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산기(이런 출산도 있습니다)

게시판에 써야 하나 문학관에 써야 하나 고민하다가 문학관에 남기는 출산기

워낙 출산이 사바사지만 이런 출산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면 고맙겠어

 

나의 출산 예정일은 11월 27일 이었다. 나는 만삭때까지 회사에 출근하였고 정확히 출산을 열흘 앞두고 휴직에 들어갔다.

초산이라 그런지 출산을 열흘 앞두고도 자궁 경부 길이가 너무 길다며 하루에 만보씩 걸어보라는 담당 교수님의 주문이 있어서 휴직 이후 매일 매일 밖으로 나다니며 마지막 자유를 만끽하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흔한 가진통 배땡김 증상도 없었는데 이거 예정일보다 늦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슬슬 밀려오기 시작했다. 늦어지면 유도분만 하다가 아플거 다 아프고 제왕절개한 케이스를 하도 많이 들어서 최악의 케이스는 면하고자 열심히 벼락치기 운동을 했다.

 

출산일 전날도 어김없이 친한 언니를 만나 점심먹고 점심식사 장소에서 30분 남짓 거리인 집까지 걸어서 귀가했다. 다행히 11월 치고는 별로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날 새벽 드디어 기다리던 통증이 시작되었다. 예정일 하루 앞둔 11월 26일 새벽 생리통과 같은 느낌의 통증이 느껴졌고 나는 아 이게 드디어 출산 신호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5시쯤 화장실에 가보니 이슬이 비추는게 아닌가

어제 만난 언니가 이슬보고도 본인은 하루 지나서 분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차분한 마음을 먹고 출근하는 남편에게 오늘 분만을 할수도 있으니 준비하라고 전했다.

 

아침나절엔 서서히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벽에 참을 설친터라 좀 더 잠을 청할 정도의 통증이었고 나는 못잔 잠을 더 자두었다. 

오전 11시쯤? 통증이 점점 심해지자 나는 최후의 만찬을 뭐할것인가로 고민에 빠졌다. 그때도 식욕은 충분했고 아프지만 참을만한 고통이었다.

 

남편이 1시쯤 일찍 귀가하였고 나는 최후의 만찬으로 앤티앤스 프레즐을 야무지게 시켜먹었다. 먹는 와중에 점점 진통 세기가 세짐을 느꼈지만 그날 먹은 소세지 프레즐과 시나몬 프레즐은 가히 인생 프레즐이었다.

 

프레즐을 먹고있는데 나보다 친정엄마가 슬슬 병원에 가야한다며 성화를대기 시작했다. 아직 더 참을순 있는데 이정도로 가도 되나 남편과 어리둥절 하며 미리 싸둔 출산가방을 들고 출산병원으로 향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막 배 부여잡고 소리지르고 그런 장면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고 진짜 그냥 태연하게 주차장에서 걸어서 분만실로 올라갔다.

 

오후 5시쯤 분만실에 도착하니 옷갈아 입으라고 환자복을 주셨고 나는 그때까지 긴가민가하며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치프정도일거 같은분이 와서 처음으로 내진을 하였고 내진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내진도 엄청 무서웠는데 의외로 별거 아니군 싶었다. 

 

나는 운좋게 굿타이밍에 병원에 도착한 것이었고 내 자궁은 3센치 열려서 진통이 맞다고 오늘 출산할수 있을것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더니 일사천리로 마취과 선생님이 오셔서 무통주사를 놔주셨는데 무통주사 꽂는게 출산과정중 제일 기억에 남는 통증이었다. 

이게 척추에 주사를 꽂는거라 소문대로 그 이물감과 주사를 꽂을때 불편함이 상당했다. 다행히 두번만에 무통주사가 등에 꽂혔고 신기하게 나는 무통빨을 아주 쪽쪽 받아서인지 그나마 참을만했던 진통이 사라졌다. 무통만세....!!

그때부터 살만해지자 친한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분만 생중계를 하며 여유를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 자궁이 빨리 열리지 않자 저녁밥까지 주사바늘을 꽂고 분만대기실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새벽에 출산하면 산모가 힘드니 밤에 얼른 낳자며 결국 유도제를 맞고 밥먹은지 얼마 안됐는데 관장약을 넣어주셨다.

 

자분굴욕 3대장중 하나라는데 내가 간 병원은 관장이 약하기로 유명해서 관장조차 참을만했다. 15분 다 참고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눕는 순간 긴박한 상황이 펼쳐졌다.

밖에서 의료진이 들어와서는 내게 산소호흡기를 씌우더니 남편이 울면서 뛰쳐 들어왔다.

우왕좌왕 큰소리가 들리고 내 분만을 전반적으로 봐주고 있었던 내진쌤이 숨을 크게 쉬라고 하셨다.

나는 화장실에 다녀왔을뿐인데 무슨일인가 덜컥 겁이났다.

밖에서는 제왕절개 들어간다고 갑자기 휴대용 엑스레이를 끌고 들어오더니 엑스레이 찍자마자 소변줄 팀이 들어와서는 소변줄을 꽂기 시작했다. 

