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얼레벌레 취업 성공기

이거슨 자의식 덩어리인 내가
살면서 자의식 버렸던 몇 안 된 타이밍이
운 좋게 맞아떨어져서 얼레벌레 대기업 합격한 썰

대학교 4학년

그동안 생각했던 진로를 바꿔 취직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미 공채 시즌이 시작했을 때였음
그 중 현차가 제일 멋있어서ㅎ 가고싶었음

학점도 구리고 경영경제 복전도 안 한 쌩문과 여자인데
무식한게 용감하다고 그냥 붙을거란 근자감이 있었음ㅋㅋㅋㅋㅋ

취업스터디 구하기 귀찮고 조별활동 극혐이라
다른 회사들의 면접으로 실전 경험을 높여 현차에 도전하리라 결심했음

인화사상처럼 인간미 넘치고 따뜻해보이는 여러 회사 채용 공고들 사이에
매국노 냉혈한 이미지의 회사 채용 공고가 곧 마감이라 보였음

계열사들 중 일단 들어본 곳으로
현차용 자소설을 대충 수정해서 냈음
존경하는 인물같은 쓸데없는 질문도 있길래
어휴 ㅉㅉ하면서 일단 생각나는거 써서 지원함

매국노 회사의 인적성을 통과하고 대망의 면접날
첫 공채 면접이라...어차피 여긴 연습용이고 난 당연히 떨어질거란 믿음이 있었음
현차 갈거니까ㅎㅎ

토론면접, PT면접, 임원면접 3종을 모두 같은 날에 봄

토론 면접 땐 ㅎㅎ 님 말도 맞고 내 말도 맞고ㅎㅎ 스탠스로 참여함
아득바득 내 편이 맞다고 우길 필요가 없었음. 왜냐? 난 현차 갈거니까ㅎㅎ

유한 이미지를 풍기며 영어 속담으로 유식한척도 한번 해주고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음
한 면접 때 같이 토론하는 지원자가 8명인가.. 암튼 엄청 많았음
내가 여기서 뭔 말을 해도 면접관 기억에 안 남을걸 알고 있었기에
마지막으로 할말 해보라고 해서 나는 오늘 생일이니까 생일선물로 합격시켜달라고 함

지원한 가능한 직무가 영업/마케팅 밖에 없어서 일단 지원했는데
PT면접이 회사에서 뭘 팔건데 어떻게 마케팅할거였냐.. 였던거 같음
난 마케팅 수업 들어본적도 없고 어차피 연습면접이니까ㅎㅎ
준비 시간동안 남들 A4 빽빽하게 써내려갈 때
난 그냥 그림 그리면서 아 이렇게 하면 되려나... 소설을 머리속으로 쓰고 있었음

PT면접 들어갔는데 마케팅도 이 회사도 모르는 나는
이미 이 회사가 팔고 있는 것들도 님들 이런건 안 하자나여?ㅎㅎ 하면서
개소리를 왈왈 씨부렸는데
중간에 한 면접관이 "그런데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요..?" 라고 답변 수정을 유도하길래
남들은 함정 테스트라고 여길 수 있었겠지만
난 어차피 현차 갈거니까ㅎㅎ 아득바득 우길 필요가 없었음2
"아 제가 잘못 생각했던것 같아요~~ 듣고 보니 그게 맞는거 같아요ㅎㅎㅎ" 하고 즉석에서 답변 방향을 수정함
면접 끝날 때 즈음 면접관 3명이 나를 앉혀두고 서로 눈치게임하길래
내가 나서서 먼저 "혹시 저한테 더 질문하실거 없냐?"고 묻고는
나 오늘 생일이니까 합격 시켜달라고 말하고 나감

마지막 임원 면접 때는 거의 저녁 때였던것 같다
피곤해보이는 아저씨들은 관심이 없어보였고
나를 앉혀두고 노트북으로 내가 제출한 자소설을 그 자리에서 읽으며 의무적으로 질문함
그 중 한 아저씨가 왜 존경하는 인물에 오드리헵번을 썼냐고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보통은 창업주 이름을 적었을텐데ㅋㅋㅋㅋㅋㅋㅋ
당시에 난 진심으로 그녀가 멋지다고 생각해서 적어 낸거였고
일도 성공했는데 노년에는 봉사로 이타적인 삶을 살다 간 점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임원 아저씨는 그럼 ㅇㅇㅇ님은 본인이 오드리헵번과 닮은것 같냐고 물어보길래
웃으며 마음만 좀 닮은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기서도 마지막에 마무리로 나한테 더 궁금한거 있냐고 선빵 날리고 생일드립 치고 나옴

그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된 면접이 다 끝나고
회사에서 마련해준 퇴근 셔틀을 기다리면서 강당 같은 곳에 앉아있는데
오 마침 현차에서 서류전형 결과 메일이 와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하의 역량은 우수하나 불합격이라고 통보 받았고
아씨 오늘 면접 좀 더 열심히 볼껄 약간 후회하면서 퇴근셔틀을 탔다

며칠 후 연습게임으로 삼았던 회사에서 합격했다고 연락을 받았고
여기저기 더 보기 귀찮았던 나는 덜컥 그들이 건네준 합격의 목걸이를 겟-또 하여
어느새 이 회사에서 면접관 연차가 되었다

ㅎㅎ 이제 와서 보니
실제로 면접 들어가는 실무들 임원들 모두 바쁜 일정 속 쪼개서 들어가는거라
지들도 면접자들의 뭘 보고 평가해야하는지 솔직히 잘 모른다

전문가를 뽑고싶으면 박사나 경력직을 채용하는거고
학사는 일 시키면 군말 않고 잘 할거 같은, 부서에서 같이 일해도 위화감 없을지 정도의
이미지만 전달하면 되는것 같다

당신을 원하는 곳은 분명 어딘가에 있을테니
너무 애써 그들이 원하는 답이 이거겠지? 꾸며내지 말고
적당한 자신감과 적당한 진솔함으로 면접에 들어오면 좋을것 같다

나의 얼레벌레 취업 성공기 끝

작품 등록일 : 2023-01-05
ㄱㅇㅇ
연애도그러치않으까
연습용 마인드
ro******   
나듀 … 연습용으로 지원한 곳에 붙어서 지금 다니는 중 … 경쟁률 250:1 이었는데 ..
브로비비   
ㄱㅇㅇ
ke**********   
멋지다!
Nectar   
좋아요
행복핑   
성공기 잘 읽었어
포인트 가 딱딱 있어서 맘에 새기고 감
ch*****   


나도 백퍼 동감
아침 잠이 많은 K   
ㅋㅋㅋㅋㅋㅋㅋㅋ생일 드립 진짜 귀엽네 글도 재밌게 쓰고 일머리 좋을듯 센스 능력 다 갖췄는데 뽑힐 만ㅎㅎ
jm**   
개웃기네ㅋㅋ
나도 똑같은 경험 있음ㅋㅋㅋㅋ
딸기   
굿굿!
띠로리   
매국노 냉혈한 이미지의 회사라~~ ㄹㄷ인가부다
글도 재밌고 그때의 심리가 유쾌하네
crushon   
우와 귀여워
co******   
오 좋은데
h****   
현차 서류 불합격이란 게 뭔 말이야? 현차 갔단 거 아니야?
lo******   
재밌다
i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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