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김치와 국수 한 그릇 2
" 어쩐지 이상시럽더라고."

아줌마는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당연히 얼굴만 봐도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잊어버렸다. 틀림없다고 아니라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아들이 먼저 인사했다.

두툼한 윗 입술이 아줌마를 꼭 닮은 아들, 군대 가기 전에 와봤다고 한다.
그동안 궁금했던 어느 하나도 제대로 물어볼 수 없었다.
한참을 아들의 얼굴만 봤다. 
이렇게 생겼구나, 내 아들.

그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 뒤로 아들은 휴가 때마다 찾아왔다.
비록 마음에 있는 말은 서로 꺼내지 않았지만 부모 자식은 그렇게 한순간에 가까워졌다.
그게 핏줄이라고, 아줌마는 눈시울이 붉혔다.

착한 아들은 틈틈이 포장마차 일도 돕고 해주는 밥도 맛있게 잘 먹었다.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자꾸 알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큰 딸은 어떻게 지낼까.
아들은 누나는 잘 살고 있다는 정도만 말했다.
염치없이 보고 싶어 하면 안 되지.
억울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딸이 보고 싶다.

무엇보다 아줌마는 기뻤다. 
이제 손님들한테 할 말이 많아진 것이.
아들이 제대했다고, 똑똑해서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았다네, 그 들어가기 힘들다는 대기업에 들어갔을 때는 신나서 테이블마다 소주 한 병씩 쏘기도 했다.

아들은 첫 월급으로 백화점에 산 비싼 스카프를 선물했다.
아마도 지금 목에 꽁꽁 매고 있는 낡은 스카프 인 듯 하다.

연애도 순조로웠다. 오랜 단골손님인 택시기사와 만났다. 
그처럼 몸도 마음도 잘 맞는 이가 세상 없었다.
택시기사는 끈질기게 결혼하자고 구애했다.
아줌마는 아들 때문에 망설였다. 

" 엄마가 행복한 게 중요하죠, 저는 괜찮아요 "

아들의 괜찮다는 말에 택시기사와 세 번째 결혼을 했다.
아줌마 나이 마흔넷, 살림은 남편이 사는 임대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남편은 부지런히 택시를 몰고 다녔다. 
그 모습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지 흔쾌히 새 차를 선물했다.

1년 후 아들은 결혼하겠다고 참하게 생긴 여자친구를 소개했다. 일한 지 몇 년 안됐는데 모은 돈이나 있을까, 
부담 덜어주고 싶어 남편 몰래 결혼자금 1억을 줬다.
그날 아들은 아줌마 앞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아들의 결혼식 며칠 전, 아줌마는 심란했다.
임신이라니, 이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에게도 아들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결국 결혼식은 가지 못했다.
당일 큰딸은 전화가 와서 노발대발했다.
처음 듣는 딸의 목소리. 
어디 감히 올 생각이냐며, 
뒤늦게 엄마 노릇 하려고 하지 마라.
딸 말이 다 맞다. 더 이상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며느리의 임신 소식이 들려왔다.
아들도 남편도 아줌마의 임신은 쉬쉬했다. 

아줌마는 양수가 터질 때까지 포장마차에서 일을 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아줌마를 닮은 아들이 태어났다. 
힘차게 우는 늦둥이를 껴안고 그저 남사스럽고 죄스러웠다.

얼마 후 며느리는 아들을 꼭 닮은 딸을 낳았다. 
역시 엄마한테는 딸이 최고라며 고생했다고 며느리에게 백만 원을 보냈다. 

큰아들은 가장이 되고 점점 바빠서 연락이 줄었다.
남편도 일이 바쁜지 안 들어오는 날이 종종 있었다.
육아도 포장마차도 쉴 틈 없어 몸이 부서질 거 같고 마음은 불안했다.

둘째 아들은 말도 빨리하고 일찍 두발로 섰다.
커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구나, 
아줌마는 혼자 눈물짓는 날이 많아졌다. 

명절이 되면 아들 내외가 손녀를 데리고 왔다.
그날은 포장마차도 쉬고 부침개며 갈비며 큰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한가득 준비한다.
둘째 아들과 손녀가 나이가 비슷하니 소꿉동무처럼 잘 지냈다. 다섯 살 사내아이가 그렇듯 둘째 아들은 손녀에게 가끔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다.

손녀가 예쁜 꽃무늬를 원피스를 입고 온 날,
둘째 아들은 치마를 들춰서 손녀를 울렸다.
큰아들은 얼굴이 시뻘게져 동생의 머리통을 잡고 귀싸대기를 날리며 걷어찼다.

아줌마는 큰아들이 첫 번째 남편과 겹쳐 보였다.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 둘째 아들을 껴안고 소리쳤다.
원망이 시퍼렇게 서려 있던 큰아들의 눈 빛,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발길을 끊었다.

어느 날 손님들이 말했다.
남편이 미용실 주인 최 씨랑 모텔에 가는 걸 봤다고.
이미 남편이 여러 여자들이랑 놀아나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필 이번에는 여시 같은 그 여편네라니. 
최 씨 그년은 화장도 구미호마냥 진하게 하고 궁둥이 살랑거리며, 평소에 아줌마를 길바닥에서 포장마차나 한다고 무시했다. 가게 월세도 못 내서 몸이나 파는 더러운 년.

그 밤, 남편과 죽어버릴 각오로 싸웠다.
둘째 아들의 우는 소리가 아파트에 울려 퍼졌다.


작품 등록일 : 2018-11-06

▶ 쉰 김치와 국수 한 그릇 1

아아... 박복한 여자의 이야기... 덤덤해서 더 슬프다
보패   
담편주세요.....
iluvnature   
왜 3편 안나와? 아기다리고기다리고
th****   
돈줬다. 빨리 연재해죠라
같은 공간,다른 시간   
ㅠㅠㅠㅠ
ca********   
가슴아프다
le******   
ㅠㅠ
ha*****   
굿굿
INSIDEOF   
ㅠㅠㅜㅜㅜㅠㅜㅜㅜㅜㅜㅠㅠ
잠을 너무 많이 잔 여자   
흑흑 ㅠ
깨비   
축제의 남자 안써쥬는건 슬프지만 이것두 재밌다 문장이 갈수록 안정되는 느낌? 조아조아
치코리타귀여워   
잼있다 언니야~
백설공주의 잔인한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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