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마담 별이 1

1

 

 

민희언니와는 2년전에 처음 만났다.

 

욕심 많고 잔꾀 많은 나에 비해, 언니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래서인지 빠르게 친해진 우리는 남들에게 말하기 망설여지는 수준의 깊은 이야기도 종종 나누곤 했다.

 

 

3월의 어느 날, 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밤 어딜 가야 하는데 혼자 가기 무섭다는 것이었다.

 

그냥 같이 가주기만 하면 안되냐는 것이었다.

 

어디냐고 물어도 '청담동' 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일단 만나자는 것이었다.

 

 

저녁 7, 언니가 보내준 주소를 따라, 청담동 모 카페에 도착했다.

 

언니는 미리 도착해있었는데, 나는 언니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 전혀 꾸미지 않던 언니가 그날따라 짙은 화장에 안입던 원피스를 입고 앉아있는데 그 모습이 낯설고 웃겼다.

 

내가 웃자, 언니도 따라서 크게 웃었다.

 

 

대체 뭐하자는 거지?

 

나는 언니에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보챘고 언니는 어렵게 입을 뗐다.

 

사실은, 술집 면접을 보러 왔다는 것이다.

 

면접? 술집?

 

 

 

 

 

 

 

 

 

 

 

 

 

 

 

 

 

2

 

 

민희언니는 나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조만간 유학을 갈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그 조만간이라는 때가 2년동안 아직 오지 않은 것이었는데, 언니는 사실 유학을 갈 돈이 없었다. 그저 입버릇처럼, 조만간, 언젠간, 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이상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돈을 빠르게 모을 방법을 찾다가, 인터넷에서 아가씨 구인 광고를 보게 된 것이었다.

 

처음엔 호기심에 이것 저것 정보를 찾아보다가, 일단 한번 직접 찾아가서 얘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얘기를 들으며 언니 팔을 스무번도 더 때렸다.

 

어머 어머 어머 어머 를 스무번도 더 했다.

 

 

언니는 그래서 오늘 논현동의 미용실에서 5만원을 주고 헤어와 메이크업도 받고 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난 다시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웃을 상황이 아니었지만, 언니에게 순간적인 귀여움을 느꼈다.

 

 

- 언니, 나는 못 들어가. 언니 혼자 가. 여기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무슨 소리야. 같이 가준다고 했잖아. 나 무서워서 혼자 못가.

 

- 언니, 나도 무서워.

 

- 한번만 같이 가주라. ?

 

 

사실 말은 저렇게 했어도, 나는 궁금했다.

 

불안해하는 언니의 옆에서 나는 짐짓 설렜다.

 

어차피 내 일도 아니잖아?

 

 

 

 

 

 

 

 

 

 

 

 

 

 

 

 

 

3

 

 

커피숍 옆에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었는데, 왠지 입구부터 화려할 것 같다는 나의 예상을 깨고, 그곳의 입구는 소박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다 보면 절대로 룸싸롱일 것이라고는 보지 않을 입구였다.

 

 

우리는 팔짱을 꼭 꼈다.

 

언니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저 오늘 면접 보기로 한 사람인데요, 지금 입구 앞에 왔는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

 

 

우리는 팔짱을 더 꽉 껴고 지하로 내려갔다.

 

아무도 없었다.

 

언니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 .. 지금 내려왔는데, 아무도 없는데..

 

 

2분정도 기다리면서 나는 슬슬 기분이 안좋아졌다.

 

면접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시간에 시간 약속이나 좀 지키지?

 

 

양복을 빼입은 키 작고 통통한 남자가 급하게 나타났다.

 

 

- ! 전화주신 분이신가요?

 

-

 

- 옆에는 친구분이신가요?

 

- , 혼자오기 좀 그래서,, 친구가 옆에 있어도 되죠?

 

- 그럼요! , 여기로 들어오세요.

 

 

통통한 남자는 우리를 손님 대하듯, 깍듯하게 맞이했다. 고개를 살짝 굽히고 팔을 반듯하게 접어서 룸 안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저사람은 뭐지? 웨이터인가? 되게 친절하네.

 

 

 

 

 

 

 

 

 

 

 

 

 

 

 

 

4

 

 

언니와 통통한 남자는 마주앉았다.

 

나는 일부러 언니에게서 조금 거리를 두고 앉았다.

 

같이 면접보러 온 사람 아니예요, 그냥 따라온 사람이예요.

 

 

- 혹시, 일은, 처음,, 이신거죠?

 

- , 일단 오늘은 그냥 얘기만 좀 하려구,,,

 

- 아 그러시군요, 그럼 혹시 면접은 다른 곳에서도 보신 적 있나요?

