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마담 별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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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님! 저 할게요!

- 그래 잘 생각했다. 전대표랑 한번 보자.

 

김사장과 전대표와의 삼자 회동날.

 

우리 셋은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내가 김사장의 패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던가?

김사장은 주로 화려한 무늬의 검정색 옷을 즐겨 입는데, 반드시 몸의 어딘가에는 찡이 박혀 있는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으며, 어디서 나오는 지도 모르겠는 쇠로 된 체인들이 여기저기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반드시 클러치를 한쪽에 끼고 다니며 보테가베네타 지갑은 굳이 꺼내서 손에 쥐고 다닌다. 가끔씩은 핸드폰도 여러개를 꺼내 들고 있기도 한다.

 

한마디로 같이 다니기 조금 부끄러운 차림새이다.

 

 

 

김사장은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하기에 앞서 카페 알바생에게 종이와 펜을 좀 달라고 했다.

 

알바생은 종이가 없다고 했고, 결국 김사장은 알바생이 찢어다 준 영수증 종이의 뒷면을 노트삼아야 했다.

 

 

- 일단 이름은 별이로 하고. 전대표 밑으로 써니랑 달이랑 니가 같은 팀인거야. 그리고 나이가 너무 어리니까 나이는 32살로 해라.

 

- 32이요?? 사람들이 믿을까요...?

 

- 이 바닥에서 중요한 건 실제가 아니야. 누가 여기서 진짜를 기대하니?

 

 

그 후로 이어진 김사장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일단, 손님은 어디서 구하느냐.

첫째. 기존의 (나 이전의) 별이마담이 가지고 있던 손님들을 내가 이어받게 된다.

둘째. 전화를 돌리는 직원들이 있는데, 잠재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려준다는 것이다. 내 담당 쿨직원이 부른 손님을 내가 받게 된다는 것.

 

그럼, 나 별이마담의 수입은 어떻게 책정되느냐.

첫째. 기본 월급이 있고

둘째. 손님을 받아서 생기는 수입은 나와 가게(전대표)가 나누고

셋째. 따로 받는 팁 등은 모두 내가 가진다.

 

마지막으로, 나의 업무분장은 무엇인가.

첫째. 오후에는 사무실로 출근해서 콜직원과 함께 전화를 돌린다.

둘째. 저녁에는 가게로 옮겨 손님 받을 준비를 한다.

셋째. 내 손님이 오면,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책임을 지고 케어한다.

넷째. 중간중간 팀의 다른 마담언니들 방에도 들어가서 케어를 도와준다.

다섯째. ~금 주5일 출근한다.

 

 

당장 그 다음날부터 츨근하라는 김사장의 성화를 듣는 둥 마는둥 하고

결국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김사장의 인생 모토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인 게 틀림없다.

 

하지만 내 인생 모토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였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여자가 애초에 이 바닥에 발을 들 인 것이 아이러니긴 하지만.

 

별이마담으로 살았던 시간 이후, 나의 모토는 세상 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륻다가 되었다.

 

 

나는 김사장이 건내준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영수증 종이를 집에 가져가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김사장에게는 일단 월요일부터 출근한다고 말해놓았지만, 아직 마음의 결정을 100% 굳히지는 못한 상태였다.

혼자서 결정을 내리기가 버거웠다.

 

재미삼아, 호기심삼아, 알바삼아, 한번 해봤던 아가씨 일과

직원처럼 들어가서 일하게 되는, 거의 직업이나 다름이 없어지게 될 마담 일은

또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한참을 방안에서 쭈구려 앉아 고민하던 나는, 순간 민철오빠가 떠올랐다.

 

 

 

그래, 이런 얘기까지 털어놓을 사람은 민철오빠 밖에 없어.

 

 

 

 

 

 

 

 

 

 

 

 

 

 

 

 

 

 

 

 

 

 

 

 

 

 

 

 

 

 

25

 

진짜진짜 중요한 얘기가 있으니 나와달라는 내 연락에 민철오빠는 그날 바로 시간을 냈다.

 

민철오빠가 결혼을 한 후로는 연락을 거의 주고받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민철오빠가 누구냐고?

민철오빠는 나의 옛 연인이자, 누군가의 현 남편이다.

 

민철오빠와 나는 내가 21살이 되던 해 처음 만났다.

처음 1개월은 그의 불도저같은 대쉬에 넘어가주듯 만났고

다음 1년은 내 안의 모든 괴물을 다 꺼내 보이며 지옥 속에서 살았고

다음 1년은 헤어짐과 재회를 반복하며 미친년 널을 뛰었고

다음 1년은 갑자기 찾아온 안정기에 처음으로 연애다운 연애를 했고

그 후로는 그냥 가족같이 친구같이 지내게 되었다.

