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 레즈비언의 연애담-10

처음으로 피씨방에 놀러와서 글을 쓰는데 작가 비스무리한 냄새나서 머리 안감고 츄리닝 입어야 하나 내적 갈등이 들었다. 롤좀 하다가 슬쩍슬쩍 엉덩이도 긁으면서 글을 글적거릴 생각을 하니 짜릿했다. 이드에 글 올리면서 짜릿 미소를 짓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변태도 이런 변태가 없다.

 

아아. 그럼 정양에 대해 이어나가고자 한다. 결론은 이렇다. 나는 정말 도라이 이기에 이틀간 연락이 없는 정양이 정말 나에게 호감이 하나도 없었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호감이 없어서 연락을 그만둔 것이라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이 여자랑 사랑을 해야했다. 허세병, 갬성병도 이정도면 중증이다 싶지만 어쩌겠는가 관심 없인 말라 죽는 관심 종자로 태어난 것을. 가오로 죽고 가오로 사는 레즈킹 죠죠년은 자존심 반 호기심 반으로 정양에게 전화를 걸었고. 정양은 아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내 전화를 받았겠지.

 

전화를 받은 정양은 울먹거리며 마음 고백을 했다. 이정도까지는 생각 못했지만 자존심을 굽힌 보람은 있었다. 날 엄청 사랑한다고 했다. 정양은 지난 연애에서 받은 상처는 생각도 안날만큼 나를 좋아하며 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이 자신이 그려온 말들이며 아무튼 나는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전어급 매력녀였다. 정양에게는 말이다. 그렇게 해서 졸린김에 어찌어찌 대화를 하다보니 우리는 연인 사이가 되었다. 끝까지 정양은 나 못생겼다고 하는데 오늘부터 저탄수 고지방 다이어트를 해서라도 살을 더 빼던가 피티를 받던가 해서라도 더 개선을 해야겠다. 자존심은 부치의 상징이자 양말고추(앞섬을 부풀게 해줘서 간지력이 상승한다고 전해짐)와 같은 존재 아니던가!

 

오늘은 내가 정양과 '연애'하게 된지 3일이 된 날이다. 나는 지금 정양과 엄청 싸운 상태에서 글을 쓴다. 앞서 말했다 싶이 정양은 드라마 여주인공 병이 있어서 매일 한두번씩은 싸우고 알콩 투닥 절정 화해의 단계를 거쳐야만 연애를 하는 느낌이 드는 모양인지 별것도 아닌것에 그렇게 날을 세우고 삼일 굶은 고양이 쥐 잡듯 나를 잡는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그냥 허허 하고 배실배실 웃으며 빈다. 솔직히 사랑에 빠진 연하 놀이도 꽤 재밌다. 오랜만이다.

 

-어언니  ㅠㅡㅠ 자기이이이 ㅠㅡㅠ 내가 잘못했어요 화 풀어요.

 

라는 문자를 하루에 한 두번정도 보내는게 내 일상이 되었는데. 뭐 마조히스트적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이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병은 조금 있는 모양인지 나를 막 굴려먹는 도도한 정양에게 굴림 당하는게 지금까지는 좋다. 짜릿하다. 우마미 맛이라고 해야할까. 무미건조했던 내 삶에 자극제가 되어주고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양이 매우 화가 났는데 그 이유는 나도 안다. 정양이 자꾸 내 질투심을 자극하길래 짜증이 나서 '너도 한번 당해봐라'는 심보로 내가 던진 말이 화근이 됐다.

 

-언니, 우리 뇌는 포도당을 제일 좋아하지만 포도당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케톤체를 쓰잖아요?

 

-그렇지? 근데 그게 왜?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언니랑 오래 가고 싶고 진지한 관계로 생각해요.

 

-응 알아. 고맙게 생각해 죠죠야.

 

-그런데 언니가 자꾸 화내고 연락도 없으면 뇌는 포도당이 없어서 힘들듯이 나도 힘들겠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데?

 

-나 케톤체 많아요. 그거 언니도 알잖아요.

 

라고 박선우 교수님 뿌듯해할 드립좀 쳤더니 우리 정양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잠수를 타 버리셨다. 망할 계집애. 언니면 다인지 지 맘대로다. 나는 또 잡혀사는 연하 컨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인강을 들으며 화면 분할 기능을 백번 활용해 환자 떼어먹다 걸린 이방새끼처럼 군수님 앞에 넙죽 엎드리며 살살 기어야 한다. 안돼, 어떻게 획득한 내 인생의 낙인데 놓칠수는 없지.

 

이쯤에서 정양이 왜 나의 레귤러가 되었는가 생각해보면.

 

1. 별로 안예쁜데 예쁘다고 해줘도 딱히 안좋아함.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가 없는모양. 초연한 그 자세와 패기가 별이 다섯개!

 

2. 본인 직업에 대해 되게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함. 일할때 연락 잘 안함. 프로페셔널함에 유두를 탁 치게 되는 섹시함!

 

3. 하루에 두번씩 개지랄을 하는데 솔직히 거기 맞춰주는 연기 하는거 은근 재밌음. 쩔쩔매는척 하면 좋아함. 내가 속이는걸 아는지 아니면 모르는지 아무튼 은근 투닥거리는 연인재미가 있다.

