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칼끝은 원래 뾰족하다는 것을 나이 마흔이 가까워져서야 알았다
알았다기보다는 원래 모양이 그대로인 칼을 처음 봤다고 하는게 맞겠다
가게를 하면서 집사람이 요리하던시절 쓰던 사시미를 처음 봤을때 그 칼을 내가 잡았을때
그저 토마토 꼭지를 쉽게 도려낼수 있어서 편하다고 생각했다
몇십년을 혼자 살면서 처음 엄마가 헹주에 돌돌싸준 집에서 쓰던 칼을 내내 써왔는데 한번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못했다
끝이 잘려나간 식칼
어느 밤에 문득 생각이났다
엄마따라 철공소에 갔던날
엄마가 칼 끝을 잘라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술을 먹거나 안먹거나
화가나면 칼부터 들고 설치던 아빠
동생들을 양팔로 가리고 상황을 지켜보던 나
엄마는 아빠를 막아서고 소리쳤다
동생들 데리고 성당으로 가라고
근데 우리가 나가면 엄마가 정말 큰일날것 같아서 한발짝도 움직일수가 없었다
싱크대에 툭 떨어져 피를 질질 흘리던 생선대가리가 생각나서
엄마는 아빠한테 달겨들어서 칼을 떨어뜨리고 재빨리 발로 차서 냉장고 밑으로 밀어넣었다
상황이 끝나면 아빠는 이마에 팔을 올리고 잠이 들고
엄마는 길다란 모기채로 냉장고 밑을 휘휘저어서 칼을 꺼냈다
한번은 동생들이 없는 집에서
엄마 아빠 나 셋이 있다가 다 늦은밤 아빠가 또 칼을 꺼냈다
별거아니었다
국인지 찌개인지가 짜다고 아빠가 화를 냈고
엄마가 노려봤다
밥상이 뒤짚히고 나는 그걸 뒤집어썼고
뚝 떨어진 뚝배기가 허벅지 살을 눌어붙였다
아빠는 칼을 꺼냈고 엄마 목에 겨누는 걸 봤다
나는 얼른 일어나 아빠 배에대 대가리를 들이박았다
칼이 툭 떨어져 내 발등으로 떨어졌다
칼끝이 예리했다면 관통했겠지만 뭉툭한것은 발등을 찍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엄마의 비명소리에 아랫층 부부가 뛰어올라와 문을 쾅쾅 두드렸다
아저씨가 아빠를 데리고 술마시러갔고
아줌마는 우는 엄마를 한참이나 달랬다
한 두시간이 흘러서 엄마는 익어버린 내 머리통과 허벅지에 약을 바를 정신이 들었다
한 며칠 머리껍데기가 벗겨지고 허벅지에 진물이 났다
발등은 시퍼런 색에서 노란색으로 점차 멍이 빠져갔다
칼 주제에 피는 내지 못했다
칼날이 스친 엄마 목에 며칠 피딱지가 새끼손가락 만큼 앉아있었다
지난 명절에 엄마집에 갔을때 문어를 써는 엄마를 봤다
칼끝이 바짝 예리했다
아빠는 한 몇년 전부터는 아마도 칼을 들고 엄마를 위협하지 않았겠지
엄마는 안심하는 마음으로 새 칼을 샀을 것이다
칼끝을 자르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은 집근처 철공소가 곱창집으로 바뀌어서는 아닐거다
살아있는 칼끝을 보던 엄마는 가끔 그날을 생각했을까
날카로운 칼 끝이 안전하다고 느끼며 엄마집을 나서던 날에 나는 웃었는지 울었는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