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시마에 오는 이유는 숲에 가기 위함이다. 우리는 산카라 리조트 떄문에 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숲에 가려고 온다. 우리는 숲에 별 관심이 없다. 우리는 자연보다 문명을 더 좋아한다. 숲보다는 이런 아스팔트 도로가 더 좋다. 특히 이렇게 차 없는 비에 젖은 아스팔트 도로 좋다. 이 위에 그냥 쳐누워 하루종일 있어도 깔려뒤지지 않는 그런 도로 좋다. 

야쿠시마 숲 이야기는 아래 이미 썼다. 그러니까 아래 글만 읽어 봐도 된다. 이거 안 봐도 된다. 

https://idpaper.co.kr/counsel/item/item_view.html?cnslSeq=376964

숲에는 이런 것도 있다. 사슴떼와 원숭이떼. 사슴과 원숭이는 서로 친하다. 싸우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과 원숭이떼는 친하지 않다. 싸운다. 저 새끼들 저렇게 얌전히 가만 있는다. 한 20분? 그러다 갑자기 지랄발작한다. 산채로 뜯어 먹으러 떼로 달려든다. 20대 일로 한판 뜰까 했지만 휴가 중인 관계로, 이런데서 피흘리며 누워 있으면 보기 좋지 않을 거 같아서 똥줄 빠져라 도망갔다. 

저 길 입구부터 존나게 많이 써놓았다. 절대로 차에 내려서 원숭이를 상대하지 말라고. 절대로 차 창문도 열지 말라고. 일년에 백명씩 원숭이에게 뜯어 먹혀서 백골 사체로 발견된다고. 

지럴허네 콧웃음 쳤다가 진짜로 그렇게 될 뻔 했다. 

아무튼 숲에 갔다. 야쿠시마는 사실 갈데가 숲 밖에 없다. 그러니 숲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무조건 와야 한다. 하지만 숲이 많다. 한 대여섯개 되는데 우리는 2군데만 갔다. 제일 유명한데라는데 문논 어딘지는 모른다. 이름도 모른다. 모노노케히메 숲이라는데 사실 그게 뭔지도 모른다. 

처음엔 괜찮았다. 

살만했다. 

하지만 



힘들어졌다. 숲이 아니라 영혼탈곡기. 노약자 코스만 돌았는데 노약자 돼서 나왔다. 일단 비가 너무 미친듯이 많이 오는 게 문제였다. 숲이 슾하니까 뭘해도 지랄맞다. 여기에 바람 안 통하는 우비까지 쳐입고 있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맛탱이 간다. 



하지만 이런 나무 좋다. 



우리가 삼발이 나무라고 이름 붙였는데 진짜 이름은 모른다. 아무튼 직접 보면 멋진 나무다. 



가까이서 보면 더 멋지다. 



왜냐하면 이끼 때문이다. 야쿠시마를 만든 건 나무가 아니라 이끼다. 이끼가 왠만한 잔디처럼 길게 자란다. 어딜 봐도 이끼 뿐이다. 이끼 세상이다. 태초에 이끼가 있어 산소를 만들고 흙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이끼다. 그러니까 이끼한테 까불면 안 된다. 

 

나가는 길이다. 나가는 길이 제일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쯤 되면 영혼이 영원히 탈출한 상태라 뭐가 예쁘고 아름다운지 머리에 안 들어 온다. 그냥 빨랑 가서 샤워하고 쳐눕고 싶은 생각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