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레야는 베텔게우스의 쌍둥이 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의 눈으로는 여전히 관측되고 있지만 그건 500년 전의 잔상인 것이다. 베텔게우스의 쌍둥이 별은 지난 500년의 세월 어딘가 즈음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는 매트레야에게 새시대를 의미했다. 우주의 현상은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다. 별의 죽음은 어떤 이에겐 불길함의 예언이지만, 관점에 따라선 천우신조의 기회로 해석되기 마련인 것이다.
매트레야는 20년 전 그랜드 카날 선술집에서 로리 맥닐리를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매주 목요일 매트레야는 선술집에서 별점을 보고 있었다. 점성술가 매트레야. 괴상한 옷차림과 기이한 눈빛의 광인이 인간의 운명을 예측한다는 소문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선술집엔 별점을 보기 위한 줄이 밖으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당시 로리 맥닐리는 새로운 점쟁이를 찾고 있었다. 전에 데리고 있던 점쟁이가 자기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로리 맥닐리는 줄을 서지 않았다. 곧바로 매트레야 앞으로 와서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 같이 가자”고 했다. 줄을 서라는 사람들의 야유와 욕설을 들으며 로리 맥닐리는 매트레야를 데리고 나갔다. 로리 맥닐리는 사람을 설득하는 재능이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을 말 몇 마디만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로리 맥닐리가 가진 것은 종교적 자기 확신이었다. 그의 보잘 것 없는 외모와 얼룩진 사회 평판은 그의 카리스마 아래 존재 의미를 잃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논리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스스로 믿을 뿐이었다. 내가 이렇게 믿으니 너도 이렇게 믿을 것이다 - 최면에 가까운 자기 확신은 전염성이 강했다. 한번 전염된 자기 확신은 사람의 머리 속에 기생충처럼 또아리 틀고 선택의 자유를 제한했다.
매트레야가 로리 맥닐리에게서 본 것은 초신성의 운명이었다. 맥닐리는 제 자신을 소모하고 있었다. 자신과 주변인의 삶을 불태워 자신의 운명을 강렬히 밝히는 초신성이었다. 매트레야가 맥닐리를 따르기로 한 것은 그의 초신성의 운명이 화려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초신성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매트레야는 맥닐리의 “비서”로 채용된 순간부터 자신의 운명을 설계했다. “초신성이 죽고 난 뒤 초신성이 남긴 모든 유산은 나의 중력권에 놓일 것” 매트레야는 자신의 운명을 그렇게 설계했다.
매트레야는 초신성이 백색왜성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든 걸 소모해 버리고 작고 초라한, 투명에 가까운 하얀 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초신성은 조용히 운명을 다 하지 않았다. 모든 걸 파괴한 블랙홀이 돼 버렸다. 매트레야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혜성의 등장이었다. 다른 항성으로 향하기로 돼 있던 혜성은 진로를 바꾸어 맥닐리의 초신성과 충돌한 것이다. 매트레야는 자신의 점성술이 아마추어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지금 당장 눈에 비친 초신성이 전부라는 착각에 빠져 살았던 것이다. 세상엔 로리 맥닐리를 난쟁이로 보이게 할 수많은 초신성들이 존재했다. 로리 맥닐리는 정해진 운명을 거스른 것이었다. 주어진 것보다 더 크고 강한 운명을 탐한 것이었다. 그것이 그의 최후를 앞당겼다. 자신과 자신 종족의 파멸을 불러 왔다.
로리 맥닐리는 역병 치료를 새로운 사업 개척지로 여겼다. 치료제만 완성되면 전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병주고 약주는 사업이야 말로 모든 제약사의 궁극의 목표라고. 약팔이 기업의 지위를 넘어 세상의 운명을 쥐고 흔드는 구세주의 지위에 오르려 했다. 그가 중국에 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유럽에서 실패한 치료제가 중국에 있을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역병의 기원을 쫓아간 것이었다. 근거없는 확신이었지만 맥닐리는 언제나 그런 근거없는 확신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매트레야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치료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점괘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점괘에 따르면 지금의 역병은 반짝하고 사라지는 병이 아니었다. 이건 병이 아니었다. 혜성 충돌이었다. 공룡을 멸망시킨 혜성과 동일한 질량의 혜성이 충돌한 것이었다. 매트레야는 치료제 제조를 위장막으로 삼았다. 자신들이 다른 평범한 제약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가면으로 사용했다. 매트레야는 혜성 충돌 이후의 세상에 적응하기로 했다. 혜성 충돌로 망한 세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무의미한 고행은 중단해야 했다. 혜성 충돌로 초토화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돈벌이를 찾아야 했다.
매트레야가 소유한 병원은 세르게이디포가 소유했던 무형 자산을 성공적으로 물려 받았다. 베텔게이아에서 “수거”한 증상발현자들은 그 무형 자산을 활용할 최고의 자원이었다. “수거”가 필요한 증상발현자의 수는 무한대였으니, 법과 질서가 무너진 상황에 매트레야의 사업은 무한 동력을 얻은 사업과 다를 바 없었다.
