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우나 БАНЯ(바냐) 체험기

 

이전 글 내팽겨뒀다가 갑자기 끌올 됐길래.. 반 년 만에 이어쓰는 번외- 러시아식 사우나 баня(바냐)체험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디테일이 틀릴 수 있음. 

 

 

 

(북극해 보러 떠난 무르만스크 여행- 번외편임)

 

 

다시 문명의 품에 안긴 우리 일행은 생존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에 감격하며 바냐를 하기로 함. 오지에서 돌아오고 나니 관광이고 뭐고 그저 뜨거운 데에서 몸 지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바냐는 수증기를 이용한 러시아식 전통 사우나인데, 후끈후끈 땀 빼다가 차가운 물에 들어가서 식히기를 반복하는 뭐 그런거다. 요즘은 냉탕으로 대체하지만 블라디보스톡 같은 데 가면 별채로 된 사우나에 진짜 바닷물에서 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 있다고 들음. 

 

아무튼 공중 목욕탕 같은 개념도 있고, 럭셔리 사우나 느낌으로 개인탕에서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는데 무르만스크에 왔다면 무조건 후자를 하길.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프라이빗 가격이 엄청 뛰지만 여기선 매우 저렴하게 즐길 수 있음(물론 그만큼 덜 고급짐). 

 

 

 

 



우리가 예약한 곳은 гларус(그라루스) 라는 곳이고 클리닉에서 운영 중인 바냐였음. 구글맵으로 대충 검색해서 갔는데 몹시 만족했다. 내부는 무르만스크에서 본 건물들 중에 제일 깔끔하고 현대적이었던 걸로 기억.. 예약한 룸은 4인까지 가능했고 3시간에 4만원 정도였던 거 가틈. 

 

 

주소: 

Комсомольская ул., 15, Мурманск, Россия, 183038 

 

홈페이지: 

http://sauna.glarus51.ru/ 

 

 

클리닉도 하고 숙박도 하고 바냐도 하는 그런 정체모를 곳이었는지라 건물이 여러 개였는데,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서 사우나 예약했다고 하니(예약필수☆☆☆) 경비아저씨가 데려다줬다.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사우나 있는 건물로 고고 






내가 찍은 것보다 낫길래 사진은 홈페이지에서 긁어옴. 룸에 들어가면 먼저 이렇게 신발과 옷을 벗어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드라이기도 구비되어 있고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왼쪽에 화장실 있음








그리고 안쪽에는 휴게실..? 뭐라 그러냐 

사우나하다가 쉬고 싶으면 나와서 차마시는 곳. 커피포트도 있고 티비도 볼 수 있고 뭣보다 까까를 먹을 수 있다. 카운터에도 과자 몇 개 팔긴 하는데 음식물 딱히 제재 안하는 것 같으니 먹고 싶은 주전부리 미리 챙겨가도 좋을 듯. 맥주를 안 사간 것이 한... 

 

 

 



왼쪽에 이렇게 사우나가 있음. 샤워부스랑 냉탕이 마련되어 있고 한 쪽엔 스팀실.

 

 

 




스팀실 내부. 전체가 나무로 되어 있고, 저렇게 계단식인 이유는 높이가 올라갈수록 온도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 난 원래도 찜질방 잘 안다니는 좃밥이라 제일 밑바닥에서 허덕거렸다. 

 

온도 조절은 우리가 할 수 없지만 후끈후끈 뜨겁고 좋음. 땀 빼다가 찬물 들이붓고 땀 빼다가 찬물 들이붓고 변태 같은데 나중에는 쾌감 대박임

 

 

 

 

비행기 시간이 있어서 한 타임 밖에 못했는데, 맘 같아선 치맥 싸들고 가서 대여섯시간 팔자 좋게 노닥거리고 싶었음. 안에서 빽빽 노래를 부르든 친구를 냉탕에 던지든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다. 무르만스크 관광 가는 분들은 쓰잘데기없는 맥도날드 인증샷 찍지 말고 꼭!! 프라이빗 바냐를 즐겨보시길. 겨울날 눈밭에서 뒹굴다가 저렇게 노곤노곤 몸 풀면 그 곳이 천국~

