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노래를 배우는 방법은 세상에 딱 두 가지뿐이다.
1) 내 노래를 귀로 들으면서 소리를 조절하거나,
2) 내 노래를 목으로 느끼면서 소리를 조절하거나.
한국에서 2000년대 후반 이후 최고의 성공을 거둔 여성 보컬리스트를 꼽으라면 태연과 아이유, 이 두 사람이 양대산맥 쌍두마차를 이룬다.
단 1달 반을 사이에 두고 같은 해, 2008년에 데뷔한 두 사람은 가창력과 창법, 파급력, 커리어 등 여러 면에서 서로 비교되어 왔다.
두 사람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쟁쟁한 경쟁자들과 함께 겨뤘다.
카라, 미쓰에이, 원더걸스, 애프터스쿨, 2NE1, 티아라, 포미닛, 씨스타, 브라운아이드걸스 등 각양각색 서로 다른 음악적 색깔과 매력을 뽐내던 수많은 여자 아이돌 그룹부터,
윤하, 이효리, 볼빨간사춘기, 에일리, 헤이즈, 현아, 이하이, 청하, 백아연, 벤 등 선배 후배 가릴 것 없이 많은 여성 솔로 가수가 이들의 위치를 가지고 싶어서 안달을 냈고 수많은 명곡들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중 그 누구도, 심지어 디즈니의 메가 히트 영화 "겨울왕국"의 메가 히트 ost "렛잇고" 한국어 팝 버전을 부를 가수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별된 씨스타의 효린이나 라이브를 듣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한국 음악사의 매우 특이한 성공작 여성 듀오 다비치 등 가창력만 놓고 보면 제법 겨루어봄직 하다고 생각되는 경쟁자들도 이들의 명성에 가까이조차 가지 못했다.
사실, 연예인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캐릭터이지 가창력이나 연기력이 아니다. 나는 저 사람이 좋다, 저 사람이 TV에 라디오에 광고에 자꾸자꾸 나왔으면 좋겠다 자꾸 보고 싶다, 저 사람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저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드느냐 들지 않느냐의 문제이지 일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태연과 아이유의 성공 비결은 그들 본인보다는 그들의 프로듀서에게(아니면 이드페이퍼 소장처럼 문화 예술 관찰기를 쓰는 창작자에게) 물어야 한다. 그들의 매력은 각자 본인의 진실된 특징에서 우러난 것이지만 명백히 전문가에 의해 조절되고 꾸며지고 육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매력은 그들 스스로가 아니라 그들의 프로듀서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아무리 매력이 뛰어나고 용모가 수려하고 군중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어도,
대중의 '귀'를 사로잡지 못한다면 가수로서 롱런은 불가능하다는 것.
인플루언서 앰배서더 배우 탈렌트 예능인은 할 수 있어도 가수로서는 안 된다는 것.
태연과 아이유는 둘 모두 훌륭한 가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력과 프로듀싱이 더해졌을 때 "가수로서의 커리어"가 탄탄대로가 된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들은 저 두 가지 노래의 법칙을 각자 하나씩 잡아서 확실하게 붙들고 노래를 부른다.
태연은 자기 목에 집중하면서 노래하는 가수이고, 아이유는 자기 귀에 집중하면서 노래하는 가수이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노래는 비슷한 음역대 비슷한 창법의 노래라 할지라도 그 노래를 제대로 소화하면서 부를 수 있는 사람에게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
아이유가 썼다는 소개글을 한 번 확인해 보자. 모든 곡을 그녀가 직접 작사 작곡한, 2021년에 발매된 앨범 '조각집'의 첫 곡 소개글이다.
(...)
반면 태연이 곡을 소개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2023년 11월에 발매된, 상당히 다른 장르의 싱잉 랩에 가까운 곡을 내면서 SM타운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팬들을 위해 공개된 특별 인터뷰다.
...
이 때,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다.
