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한 여자는 많지만 레즈는 아니야 - 프롤로그

프롤로그

 

나는 삼십대 초반 탈반한 레즈다.

만약 내가 퀴어사이트에서 저 '탈반'이라는 단어를 썼다면 가루가 되게 까였을 것이다.

왜일까. 그들은 확고한 걸 좋아해서 그런 듯?

 

그들은 정체성 규정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다.

그러면서도 흔히 사람들이 레즈비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창피하게 여긴다.

바이는 언제든 남자와 관계를 가질 수 있기에 배척하고

성소수자의 위치에 있지만 이상하게도 티나는 스타일 '티부(티나는 부치)'를 피하고 싶어한다.

일반스타일이라 부르는 긴 머리의 화장하는 여자가 가장 인기 많다.

(이건 레즈사이트를 오래 눈팅하며 내가 익힌 그들의 관습인데 나의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100프로 맞는 건 아님.)

 

나는 열 여섯살부터 여자를 만났고

이십대 초반에 레즈 사이트에 가입해 레즈들의 성지 홍대를 돌아다니며 본격적인 레즈활동을 했다.

약 십년을 레즈로 산 것이다.

 

나는 꽤 잘 팔렸다.

온라인이나 어플을 통해 1대1 만남을 하면 대부분 나에게 호감을 보였고

클럽이나 번개에가도 플러팅의 기회가 항상 생겼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겉 껍데기만 멀쩡하지 사회성이 나쁘다. 그냥 나쁜게 아니고 최악이다.

삼십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일반회사를 꾸준히 다닌 기한은 2년이 안된다.

나는 사원이니 기어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윗 직급 상사와 항상 싸웠다. 트러블 메이커였음.

또 경미한 Adhd가 있어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암묵적인 규칙을 쉽게 어기고

충동적이고 책임감 없다.

 

하지만 레즈 세계에선 그럭저럭 잘 팔렸다.

 

왜일까.

성소수자는 짝을 만나기 힘들 것이란 편견이 있지만

그 세계 속에 깊숙히 들어가서 보면 전혀 아니다.

만남의 기회는 아주 쉽고 연애하기도 정말 쉽다.

 

아마 내가 연애를 쉽게, 많이 한 건 그래서겠지.

 

내가 마지막으로 섹스한 경험은 작년 이맘때였다.

그 이후로 여자와 한 번도 섹스하지 않았고 플러팅도 안했다.

연애를 안한지 일년이 됐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레즈 커뮤니티의 회전률이 지긋지긋했고

깊은 관계를 못맺는 스스로가 질렸기 때문이었다.

아마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 한, 계속 이렇게 살 예정이다.

 

최근 심심해서 엑셀로 내가 만난 여자들을 통계냈다.

나는 기억력이 비상식적으로 좋아, 학창시절 별명이 USB였다.

그 좋은 기억력으로 기억나는 여자들의 나이와 특성, 외모, 직업을 통계냈다.

내가 플러팅한 여자들. 굳이 사귀지 않았더라도 서로 호감있는 걸 공식적으로 주고받은 사이만 기록했고 그냥 스친 사람들은 기록하지 않았다.

 

십대의 기록은 제외했고

스물 한 살부터 서른살까지 9년치만 통계냈는데 약 30명이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아무리 기억력이 좋다지만 의도치않게 누락된 것도 있을 것이다.

 

저 서른 명 중 기억에 남는 여자들에 대해서만 써보겠다.

기준은 1) 얼마나 개빡치게 했는가

2) 얼마나 기억에 남았나

3) 얼마나 매력이 있었나 or 무매력인가, 로 정해서 쓰겠다. 

작품 등록일 : 2019-02-09

▶ 섹스한 여자는 많지만 레즈는 아니야 - 1

두근두근
li****   
탈반왜햇노 ㅠ 하기사 이유야 물어볼 필요도 없지만서도..
ta***   
와 레즈 아닌데도 술술 읽혀 잘쓴다 뒷부분 궁금
v_******   
에필로그는 연재끝난후에 쓰는것임. 연재전엔 프롤로그라해야댐.
꼬리가 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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