 

- 아니요 일단 여기가 처음,,,

 

- 네 일단 인사드릴게요. 저는 박전무라고 합니다.

 

 

전무? 웨이터인 줄 알았더니, 개나소나 다 전무군.

 

 

- 그럼 가게 시스템이나 전반적인 내용들을 다 모르시겠네요?

 

- 대충 인터넷으로 찾아봐서,,, 대충만,,,

 

- 아 네, 저희 가게는 텐카페입니다. 동시 3방까지 볼 수 있구요, TC10만원입니다. 방보는 시간은 3시간이구요. 보통 출근시간은 빠르면 7시부터도 출근하고, 퇴근은 원할 때 하시면 되는데, 가게는 전체적으로 4시 정도면 마무리가 됩니다. TC는 익일 지급해드립니다.

 

- ,,

 

- 하는 일은 간단해요. 그냥 쉽게 말해 손님들이 술 편하게 드시도록 도와드는겁니다.

 

 

박전무는 갑자기 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 자 여기 테이블에 잔 3개 보이시죠? 이게 기본 세팅인데요, 여기 작은 잔에는 술을 따르고, 손님이 얼음이랑 섞어 드시겠다고 하면, 여기 큰 잔에 얼음 넣고 술 넣어서 세팅해주시면 돼요. 얼음을 너무 가득 넣으면 마실 때 불편하기 때문에 적당히 3,4개 정도만 넣으시구요. 또 나머지 한 잔에는 물이나 음료를 따라놓아 주시면 됩니다. 손님에 따라서 드시는 음료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건 상황에 맞게 여쭤보면서 하시구요. 그리고 재떨이는 중간중간 많이 쌓이기 전에 갈아주시구요. 손님이 안주 드시고 싶어하시면, 안주도 좀 덜어서 접시에 놔드리고, 이정도 일입니다. 하실 수 있겠죠?

 

- 아 네..

 

 

술 따라주고 재떨이 갈아주고 안주 덜어주라는 간단한 말을, 시범까지 보이면서 길게 늘어놓은 박전무는 있어보이는 척 하는 법을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

 

깍듯한 존대와 예의를 차리는 태도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나는 당사자도 아니면서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냥 듣고만 있는 언니가 답답했다.

 

결국 내가 입을 열었다.

 

 

- 근데 정말 그냥 술만 따르나요? 터치나 그런것도 있을 텐데..

 

- 그런거는 유도리 있게 대처하시면 되는데, 손님이 너무 심하다 싶으시면 그냥 방 나오셔도 됩니다. 저희는 무조건 아가씨 위주입니다. 그대신 왠만하면 손님이 너무 기분 나쁘지 않게,,, 그런건 하다보시면 노하우가 생기실거예요.

 

- 동시에 방을 들어간다는 건 무슨 뜻이죠?

 

- 저희 같은 하이업소에서는 아가씨가 로테이션을 합니다. 초이스를 볼거잖아요? 그래서 방 하나에 앉았다고 쳐요. 그럼 거기 계속 앉아있는게 아니고, 20분 정도 방에 있다가 웨이터가 빼줄 거예요. 그럼 또 다른 방에 초이스를 갑니다. 그래서 총 3방 까지 동시에 앉을 수가 있는거구요, 한 방 당 20분씩 앉아있게 되는거죠. 만일 쵸이스가 다 안돼서, 1방에만 앉았다고 해도, 웨이터가 20분 지나면 빼 줄겁니다. 손님은 이 아가씨가 다른방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니까요, 대기실에서 쉬고 계시면 됩니다. 그래서, 만일 3방 꽉 채워서 들어가있다고 하면, 3시간에 TC30이 나오는거죠.

 

 

너무 생소한 이야기여서 몇번의 질문과 대답이 오간 후에야 로테이션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머리속으로 돈 계산을 해보니, 9시부터 3시까지 6시간을 일한다고 치면, 최대 60만원을 벌어갈 수 있는 것이였다. 5일을 출근하다고 치면 60만원 곱하기 5. 300만원. 한달은 4주니까 300만원 곱하기 41200만원.

 

 

1200 !!!

 

 

 

1200!!!!!!!!!!!

 

 

 

술 따라주고 옆에서 애교 좀 떨어주면 월 1200만원을 번다고?

 

 

 

 

 

 

 

 

 

 

 

 

 

 

 

 

 

5

 

 

박전무는 정말 열심히,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억지 웃음이긴 해도, 미소도 내내 잃지 않았다.

 

 

네 네 만 반복하는 언니와는 달리, 나는 오히려 눈이 초롱초롱해져 이것저것을 물어봤고

 

이제는 박전무도 완전 내쪽으로 방향을 틀고 앉았다.