 

 

 

 

무르만스크는 여기까지고 

그 뒤에 모스크바로 돌아와서 3월 쯤인가 또 바냐를 하러 갔음 쓰는 김에 이것도..ㅋㅋ 

 

 

 

 

갔던 곳 정보 <сандуны>

 

주소: 

Неглинная ул., 14, стр. 3, Москва, Россия, 107031

 

홈페이지: 

http://www.sanduny.ru/ 

 

 

 



사진은 얀덱스맵(러시아의 네이버지도)에서 긁어옴. 모스크바 중앙구에 있는 сандуны(산두느이)라는 곳이다. 200년 된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 사우나로, 빌딩 전체를 쓰고 있는 듯 했음. 프라이빗용, 남성용, 여성용, 레스토랑 등등의 출입구가 모두 다른 걸로 기억하는데 들어갈 때 건물을 뺑뺑 돌며 입구를 잘 살펴봐야 한다. 

 

 

 

내부는 








이렇다는데 

제일 메인 남탕만 저렇게 화려한 듯 내가 갔던 탕은 걍 무난했음 

 

홈페이지 보아하니 메인 남탕 종일권은 6만원 정도, 그 외 탕들은 2~만원. 프라이빗은 단순 방 대여만 두 시간에 10만원에서 18만원 정도까지 하는 듯. 여기다가 이것저것 옵션 추가되면 20~30만원쯤 한다고 보면 됨 (근데 이게 1인당 가격인지 방 전체 가격인지 모르겠음;;) 

 

사실 여기도 프라이빗으로 하고 싶었는데, 이 때 코로나가 러시아를 막 덮치기 시작했던 무렵이라 하나 둘씩 영업을 멈췄었다. 락다운 전 주었나 그래서 아예 예약을 안 받고 있었음.  










프라이빗은 방마다 테마가 다른데 대충 이런가 봅니다 

 

 

 

 

 

소개는 이쯤하고

 



입성

 

처음 들어가면 안내데스크? 같은게 있음 거기다가 어버버하고 있으면 또 알아서 데려다 준다

 

 




제일 먼저 안내 받고 들어가면 이런 러시아 구내식당스러운 공간이 나온다. 평범하게 테이블 있고 쇼파의자 있고 그런데, 모두가 티세트를 앞에 두곤 발가벗은 채로 차를 홀짝이고 있었음. 당황해서 뭐지...?? 뭐하는 곳이지...??? 멀뚱이 서 있다가 종업원이 자리 잡으래서 앉았다. 

 

일단 탈의를 해야 할 것 아님? 옷은 어디서 갈아입냐니까 그냥 여기서 벗는 거래ㅋㅋㅋ 그렇게.. 티타임 즐기고 있는 백줌니들 사이에서 뻘쭘하게 나체가 되었음. 수영복 입어도 되는 줄 알고 챙겨왔는데 안된다네. 들고 온 커다란 타월로 둘둘 말고 다녔다(유료 대여 가능). 

 

 당시에는 >>누드 레스토랑<< 비주얼에 꽂혀서 당혹스러웠는데, 생각해보니 얘네 입식 문화라 그렇구나 싶음. 여기서 차와 간단한 먹거리를 주문할 수 있고, 계산은 후에 목욕비, 물품 대여비, 다과 등 합쳐서 영수증 가져다 주니 그 때 결제하면 된다. 

 

 

 






씻는 곳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아는 평범한 목욕탕 풍경이 나온다. 욕탕 개념은 냉탕밖에 없고, 대신 개인 샤워부스가 훨배 많았음. 한 쪽엔 사우나를 하는 스팀실이, 다른 한 쪽엔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칸막이 개인실이 여러 개 있다.

 

 






스팀실 내부. 역시나 나무로 되어있음. 

 

 

먼저 몸을 간단히 씻고 매니저 아줌니가 부를 때까지 대기한다. 준비되면 곧 사우나가 시작된다고 모두에게 알리는데, 그럼 우르르 방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누움. 우리 일행은 아무것도 모르고 저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같이 들어온 할머니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바닥에 납작! 누워야된다고 하길래 시키는 대로 했다. 

