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히 말하자면 나한테 ‘꽃이란’의 주제가 맞을 것이다.
얼래설래 반후루꾸 잡종으로 10년쯤 그리면서 항상 고민해왔던 주제가
‘자연’이였다.
야빠리 미술회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은 기똥차게 그려야 하고 나는 우먼하니까 꽃도 기똥차게 그려야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항상 영감을 주는 자연이나, 꽃, 식물을 보면 열심히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요즘은 일하느라 바쁘다. 업무도 다양하지만, 내가 뭐 하나 해보겠다고 해서 저질러놓은게 있는게 그게 되게 대공사다. 4개월 가까이 돼서 이제 좀 나올라고 한다.(센터 프로그램을 교과연계과정 시켜보겠다는 뭐 그런)
그렇게 바쁘다가 한달에 한 번(거의 두달에 한번이긴 하다만) 평생교육사 모임을 나간다.
작년에 우연치 않게 일하기 위해서 자격증 실습하려고 갔던 곳인데 같이 자격증 실습하던 동기들이 좋아서 모임을 만들었다.
거두절미하고 거기 원장님이 좋다. 작년부터 대학교 교수로 강사를 하시는데 교수로서 초년생이다 보니 이래저래 신경쓰였던 말이 있었는데 마음을 다잡겠다고 네일을 했다고 보여줬다.
네일 주제가 ‘하늘꽃매발톱’이였다. 대충 꽃이름이다.
하늘을 향해 축 처진 매 발톱모양이라고 지은거 같은데, 그런 꽃이 있는줄 몰랐다.(그 원장님 남편분이 아프다고 해서 그렸던 그림이다)
또 같이 일하는 할머니 상사를 빼놓을 수 없는게, 할머니 상사는 옛날 사람들 답게 꽃 이름 식물 이름을 잘 알아서 출장 가는 김에 예쁜 카페 있으면 한번 보고 싶어하고 지나가는 풀때기 이름 한번 더 말하고 그런다.
엌그제는 출장 갔다가 강제로 인근 개맛집 카페에 들어가서 에콜라인가 데콜라인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옆에 매화가 피었다면서 예쁘다고 하더라.
나는 하얀색 매화는 별 감흥없었는데 짙은 분홍빛 매화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싶었는데, 그거 그리면 나 3월에 이거 못 올렸음.흐엥)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냐 하면,
응. 다들 좋아하는 꽃이 있더라고.
나는 한번도 자연을 그린다고 하면서 좋아하는 자연을 그리려고 해본 적이 없더라.
문득 내가 사람을 그리는 걸 즐기기 시작한건, 내 주변사람과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던가 아닐까 싶다.
나는 좋아하는 꽃도, 좋아하는 나무도, 기억나는 것 없이 그냥 위대한 화가가 되겠다는 꿈과 희망의 망상아래 명작들과 자연풍경을 배꼈던 것 같다.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어버이날이였는데, 나는 색종이로 씨앗모양으로 오려서 빨간꽃으로 만들어서 선생님한테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선생님은 깨비 너무 잘했는데 어버이날이니까 어버이날에 맞는 꽃으로 다시 한 장 만들라고 했다. (아빠거 엄마꺼 따로 만들자고 20분 일찍 만든 나에게 반 아이들과의 만들기 속도를 맞추기 위한 달콤한 조언이였음)
나는 빨간색은 한번 썼으니 분홍색으로 둥그렇게 만들어서 빨간색은 엄마를 갖다주고 분홍색은 아빠를 갖다주었나, 반대로 갖다주었나 했다.
분명 그 꽃은, 실제로 존재하는 꽃이 아니였다. 그러나 내가 색종이로 만든 소울뿔한 꽃이였다. 그래서 선생님도 그 꽃이 이쁘다고 해줬던거겠지.
나는, 무엇을 보고 뭘 보고 그동안 자연을 마스터링 하려고 했던 걸까?
사회생활하면 개같은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히벌탱 그림 그리는 시간은 쥐뿔 없지만 그림을 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
되려 그림 그리는게 재밌어졌다.
나는 지금까지 잘그리고 싶었던 꽃만 그려왔지, 내마음대로 가는 꽃을 그려본적이 없었다.
앞으로는 그런 그림을 많이 그려보려고 한다.
그래서 흉내낸 꽃은 때려치고, 님들이 볼 때 ‘음 꽃인데 내 스타일은 아니고’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