 

나는 나의 청춘을 민철오빠에게 바쳤고, 민철오빠는 나의 영원한 수호자를 자처했다.

 

왜 그가 나의 남편이 될 수 없었냐고?

왜 그는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어버렸냐고?

 

그 이야기를 하려면 <민철오빠> 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새로 시작해야 하겠다.

일단 여기서는 생략하자.

 

 

 

나의 오빠이자 아빠이자 친구이자 조력자인 민철오빠에게 나는 여태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내가 아가씨를 잠깐 했다는 부분은 살짝 생략했지만. 개구쟁이와의 스토리도 모두 생략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민철오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이 아이가 왜 이렇게 됐지?” 라고 말하고 있었다.

혹시 내가 요즘 신경을 쓰지 못해서 그런가? 내가 결혼을 해서 그런가?’ 라는 자책감도 언뜻 비쳤으나, 나는 오빠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왠지 나쁘지는 않았다.

 

 

- 니가 아주 그냥 밑바닥까지 가보려 하는구나. 대체 왜 그러니?

 

- 오빠, 이게 이상한 게 아니라니까? 다 합법이구. 내가 아가씨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영업이야 영업! 그리고 하다가 이상하면 바로 그만두면 되지!

 

 

오빠는 날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말린다고, 어떤 호통을 치고, 어떤 설득을 한다고,

마음을 바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본인이 반대를 하거나,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 내가 일을 하다가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오빠를 찾지 못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조언을 얻기 위해 오빠를 부른 게 아니라

그저 아무에게다 쉽게 하지 못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래 한번 해봐라 뭐 별일 있겠냐 라고 안심시켜줄 사람이 필요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가게 이름, 주소, 그리고 거기 사장이라는 새끼 등등 연락처 다 나한테 말하고.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말해. 너는 그 호기심이 문제다.. 그 호기심이.

 

 

 

민철오빠에게 다 이야기하고 나니 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나는 월요일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다.

 

그날 나는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꿈을 꾸었다.

 

아주 부자 스폰을 무는 꿈도 꾸었다.

 

멋있고 잘나가는 젊은 손님과 연애하는 꿈도 꾸었다.

 

 

 

 

, 그렇게 꿈을 꾸었다.

 

 

 

 

 

 

 

 

 

 

 

 

 

 

 

 

 

 

 

 

 

<작가의 한마디>

 

청담동 마담 별이를 향한 뜨거운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주인공의 실제 이름은 앞으로도 등장하지 않을 예정이며 앞으로는 쭉 별이로 불릴 예정입니다.

글의 배경과 기본설정은 모두 사실에 기반을 하고 있으며 저의 상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별이는 저의 과거일수도, 현재일수도, 저의 가까운 지인의 과거일수도, 현재일수도, 아니면 아예 허구의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저도 본업이 있고 바쁜 사람인지라, 바로바로 업로드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또한 글을 썼다 말았다 하다 보니, 문체나 말투 심지어는 내용까지도 살짝씩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프로가 아니기에 그런 점은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고, 실수가 있더라도 그런가보다 해주세요.

 

오늘은 기다리시는 분들을 위해 일단 짧게라도 업로드 했습니다.

 

 

이제 별이가 드디어 별이로서의 가게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무궁무진한 사건사고들,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질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cf) 민철오빠는 개구쟁이와는 달리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설의 끝까지 간간히 등장할 별이의 주요 주변인물 중 하나입니다. ^.~

 

작품 등록일 : 2019-06-28

▶ 청담동 마담 별이 5

언제와 언니ㅠㅠ
pe   
ㅠㅠ 보고싶어요
ba******   
순식간에 읽었네
구르는중   
이거왜안써죠
ca********   
미친 졸라재밌어 연재 계속해줘여
에어프라이어제빵녀   
근래에 순식간에 읽은 글이다
재밌네
ba*****   
재밌었어요
하찌   
다음편 기다리고있어요ㅠ
ai*******   
기다리고 있어요!! 다음편 얼른 써줘요~~
똑똑   
넘넘 재미떠요 짱짱
bl******   
짧아도 지속적 업뎃 부탁드려요 넘 재밌음
se*****   
잼나여
빡빡2   
졸잼!
ai*******   
드디어 오셧다
로즈마리   
다음편 너무 기대된다.
보패   
왕!!!!!!
ca********   
기대된다
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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