 

사람들이 모두 들어오면 매니저가 문을 닫고 시작을 알림. 지금부터 온도를 높일 테니 적당하다 싶으면 스탑 외치라고 일러준다. 그리곤 가마인지 뭔지에 있는 달궈진 돌무더기에 물을 열심히 퍼붓는데, 그럼 거기서 나오는 증기가 방을 데우기 시작함. 

 

무르만스크에서 경험했던 게 그닥 매운맛이 아니었는지라, 이때까지만 해도 바냐가 우리나라 찜질방처럼 식혜 마시며 도란도란 수다 떠는 귀여운 수준인줄로만 알았다. 근데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이쯤에서 멈춰야할 거 같은데 아무도 스탑을 안외치는 거임ㅠ 다들 목욕 짬바 스웩이 흘러넘치는 아줌마할머니들이었고 쭈구리는 눈치만 봤다. 

 

중간에 누가 스탑 외쳤는데 다른 할매가 존나 꼽줌 스탑은 뭔 스탑이냐고 못버티면 나가라고ㅋㅋㅠㅠ 무자비한 곳임 

 

 

 

 

여기서 정보 

 

 1. 스팀실은 모자와 슬리퍼가 없으면 입장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장갑도 지참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음. 왜냐.. 너무 고온에 노출되는 거라 저것들이 없으면 두통과 화상의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급하게 맨발로 탈출하려다 발바닥 벗겨지는 줄 알았음 

 

2. 할머니가 우리보고 누워야 된다고 한 이유. 높이가 높아질수록 온도도 올라가는데, 그래봤자지 뭐ㅎㅎ 하고 뻗대다간 진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앉아있기 스킬은 바냐 짬 좀 먹은 보스할매들만 가능함. 쪼렙은 최대한 바닥과 가까워지는 것만이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이다. 

 

3. 실제로 사우나 도중 쓰러지는 사람이 많아 항상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고 함 

 

 4. 근데 이 사우나에선 누가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콘테스트도 열린대ㅋㅋ 미친놈들인 것 같음ㅋㅋ

 

 

 

결국 누군가가 스탑을 외치긴 했는데 몸뚱이는 이미 불구덩이에서 구르고 있었다. 태어나서 그런 고문은 또 처음 당해봄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이 안쉬어지는 열기 

 

 그렇게 들어간지 5분도 안돼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탈주, 납작 엎드려있다가 고개를 드는 순간.. 얼굴 높이가 올라가잖슴? 공기와 맞닿는 모든 살갗이 잘기잘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맛봤다. 이 날 이후로 절대 화재로는 죽고 싶지 않아짐.. 탈주할 땐 반드시 모자로 얼굴을 보호하세요.

 

네 발로 허겁지겁 기어나오니 밖에 있던 매니저가 깔깔거리며 좋아함.. 그러거나 말거나 살기위해 냉탕에 뛰어드는데 냉탕은 또 얼음 둥둥 띄어놓은 물이었다ㅋㅋ 화탕지옥에서 바로 한빙지옥 가는 노빠꾸 코스ㅠ

다른 분이 하는 거 보고 그.. 줄 잡아당기면 양동이에서 물 쏟아지는 장치 있잖슴? 그것도 했는데 얘도 얼음물임ㅋㅋ 모르고 했다가 심정지 오는 줄 알았다 아이스버킷 챌린지 당함 

 

 

 




그리고 마지막 코스는.. 바냐의 꽃 자작나무로 두들겨 패기 

 

저 자작나무 다발의 명칭은 веник(베니크). 빗자루라는 뜻이고 카운터에서 유료로 대여할 수 있다. 따뜻한 물에 몇 분 불렸다가 맨몸을 때려주면 되는데 과연 빗자루로 맞는 기분이었음. 일행은 시원하다고 좋아하더라는. 

 

저걸로 뻘겋게 익은 몸뚱이를 서로 찰싹찰싹 때려주는 풍경은 사실 좀 기괴했다. 비주얼은 고대 사이비 종교 의식 같았음..