 

뭐지 나 이렇게 허무하게 제왕절개 들어가는건가 덜덜 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태아 심박이 급격히 떨어져서 거의 멈춤상태까 잠시 갔었다고 했다.

남편은 갑작스러운 수술 동의서 몇장에 싸인을 했고 금식을 안해서 마취가 깨어나지 않을수도 있다는등의 무시무시한 경고성 안내를 듣고 패닉이 됐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그 몇분 응급제왕 수술실 어레인지로 급박한사이 내진쌤은 내 자궁이 다 열렸고 태아 심박수도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자분할수도 있겠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전해주셨다.

 

나는 강하게 할수있다는 의지를 밝혔고 그때부턴 또 갑자기 힘을 주라고 하셔서 열심히 힘을주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시크하게 분만은 내가 할테니 남편 너는 나중에 와서 탯줄이나 잘라라 주의였는데 남편손을잡고 힘주고 있을 줄이야..

 

근데 진짜로 힘을주니 변이 나온다ㅠㅠ 그와중에 남편의식 분만 총괄 내진쌤보기 살짝 민망했는데 내진쌤이 잽싸게 내 변도 치워주셨다(한번이 아니었..) 

천사같은 내진쌤은 나에게 첫째 맞냐며 힘 너무 잘준다고 칭찬을 팍팍 해주셨고 무통빨이 너무 잘받은 나는 힘줄 타이밍조차 느껴지지 않아 철저히 내진쌤이 힘주랄때 있는 힘껏 힘을주었다.

그렇게 한 15분?힘줬나 아 좀 힘들다 이제 슬슬한계다 싶을무렵  드디어 머리가 보인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고 분만준비실에서 나를 드디어 분만실로 옮겨주셨다.

드디어 분만실엔 담당 교수님이 등판 분만침대는 트랜스포머처럼 분만의자로 변신하였다. 

분만의자에 누우니 훨씬 힘이 잘들어갔고(진작 왜 여기에 앉혀주지 않는것인가) 힘을 크게 세네번 주니 말로만 듣던 시원함이 느껴지며 아기가 나왔다. 분명 그 사이 회음부 절개도 하셨는데 역시나 무통빨 덕분에 고통은 없었다.

 

아기가 쑥 나오자 긴장이 탁 풀림과 동시에 아기의 안위가 궁금했다. 다행히 힘차게 우는 아기를 안겨주셨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두방울 흘렀다.

아기는 바로 신생아실로 옮겨졌고 나는 후처치를 받고 누워있었는데 시간을 보니 어느덧 밤 10시 57분쯤이었다.

그렇게 나는 예정일 하루 전날 무사히 출산할수 있었고 무통덕에 거의 안아프게 낳을수 있었다. 물론 나는 운이 좋았고 피지컬적으로도 유리했던거 같았다.

그래도 미친듯한 고통의 출산기만 듣다가 나에게 이런 행운의?!출산이 펼쳐질 줄은 몰랐는데 혹시 출산에 관심있는 다른분들도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출산직후 얘기도 더 쓰고 싶은데 일단 출산기 끝

 

애낳은지 거의 5년이 다 되어가는데 끌올됐네 히히

내 피지컬 전형적인 하체튼튼 한녀체형이야

키 한 166정도 상체는 어좁인데 골반크고 허벅지 튼실...

이젠 출산과정도 가물가물하다

힘주는 방법 딱히없어 그냥 주랄때 있는 힘껏 줬을뿐 ㅠ 근데 정말 힘들어서 더는 못하겠다 싶을때까지 줬던 것으로 기억 

 

작품 등록일 : 2020-07-31
최종 수정일 : 2024-05-03
아니 이게 진짜 보다보니 같이 힘주게되네.. ㅋㅋㅋㅋ
보석방예술가   
피지컬이 어떻길래 이리고 숭풍??
아래 글 읽으며 같이 방구낀 언니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
아침 잠이 많은 K   
관장해도 똥이 나오는구나..
참 임출육이란...
고생 많았다!!!축하해
Bambibaby   
순산 축하혀
Nothere   
언니 순산 축하츄카
아가랑 행쑈행쑈

시간될 때 힘주는 요령 좀 써쥬세여♡
복코   
와 이런거구나 재밌다ㅋㅋㅋ재밌으면 안되나!!
축하해♡♡
be********   
글이 엄청 생생하네 ㅠㅠ
맘 고생 많았다 아기랑 산모 모두 건강하길!!
기린   
헐ㅋㅋㅋㅋ 나두 힘 같이 줌ㅋㅋㅋㅋㅋ 고생했어 축하해!!
냠냠댄스   
글 읽다다 힘 주라는 부분에서 같이 힘줫다..
언니 고생많았어요 애기 순산한거 축하해요!
로빈훗ㅌ   
언냐 고생많으셨습니다
Tobeor.nottobe   
같이 힘주다 방구 뿡 ㅠ 미얀 ㅠㅠ 너무 글이 리얼해서 ㅠ
드릉흔등   
어흑 낳아본적도 없는데 괜히 같이 힘주게된다
D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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