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s files #01
“농부는 경작지를 잃었다. 
악사는 류트를 잃고 
화가는 화구를 잃고
도공은 화덕을 잃었다. 
터전을 찾아 농부는 세계를 돌았다. 
쟁기와 씨앗 주머니 달랑 들고 
산 비탈과 산 정상, 
강가와 호수가, 
바닷가와 무인도, 
정글과 사막, 
사람에 쫓겨 나고, 
곰과 늑대, 
홍수와 산사태, 
추위와 병충해, 
농부는 경작지를 잃었다. 
밭을 일굴 땅을 찾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괴작을 찾아서” 하나 도슨입니다. 원래 진행하던 케이트 도슨은 오늘 병가로 여동생인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지금 읽어드린 책 제목은 “꿈의 감자밭”인데, 장르가 동화입니다. 오늘은 작가 분이 나오신 게 아니라 출판사에서 나오셨어요. 에버블루 레이크 출판사의 마사 율스입니다. 

안녕하세요. 

이 책이 동화로 분류된 건 아무래도… 동화책 판매량이 더 높기 때문이겠죠? 

예 그건 사실인데, 읽어 보시면 얘기가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 얘기에요. 

결말이 좀, 충격적인데, 이 책을 읽은 어린 독자들의 불만은 없었나요?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부모님들 쪽에서도 없었고요? 

예 없었어요 아직. 

하긴 요즘 나오는 동화책들 보면 엽기 공포 쪽이 많으니까 이 정도는 애교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근데 사실 결말이 동화 같지 않고 블록버스터 공포 영화 같다고 홍보해야 더 잘 팔릴 거 아니에요 솔직히. 

그렇긴 하죠. 근데 동화책 파는 출판사 입장에서 그렇게 홍보할 수는 없으니까, 

독자들 입소문이 낫겠군요? 

그렇죠. 

자, 그래서 책의 내용을 보면 농부의 이야기에요. 경작하던 땅을 잃은 농부가 경작지를 찾지 못해 결국 자신의 몸에 작물을 기르는 거에요. 

예, 어떤 의문의 남자로부터 받은 약물을 먹은 뒤에… 

그 약물을 먹은 농부의 몸에서 풀이 자라기 시작하죠. 자기가 먹은 것이 식물의 양분이 되고, 꽃이 되고, 열매가 되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땅을 잃은 것에 한이 맺힌 농부의 극단적 선택이잖아요. 자기 몸을 땅으로 쓴.

그렇습니다. 

작가 분은 어떤 계기로 이런 작품을 쓰게 되셨을까요? 실제로 이런 사례가 있었을까요? 

작가 분은 자기 어릴 때 비슷한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그래요. 동네 어른 중 한명의 등에 이끼 같은 것이 자라서 동네에서 유명했다고. TV에 나가 보라는 말도 있었다는데… 

아하. 

근데 저희가 아는 바로는 불가능하거든요. 사람 몸에서 이끼든 뭐든 식물이 자라는 게. 

아… 

사람의 피부는 어떤 신체 부위보다 강한 면역 체계의 보호를 받고 있어요. 병원체에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위잖아요 곰팡이 습진 같은 게 있긴 하지만 그 외엔 외부 생명체가 사람 피부에서 번성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그래요. 

아 그래서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르가 동화인 거군요. 

동화라고 해야 덜 황당하니까. (웃음)

픽션의 관점에서는 황당하다기보다 간절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 피부가 꽤 넓거든요? 전부 펼치면 2제곱미터 정도 되니까 지금 이 스튜디오보다 조금 좁은 거에요. 그러니까 요즘 개발된 인공 재배 기술이면 꽤 많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을 거에요? 

사실 작가 분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 중 하나가 실제 경작지 면적보다 인간의 피부 면적이 더 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성인 피부 면적이 2제곱미터니까, 세계 인구 다 합하면 150억 제곱미터 정도 돼요. 

세계 경작지 면적은 얼마나 되죠? 

15조 제곱미터 정도 됩니다. 

천배네요? 

예, 지구가 생각보다 넓더라고요. 지구에 존재하는 나무 수도 은하수에 존재하는 별 수보다 많다고 해요. 

정말요? 

예. 

맨날 지구본 같은 걸로 보니까 그렇게 큰 줄 몰랐네요. 

저도 이번에 작품 홍보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주인공이 경작지를 잃게 된 과정도 뭐랄까, 슬프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하고 그래요. 

