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나야 내 짜장 국수 먹고싶다
내가 국민학교 4학년때 
우리 막내가 유아원 다니던 4살때 
둘째가 막 입학했을때

긴긴 방학이 시작되면 제일 걱정되는 건 애들 종일 뭘 먹이지였는데
나야 곰팡이만 안피면 뭐든 먹어도 되었지만
동생들은 아직 많이 어렸다

다행이 막내는 유아원에서 대충 두끼는 먹고 오니 다행이었지만 주말이면 난처했다

어떻게든 배는 곯리지 않으려고 나름의 머리를 썼지만 어느날은 정말 고추장 된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날이 있었다

온종일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빈병을 주워서 라면이나 카레가루같은것으로 바꾸어서 든것 하나 없는 카레국을 끓이기도 했는데
골목에 나와있는 빈병을 다 팔아봐야 150원도 안되는 날도 많았다

그러면 나는 종종 도둑질을 했다
늘상 꾸벅꾸벅 졸고있는 아줌마가 지키고있던 구멍가게를 발소리를 죽이고 지나가며
빨래집게가 주렁주렁 달린 둥근 옷걸이에서 오뚜기 스프를 하나 슬쩍해서 옆동네까지 도망갔다가 다시 반댓길로 돌아오는 식으로 

한솥 가득 밍밍한 스프를 끓여서 막내도 먹을수 있고
입이 짧은 둘째도 밥한그릇 뚝딱 말아먹고
위계양증을 앓던 나도 속이 편안한 끼니가 되어주었다
기특하게도 몇끼나 더 먹을 수 있었다

도둑질을 한날은 배가 불러도 마음이 무거워 한참을 못자거나 악몽을 꾸곤했다
빨래방망이로 온 몸에 살갗이 다 터지도록 두들겨 맞다가 대가리가 깨지고 눈알이 터져서 눈앞이 컴컴해지는 꿈

그러니 자주 해먹을 짓은 아니었다

혹시나 떨어진 동전이 없을까 아이들이 모여노는 공터를 돌다 별 소득없이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집앞에 놓여있는 짜장면 그릇들을 보았다

냄비를 가지러 간사이에 그릇을 수거해갈까봐  급히 동생들을 데리고 나와서 짜장소스와 짬뽕국물을 나누어 담았다
몇 집 돌아 반쯤찬 냄비를 조심조심 들고 돌아왔다

침섞여도 발발 끓이면 괜찮다는 할머니말대로 집에 오자마자 불위에 얹고
밥을 찾으니 밥도 한줌 쌀은 반줌있었다

이래가지고 세명은 못먹겠는데 싶을때
찬장에 까놓은지 오래되 쿰쿰한 냄새가 나는 소면이 눈에 띄었다

소면을 잽싸게 끓여 짜장 한국자 떠 얹으니 고마 사람먹을 음식은 되더라
막내가 코에 뺨에 발라가며 먹는 모습을 보니
나는 이거 할배랑 살적에 새거도 먹어봤는데 막내는 이게 첫 짜장면일까 생각이 들었다

혹시모르니 비밀이라고 단단히 입단속을 시켰다

어느 밤에 자다말고 막내가 나를 불렀다
단칸방에 엄마아빠 다 있으니 살금살금 기어와 내 귀에다 대고 불렀다고 해야 맞지

- 눈나야 내 짜장국수 먹고싶다

보자 두밤자면 주말이니까 주말에 짜장면 그릇이 많이 나온다
- 그래 두밤자고 해줄게
- 두밤?
- 어 두밤만 자고

들뜬 궁둥이를 옴싹거리며 자리로 돌아가 턱밑까지 바짝 이불을 당겨 눕는 막내의 뺨이 한참을 봉긋했다




낮에 오랜만에 막내와 통화를 했다
점심 먹었냐 뭐 먹었냐 묻는데
짜장면을 먹었다고 했다

- 맛있더나
- 뭐 짱깨가 맛있어봐야 거서 거지

짜장국수가 그렇게 먹고싶다고 하더니 

우리막내 다컸네
작품 등록일 : 2021-12-12

▶ 반갑다, 오뚜기 케챱. 잘가,오뚜기

▶ 잘린 칼끝

막내야 우리 막냉이 다컷네
ㅤ여름밤ㅤ   
아이 뺨이 봉긋 해져서 신나있는걸 보는게 참 문학이네
산들바람녀   
다 컸어ㅜㅜ
산토리니   
아 ㅠㅠ 또 운다 나 ㅎㅎ ㅜㅜ 헹텐언니 ㅜㅜ
joo   
사람가슴을 애리만드노
  
언닌 진짜 어쩜 그렇냐…. 참…
반지의 제왕절개   
볼때마다 마음이터질것가터 ㅠㅠ
키위**   
하트
me****   
다컸네 다컸어ㅜㅜ
hj**   
하...짜장국수가 짜장면이 됐네
니나 브슈만   
이 글 가슴이 너무 아퍼
Nectar   
ㅅㅂ 이거 또읽으니까 또눈물남 흐엉ㅠㅠ
ro****   
언니 몇살이야?
le*******   
들뜬 궁둥이를 옴싹거리며 자리로 돌아가 턱밑까지 바짝 이불을 당겨 눕는 막내의 뺨이 한참을 봉긋했다 <-------- 이런 문장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 한국어가 이토록 아름다운 언어였던가.
joo   
아 ㅠㅠㅠㅠㅠㅠ 운다 ㅠㅠㅠ 눈물난다 또 ㅠㅠㅠㅠㅠㅠㅠㅠ 아....
joo   
언니글은 참 장면이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펼처진다니까ㅠㅠㅠㅠ 그리고 언제나 찌르르 포인트가 있고마ㅠㅠㅠ
에어시셰   
ㅠㅠㅜㅜㅜㅜㅜㅡㅜㅜㅜㅜㅜㅜㅜㅡㅜㅠㅜㅡㅜㅜㅜㅜㅡㅠㅜㅜㅡㅜㅜㅡㅜㅜㅜㅠ막내동생한테 올만에 밥사줘야겠다
체리립   
ㅠㅠㅠㅠ
키위**   
ㅠㅠ 언니글은 넘 좋다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박힌다
로빈훗ㅌ   
ㅠㅠㅠ
roadcf   
으앙....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맥쥬소쥬   
ㅠㅠㅠㅠㅠㅠ
Mountain Dew   
ㅠㅠ
th******   
ㅠㅠ
  
ㅠㅠㅠㅠ
두랄루민   
아오 미치겠네ㅠㅠ
Nectar   
ㅠㅠㅠ
Deep   
언니 사랑해
살치살 꽃살   
ㅠㅠ
도라지   
ㅠㅠ
다컸네
진미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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