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오어 화이트
추석 때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내 이름으로 온 택배가 있었다. 누구지? 보낼 사람이 없는데, 나는 박스에 적혀 있는 보낸 사람을 확인했다. 강기수. 막내 외삼촌이 보낸 것이었다. 나는 박스를 뜯어보았다. 박스에는 나무로 만든 모형 배 한 척이 들어 있었다. 배 밑에는 편지가 깔려 있었다.
오랜만에 편지를 보낸다. 삼촌은 많이 나아졌다. 이제 수전증도 사라져서, 간신히 모형 배 를 완성했다. 삼촌은 걱정하지 마라.
이제 노래를 들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오디오는 여기 있으니까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앨범을 보내다오. 건강해라. 삼촌은 걱정하지 말고.
편지는 짧았다.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예전에 삼촌 차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앨범 수록곡이 뭐였더라. 나는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Dangerous의 타이틀 곡은 바로 블랙 오어 화이트였다. 아.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블랙 오어 화이트.
삼촌의 핸드폰 컬러링은 마이클 잭슨의 블랙 오어 화이트였다. 그 당시 나는 이 노래를 듣고 싶어 아무 이유 없이 삼촌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삼촌은 내가 노래를 오래 듣게 해주기 위해서,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아주기도 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를 잘 따랐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는 삼촌에게 나와 동생을 자주 맡겼다. 삼촌이 십 년 넘게 타고 다니는 EF 소나타는 엄마가 그 당시 삼촌의 서른 살 생일에 선물한 것이었다. 삼촌은 그 차에 우리를 자주 태웠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쯤이던 어느 날, 하교 길에 삼촌의 차가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삼촌은 차 멀찍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담배를 비벼 껐다. 삼촌은 내게 같이 외할머니 병원에 가자고 했다. 병원까지는 얼마 안 걸렸다.
당시 외할머니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병원에 가 보니 큰외삼촌과 이모, 엄마가 이미 와 있었다. 삼촌과 엄마는 나를 할머니 병실에 내버려두고 다른 어른들과 함께 복도로 나갔다.
병실에는 모두 여섯 분의 할머니들이 누워 계셨다. 우리 외할머니가 누워 계셨던 곳은 그 중 가장 끄트머리인, 햇볕도 잘 안 드는 구석자리였다. 병원의 소독약 냄새와 노인들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섞여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나는 외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외할머니는 초점 없는 눈으로 병실의 천장 타일만을 바라보고 계셨는데, 코에는 뭐에 쓰는지 모를 관이 끼워져 있었다. 침대 옆에 놓인 카세트에서는 이미자의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복도에서 이따금 고성이 오갔다. 나는 애써 듣지 않으려 외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막내삼촌이 눈가가 빨개진 엄마를 데리고 들어왔다. 엄마는 내게 오늘 조금 늦게 갈 거라며 삼촌이랑 저녁을 먹고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엄마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막내삼촌과 함께 병실을 나섰다.
병원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시던 큰외삼촌이 손짓으로 나를 불러 만 원짜리를 한 장 주셨다. 나는 평소 만 원짜리를 어른들에게 받을 때면 잃어버리지 않게 주머니에 꼭꼭 쑤셔 넣곤 했는데, 그때 그 만 원을 어떻게 했었는지는 아직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돈보다는 얼른 삼촌의 차를 타고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삼촌 차의 조수석에 탔다. 인조가죽 시트 냄새가 기분이 좋았다. 그 당시 나는 인조가죽 냄새를 첨단의 냄새라고 생각했다. 삼촌의 차는 군데군데가 번쩍번쩍 빛났고 아직 출고할 때 시트에 붙어 있는 비닐이 붙어 있는 채였다. 대시보드는 깨끗했고 룸미러에는 커피 향 방향제가 달려 있었다. 나는 그 방향제를 코에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았다. 아까 병실에서의 냄새가 싹 사라지는 듯했다.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삼촌은 내게 오늘 동물원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좋다고 대답했고, 삼촌은 엑셀을 밟았다. 그리고 가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마이클 잭슨의 블랙 오어 화이트를 틀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동물원에 도착해서 물개를 시작으로 호랑이, 원숭이를 차례대로 보았다. 동물들은 나에게 으르렁대지도 않았고, 반갑다고 꼬리치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시멘트 바닥 아래에서 누워 있을 뿐이었다. 시시했다. 삼촌은 그걸 눈치 챘는지 내게 보고 싶은 동물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당시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악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삼촌은 나를 데리고 파충류관으로 향했다.
파충류관에는 바다악어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살아 있는 바다악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아직도 조금 의문이다. 바다악어는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작은, 자기 몸만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플라스틱 수조에 누워 있었다. 얼마나 움직임이 없었는지 나는 처음에 그것을 박제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가끔 움직이는 눈과 꼬리는 분명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금세 싫증이 나서 다른 동물을 구경했다. 그러나 삼촌은 바다악어만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나 바다악어는 병실의 외할머니처럼, 좀처럼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삼촌이 내게 그만 가자고 할 때까지 바다악어는 그 모습 그대로 누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엄마랑 삼촌은 사이가 나빠졌다. 아마 외할머니의 치료비를 위해 삼촌의 퇴직금을 사용하자고 한 게 주된 이유였을 것이다. 그땐 몰랐지만 결국 삼촌은 당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나는 삼촌을 좀처럼 보지 못한 채 중학교에 입학했다. 외할머니는 여전히 병원에 계셨다. 외할머니의 병실에 갈 때마다 막내삼촌은 없었지만, 그가 놔두고 간 흔적들이 있었다.
