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사랑들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하룻밤의 관계로 그 사람 하나를 찾아 모든 걸 들고 떠날 수 있음은 대체 어떤 호기와 믿음을 동반하는가. 눈빛의 교환만으로 그 사람의 육체가 자신을 원한다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사랑의 말도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은 그들이 어떻게 불식간 사랑에 빠져 서로를 탐하는가. 내가 한순간 그에게 빠져 앓는 가슴을 가지고 딱 그런 소설들 마냥 운명에 몸을 내던진다면, 그 결과란 얼마나 뻔하냐. 여느 여자들이 그렇게나 저질스러워하는, 혼자 사랑에 빠지고 혼자 돌진하는 그런 애송이가 되는 것이다.
내 인생의, 아니 조금 좁혀서 요즈음 나의 삶을 끄적이는 작가가 어떤 전형적인 로맨스 작가라면 내 미래는 뻔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그가 내게 눈을 빛내며 맞추어 왔을 때, 계산하는 내 모습을 조용히 바라볼 때 이미 우리의 로맨스는 1루를 밟았다. 하지만 이렇게 치면 내 인생에 남자는 얼마나 많은가! 그와 나 사이에 어떤 것도 없다는 사실이 그와 관련한 '나의 환경'에 호감을갖게 한다. 잃을 것이 없다는 그 관계에서 비롯된, 그 사이에 자리하는 어떤 '환경'이 현재로선 그의 목소리 만큼이나 매력적이다. 다만 시간이 별로 없고, 김칫국이긴 하지만 나에겐 포기할 수 없는 휴학이 있다는 것. 피트니스를 끊는 것도 아니고 남자친구를 딱 1년만 사귀어야지 하고 사귀어 들려는 경우는 아무래도 여자가 못된것이 맞다. 내가 걱정하는건 저런 사실보다는 내가 그를 정말 사랑하게된다면 난 내가 이년간 꿈꿔온 것을 포기하고 싶어질 것이다. 난 그런 인간이다. 지나가다 본 어떤 판타지로맨스 웹툰의 내용에 나오는 '사랑을 하기 위해 태어난 족속'마냥,누구를 좋아하면 더 행복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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