 레즈라 레즈판에 대해 주워듣게 되는데 자만추가 안되니 진짜 병신들 만나기 너무 쉽더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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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 ||
ㅋㅋㅋㅋㅋㅋㅋㅋ너모재미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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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 | ||
ㅅㅂㅋㅋㅋㅋㅋㅋ 나도 언니처럼 어릴때 여자좀만나봣는데 진짜 멀쩡한여자 드물다,,
나랑 스펙 경제적자유 비슷~이상을 찾기도 힘들뿐더러(보통 진짜 머리아프게 못사는애들 개많은데 엮여본적없음) 그럼 존나하위10퍼로 못생겻던가 아주 집안콩가루라 머리가 돌아있음 정병녀아님 존나 징징충 나 몇백명은 봣는데 자존감 높은애 1도못봄 자의식파티에 ㅋㅋㅋㅋㅋ 내가 잘살지도않는데 잘사는거같이봐서 매달리고 개부담이고 하여간 ㅅㅂ족가틈 그래서 오래만날애찾기도 드물게찾음 존나싸돌아다녀도 ㅋㅌ 노답 레즈계에서 존나 모시는년이 또 모시는애를 만낫는데 그쯤돼도 개노답이라 이풀은 개노답이구나 남자는 이정도남자 널렷는데 싶어서 그때 때려침 ㅋㅋㅌㅋㅋ 레즈풀 노답인거아는데도 계속하는애들은 일반애들 존나꼬시려구 애쓰는데 맨날 버림받음 ㅋㅋㅌ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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