매트레야의 병원에서 “재활”된 감염자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점성술의 영험함이 없어도, 사람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매트레야의 재활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될 분야는 군사military일 것이란 사실을. 군대를 위한 최선의 무기는 뇌가 없는 인간이다. 지난 세월 인간과 세상에 관해 이해하기 어려운 점괘만 따랐던 매트레야는 경제적 문제에 관해선 무섭도록 예측 가능한, 지독하리만큼 계산적인 미래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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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일리는 지금껏 자신이 누구보다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믿었다. 세상 모두가 감정에 휩싸여 자기 파괴적 삶을 자초하는 동안 자기 홀로 독야청청 이성적 세계관을 견지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라일리는 그런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남들 못지 않은 감정적 인간이 아닌가 하는 의심. 오라일리는 복수심에 불타 있었다. 오라일리가 로리 맥닐리에 한 행동은 명백한 복수였다. 오라일리는 맥닐리가 중국으로 갈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게 언제인지 몰랐을 뿐, 오라일리는 맥닐리가 왜 중국으로 가야만 했는지, 어떻게 중국에 가려 했는지, 자기 가족의 일처럼 자세히 알고 있었다.
갠지스 교도소 폭발 테러 사건이 보도되자 오라일리는 기다렸다는 듯 매트레야 회사의 통신 회선과 이메일을 통해 로리 맥닐리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중국 측에 뿌렸다. 오라일리는 제보자의 정체가 드러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로리 맥닐리의 몰락을 원하는 자는 원한 관계가 아닌 경제적 이해 관계가 얽힌 자여야 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진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모두가 공감하는 세상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오라일리는 로리 맥닐리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절대 즉흥적으로 중국행을 결정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오라일리는 중국 측에 로리 맥닐리가 어떤 계획으로 중국으로 가고 있는지 알렸다. 그리고 이 계획대로라면 그가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중국인들을 상대로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오라일리는 로리 맥닐리가 공공의 이익을 저해한다는 염려보다, 사실은, 개인적 분노가 더 컸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로리 맥닐리의 무분별한 파괴적 삶에 과도한 혐오감을 느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오라일리 자신이 미국으로 이주한 것도 실은 신변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이 아니라 로리 맥닐리에 대한 혐오감 때문 아니었을까, 지금껏 이 모든 선택이 결국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감정적인 결과가 아니었는가, 오라일리는 그렇게 자아 성찰 했다.
…우리 앵글로색슨 족들은 언제나 더 큰 무력을 갈망해 왔습니다. 적들을 더 쉽고 빠르게 제압할 수 있는 압도적 무력. 철기와 화살과 대포와 폭약… 백년 전만 해도 그걸 흙과 먼지와 새똥에서 찾았죠. 그러다 발견한 것이 핵분열이었습니다. 핵무기는 앵글로색슨 족 천년 숙원의 결정체입니다. 우리의 탐욕과 파괴 성향을 가장 화려하게 완성한 시적 결말이었죠. 아이러니는 그 오랜 염원을 이뤄준 궁극의 무력을 완성해놓고 쓰지 못했다는 거죠. 왜냐하면 다 죽을 테니까.
오라일리의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은 청취자 수가 많았다. 내전 상태에 빠져든 미국은 전례 없는 혼돈 상황이었다. 인종 전쟁이라고 생각했던 내전은 몇 개월만에 적군과 아군의 구분 없는 완전한 아비규환 생지옥으로 변했다. 사람들이 믿을 것은 가족 친지 그리고 지역 공동체 뿐이었다.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도 군집 전쟁의 아수라판이 되었다. 감염자도, 비감염자도,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연발생적 군집에 끌려들어가 군집의 생존을 위해 사생결단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2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 대행이 12번 바뀌었다. 석상병을 일으킨 세력에 대한 복수를 천명했지만 군통수권자가 12번 바뀌는 동안 역병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다. 미국인들이 석상병을 피해망상적 음모가 아닌 자연재해적 대격변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국인들은 지금껏 깨닫지 못했던 문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전기와 물이 제한적으로나마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에, 지역별 생존 정보를 자신의 일처럼 세심히 중계해주는 공영방송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우린 그런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이성적인 종족일까. 우리가 미개하다고 손가락질하는 타인종들은 정말 앵글로색스 족과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인지, 그들이 정말로 우리보다 더 폭력적인지, 더 비이성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신뢰할 수 없다고 낙인 찍은 이들의 비이성적 행동들이 혹시 우리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닌지, 그들의 무분별하고 파괴적인 행동이 혹시 우리 앵글로색슨 족의 과거 재현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왜 처음부터 모든 걸 불에 태울 생각부터 한 것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째서 바람과 파도와 발효 현상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인지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소모적 자기 파괴. 이게 혹시 앵글로색스의 종족 특징이 아닌지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우린 이성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세상 누구보다 파괴적 욕구로 들끓고 있었던 게 아닌지, 그런 종족 특성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이 아닌지, 그 결과 지금의 대재앙을 맞은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오라일리는 미국 공영방송 라디오의 인기인이었다. 그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역사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인류가 지난 수만년 동안 얼마나 여러 번 절멸 위기를 맞았는지,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위기는 잠깐 유행하는 감기 정도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현재가 힘들고 암담해도 지금껏 인류가 이룩한 과학 기술은 사라지지 않으며, 그러기에 어떻게든 살아 남기만 한다면 눈 깜짝할 사이 모든 것이 원상 복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라일리의 라디오 방송은 그런 용도였다. 역사적 교훈을 통해 현재의 고난을 극복할 희망을 주는 것. 오라일리의 희망적 역사 이야기에, 다른 방송 청취자 수가 물리적으로 줄어드는 동안, 오라일리 방송 청취자 수만 증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날 마지막 방송에서 오라일리가 말한 것은 희망적 메시지가 아닌 자학적 메시지였다. 이 모든 것이 백인종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라는 얘기였다. 그게 오라일리의 본심이었다. 아무리 인류가 골백번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인간의 파괴적 본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같은 위기가 반복될 것이란 것이 오라일리의 평소 지론이었다.