당신이 노래를 즐기면서 부르고 싶다면, 노래하는 재미를 깨우치고 싶다면, 인생에 음악의 숨결을 불어넣고 싶다면, 혼자 설거지를 하다가 노래를 하면서도 어느새 몰입해서 두 눈이 살짝 감기고 손에 든 접시가 씻기는지 박살이 나는지 까먹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당신은 태연처럼 노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기 목에 집중하면서 노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반면, 당신이 어디 가서 "그 친구 참 노래 잘한다"라는 평을 받고 싶다면, 회식자리 술자리 이곳저곳 뒷풀이의 요정 분위기 메이커가 되고 싶다면, 관심 가는 남자가 있을 때 겹 지인을 몇 명 모은 뒤 그 남자도 자연스레 끼워서 일단 한 번 노래방에만 데려가면 그 남자와 사적인 관계가 시작되는 마성의 퍼포먼스를 할 줄 알게 되고 싶다면,
당신은 아이유처럼 노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기 귀에 집중하면서 노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계속)
와우.. 진짜 만 원해도 될 글
사업한답시고 맨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는데 그것도 즐겁게 하고 있나? 면 글쎄올시다..뭔가 만들어내는 분야라면 다 통하는 이야기같아 나도 ar언니처럼 캐스커 융진이랑 우효 좋아하는데 그들도 궁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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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여긴 뭘까 이런 명문이 계속해서 나오는게 너무 신기할 지경
개인 사업하려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됐어 잘봤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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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 | ||
내가 즐거워서 노래하는 태연유형인데
취미로 선생님한테 레슨받으면서 노래 배우고 있거든 제일 많이 피드백 들었던 부분이 내 소리를 귀로 들으라고 발음이랑 소리랑 다 들어야 된다고 귀로 들은 소리로 체크하라고 하더라고 하면서도 왜그래야 하나 했었는데 뭔가 이 글 읽고 좀 이해가 가는 거 같다 그리고 웬디 파트 노래방 부분 읽고 미친듯이 공감했엌ㅌ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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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창작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 아니냐 .. 쓰니 통찰력 뭐냐 진짜 ㅋㅋㅋㅋㅋ 감탄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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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루 | ||
재밌음! 유형별로 노래방에서 부를만한 노래 추천글도 쌰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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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 잘 읽었음.. 박치 음치라고 생각해서 노래는 흥얼거리기만 했는데 노래불러보고싶다. 위에 나온 가수들 노래들으며 느꼈던 모호한 생각이 이렇게 정리 되다니 너무 재밌다.김윤아 읽다보니 이소라 궁금해지고 나는.. 한국가수 중에는 캐스카 융진 우효 악뮤 수현이가 좋았던 기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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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 ||
마 도랏나 근래 익ㄱ은글중에 제이루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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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업 너무 재밌어 진짜 돈이 안 아까운 글
언니 근데 혹시 바이브레이션 하는 방법이나 기술같은거 있을까요? 살면서 딱 한번 성공해보고 그 후로는 유튜브 같은거 보고 따라해봐도 어렵더라구요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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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 | ||
재밌게 잘읽었어요! 빌리아일리쉬나 테일러스위프트같은 외국 가수들도 같은 방식으로 분류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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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 ||
박지윤은 진심충 아티스트같긴한데 아이유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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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yu | ||
내가 평소에 아이유 태연에게서 느끼던 모호한 느낌을 정확한 단어로 표현해줘서 깜짝 놀랐음.. 김윤아 노래는 잘 안들어가지고 몰랐는데 듣다가 껐다
이건 진짜 알찬 글이네요 재밌게 읽었어요 누가 로제에게 보여줘야 함 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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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궁금해졌는데 노래 부르는 유형에 하이브리드 유형도 있나요?
그리고 이게 적절한 질문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알토거든요 근데 부르고 싶은 노래들이 죄다 높더라고요(그나마 부를 수 있는게 한예슬의 그댄 달라요랑 양파 령혼임다)높은 음을 수월하게 부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오 업뎃 감사합니다 읽으면서 왠지 월간이드 37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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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소개글보다 본 글이 더 매력있고 알찬 좋은 사례
두 가수의 매력과, 노래 잘부르는 비결까지 설명해준다. 넘 재밌게 읽었다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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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다른 샘플도 궁금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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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yu | ||
재밌다 ㅋㅋㅋㅋ 최유리 이하이 로제 백예린 안지영 이런 쿠세 있는 보컬들도 분석해줘!! 샘플 추가하면 더 재밌을것같아 담편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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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 ||
오 아이유 태연 차이 이해했음ㅋㅋㅋㅋㅋ
아이유한테 별로 관심없어서 얘 캐릭터도 잘 몰랐는데 태연하고 둘이 인사말 조차도 차이가 있는거 신기함ㅋㅋ + 웬디는 태연하고 비슷한 과 맞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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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적골 삼순이 | ||
건강한 털이 되보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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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 | ||
분석글 요청했던 사람 중 하난데요
이런 묵직하고 엄청난 글을 쓰실 줄이야 관점도 너무 신선하다 노래알못이지만 재밌게 읽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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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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