어느 날은, 병실 탁자에 내가 정말 좋아하던 에이비씨 초콜릿 한 봉지가 놓여 있었다. 엄마는 이걸 누가 가져다 놨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삼촌은 내가 병실에서 지루해할 때마다 병원 매점에서 에이비씨 초콜릿을 한 봉지 사주곤 했다. 나는 엄마와 함께 집에 돌아가는 길에 초콜릿을 하나씩 먹었다. 초콜릿은 입에서 사라지면서 살짝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집에 돌아와서 양치를 하려고 거울을 보니 혀가 갈색이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을 보낼 즈음, 외할머니는 몇 년간 치료한 보람도 없이 허무하게 가버리셨다. 그 침대에서 근 7년을 누워만 계시다가 돌아가신 것이다. 나는 정장이 없어 교복을 입고 장례식장에 갔다. 장례식장에 가니, 삼촌이 있었다. 근 삼 년은 못 본 듯싶었다. 삼촌은 그새 조금 살이 쪘고 어울리지도 않는 양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삼촌에게 인사를 했지만 그는 나는 신경 쓰지도 않고 열심히 조문객들에게 음식을 날라주기만 했다.
“삼촌은 잊고 싶은 거야. 그래서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거야.” 엄마는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이는 삼촌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너희 외할머니가 삼촌을 제일 아끼셨거든. 막내아들이라고 말이야.” 삼촌은 누군가의 막내아들이었다.
나는 이모네 막내딸인 지수를 생각했다. 지수는 어렸을 때부터 제 아빠와 엄마에게 가장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지수는 부모님을 끔찍이 아꼈고 응석을 부리기도 부지기수였다. 아빠가 출장 갔다고 울어버린 적도 있었다. 초등학교 육학년짜리가.
문득 삼촌은 부모님께 응석을 부리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삼촌은 너무나도 컸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다. 삼촌은 장례가 치러지는 삼 일 내내 한잠도 자지 않고 일을 했다. 나는 마지막 날, 어른들과 함께 발인을 하러 장지로 향했다.
외할머니의 장지는 고향 마을 야산이었다. 동네 어른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지에 관이 들어가고 흙이 한 줌씩 덮이기 시작할 무렵, 누군가가 울자 다 같이 따라 울었다. 그러나 삼촌은 울지 않고 묵묵히 삽으로 흙을 덮었다. 양복이 더러워지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흙만 파 넣었다. 울음소리가 그칠 때쯤에야 삼촌은 일을 끝내고 허리를 폈다. 다른 사람들이 둥그렇게 봉분을 만들기 시작했다.
삼촌은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막걸리를 건네받아 병째로 들이켰다. 삼촌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내가 옆에 앉으려 하자, 삼촌은 엄마 옆에 앉으라며 나를 밀쳐냈다. 그는 버스가 멈출 때까지 줄곧 등받이를 뒤로 제치고 있었다. 두 눈을 손바닥으로 막은 채였다. 이따금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그 후 삼촌은 자취를 감췄다. 그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블랙 오어 화이트 대신, 이 번호는 없는 번호라는 안내 방송만이 나왔다. 대체 무슨 일일까. 엄마는 그가 살던 집까지 찾아갔지만 집에도 아무도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살던 집의 집주인은, 삼촌이 전세 보증금 이천만 원을 빼서 나갔다고만 말해주었다. 이사 간 집이 어딘지는 아무도 몰랐다. 삼촌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삼촌은 마흔이 되었다.
엄마는 삼촌의 여자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았으나,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간 뒤였다. 엄마는 그녀에게 끈질기게 캐물어서 삼촌이 어디로 갔는지를 대략적으로나마 알아내었다. 아마 봉명동으로 갔을 거라는 대답이었다. 삼촌은 방을 빼기 한 달 전부터 차를 몰고 봉명동에 자주 갔다고 했다.
봉명동은 당시 내가 다니던 보습학원이 있는 동네였다. 나는 이따금 학원 근처의 빌라들을 살펴보았다. 혹시 EF 소나타가 주차되어 있지는 않은지를 꼼꼼히 살폈다. 그러나 말짱 꽝이었다. 그의 차는 초록색 번호판이었는데 주차된 차들은 모두 흰색 번호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삼촌의 차를 발견했다.