오라일리의 방송이 종영한 것은 오라일리가 아일랜드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오라일리는 미국에 온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이 감정적 선택이었다고 해도, 오라일리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고 생각했다. 미국으로 이주한 덕에 로리 맥닐리의 테러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 사이 로리 맥닐리의 사망 소식을 들었으니, 원래의 계획이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라일리는 이제 아일랜드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 그동안 꿈 꿨던 아일랜드의 중흥을 주도할 생각이었다. 오라일리는 교수로 복직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다음 단계 인생을 살기로 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연락했다. 자신이 돌아가면 이런 걸 할 생각이라고, 그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나누고 싶다고. 오라일리는 브로디를 만날 생각이었다. 브로디가 갖고 있는 정성주의 자산은 세상을 부흥케 할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불가능을 가능케 할 금단의 기술를 활용해 인간 세상의 부조리를 극복하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사는 새로운 문명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라일리는 미국 땅에서의 마지막 저녁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있었다. 간만에 외식을 하고 싶었지만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식당도 드물었거니와, 식당까지 오고 가는 길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쉽지만 집에서 고향으로의 귀환을 축하하는 파티를 하기로 했다.
오라일리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는 지금껏 야심을 감추고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변방의 강소국이 아닌 대륙 진출이었다. 그는 지금의 재앙을 천우신조의 기회로 여겼다. 그는 가장 먼저 영국 땅에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었다. “영국을 지배하고 대륙으로 진출한다” 그게 오라일리의 계획이었다. 오라일리는 지금의 역병을 1만년에 한번 오는 산불로 여겼다. 산불이 나면 썩은 몸이 죽고 새 싹이 돋는 법. 오라일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기존 세상이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농업과 에너지, 법과 정치, 지금껏 인류가 잘못 설계한 기반을 뒤엎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대재앙은, 1만년에 단 한번 오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오라일리는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그는 전화위복의 환희에 젖어 있었다. 그의 머리 속 미래 세상은 유토피아적 이상향을 그리고 있었다. 지금껏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됐으니 앞으로도 그렇겠지. 오라일리는 운명론적 긍정주의에 빠져 있었다.
다음날 오라일리 가족이 예약한 전세기는 출발하지 못했다. 오라일이 가족이 공항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라일리와 아내 펠리시아, 아들 펠릭스, 그리고 저녁 파티에 함께 참석했던 폴과 타비사 빈. 이렇게 5명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아침 9시였다.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기사가 사체를 발견하고 당국에 신고했다.
이제는 일상이 된 감염자에 의한 랜덤 살인극인 줄 알았지만 살인의 양상이 달랐다. 누구도 짐승처럼 파헤쳐지거나 뜯어 먹히지 않았다. 오라일리 가족들은 전문적으로 살해되었다. 아파트 외벽을 타고 23층까지 올라온 것도, 방범창을 맨손으로 뜯어 낸 것도, 자고 있던 5명을 한 명도 깨우지 않고 차례로 살해한 것도, 어느 것도 정상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세르게이디포 실험체는 계약 기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번 입력된 명령은 지워지지도 왜곡되지도 않았다. 처음 활용된 프로토타입들과 달리 이들은 스스로 먹고 자고 싸는 등 스스로 생존을 유지하며 기회를 기다릴 수 있었다. 오라일리를 노린 실험체가 어떻게 미국 땅을 밟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어쩌면 미국 땅에 아무도 몰래 실험체를 생산하는 연구소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불행히도, 영국도, 미국도, 백인종이 사는 땅에서 발생한 살인은 “범죄”가 아닌 “재해”가 된 지 오래였다. 오라일리 일가족 살인 사건은 아무도 자초지종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 흔하디 흔한 비극 중 하나로 묻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