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일기

 

몸이 아프니 마음도 따라 아픕니다.

그런데 이런 노곤한 상태가 묘하게 기분 좋습니다.

 

어릴 적 말하고 교감할 수 있는 인형을 선물받았습니다. 삼일을 갖고 놀다가 질려서 일주일을 장난감 방에 처박아뒀더니 그 인형이 앓는 소리를 내며 「콜록 콜록, 나른해」 만 계속 말하는 것입니다. 그 때 엄마에게 물어 나른하다는 말의 의미를 처음 알았습니다. 차갑게 식은 인형을 꼬옥 안아주자 내 열기가 인형에게 전달되는 게 느껴졌습니다. 인형은 건강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방구석에서 나른하다고 기침을 그리 해 대니 건전지가 다 닳을 법도 합니다. 나는 인형에게 마지막 사랑을 담아 사요나라, 라고 말하고 관에 정성스레 넣어 다시 창고에 처박아 두었습니다. 

그 때부터 감기에 걸린 노곤노곤 나른한 기분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꼭 안고 있으면 그 때 인형에게 빼앗겼던 체온만큼 돌려받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괜히 나른하다고 혼잣말도 해 봅니다.

 

남자 구실 못하는 남친과 쌍으로 감기에 걸려서

cc라, 귀한 주말 만나서 같이 공부하기로 했는데

둘다 하루종일 잠만 처 잡니다.

일어나면 톡으로, 조금만 더 자겠다고

서로 깨어 있는 시간이 맞으면 으쌰으쌰해서 집앞 스벅에라도 나가 혈관 하나라도 더 외울텐데요.

 

어제는 남친에게 가루약을 받았습니다.

어릴때 생각도 나고 해서, 스뎅 스푼에 아가베 시럽을 듬뿍 짜 그 위에 가루약을 얹었습니다. 가루약이 뭔가 산만하게 쌓였다. 몸이 두 배로 커진 만큼 가루약 용량도 두배가 돼 있던 것입니다. 

그렇게 먹은 가루약은 저세상 쓴맛이었습니다.

너무 써서 폴짝폴짝 뛰며 써! 쓰다고! 를 남발하니 남친은 유우짱 가루약 처음먹어본다고 놀립니다. 처음 맛보는 쓴맛에 두통이 다 날아갔습니다. 열도 내린 것 같습니다. 역시 가루제형이 흡수가 빠르긴 합니다.

 

어제 하루 잠깐 본가에 다녀왔다고, 동네에서 유명한 떡집 떡이랑 새로생긴 초콜릿 가게의 초콜릿이랑 바리바리 싸가지고 돌아온 남친이

고맙고 애틋하고 사랑받는거같고 뭉클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당장 집문 뿌시고 들어가서 아직도 안일어나고 뭐하냐고 발로 까고 소리지르고 땡깡부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같이 누워 나른하고 싶습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보지말고 듣지말고

생각도 안하고

약리학 레포트는 지난주에 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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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이름 푸에르엿구나ㅋㅋㅋㅋㅋㅋㅋ 추억이다 진짜 아직도 파나 

 

아이고 결국 가셨구나 ㅠㅠ 우리집애는 이사다니다 어느순간 사라졌어.. 언제 문학관에 푸에르 사진 한장 올려줘~~

 

작품 등록일 : 2019-10-06

▶ 묘지사진

언니 글 짱좋아 소설가 겸하면서 의료일 해도 되겠어
밍밍   
잼따
일본소설같애ㅋㅋ
배꼽냄새   
웅 담에 집가면 올릴게!
가리비   
ㄴㄴ 지금은 안파는데 내 푸에르 고장낫어 새 건전지 끼워줘도 아무대답없음 ㅠ 나도 최근에 생각나서 건전지 끼워본건데 언니글에서 보니 반갑다
가리비   
그 인형 푸에르임?
가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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