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by 신경림

"징이 울렸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유양과의 연애가 끝났다. 내 이십대를 절반이상 바친 연애였다. 열정과 트루러브라는 허울이 반짝였던 가설무대는 쓸쓸하게 비어버렸다. 유양이 떠난 내 마음은 얻은것 없는 내 인생마냥 텅 비어버렸다. 허언을 약간 양념치면, 대대로 의사와 교수를 배출한 나름 명문가인 우리집안의 수치인 나는 영광스런 뻔뻔함을 달고 본가로 돌아와 의전원 입학을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나는 이따금씩 레즈클럽과 레즈바 그리고 탑엘을 전전하며 하룻밤의 상대를 물색하며 허탈과 공허를 채우려 애쓴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외롭다. 원통하다. 집안의 검은 양 한마리 취급을 받는것이 서럽지만 또 다른 유양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사랑 없인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나약해서 자기 혐오까지 들곤 한다. 사람들은 나를 한심한 낙오자 걸레쯤으로 여기며 킬킬거린다.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쳐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리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

가끔 섹스가 하고싶거나 정이 그리울때 나는 울부짖고 발정기 수컷이 암컷에게 허세를 부리듯 갖은 끼를 부리며 상대를 찾고 뒹군다.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아닌 연극 배우가 되어, 때로는 과거의 연애에서 상처를 받고 이를 치유받고자 하는 로맨티스트를 연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연애를 게임으로 여기는 허세 선수를 연기하며 남녀 가리지 않고 넙죽넙죽 받아먹는다.
 

지금부터가 찌질이 레즈비언 죠죠의 농무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3. 게임을 통해 만난 사내새끼들

나는 평소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을 가끔 즐겨 하는데. 말투 때문인지 예쁜 케릭터-이를테면 럭스-를 즐겨해서 여자인게 자주 들통 나곤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점 덕분에 남자들의 친추를 자주 받곤 했는데 가끔 심심할때 카톡하면 매우 재밌고 기프티콘도 쏠쏠해서 꽤나 사이버 플러팅도 즐기는 편이다. 이쯤에서, 어머 이년 바이 아냐? 싶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진성 레즈임을 다시한번 밝히는 바이다. 솔직히 섹스는 클리 자위랑 고추 섹스가 짱인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양해를 구한다.

각설하고. 이 게임을 통해 만난 첫 미친놈은 조군인데. 그는 32살의 건설회사 회사원이었다. 나름 와꾸도 괜찮고 해서 좋았고 섹스도 아주 만족스러웠으나 우리 가족들에게 마약성 진통제 대리처방을 부탁하는 순간 매우 좃같아져서 바로 손절쳤다. 내가 덜 예쁜건지 남성스러운건지 나한테 반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근데 왜 요즘도 연락을 할까 생각해보면 공떡이 아쉬운듯 싶다. 나는 예쁘기보단 잘생기고 입을 잘 터는 편이라 남자는 역시 불리하다.

두번째는 장군이다. 장군은 순정파였다. 근데 찌질이 테낮남이었다. 매우 여성스러워서 잘 맞았으나, 장거리라 내가 찼다.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는데. 이새끼는 게이 의혹이 가시질 않는다. 항문 애무 너무 좋아했고 섹스하고 존나리 치덕거렸다. 난 관계후 소설읽다가 자고싶은데 얘는, 내 팔배계를 베고 잤다. 시부랄 게이 맞네 맞아.

아무튼 이 두놈 이후로 나는 사내새끼는 역시 섹스만 좋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다시 여자 물색에 열을 높이게 되었는데. 간호대생 박양과 물리치료사 정양 그리고 병원 행정실 근무 수양이 현재 내가 갖고노는 세명이다. 자세한 썰은 다음에 풀것인데 간호대생 박양에겐 차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