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 A모씨의 일기 (190303)

2019년 3월 3일 일요일 날씨 비

비가 온다. 춥지 않은 겨울비는 언제나처럼 그날을 생각하게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공기가 보통날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날은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이별하는 날이었다. 

영화속 주인공들은 그들의 연인을 잊지 못해 술을 마시거나 머리를 자르거나 울거나 혹은 사표를 낸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오히려 더 열심히 일을 했다. 퇴근한 후는 한강변을 죽어라 달렸다. 그리고 일을 하지 않는 주말은 이틀동안 죽은것 처럼 잤다. 그러면 오히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좋았다. 생각을 할 틈을 나에게 주지 않았다. 

그 이후 10년이 이미 훌쩍 넘어버린 지금 여전히 나는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퇴근을 하면 항상 한강변을 달린다. 1년에 한번 정도 이 루틴이 깨지는 날이 오늘 같은 춥지 않은 겨울비가 오는 날이다. 그럴 땐 편의점에서 맥주 다섯캔을 사서 얼음을 넣고 수면제와 함께 90년대 영화를 본다. 

오늘도 그런날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인생을 살겠지. 집 대출금을 갚고 분리수거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한강변을 달리고 토스트를 먹는, 그런 인생을.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낯선 그런 인생을.


넵. 이미지 삭제했습니다. 
작품 등록일 : 2020-01-07

▶ 평범한 회사원 A모씨의 일기 (190305)

출처 표기해도 다른 사람 사진 여기 올리면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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