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로 한 장소는 홍대였다.
게이들의 성지는 종로와 이태원, 레즈들의 성지는 홍대이다.
요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 문신돼지충과 만날 즈음엔 그랬다.
(벌써 약 5년전의 일이다... 레즈판도 그새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저 문신돼지충 이후 나는 몇 명의 음식물 쓰레기보다 못한 것들과 만났는데
하나같이 나에게 똥을 줬다...
존나 개눈박이에 테높처럼 꽂히면 마구 돌진하는 성격을 가진 나는.. 쓰레기라도 일단 좋아지면 앞뒤안보고 불도저처럼 달려드는 삶을 살았다.........ㅅㅂ
환멸나서 몇 년 연애 쉬다가 요새 다시 연애중임)
문신돼지충은 좀 늦는다고 했다
1월이었고 한 겨울이라 추웠다.
근데 나는 멋부린다고 짧은 모직 원피스에 8센치짜리힐과 얇은 캐시미어 코트,
목에는 퍼를 두르고 덜덜 떨며 돼지를 기다렸다..
기대도 안했다. 왜냐면 걔 와꾸가 꽝인걸 이미 아니까.
하지만 얘를 만나기 직전 커피번개로 만난 애가 너무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번에 만날 돼지는 좋은 돼지일지도 모르겠다는 얄팍한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만난 돼지는 생각보다 덩치가 더 커서 1차 충격을 받았다..............
XL도 아닌 XXXL 사이즈의 거대한 돼지가 쿵쿵 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시발 땅 꺼지겠다...
분명 나는 레즈사이트 데이트 상대 구인글에 마른 체형~통통체형까지만 만나고 싶다고
심각한 뚱은 싫다고 썼는데,,, 존나 문맹인가???????????????
약간 기분이 나빴지만 돼지가 뭐가 먹고 싶냐고 지가 늦었으니까 사주겠다고해서 기분을 풀었다.
나중에 돼지는 우리의 첫만남을 두고 말했다.
"언니가 나 싫어하는 줄 알았어. 표정 보자마자 티가 나더라고.."
눈치 빠르네,,
당시 그 말을 듣고 뜨끔했지만 이때 난 (더러운) 사랑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아니야! 착각이야! 내가 원래 좀 띠껍게 생겼자나!! 이러면서 아니라고 존나 부정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홍대에 있는 이자카야에 갔다.
그곳은 프라이빗한 대화를 할 수 있게 적절하게 칸막이가 쳐져있고
조명은 은은해서 사람을 예뻐보이게 만든다.
우리는 소주를 시켰다.
지금은 끊었지만 당시 존나 주당이었던 나는 술에 취하면 너무 행복했다.
얘도 술을 좋아한다고 했다. 둘이서 소주를 한 4병 정도 깠던 것 같다.
근데 내가 낮부터 굶은 상태로 돌아다녔고
추운 날씨에 멋부린다고 얇게 입고 피곤하게 돌아다녀서였을까?
소주 한 병 반 정도를 마셨을 무렵부터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ㅅㅂ
취한 상태로, 은은한 조명아래에서 얘를 보니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저팔계에서 꽃돼지로 보이기 시작)
쓰리엑스라지가 상관없어질 정도로 괜찮아 보였다. (씨발)
또 장점도 많았다.
나는 타고난 문과체질인데 얜 이과였고 직업도 이과쪽 직업이었다.
그래서 대화를 할 때 언뜻 비치는 사고방식이 나와 완전히 반대여서 재미있었다.
또 몸에 문신을 덕지덕지했는데 걔의 미적감각이 의심될 정도로 후졌지만
난 문신을 안했으니까 호기심이 생겼다.
쟤는 집에서 내놨나? 저렇게 븅신같은 걸 덕지덕지 발라놨는데 엄마가 집에서 뭐라고 안하나?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저렇게 떡칠을 해놨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소장이 그랬잖아. 반대 형질은 끌린다고.................ㅅㅂ
나는 서서히 돼지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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