예, 소작농이었는데 땅을 갖는데 관심이 없었죠. 작물을 키우는데 평생을 바치는 바람에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신경 쓰지 못한 거에요. 

농사를 짓는데는 장인이 됐지만, 정작 농사 지을 땅이 없어진 거죠. 

어떻게 보면 예술가 같은 캐릭터죠. 예술에 몰두 하느라 현실 감각이 없어진.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 많잖아요. 

예 저희 출판사 사장님이 그런 분이에요. 

아 진짜요? 

회사가 몇번 망할 뻔 했죠. 

지금은 괜찮고요?

경영을 아내 분이 맡은 뒤로 많이 좋아졌어요. 

아니 그럼 사장님은 이 작품… 주인공에 동질감 같은 거 느껴서 출판하기로 한 건가요? 

이 작품을 출판하기로 한 건 저와 편집부에 다른 분이고요, 사장님은 출판이 결정되고 읽어 봤을 거에요. 아마 자기랑 비슷하다는 생각은 했겠죠. 

그럼 사장님은 일에만 열중하다가 회사 건물 팔고 집도 팔고 인쇄기도 팔고… 그랬던 건가요?

비슷해요. 

하하하하. 

원래 엄청 부자셨는데, 일을 항상 손해 보고 하는 버릇이 있으셔서 많이 쪼그라들었죠. 

애정이 있으신가봐요. 사장님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그래요. 참 좋은 분이에요. 콘텐트 측면에서 보면 능력도 뛰어난 분이고요. 

다시 작품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주인공 농부는 항상 손해만 보다가 막다른 길에 몰려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구원의 대가가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죠. 

현실 감각이 없다 보니 무리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농사가 잘 되니까, 자기 몸에서 기른 작물들이 세상 둘도 없는 희귀 상품이 돼서…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리고, 뭐랄까, 더 간절해지죠. 경작지를 넓히는데 집착하게 됩니다. 

예술을 하다 보면 종종 그렇게 되죠. 

자기만의 세상에 갇힌달까. 이야기는 주인공의 무리한 선택 뒤에 본격적으로 시작돼요. 자신의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이웃 사람들을 끌어 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사람 몸이 토양과 다르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습니다. 사람 몸이 각자 천차만별 다르다는 걸 몰랐죠. 

여기서부터 장르가 호러 문학으로 바뀌어요. 이걸 보면 식물 공포증 같은 게 생길 정도에요. 식물은 무서운 거구나, 가까이 하면 안 되겠다, 이런 근거없는 편견이 생길 거 같습니다. 

근거없는 편견은 맞는데요, 실제로 그런 식물들이 있더라고요. 

아 작가 분이 실물을 보고 쓴 내용인가요? 

예, BBC 다큐멘터리에서 봤는데, 아프리카에 사는 연꽃 종류인데,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하기 위해 폭력을 써요. 후발 주자가, 살아남기 위해, 선발 주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합니다. 줄기, 가시, 독을 휘둘러서, 중세 시대 전쟁처럼 경쟁자들을 사정없이 죽여요. 

그 사실을 알고 나니까 더 무서운데요. 

인간에게 그런 짓을 하진 않겠죠. 식물들이. 

하지만 모르는 거잖아요? 이 이야기는 동화일 뿐이지만, 먼 미래에, 식물들이, 지금 이런 인간의 환경 파괴에 “더 이상 못 참겠다! 살아 남겠다!” 하고 태도를 바꿀 수도 있잖아요? 

(웃음) 예 저희는 그게 먼 미래의 일이 되길 바라야겠죠. 

먼 미래의 일이라… 그렇죠. 그래야죠. (스튜디오 밖에 사람과 급한 신호를 나눈다.) 아!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에버블루 레이크 출판사의 “꿈의 감자밭” 지금 서점에 나와 았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오늘 나와 주신 여러분, 청취해 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했습니다. 

작품 등록일 :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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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이 가능할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ㄷㄷㄷ

식물이 '아 얘네들이랑은 더 이상 못해먹겠다' 마음 먹는 순간,
공포가 시작된다.
진미오징어   
작년에 누군가를 잃고 걔를 내 심장에 씨앗으로 심어서 예쁜 꽃으로 자라나게 하는 동화를 썼는데 브로디 파일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니 왠지 반가운 느낌...
슬리피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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