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비의 바리스타의 시크한 해결법

 

허름한 갈비탕집이였다. 

오늘도 할머니상사가 먹고싶다는거 먹으러 가는 날이였다. 

가게 안에는 뚫린 문이 있었고 거기에는 새로 단장한 카페로 보이는 공간이 있었다. 할머니상사는 그곳에 있는 여성분에게 흔쾌히 말을 붙였고 바리스타체험을 진행해주면 안되냐는 평소에 하던 영업을 하셨다. 

 

여성분은 공손했지만 말투가 범상치 않았다. 

그리고 그 여자분은 일년내내 내 고민상담 1루트담당이 되었음. 

 



 

4년정도 커피알바를 해본 내 입장에서 봐도 커피에 무지 잘 아셨음.

분당에서 8년정도 커피를 운영하고 임대료나 기타 개인사정 때문에 여기와서 약국에서 8년정도 일하다가 다시 커피숍을 차리기로 했다고 하셨다. 

덕분에 할거 없이 몇 개 서류만 준비해서 학교특강으로 보내버렸는데 왠 걸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졸라 잘하셨음. 깜짝놀람. 너무 잘해서.

 




연말에 중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평가회를 진행할때도, 쉽게 내릴 수 있는 핸드드립커피를 소개해줘서 교사들이 애들처럼 진지하게 임하게 만듦. 참여하신 분이 그랬다. 카리스마가 있다고.



 

나는 맘에 드는 상대가 있으면 졸졸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하는데, 오며가며 방문해서 선생님선생님하면서 징징거리고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나 이거 고민인데 어떻게 하냐 하면서 붙잡아도 바쁘지만 않으면 다 이야기 들어주고 대답해줬는데, 해결법이 항상 시크했다. (근데 웃으면 말함) 

 

: 선생님, 이번에 경제교육으로 들어오신 선생님이 있는데요, 스펙이 막 화려하구요 막 그런데요 어쩌고저쩌고

: 보통 그런 분들이 뒤처리가 안되죠?

 

: 선생님, 이번에 프로그램을 이렇게 저렇게 하고 싶은데요, 이게 이렇게 말한건데요 비용이 이렇고요 그래가지고요

: 일단 되는 지 시도해보고 가능한 지 말씀드릴게요, 언제까지요?




 

일하면서 다양한 강사분들을 만나봤지만, 이 분처럼 눈이 말똥말똥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40대중반이셨는데 남편분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중학생 아들이 있어서 어렴풋이 같이 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했는데, 한참 지나서야 나랑 친해지고 나서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 저는 솔직히 착한 엄마가 아니에요, 제가 힘들면 애도 못 키울 거 같아서요. 00이 아빠는 좋은 아빠는 아니였어요. 주변 사람들이 평소에는 그런 이야기 안하다가 꼭 명절때만 제가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하 





일하다보면 그냥 그 일에 몰입되어있을 때가 많다. 끝내기 정신없고 아무리 나 혼자 정신수양을 해도 미천한 사회경험이 동이 나서 헥헥 거릴때가 많다. 그럴 때 선생님...오늘 시간 있으세요...하고 5분 거리에 있는 허름한 시장구석에 있는 갈비탕 딸린 커피숍으로 간다. 사실 그 시장에서는 커피숍 장사가 안되서 호떡장사를 해봐야하나 막 머리를 굴리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서 가족분들이 폐점 준비할 때 나도 주섬주섬 집에 간다. 



 

그놈의 MBTI로 따지면 아마 INTJ유형쯤될거라고 본인이 직접 말해주심. 

관찰력도 좋고 사회경험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어릴때는 정말 춤이 좋아서 클럽에서 춤추고 다녔다고, 그애들이 사진찍어줘서 쇼핑몰도 운영했는데 그때는 잡지가 늦게 나와서 전화오면 이미 재고가 동이 나서 쇼핑몰이 자신한테 맞지 않았다고 너털하게 웃고, 카페를 분당에서 목좋은 곳에서 오래 했는데 점점 올라가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고 이혼과 함께 내려오게 되었다고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건물에서 경영할 수 있는 대박상품을 만드는게 목적이라고 말하는데, 이야기 어느 한부분에서도 주눅들거나 과거를 후회하는 말은 한마디도 한 적 없다. 

 

내 이야기를 굳이 나서지도, 숨기지 않고 너털하게 말할 정도가 될려면 멘탈이 얼마나 쎄야되냐?

 



 

그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어제와 마찬가지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어설픈 듯 조용하게 돌려돌려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삶에 방해되거나 문제가 되는건 철저하게 잘라내고 매듭지으면서 살아갔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른이란건 때 되면 되는게 아니고, 그때그때 선택의 순간속에서 살면서 만들어가는 어떤 인종을 가르치는 말인것 같다. 

 

그런 인종한테 뭔갈 묻고 뭔갈 대답을 듣고 있으면, 내가 하는 고민은 8살짜리가 이 인형이 갖고싶은데요, 저 인형은 색깔이 맘에 드는데요 비싸요. 하는 단순한 고민같아서 편해진다. 




 

나도 별스럽지 않은 걸로 고민하고 살아왔지만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니였다고 시크하게 웃으면서 말할때마다 시간 내서 선생님 보러 오길 너무 잘했다고 꾸벅 인사하고 돌아간다. 

 

 

작품 등록일 : 2024-02-19
최종 수정일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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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로그려??
my*********   
나도 깨비가 너무 좋아
그림책 표지같은 첫그림도 너모조와
깨비지음 시리즈♡
진미오징어   
그림 너무 좋아♡
지도없는 산책   
익살과 낙관이 넘치는 깨비그림 너무조와
시트러스   
멋있다 바리스타 선생님
노릇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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