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이야기



소림사를 탈출한지 여흐레 만이었다.


정을 만난것은 냇가였다.
걷은 치마사이로 
튼실한 허벅지를 들어내며 힘줄솟은 이두박근으로
회갈색 빨래를 돌 틈 사이로 내려치던 그 모습을 넉놓고 바라봤다



"뭐냐 땡중새끼"
물보라 속에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을 걸던
그 발그레한 볼
쭉 찢어진눈

"나..  나는! 그 그냥 민머리올시다!"
혀끝까지 더듬으며
멍청한 말을 했다 
승복입고 그딴말을 왜 한거냐 이 똥멍청이!

"뭐래? 땡중새끼 ㅎㅎ 도망쳤냐? 
밥은 먹은거냐"?

환히 웃으며  말을 거는 그녀에게 인생을 저당잡힌 순간이었다.
사랑이었다
18해의





빨랫터 제일 가는 왈패였던 정은 
절로 보낸 어린 남동생이 있었고 
늙은 할매와 남은 동생들을 먹여살리고 있었다.




'우리 고모 닮았네'

"너.. 너는 우리 고모를 닮았고! 그런 너를 나는 책임지고싶다!"

'아... 아이씨 이게 아닌데 ㅠㅠ'

어이없이 바라보던 정은 대장부처럼 웃더니
내가 모자라서 좋다 하였다.





소림시절 지겹게 해데던 그 도끼질로 장작패는 일을 하며 
닷냥 벌어오면 2냥은  식구들 먹을 쌀 사들고
50전은 꼭 우리 정이 좋아하는 떡을 몰래 사갔다.



내가 스무해 되고 정이가 열여덟 먹던 그해에 
우리는 아이가 생겼다.
너무 무서웠고 소중했다.
그래서 더욱 도끼질을 열심히 했다.
무공 배운거 어따쓴다냐 이런데 써야지 
남들의 10배는 너끈히 해냈다.


정의 손은 겨울이면 많이 부르튼다 그래서
저잣거리에 들러 동백기름을 사는 중이었다.

웅성웅성 여간 소란스럽다.유별나게도.
전쟁이 났단다.

저 윗쪽 산간지방이라여?
아이구야 지척아닌가! 

불길한 기운들은 귀로 들렸을땐
이미 늦었다고들 한다.



한적한 마을은 쉬이 분풀이의 대상이 되어
순식간에 마을은 화마에 휩쌓였다.

나무꾼들이 연기를 보고 급히 내려와
울부짖으며 식솔들을 찾는다

무너진 초가집 사이로 
아이를 감싸앉은채 화마에 둘러쌓인 정이 보인다




정신없이 들쳐메고 산으로 산으로 오른다
다른 나무꾼들 말이 멀리서 흙먼지가 보였다 했다
이 짐승 같은 놈들이 한번더 와서 무슨 해꼬지를 할지 알수 없는 상황 이었다.

나무꾼들의  숨은 쉼터인 동굴속으로
애써 화를 피한 마을 사람들이 모여든다

남은장정들은 잃은 식구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곳을 은폐하고
비상 식량과 식수를 얻으려 고군분투한다.



소림에서 눈동냥으로 배운 기문지식으로 이곳을 최대한 숨겼다.



돌아와보니 정은 우두커니 앉아있었고
아이는 울지 않았다.

"내가죽였소"

"그게 무슨 말이야.... 정아"

힘없이  늘어진 아기의 사지와 목의 빨간 손자국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왜! 도대처 왜!"

"동생들은 서까래에 깔려죽었고 노모는 숨이 붙었길래 내가 죽였어"

담담히 말하는 정이  무섭게 낯설었다.

"내 업보들이고 내 의무야."

사지가 떨리고 어찌할바를 몰라
그 공간을 나와야했다. 
잡은 짐승들만 동굴문에 두고 그안은 들어가지 않았다.
나무위에서 잠을 청했다.






여흐레 만에 동굴 안을 들어섰다

사람들은 정이 절벽으로 갔다 했다
화마에 두다리를 다친 정이 거기까지 기어갔다고?

