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역덕 8호] 2차 대전의 개그맨, 이탈리아는 못말려!


지난 편에서는 독일의 프랑스 침공 과정과 히틀러의 성공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무솔리니의 뒤늦은 선전포고에 대해 알아봤어. 말이 뒤늦은 선전포고지 그냥 독일이 다 차려놓은 밥상을 거저 먹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야. 다른 맹수가 다 잡아놓은 사냥감을 보고 나도 같이 뜯어 먹자며 슬그머니 나타난 하이에나라고나 할까. 그렇게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까지 얹어줘도 못 먹는 이탈리아군 병신대전의 화려한 서막이 열리는데...





무솔리니의 참전 의사를 알게 된 군부는 경악을 금치 못했어. 아무 계획도 없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터트린 폭탄선언이었거든. 한 나라가 대규모 군사행동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싸나이 기백으로 닥돌! 이게 아니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절차들이 있어. 

우선 정치적으로 명확한 전략목표가 있어야 하고, 자국군의 병력, 장비, 물자 등 준비 태세를 점검해야 해. 전략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세부 작전 계획들을 세운 후, 그에 필요한 전력물자와 보급품도 충분히 비축해야겠지. 당연하게도 이 모든 절차는 절대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야. 하지만 상남자 무솔리니는 이런 준비과정 따위 시원하게 생략해버리는 무지성 선전포고를 해버린 것.




자국군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장성들은 만류했지만 로마 제국의 재건이라는 야망에 불타는 무솔리니는 이미 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 상태였어. 

강압에 못이긴 참모부는 허겁지겁 병력을 긁어모아 열흘 만에 30만을 동원했어. 당연히 완편 부대가 아니라 급조로 끌어온 엉망진창 부대였지만 일단 수적으로만 보면 대규모 병력이긴 해. 그렇게 독일한테 쥐어 터져 빈사 상태의 프랑스를 마저 뜯어먹기 위한 이탈리아군의 진격이 시작되는데...

당시 이탈리아와의 국경을 지키고 있던 알프스 지역의 남프랑스군은 후방 부대까지 다 합쳐도 약 18만 정도였어. 이탈리아가 절대적인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상황이었지. 아무리 당나라 군대인 이탈리아라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병력차라면 최소한 비등비등하게라도 싸우지 않았을까? 만약 이런 생각을 했다면 그건 존재 자체가 개그인 이탈리아군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거야.



이 장면은 독일의 프랑스 침공에 대해 다룬 다큐의 일부로 국내에서 이탈리아군을 조롱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자료 중 하나야. 진지한 다큐를 한순간에 예능으로 바꿔버리는 마지막 한 마디에 본 내용은 다 잊혀지고 1분이 채 안되는 이탈리아 파트만 희대의 밈으로 등극하게 됐지. 영상링크 

"무솔리니의 공격은 프랑스 산악 사단에 막힙니다"

...공격이 막혀? 이게 대체 뭔 소리요?
네, 언제 수도 파리에서 항복할 지 모르고 수적으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남프랑스군을 상대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한 채 입구컷 당했다는 소리 되시겠습니다.




이탈리아군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자국군의 절반밖에 안되는 남프랑스군의 강력한 저항에 가로 막혀 진격을 저지당했어. 제일 많이 진격한 부대도 고작 8km 정도 앞으로 나아간 게 전부야. 다시 말하지만 당시 이탈리아의 병력은 프랑스군의 2배에 가까운 30만 대군이었고 이는 이탈리아 전체 육군의 1/3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어. 당시 알프스를 방어하고 있었던 남프랑스군은 정예부대가 독일과 싸우기 위해 다 빠지고 남겨진, 사실상 예비대나 다름없었는데도 말이야.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할 때까지 둘의 공방전은 이어지지만 이후 교전 양상에 대해서는 별로 설명할 만한 내용이 없어. 이탈리아는 프랑스군의 수비와 험준한 산악지대에 막혀 진짜 정말 레알 아무것도 못했거든. 도시 점령은 커녕 알프스 돌파조차 못해 쩔쩔매고 있었지.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사상자는 400명 정도로 그친 반면 이탈리아는 무려 6000명 가량을 기록하게 돼. 




더욱 기막힌 부분은 이중 상당수가 전투로 인한 사망이나 부상이 아니라 동상자였다는 거야. 때는 6월이었지만 다들 알다시피 알프스는 만년설로 덮인데다 하필 그 시기에 날씨까지 최악이었거든. 전쟁 준비가 졸속이었으니 방한복이나 산악장비를 제대로 갖췄을 리가 있나. 야심 차게 전투에 동원됐던 무기와 차량들도 알프스 산악지대를 오르다 전부 퍼져버렸고.

이제 이탈리아는 점령은커녕 되려 자신들이 먼저 공격한 프랑스군에 밀려 이탈리아 북부를 역으로 털릴 위기까지 몰렸어.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를 살린 건 늘 그렇듯 독일이었어.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정부가 독일에게 강화조약을 맺으면서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거든. 

모든 공방전은 중단되고 프랑스군은 후방으로 병력을 철수했어. 당연한 소리지만 이건 이탈리아군이 자력으로 방어선을 돌파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명령을 받은 프랑스군이 알아서 병력을 철수했기 때문이야. 그렇게 친구 잘 둔 덕에 어부지리로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낸 이탈리아는 남프랑스 지역을 점령하게 됐고.




이렇게 죽다 살아났으면 자기 주제를 알고 찌그러져 있을 법도 하건만. 진짜 그랬다면 2차대전을 화려하게 수놓은 이탈리아의 졸전이 많은 이들에게 이토록 큰웃음을 선사하진 못했겠지. 

신 로마제국 건설을 꿈꾸던 무솔리니의 헛된 야망은 이후로도 여러차례 무지성 선전포고와 무계획 닥돌로 이어졌고, 이는 그대로 자기 숨통을 조이고 동맹인 히틀러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돼.


작품 등록일 : 2022-08-07

▶ [주간역덕 부록] 인류화합과 우주통합의 러시아 전승절

▶ [주간역덕 부록] 2차대전의 미남들

이거는 주기적으로 봐줘야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미오징어   
무솔리니 왜케멍청해??
어쩌면   
넘 재밌어요 선생님
라마리뷰   
무지성 <ㅋㅋㅜㅜ 넘 잼따요
초장   
으휴ㅠㅠㅠ
시진핑 사생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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