 

 

그때,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박전무는 우리를 대할때보다 더 깍듯하게 전화를 받았다.

 

 

- , , 지금 5번방에 있습니다. ,

 

 

전화를 끊은 박전무는 남은 얘기는 사장님과 마저 하시라며, 우리를 사장이 있는 15번 방으로 데리고 갔다.

 

 

친절한 박전무와 헤어지고 사장를 대면해야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나는 왠지 용기가 샘솟았다. 쭈뼛거리는 언니의 팔을 꽉 잡고 15번 방 문 앞에 섰다.

 

 

 

똑똑

 

박전무는 문을 노크하고 우리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급하게 사라졌다.

 

 

 

박전무모다 키가 더 작고, 더 통통한 젊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핸드폰 5개가 놓여있었고, 앉아있는 남자는 양 손에 핸드폰을 쥐고 통화중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참 다들 바쁜척이 장난이 아니군

 

 

 

 

 

 

 

 

 

 

 

 

 

 

 

 

6

 

 

양아치, 그래, 바로 이런 사람을 보고 양아치라고 하는거겠지.

 

사장은 우리가 앉자마자 말부터 놓았다.

 

 

- 둘이 같이 온거야?

 

 

언니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내 눈치를 보았다.

 

 

- 아니요, 저는 그냥 언니 따라 온거고, 언니가 면접보러 온거예요.

 

- 너는 왜? 안하려고?

 

- , 전 그냥 언니가 혼자가기 무섭다고 해서 같이 와준거예요.

 

- 몇살이야?

 

- 26살이요

 

- 따로 뭐 일 하고 있어?

 

- 아니요 지금 이직 준비하고 있어요.

 

- 그럼 놀면 뭐해, 쉬는 김에 일해서 돈 모아!

 

 

내가 대답을 못하자, 사장은 언니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 너는 그럼 몇살이야?

 

- 27살이요

 

 

언니의 호구조사를 한참 하던 사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물었다.

 

 

- 오늘부터 바로 일할 수 있지?

 

- ? 오늘은 그냥, 면접만,,,

 

- 온 김에 하루 일 해봐.

 

- 준비도 하나도 안하고 왔는데,,,

 

- 아니 그냥 한번 해보라니까, 한번 일어나봐 옷 좀 보게

 

 

언니는 일어나서 입고 온 옷을 앞뒤로 보여주었다.

 

 

- 옷은 다른걸로 입어야겠다

 

 

사장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박전무! 여기 빨간색으로 렌탈 2벌만 좀 빨리 갔다달라고 해

 

 

언니는 더이상 선택권이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아니, 사실 선택권은 있었다.

 

 

 

내가 머리속으로 1200을 계산하고 갑자기 눈이 초롱초롱해졌던 것 처럼, 언니도 지금 저 쭈뼛거리는 표정 뒤로는 머리를 굴릴대로 굴리고 있겠지.

 

머리속의 게이지바가 30분 전 카페에서는 50%에서 시작해 이제는 90% 가까이 온 듯 했다.

 

 

사장이라는 사람은 참 영악했다.

 

그 분위기를 타서 무조건 오늘 일을 시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 같았다.

 

 

 

렌탈 옷이 올 때까지, 우리 셋은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이제는 언니도 궁금했던 것을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사장은 박전무처럼 친절하지는 않았고, 가끔씩 년놈새끼 같은 욕을 섞어쓰긴 했지만, 우리를 많이 웃게 해주었다.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벌써 친구가 된 것 같았다.

 

 

 

빨간 옷 2벌이 도착했다.

 

 

언니는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고

 

옷을 입고 나오자마자

 

기다리던 박전무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데리고 가졌다.

 

 

 

언니가 나가기 전,

 

사장은 언니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 절대 손님 말 믿으면 안돼. 니 눈앞에 탁자 위에 현금 딱 올려놓기 전까지는 절대 믿으면 안돼. 절대 넘어가면 안돼. 절대 자빠지면 안돼. 자빠지면 끝이야. 어떤 말로 꾜셔도 현금을 니 눈앞에 가져오기 전까지는 믿지마. 그냥 가게 열심히 나오면서 성실하게 일해. 남자한테 넘어가서 자빠지면 끝이다!! 내 말 꼭 명심해라!!!

 

 

 

 

언니가 나가고

 

 

방에는 나와 사장 단 둘만 남았다.

 

 

 

 

 

 

 

작품 등록일 : 2019-05-02

▶ 청담동 마담 별이 2

재미ㅛ당
ba******   
최소 일해보신 분
ai*******   
개잼
be******   
왕 개잼
빡빡2   
재밌다 이거
로빈훗ㅌ   
술술 잘 읽히고 재밌다. 다음편!!!
보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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