"정아! 거기서 뭐 하는거야!  응? "

절벽 끝에 앉아 있던 정은 나를돌아며  웃더니 

"나는..   니 입술이 도톰하니 그리 이쁘더라! 땡중아" 

"정아! 위험해 내가 갈께 그대로 있어

정은 우는듯 웃더니 순식간에 몸을 던졌다.






이해할수 없는 선택이었고 
이해할수 없는 상황 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다시  마을로 내려갔다.
무너진 마을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생업으로 돌아가는 시간동안

동굴안에 속절 없이 누워만 있었다
어두운 동굴속보다도 그 마음속이 죽은 생선의 눈동자 같이 검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입술을 적시어 겨우 숨만 부지하였다.





누군가가 부른다
"혜인아. 돌아가자꾸나"
누군가가 들쳐멘다.







소림은 소림을 벗어난 자에게 3년의 시간을 준다.
그리고 3년뒤 찾아가 속세를 선택한자에겐 
소림의 무공을 거둬들이고 사문에서 지운다.
세상에 해를 끼친자는 목숨을 지운다.
다시 돌아온자에겐 고된 사역의 시간이 기다린다.







"육신이 멀쩡해야만  명을 부지할 수있는 천민들에겐 
생을 저버릴 선택이 가장 큰 권리인 것이야. "

"아니 저 아이키 만한  자식이  살림도 차리고 애도 있었다고?
내참 "

"그러게 왜 튀어나가서 저 속세의 진흙탕에 몸을 섞느냐
모든것이 번뇌이고 고통인것을 쯧쯧"






사숙들이 지저귄다 
뭐라 지껄이건 혜인은 할일만을 묵묵히 하며 아무런 말이 없다.
해야할 일이 주어지면 한다 잔다 먹는다
그것 외엔 할수 있는 것이 없었다.
벙어리였고 귀머거리였고 백치였다.

 해우소의 똥들을 치우고 발우를 끝낸 설거지들을 치우러
가는 길이 었다.





여섯명의 동자승들이  구슬 치기를 하겠다고 염주를 뜯다 마주친다.
한 아이가 다가와 혜인의 정강이를 냅다친다.

"다른 땡중들 한테 이르면 죽을 줄 알아! 이 절놈아!"

아직은 머리가 더부룩한 혜인이 이곳의 스님인줄도 모르고
대뜸 성을내며 겁을 준다.
우습기도 하고 맞은곳이 아프기도 하다






쭉 찢어진 눈에 짧지만 옹골친 팔다리가 참으로 정을 닮았다.
아픈 정강이를 움켜지며 아이에게 다가간다.
"이름이 무어야?"

"뭐래? 이 거지 자식이 윤정이다!"

"그렇구나.. 그래  "
우는듯 웃는다






"이 고아놈들이 큰맘먹고 받아줬더니 염주를 뜯어?! "

"으악! 까마귀닮은못된 스님놈이다 도망가!"

이제 막 동자승이 된 아이들이 천지분간 못하고 
술래잡기인냥 이곳 저곳으로 웃으며 도망간다.

혜인은 윤정이의 볼을 잡아 놓치않는다.

빨갛고  동그란 볼따구가 손 한가득 잡힌다.






자신의 아이가 생각나고 정이 생각난다
그들이 세상에 없음이 생각나고 
이 아이는 여기에 있다.

"그 염주는 화각스님이 애지중지하는 서역 구만리서 구해온 것이다 
넌 이제 큰~일 났다~"
놀려본다

손에쥔 얼굴이 터질듯 빨개지며 어쩔줄 몰라한다.

"어이 혜인 스님 그놈 꽉 붙잡으시오!"



혜인은 그 까마귀닮은 화각스님을 돌아보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아이의 손을 잡고 달아닌다.

"싫습니다!"






작품 등록일 : 2021-10-02

▶ 남궁세가이야기

글존나잼있음ㅜㅜ개잘써
밍밍   
ㅠㅠ
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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