엄마랑 내가 골목길에 있는 식당에서 국수를 먹고 나오는데, 주차되어 있는 차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차를 자세히 보고는 기겁했다. 차는 바로 삼촌의 차였다. 번호판까지 일치했다. 차의 유리창에 전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몇몇은 끼워 둔 지 오래 되었는지 종이가 부풀어 있었다. 삼촌의 차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당장 그 동네 부동산을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삼촌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알 수 있었던 것은 삼촌이 미래부동산으로부터 집을 소개받아 계약을 한 것인데, 삼촌에게 집을 소개해 준 부동산은 이미 그 전 해에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학원이나 가라며,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학원 따위가 중요하지 않았다. 무작정 삼촌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에서 가까운 빌라부터 살폈다. 차가 세워져 있다면 삼촌은 일하러 가지 않은 것이다. 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몇 시간을 무작정 보내다가 나는 반가운 옷을 발견했다.
삼촌이 가장 아끼는 옷은 마라도나의 별명인 ‘Hand of God’이 등판에 자수로 새겨져 있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의 점퍼였다. 바로 그 점퍼를 입은 사람이 저쪽 빌라에서 나와 편의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삼촌이 확실하다는 생각에 그를 불러 세웠다.
조금 많이 변한 모습이었으나, 그는 삼촌이 맞았다.
나는 그에게 잘 지냈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가 올 때까지 우리는 편의점의 돌계단에 가만히 걸터앉아만 있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삼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곧 도착했다. 엄마는 그를 보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그는 심한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었다. 그 영향으로 이가 전부 빠져버렸고 손은 언제나 덜덜 떨고 있었다. 그는 내게 외할머니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외할머니가 그를 아무 말 없이 쳐다보는 꿈을 자주 꿨다고. 그는 말했다.
엄마는 그가 자주 가는 편의점 직원들에게 부탁을 했다. 그가 술을 사려고 하면 바로 전화해 달라는 것이었다. 엄마는 그를 알코올 중독 치료 시설에 넣어야겠다고 말했다. 치료를 받고 나오면 괜찮아질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느 날, 엄마와 삼촌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삼겹살집에 갔다. 삼촌은 말없이 고기를 먹었고, 엄마가 무어라 묻는 말에도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담배를 피우러 나갈 때 슬쩍 같이 나갔다.
삼촌은 도로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담배를 피웠다. 나는 삼촌에게 물었다.
“어렸을 때 기억나? 같이 동물원에 가서 악어 봤었잖아. 삼촌 차로 가서. 기억나지?”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담배 끄트머리가 빨개졌다가 서서히 회색으로 변해갔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담뱃재를 한 번 털고는 말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그는 내가 알던 삼촌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 본 늙은 고양이와 비슷했다. 그 고양이는 사람이 와도 도망가지 않은 채 햇볕이 잘 드는 풀숲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 고양이가 묏자리를 봐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는 그 말대로 며칠 뒤 그곳에서 차갑게 식어 있었다.
엄마가 삼촌과 상의한 결과 삼촌은 그 다음 달부터 치료시설에 들어가기로 했다. 엄마는 삼촌이 거기에서 평생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걘 병원 정말 싫어하는데, 걔는 수술했을 때도 입원 안 하면 안 되냐고 했어.”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입원을 일주일 앞둔 토요일 저녁이었다. 나는 학원에서 국어 모의고사를 풀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얼른 택시를 타고 삼촌네 집에 가 보라는 연락이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술을 팔지 않자, 다른 마트에서 술을 사 오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학원을 뛰쳐나와 택시를 타고 삼촌네 집으로 갔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나는 그의 집 비밀번호를 몰랐다. 나는 삼촌에게 문을 열라고 계속 소리치고 문을 두들겼지만,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비밀번호를 내가 알아내야만 했다. 그의 집은 3층이라 창문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나는 엄마에게 당장 전화를 걸어 삼촌의 생일을 물었다. 생일은 비밀번호가 아니었다. 그럼 뭐지. 핸드폰 뒷자리 번호, 이것도 아니었다. 1234, 0000, 2468, 147, 258, 369. 전부 아니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숫자가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외할머니 기일이 언제인지 여쭤 보았다. 0928. 그 네 자리 숫자를 누르자 문이 열렸습니다. 하고 기계음이 들렸다.
집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앉은뱅이책상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집은 상당히 어두웠다. 손가락으로 훑으면 번질 것만 같이 진한 어둠이었다. 삼촌은 그 어둠 속에서 쓰러져 있었다. 소주병이 방안을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엄마가 구급차를 불렀을 텐데, 구급차는 아직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나는 황급히 삼촌의 콧구멍에 손가락을 대어보았다.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하더라. 생각나는 대로 그의 입에 내 입을 대고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가 희미하게 숨결을 뱉어냈다. 술 냄새가 지독하게 풍겼다.
그제야 나는 온몸에 긴장이 빠졌다. 털썩 주저앉았다. 그 탓에 소주병이 엎어져 콸콸거리며 바닥을 적셨다. 그 냄새가 지독히도 역겨워 눈물이 났다.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삼촌도 다시 한 번 블랙 오어 화이트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서울에 돌아와서, 교보문고에 들러 삼촌이 부탁한 앨범을 사서 택배로 부쳤다.
삼촌이 늦었지만 다시 그 노래를 듣고 싶어 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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