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보러 떠난 여행2

 

 

 

 (1탄에서 이어짐)

 

 

 

 

 


 

버스에서 내리자 펼쳐진 광경. 눈과 어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은 여러 개였다.. 우리가 내려야 하는 곳은 앞의 A역 이었는데 그 시점 우린 세상 꿀잠을 자고 있었음. 그도 그럴 것이 매표소 직원은 분명 10시 반쯤에 도착할거라고 했는데, 역B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이 9시였음. 중간에 버스가 잠깐 멈추긴 했으나 시간을 보곤 설마 벌써 도착했겠냐며 다시 자버린 것ㅎ

 

 

성질 급한 기사님은 무얼 물어볼 새도 없이 퇴장했고, 함께 내린 중국인 관광객 무리 역시 미리 대기하고 있던 가이드와 함께 미니버스를 타고 사라졌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활하고 어두운 눈밭에 동양인 여자 세 명만 달랑 남았음. 휴대폰은 먹통이었고 죽는 줄 알고 눈물 찔끔함..

 

 

다행히 일행의 휴대폰이 터졌고, 정신을 부여잡고 숙소에 전화를 했음. 역을 잘못 내렸다고 하니 사람을 보내주겠다 했고 가로등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하염없이 차를 기다렸다. 중간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이 소리를 지르며 다가와서 졸라 무서웠는데, 찬찬히 들어보니 도와주려고 어디 가냐고 묻는 거였음ㅎㅎ 차가 오기로 했다니까 다행이라며 쿨하게 가셨다 러시아 사람들 츤데레임. 

 

 

 

 

 



 

진짜 신기한 게 누가 이 날씨 이 시간 이 허허벌판에 멍멍이 산책시키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여기 사람이 사는 건지 뭐 1도 감이 안 오고 그 와중에 멍멍이 개잘생김. 

 

 

 

발에 감각이 없어질 때쯤 낡은 승용차가 우리 앞에 섰고, 안에는 중앙아시아 쪽 사람으로 보이는 아저씨 세 명이 끼여 타고 있었음. 매우 수상해 보였으나 예약 페이지를 보여주는 걸 보니 숙소 직원들이 맞았다. 가는 도중 이야기해 보니 한 명은 리셉션 직원, 한 명은 레스토랑 요리사, 나머지 한 명은 요리사 친구 분인데 마침 놀러왔다가 부탁 받고 우리 태우러 왔다고.. 리셉션 직원은 도중 어디선가 내리고 우린 남은 아저씨들과 금방 친해졌다. 

 

 

 

 

 



 

처음 도착해서 본 해안가 숙소 레스토랑 전경. 방도 그렇고 생각 외로 깔끔해서 감격스러웠다. 바로 앞이 바다인데 너무 깜깜해서 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음.

 

 

도착 후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리셉션과 레스토랑, 근처 슈퍼 모두 문 닫을 시간인데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요리사 아저씨한테 우리 물도 없고ㅠㅠ 저녁도 못 먹었고ㅠㅠ 하니까 마침 레스토랑 닫고 놀려던 참이었다며 요리해주겠다고 하심. ㄱㅇㄷ!

 

 

 

 

 



 

내부 조명을 꺼서 맛없게 찍혔는데 킹크랩이다. 자기네들이 먹으려고 준비한 건데 같이 먹자고 내오심(천사?). 모스크바는 해산물이 비싸서 거의 못 먹었다고 좋아하니, 이것도 비싸다고.. 알고 보니 몇십만원짜리였다 괜히 물어봄. 

 

 

체크아웃할 때 정산하라며 물과 맥주, 감자튀김을 내주셨고 아저씨들은 보드카도 땄다. 좋다고 잔뜩 얻어 마심. 몇 살이냐길래 어떻게 보이냐고 물었더니 15~17이래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근데 술을 왜 줬지?). 물담배도 있댔는데 옛날에 물담배하고 어지러웠던 기억이 있어서 안했음. 

 

 

아저씨들은 귀찮다고 빈 생수병에다 구멍 뚫어서 담배 비스무리하게 피더라. 신기하게 쳐다보니 겁먹은 줄 알았는지, 자기 여기 직원이니까 무서워하지 말라고, 친하게 지내자며 손가락 약속을 걸어왔다. 귀여운 사람들이었음. 취해서 기분 좋아졌는지 오로라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순간 솔깃했으나 보드카 먹고 운전하려 들길래 기겁했다. 여긴 어차피 경찰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괜찮다며 호탕하게 웃으심. 살아 돌아가고 싶어서 요건 거절했다ㅎㅎ 

 

 

 

 

 

 

다음 날 아침 바람 소리인지 파도 소리인지 때문에 깼다. 창밖은 역시나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였음. 일출시간 검색해 보니 일출 12:47, 일몰 12:47 이었다.. 다시 자다가 적당히 밝아졌을 때 밖에 나감

 

  




 

숙소 전경. 한 쪽엔 정교회 간이 성당? 도 있었다. 신나서 마구 돌아다님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었던 숙소. 바다와 숙소까지의 거리는 요 정도.

 

 

 

 

 



 

바렌츠해는 아름다웠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불 꺼진 무대 뒤편 같았음. 모든 걸 초월한 고독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경건함이 들었다. 

 

 

 

 

 





 모든 풍경이 비현실적이었고, 자연 그 자체임에도 몹시 자극적으로 다가왔음. 세상의 마지막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싶었다.

 

 

 

 

 

 

 

세상의 마지막에서 생존하는 분투기, 

다시 도시로 살아 돌아가는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작품 등록일 : 2019-12-29
최종 수정일 : 2026-06-18

▶ 북극해 보러 떠난 여행3

▶ 북극해 보러 떠난 여행1

오 넘 재밋다
ta******   
바다 풍경 대박이다 호 가보고싶다
do*********   
글 너무 좋다
sweg   
핑퐁   
새롭다
레드향처도리   
근데 술을 왜주지?ㅋㅋㅋㅋㅋㅋㅋ
냥냥   
ㅜㅜ
di******   
와,,,아름다운것을 보니까 갑자기 눈이 시원해짐
ku키   
키위**   
사진 죽인다. 너무 좋아 언니 여행기
sw*****   
재밌다
eg*******   
저 바다는 직접가야 느낄수 있을 꺼 같애
고독을 훔쳐본다는 말 좋다
sy****   
존잼!!!
아마추어 그림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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