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소원글

카페 흡연실에 앉아있으니 어지럽습니다. 다들 어떻게 여기서 몇 시간이고 앉아있는거지

 

지난번에 문학관에 로또 당첨되라고 글썼더니, 사지도 않았지만 로또는 안되고, 뭐 슈퍼서 뭐 추첨 돌렸더니 보리차 한박스를 받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글 하나 더 쎄워봄니다

 

나는 어릴적부터 사람을 대하는게 무서웠습니다. 백화점 안내소 언니들이 무섭고, 병원 접수 언니가 무섭고, 문방구 주인 아저씨가 무섭고, 전화 벨소리가 무서웠습니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편했어요.

 

내가 본 첫 번 째 죽음은, 초등학생 때 아파트에서 떨어진 할머니였습니다. 13층 정도였는데,

사람들이 몰려있고 웅성웅성 하길래 위를 보니, 사람이 하나 매달려있었어요. 그리고 깜빡 눈을 감았다 뜨니 하늘을 날고 있더군요. 뭐라 표현해야 좋을까요. 매미가 성체가 되는 걸 보신 적 있으십니까

 

다리가 나온 유충이가 느릿느릿하게 나무 위를 걸어 올라갑니다. 그리고 

지쳤어. 이정도면 되겠지  하고

올라가길 그만두고, 허물을 벗고 나옵니다.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상태로. 그 때 그 모습이 귀여웠느냐 징그러웠느냐에 따라 훗날 매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 같은데

 

전 매미소리가 좋습니다. 청춘드라마 영화 같은데 보면 남주랑 여주랑 놀러가서 손도 못잡고 더워서 벌개진건지 부끄러워서 벌개진건지 데레데레 하잖아요. 브금으로 매미소리가 깔리고

그리고 예쁜 지브리 영화나 그런거 봐도 매미소리 되게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매미 소리를 들으며 누워있으면

내가 지금 누워있는 곳이 땅콩집 삼층이 아니라, 그 영화 안 저 애니 안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습니다.

 

두 번째 죽음은 5층에서 떨어진 여자였는데

얼굴은 새하얗게 질리고 목은 찢어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이었고, 내일은 개학날이었고 길엔 아무도 없고 아지랑이와 매미소리만이 전부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으어어 하는 소리를 내었는데, 저도 더위를 먹은 터라,

구급차는 부를 생각도 못하고 여자의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매미 소리 들리쥬?

 

 

지금도 산 사람과 마주하는게 무서워요. 얼마나 싫어하느냐 하면은 로또 사러 창구에 가기조차 무서워요. 이것만 참으면 100억이라구, 그렇게 생각하면 못 할 것도 없지만

 

대체 지금 앉아있는 카페에서 주문은 어떻게 했나 모르겠네요. 아무튼 레포트 다 쓰고 오늘은 꼭

집 가는 길에 로또를 살 겁니다.

 

 

오늘은 산 로또 당첨을 기원하며

좋은꿈꿔요

 

작품 등록일 : 2020-08-11
마음에 애정이 가득한 사람같다
꿀마적   
좋은 글은 읽으면서 눈앞에 묘사가 그대로 그러지는데 이 글이 딱 그렇네
부럽다 글 잘쓰는거
ka****   
말투때문인가 다자이 오사무 같다
우리는챔피언   
언니 정말 손잡아줬어? 많이 무서웠을텐데 대단하다..
ve***   
큐큐큐   
어쩌다 저런 흔치않은 경험을 두번이나ㅠㅠ
시트러스   
글 참 편하게 잘쓰네.
좋아합니다 잘 읽었어요
su**   
ㅋㅋ
그녀에 관한 모든 것   
훌륭한 문학.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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