 

이처럼 바냐체험을 통해서 루스끼들의 정신에 깃든 변태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광활한 마더 로씨야의 땅에서 오늘도 난 좃밥임을.. 겸허히 깨달음^^;

 

 

 

 

근데 효과는 좋은거 같은게 

난 스팀실에 얼마 있지도 않았는데 몸에 기름기 쪽 빠지고 혈액순환 겁나 잘되는게 느껴짐; 끝나고 나오는데 피가 미친듯이 빠르게 팽팽 돌고 있었다. 

 

이러고 치맥 먹으러 갔는데 알코올 흡수가 너무 잘되는 건지 뭔지ㅋㅋ 약한 것처럼 정신 몽롱해짐. 한 잔 마시고 취해서 결국 막차 놓쳤었나 그랬던 기억.. 

 

 

 

 

 

바냐 스토리 끗 

심심할 때 다른 소도시 여행기 또 쓰러 오겠음

 

 

 

 

 

 

 

+몽쉘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은데 코로나 이전만 해도 사우나는 딱히 내라고 한 적 없었고

피트니스나 수영장 같은 운동 시설은 사용하려면 '내 몸에 아무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더라구

근데 이 진단서 인터넷에서 만 원 정도 주고 살 수 있음 나도 해준다는 병원 못찾아서 삼ㅋㅋ

 

역에서 접선해서 돈이랑 서류 주고받는데, 이거 불법 아니냐고 물으니까 어깨 으쓱하며 everything in russia is illegal라던ㅋㅋ

러시아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입니다,,

 

 

 

 

작품 등록일 : 2020-08-11
최종 수정일 : 2026-06-18
개재밌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싶다
살치살 꽃살   
너무 재밌다
ge*****   
무..무서워!
조이   
곽튜브 영상같다 곽튜브도 무르만스크 가고 저런류 스파도 다른 곳에서 받았던데 ㅋㅋ
sa******   
심즈인 줄
사진들이 심즈 사진 같아
푸드덕   
꿀잼!!
이드정박아   
몽쉘 - 그 수영장이 이상한것 같은데;; 외국인이라고 에이즈 검사지는 내라고 안하고 보통 피부병 없다는 검사지 냄. 그리고 워터파크나 자유수영은 보통 그런거 요구 안함

나도 러시아에서 수영장 3곳 다녀봤는데 에이즈 검사지 요구한다는건 첨 들어봄

근데 피트니스 센터에 있는 수영장은 좀 고급인경우 안에 그런거 검사해서 만들어주는 사람이 따로 있고 없을 경우 걍 클리닉 가서 медицинская справка в бассейн 만들어달라고 하면 됨
구르는중   
읽다가 같이 숨이 차고 나중엔 피부가 둏아진 기분ㅎ
qw******   
핀란드 사우나랑 비슷해뵈는데 어디가 원조냐
휘바휘바냐 마더로씨아냐
플로라   
사우나,,,가고파
읏짜   
이런 여행기를 볼수있다니 영광입니다,,
ghjkl   
개존잼
Lost In Paradise   
오오 ㅠㅠ 꼭 가고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러시아.사람들.집에도 사우나 설치를 하는사람이많더라고 ㅋㅋㅋ그래서 날씬한가
몽쉘통통   
와우 개조타
언니근데 에이즈 검사지안냄?
러시아 수영장 쓰려니까 외국인은 에이즈 검사지내라고 하더라고 러시아 에이즈검사 진짜빡시기하더라 바냐는 그냥 가능랬어??? 나도 가보고싶다ㅡㅜ
몽쉘통통   
ㅁㅊ개재밌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스버킷챌린지 당한거에서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겨미인   
다른행성 이야기 같아
러시아인들 역시 ㅎㄷㄷ
과일뿌셔   
진짜 재밌다!!!
다음 여행기 또 써주세요.
가지   
재밌다!
꽉꽉   
얼음물ㅋ
mo****   
와 진짜 최고다 글인데 눈 앞에 보여
기린   
우와우와 신기한 이야기다
대충산다   
아 사우나.. 몇달을 못 간 건지... ㅠㅠ
프랑스 호랑이   
인테리어가 지린다
D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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