 

4. 가끔 오글거리는 말 하고 내 이름 불러줄때 솔직히 잘 젖음.

 

위의 이유들로 나는 정양과 당분간은 꽤 길게 이어갈 예정이다. 물론 포도당이 우리몸의 유일한 에너지원이 아니듯 내게는 현재 케톤체가 몇 있는데. 다음 글에서는 나의 케톤체들에 대해 서술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자꾸 언니 절 먹어요 라는 댓글들이 있는데. 동대구역 와서 죠죠야 사랑해를 외치면 셋쇼마루가 나타나듯 달려갈테니 그런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나는 관심종자이므로 댓글을 좋아하니 돈 말고 댓글을 줬으면 한다. 죠죠년 걸레같아. 내지는 죠죠년 허세 쩔어 이런거 좋다. 자극적이다.

 

어쩌면 내 도덕적 관점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까해서 조금이나마 변명을 해보자면, 세상 짧게 사는거 걍 하고싶은데로 하고 삽시다들. 나는 사람 꼬시고 노는게 재밌고 다양한 사람들 최대한 많이 만나고 애즈 매니 보지 애즈 파서블 하게 탐구하고 싶습니다. 너는 참치김밥 먹어 나는 치즈김밥 먹을게. 취향은 존중합시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관심종자에 걸레 워너비 레즈 슬럿이었다구요! 빼액!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왜 이 연재작이라고 하기엔 허세와 지 자랑 그리고 쪽팔림으로 가득한 글의 제목을 왜 '찌질이 레즈비언의 연애담'으로 지었을까?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를 혐오하는 거짓말쟁이 연애선수 자식으로, 평생의 사랑을 찾고 싶지만 계속 못하므로 이 여자 저 여자 때로는 이놈 저놈을 만나면서 '즐기는척' 내지는 '쿨한척' 하고 있을 뿐이다. 나도 안다. 찌질하다. 사랑을 하고 싶고 사랑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으나 사랑을 할 용기도 의지도 없는 나약한 사람이 나 아닐까? 돈 얼굴 학벌 그리고 약간의 지적 허세로 사람을 유혹하지만 성격적 결함과 특유의 갬성 그리고 엄청난 겁쟁이 기질로 깊은 관계를 못 맺는 나는 오늘도 다양한 케톤체들로 당 신생 합성을 하며 하루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추천사 by 서정주.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 듯이,

향단아."

 

어디서 사랑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이 짓거리를 그만하고 싶다. 개 찌질해. 재밌긴 하지만. 누가좀 도와줬으면. 그런데 의지가 있기는 한가?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놓이듯 한 풀꽃데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이 징글징글한 탑엘과 레즈클럽 그리고 허세와 우울에 젖어있는 레즈 피플들에게서 멀어질 수 있도록 내가 뒤도 안 돌아보고 훌훌 떠나버릴 수 있도록 어떤 계기가 있길 바란다.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무엇이 원인인가? 관심병인가 아니면 타고난 허세와 외로움과 공허 때문일까? 내가 온전히 떨쳐내고 진짜 나로 헐벗고 드러낼 상대가 나타나길 바란다. 온전히 나이고 온전히 찌질한 죠죠로 누군가의 앞에서 무릎꿇고 함락당하고 싶다. 그렇다 나는 누군가를 지배하고 싶은게 아닐지도 모른다. 나를 온전히 지배하는 못된 쌍년에게 다 뺏겨버리고 싶은거다.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향단아."

 

시부렐. 아직까지는 쉽지가 않아 보인다. 언젠가. 향단아. 누구일지 모르는 향단이를 기다리며 오늘의 갬성과 허세는 여기까지로 한다.  

작품 등록일 : 201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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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재밌네요
섹스킹   
좀 병맛같은데 간지나기도 하고 공감가기도 하고 그렇네. 플러팅도 데이트도 좋지만 내 맘에 쏙 드는 남자 만나서 이 지겨운 여정을 청산하고 싶다
케톤체 드립도 간지나는데 개얄미움ㅋㅋㅋ
Hailey   
재밌다 죠죠년아
RMB 버는 여자   
1편부터 이번 편까지 숨 안 쉬고 정주행 했엌ㅋㅋㅋㅋㅋㅋㅋㅋ
su******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겨진짜 ㅜ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건강한 사랑은 밑바닥까지 사랑못하지ㅎ 죠죠는 정병사랑
hon   
윽 케톤체 드립
패고싶다 ㅋㅋㅋㅋ
dd*****   
케톤체 많아요? 언니도 알잖아요? 죽여버리고싶다
Jen   
짱 재밌다 ~0~
밤공기가 좋아   
찰지다
기저귀   
존나 재미있어
오도밥   
개쩐다 언니 멋잇엉

그리고박선우에서 터졌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li****   
와 언니 글 짱재미써 ㅋㅋㅋㅋ 왤케 잘써?
ri****   
댓글 다는 애 나밖에 없쟈나 나 말하는거구나
엥 아니네 다른 애도 있었네
그럼 만나달라하면 만나줄꺼지?
치코리타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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